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제일 싫어하는 상사스타일 중 하나!
형식에 목숨거는 사람이다.
가끔 이런 사람 만나면 정말 짜증 만땅이다.
이런 사람은 보통 공문서를 작성해서 결제받으러 가면 문구 하나하나에 시비를 건다.
아주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줄바꾸기를 하고 한 줄 띄워야 하는데 붙여놨다던지....
비슷한 말을 한자어로 바꿔야 한다고 우긴다든지....
하여튼 아무도 신경쓸것 같지 않은걸 가지고 빨간줄 쫙쫙 그으면 내 머리통에 빨간줄이 쫙쫙 그이는 것 같다.

근데 이런 사소한 관료주의에도 열뻗쳐 미치겠는데,
야샤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사람으로 주민등록에 잘 못 기재된 야샤르의 인생은 좌충우돌 엉망진창 그 자체다.
우리의 착하디 착한 야샤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느냐고?
정말 풀리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야샤르를 보는건 고통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지만 결코 개운하게 웃을수가 없다.
설마 이런 일이 싶다가도 관료주의의 황당함을 생각하면 그래 이런 일이 왜 없겠어 싶기도 하다.

더더욱 열뻗치는건 죽었다고 했으면 그냥 계속 죽여주든지
왜 지들 필요할때는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말이다.
군대 갈때는 살아있고 제대할 때는 죽었고,
세금낼때는 살아있고, 유산 상속 받을때는 죽었고.....

그래도 우리의 야샤르 참 용감하고 가상키도 하다.
어쨌든 살아남았잖아
세상을 향해 "니가 아무리 날 죽여도 나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니까?"라고 중얼거리는 야샤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관료주의와 국가의 횡포에 대한 고발이 이렇게 극적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니.....
이런 소설이 나오는 세상은 그래도 뭔가 좀 바뀌지 않을까?
지금의 터키를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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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6-10-2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직장생활할때 저희 전무님이 항상 공문서에 최선(?)을 다하시더군요.
모든직원들이 빨간줄이 그어진 공문서를 가지고 되돌아나오는 것을 짜증스러워했었다는~~~ㅠ.ㅠ

짱꿀라 2006-10-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팽배해 있는 관료주의는 언제 뿌리뽑힐런지!!! ㅠ~~ㅠ
좋은 주말 잘보내시기를....... 글 잘 읽고 갑니다.

하늘바람 2006-10-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팠던 책이에요. 음 ~

바람돌이 2006-10-2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도 그런 상사 있으셨군요. 가끔은 그 얼굴에 빨간 싸인펜으로 쫙쫙 긋고 싶다니까요? ^^
산타님/주말 인사를 너무 늦게 받네요. ^^ 그래도 전보다는 좀 많이 나아졌지 않나요? 저는 그런것 같던데.... 적어도 요즘은 복장 가지고 지적은 안당합니다. 정장 안입고 가면 꼭 불려가서 한마디 듣고 그랬는데 그건 거의 없어졌어요. ^^
하늘바람님/다른 분들이 워낙 리뷰를 잘 쓰셔서 사실 제가 할 말이 좀 없었어요. 근데 참 찡하게 만드는 책이던데요.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은 "재밌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책들을 만난다.

발터 뫼르스의 <푸른곰 선장과 13 1/2의 삶>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러했고
역시 같은 작가의 이 책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을 만났을때도 그러했다.

책을 읽는 목적도 가지가지고, 책에서 얻고자 하는것들도 여러가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재미의 추구는 책을 읽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일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는 얘기다.
(아주 가끔 필요에 의해서 읽는 책 중에 글빨이 안돼서 아주 재미없는 책이 있을때가 있다. 이 때는 정말 괴롭다.)

이 책의 배경은 푸른곰 선장이 살던 곳과 같은  차모니아 대륙이다.
(물론 푸른곰 선장과 함께 차모니아 대륙 연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얘기니 굳이 푸른 곰 선장을 읽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푸른 곰 선장을 읽었다면 그 책에 나왔던 얘기들이나 사람들을 다시 잠깐씩 마주치는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나흐티갈러 교수를 다시 만난건 내 경우 옛 친구를 만난것 같은 느낌이었다.)

루모는 늑대와 여우 사이에서 생겼다는 전설을 간직한 볼퍼팅어 이다.
이 종족들은 어떻게 된게 아이가 태어나면 갖다 버린단다.
왜 그런지는 알수 없다. 이런것에 왜를 붙이기 시작하면 머리 아파진다.
그냥 그렇다.
그렇게 버려진 루모는 어느 농가에서 아주 안락하게 살다가 어느 날 하늘을 떠다니는 은띠를 발견한다.
이 순간부터 은띠를 찾아가는 루모의 모험이 시작된다.
물론 루모는 아주 어렸기에 그 모험은 자신의 뜻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 은띠가 루모에게 처음 나타나던 날은 악마바위의 외눈박이 거인에 의해 농장이 약탈 당하고,
루모를 키워주던 난쟁이 페르하헨들과 루모 그리고 온갖 가축들은 모두 외눈박이 거인의 포로신세가 된다.

이제 모험의 시작이다.
루모의 은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리 오래지 않아 밝혀진다.
그 은띠는 어쩌면 상투적이고 겨우 이거였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의 힘은 그런 곳에 있지 않다.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고 완벽한 모험소설이기에.....

루모는 처음에는 은띠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은띠의 의미를 알고난 이후에는 그 은띠의 존재를 구하기 위해서
모험의 모험을 거듭한다.
루모는 너무나 단순하다.
언제나 목적이 있으면 이러저리 재고 있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은띠를 찾기 위해 모험을 거듭할뿐이다.

이 모험의 길에서 루모가 만나는 이들과 광경들.
그리고 그의 길을 가로막는 자들과의 싸움들은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가 정말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의 생명체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 생명체들이 모두 이미 지구상에 있는 것들의 이러저러한 조합이거나 변형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생명체들은 모두 기괴하고 모두 새롭다.
가끔은 설명만 들어서는 도저히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복원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럴때는 걱정마시라!!!
친절한 작가는 곳곳에 삽화를 끼워넣어 독자들을 괴로움에서 구해낸다.

삽화속의 모든 생명체들은 처음에는 기괴하고 흉칙하기까지 하지만
그건 인간의 관점에서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루모와 차모니아 대륙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러한 생명체들에 대한 미추의 개념은 어느덧 사라진다.
내가 어느새 차모니아 대륙의 새로운 생명체가 되고,
온갖 기괴한 모습에 익숙한 그들이 나를 본다면 또 얼마나 웃기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할 것인가?
다양하고 다양한 생명체들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의식과 생각의 구조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함의 극대치를 보고 싶다면 발터 뫼르스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의 상상력의 위대함과 만나고 싶다면 발터 뫼르스다.

그러면 결과는???
그냥 재밌다.
2권의 이 두꺼운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독일의 독자라면 이 소설에서 그들이 신화나 민담이나 온갖 이야기들을 끌어들여
상징의 분석이 어떻고 할 지도 모르겠는데,(실제로 독일의 평론가들이 그런 작업들을 한단다.)
내가 보기엔 그런 것들을 모두 버리고 아니면 나처럼 아예 모르고 이 책을 보는게 더 책의 재미를 배가시킬거라는 생각이 든다.
뭘 더 바라느냐고?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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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굿모닝~~ 늘 명료하고 도움되는 리뷰 올리셔셔 고맙습니다. 저의 뇌구조는 흐흐... 규명불능입니다요.^^ 희망사항입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바람돌이 2006-10-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소풍 갔다가 이제 돌아왔어요. 도움이 되신다면 저야말로 기쁘지요. 사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 만으로도 기쁜 일입니다. ^^
 
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커면서 큰 상처없이 크길 바라는건 모든 부모들이 소망이자 어른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그런 큰 상처가 생겨버렸다면....
그것도 유아 성폭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처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매일 TV뉴스는 그게 남의 일이 아님을 전해준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내가 자식을 그것도 딸을 키우기 때문이리라....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아이에게 상처가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고 그 상처를 잊게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많이 아팠지 다독거리며 약을 발라주고 아이를 달래줄 것이다.
마음의 상처라고 해서 다를까?
감추고 없었던 것으로 기억의 저편에 묻어버리고 한다고 한 번 생긴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드러내어 대면하게 하고 약을 발라주고 치료해준다면
희미한 흉터는 남겠지만 그 상처는 그런대로 아물어 갈 것이다.
마음의 상처라고 해서 다를까?

작은 유진의 할머니가 유진에게 하는 말은 힘들더라도 상처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가르쳐준다.
"니가 그 일을 기억 못해서, 느이 식구들은 영영 그러길 바랬지만 나는 내내 걱정이었다. 늙어서 노망난 것도 아닌데 파릇파릇하니 자라는 것이 지가 겪은 일을 기억 못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단다. 다 알구, 그러구선 이겨내야지.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이겨낼 기회를 박탈하는건 어른의 몫이 아니다.
그 상처를 이겨내는건 아이들의 몫이겟지만,
어른 역시 상처를 이겨내야 하면 아이들의 그런 과정을 도울 의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아프고 힘겨웁다 할지라도....

어쩌면 한편에서 무식해보이고 별 교양없어 보이는 큰 유진의 부모가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다.
아이보다 먼저 부모가 고통을 회피해버리려고 하는건
아무리 아이를 위한 길이라 변명해도 역시 어른 자신이 고통을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부모는 용감해야 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용감해야 한다.
책속에 여성운동가로 나오는 유진의 남자친구 건우의 엄마와 같은 위선은 아이들 두번 죽이는것일게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들이 꼭 한 번 읽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약간의 도움만 받는다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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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들은 말이야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아닌것 같고 깬다 싶어도 모두들 마음속에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다 갖고 있다구
(하기야 그건 어찌보면 남자들이 큰소리치고 싶고 멋있게 폼잡고 싶어하는거랑 비슷할수도 있어
또  나처럼 게을러서 그런 욕구가 아주 가끔 표출되는 여자도 꽤 많지만 어쨌든 비슷해)

근데 남자들이 잘 모르는게 있어
그게 뭐냐면 말야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어려보이고 싶어하고 하는건
 항상 남자들에게 잘보이고 싶어서라고 착각하는 거지
물론 가끔은 그럴때도 있어, 없는건 아냐
하지만 그건 정말 마음속의 일부일 뿐이라구
그게 아니라면 남자들이 저 패션은 진짜 아니다 하는데도
당당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여자들이 왜 있겠어
오히려 여자들은 같은 여자들의 의견에 더 민감하지....
남자들의 감각을 별로 안 믿거든....

그냥 그게 Girl이야.
영원히 젊고 예쁘게 있고 싶은 욕구
하지만 현실은 안 그렇지
누군들 흐르는 세월을 잡아둘 수 있겠어

요코는 12살 아래 띠동갑인 신타로를 보고 맘이 설레
누군들 바로 옆에서 젊고 멋진 남자를 보면 안그럴까...
아줌마인 나도 아마 약간은 마음이 설레일걸
그래서 요코가 참 귀여워
다른 여자들이 신타로에게 애교떠는걸 보면서 질투하고 안달하는 모습이....
하지만 그게 그대로 사랑이 되는건 아냐
요코의 Girl에 대한 욕망이 신타로라는 대상을 매개로 나타난것일거야
요코가 그걸 깨닫는 순간 새로운 요코가 탄생하는거야

세이코는 이제 과장이 되었어
세이코의 남편 히로보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부하직원인 이마이때문에 너무 너무 화가나
남자랍시고, 선배랍시고 온통 무시하고 제멋대로거든
그래도 세이코는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남자들은 여자의 그런 배려를 항상 자신이 잘나서 여자가 찍소리 못하는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런 남자는 정말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유키코는 잘나가는 광고회사의 회사원이야
그녀의 옆에는 일은 무지 잘하지만 하는 짓이나 입고다니는 것이나 아직도 자기가 20대 초반인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은 오미츠가 있어
하지만 말야 뭐 그럼 어때
오미츠는 그게 즐거워서 그럴 뿐인데....
누구한테도 피해 안주고 오히려 항상 주변을 활기있게 만들어주잖아
유키고 오미츠 등등 30대 아가씨 아줌마 다 그냥 자신을 사랑하면 되는거잖아

유카리 역시 30대 회사원이야
친구 메구미때문에 갑자기 아파트가 사고싶어졌어
하지만 원하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희생해야 하게 너무 많아
누르고 누르며 자신을 희생해보지만 그 희생이 아파트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유카리의 선택은?
아파트냐 자신이냐!!!
그래도 유카리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 가는 과정은 참 재밌어
물론 유카리의 선택에 넉다운 되는 부장이 더 재밌긴 하지만.....

다카코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결혼했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도 있어
이혼하긴 했지만....
다카코는 슈퍼우먼이야
정말이라니까
그래서 솔직히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마음이 좀 짠해!
아마 앞으로도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카코는 잘 헤쳐나갈수 있을거야
아들을 위해서 철봉도 넘어보였고, 공놀이도 열심히 배웠잖아
그리고 같은 여성과 연대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

세상의 여자들은 모두 Girl일때의 꿈을 잊지 않아
때로는 향수가 되기도 하고 자기비하가 될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고
같은 여자들끼리의 연대를 만들어내기도 해
뭐 가끔 여자의 적은 여자일때도 있지만
여자의 동지로서의 여자가 더 많은게 사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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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30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늦게 까지 안주무시는군요. 저도 이 책 읽고 팠는데^^

바람돌이 2006-09-30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이야말로 주무셔야죠... 저도 이제 자러 갈려고요. 자야 내일 일어나서 출근할테니.... 이 책 공중그네랑 좀 비슷한 느낌이예요. 근데 작가가 남자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여자의 심리에 정통하네요. 재밌어요. ^^

하이드 2006-09-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오쿠다 히데오. 정말 대책없이 낙관적이죠. ^^

바람돌이 2006-10-0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킬 앤 하이드님/대책없는 낙관주의라 정말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가장 절묘한 말인것 같습니다. 그의 책들에 대해 이만큼 적당한 다른 말이 더 없을것 같네요. 대단한 지킬님!!! 빨리 하이드님으로 돌아올수 있기를.....

kleinsusun 2006-10-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재미있겠는데요. 필 확~꽂혀서 막바로 보관함으로!^^
 
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전쟁과 분단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불행은?
그건 아마도 이념이 인간을 삼켜버린것일게다.

적과 나의 이분법,
내가 아니면 적이다.
고로 나를 제외한 모든 너는 적이므로 해서 죽거나 고통당하거나 그것은 너의 잘못이다.

어떤 시기에 자신의 이념을 위해 생명을 거는 모습은 아름다워보인다.
혁명을 위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
태백산맥에서 염상진의 모습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건 혁명이 인간을 위한 혁명일때이다.
이념을 위한 이념, 체제 유지를 위한 이념이 될때는 어느쪽도 인간이 희생된다.
적이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이 그렇게 다를까
아마도 둘 다 이념을 위해 어떤 의미든 체제유지를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길을 걸어왔다는 것에서는 같으리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완전히 파괴된 삶속에서 장기수분들이 삶의 한자락을 붙잡을 수 있는건 자신이 믿었던 이념과 사상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었으리라....
이때의 이념은 그분들의 생존수단이다.
그것마저 무너진다면 그 1평도 안되는 공간속에서 어떻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분들에게 사상을 지키는건 삶의 마지막 희망 한자락이었을 것이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집요하게 전개된 전향공작은 바로 그 삶의 마지막 숨결을 거둬가고자 하는 행위였다.
몇 안되는 소수의 최소한의 생명줄도 끊어버려야 할 정도로 지독하게 잔인한 사회.
어떤 융통성도 허용되지 않고 모두가 나와 같아야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아집.

책속에 윤혁의 마지막 남은 삶을 구원해주는 보육원의 원장이 보낸 편지에 테레사 수녀의 시가 등장한다.

난 결코 대중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잇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는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사람이 통계숫자로 전환되지 않는 것.
하나의 개인의 특별함을,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것.
소설속의 박동건이 윤혁은 허구의 인물일수도 있지만 또한 허구의 인물일수 없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이념의 이름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짓밟는 사회는 이제 여기에서 끝내자고,
더 이상 이런 소설이 안 쓰여져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작가가 정말 얘기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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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9-2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께 감사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