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대국은 선해서 위대하다는 도덕론적이고 섭리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내면서 동시에 부유한 개인은 자신의 미덕으로 부유해진거라는 도덕론적, 능력주의적 아이디어를 밀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국가들 가운데 일정한 도덕적 특권을 인정한다면, 같은 논리가 1퍼센트‘
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대외적 섭리론과 대내적 능력주의는 함께 서든지 함께 무너지든지 해야 한다.
- P91

지난 40년간 능력과 타당한 자격에 대한 담론은 공적 담론의 중심에자리 잡았다. 이런 능력주의로의 전환이 갖는 일부 측면은 그 부정적인성격을 드러내 준다. 이 측면이란 첫째, 책임을 특히 강조함으로써 복지국가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련 리스크 부담을 정부와 기업에서개인으로 옮기려는 태도다. 둘째 측면은 더 야심적이다. 이는 사회적상승에 대한 언어적 포장‘이라 불릴 만한 표현들에서 나타난다. 열심히일하고 규칙대로 행동하면 누구나 자기 재능과 희망이 허용하는 한 사회적 상승을 할 수 있으리라는 약속 말이다. 개인 책임의 담론과 사회적 상승의 담론은 지난 수십년간 정치 논쟁에 불을 붙인 주역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능력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의 반격을 초래했다. - P111

그러나 트럼프와 브렉시트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에 표를 던진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은 사회적 상승에 대한 약속보다는 국민 주권 원칙의 재확인.
국가 정체성과 국가적 자존심 등의 강조에 동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주도적 세계화를 환영하면서 그 이익 대부분을 챙기고 노동자들을외국 노동자들과의 경쟁에 내몬 장본인들, 동료 시민들보다는 세계 각지의 엘리트들과 더 가까워 보이는 능력주의 엘리트, 전문가, 전문직업인 계층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 P123

이것이 능력주의의 약속이었다. 더 많은 평등의 약속이 아니라, 더 많고 더 공정한 사회적 이동 가능성의 약속 말이다. 이는소득 사다리의 단 사이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P145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능력주의적 사회에서 대학 진학이 계속 강조됨으로써 비대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화된다고 본다. "교육이야말로 사회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권고는, 사회경제적으로낮은 지위의 집단이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되면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강화될 위험성을 키운다. 이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더 선뜻 받아들이게 하며, 성공은 능력 나름이라고 믿기 쉽도록 한다. "교육을 개인책임이라 여기게 되면 교육 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줄어들 것이다. 교육 성과는 대체로 개인 하기 나름이라 여겨지게 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성공 및 실패 또한 그렇게 된다.  - P161

그리고 최근의 역사적 경험은 도덕적 인성과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정치 판단 능력과 표준화된 시험에서 검수를 잘 따고명문대에 들어가는 능력 사이에 별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최고의인재들이 저학력자 동료 시민들보다 통치를 잘한다는 생각은 능력주의적 오만에서 비롯된 신화일 뿐이다.
- P165

피케티는 좌파 정당들이 노동자 정당에서 지식계급, 전문직업인 정당으로 탈바꿈한 것이 왜 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불평등 증가에대응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본다.  - P170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직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정치를 하니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비대졸자의 사회적 기여를 폄하하며 사회의 저학력 구성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그리고 노동계급 전체를 대의정부에서 효과적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정치적 반격을겪는다.
- P171

기술관료적 접근을 정책에 쓸 때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책결정권이소수 엘리트에게 돌아가고 그만큼 일반 시민은 무력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적 설득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제화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한다. 자의에 의해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체중 조절을 하거나 윤리 경영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강제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방법‘의 대안일 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하도록 설득하고 권유하는 방법‘의 대안도 된다.
- P176

의라 해도 정의로운 사회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먼저, 능력주의의 이상은 이동성에 있지 평등에 있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능력주의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벌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능력주의에서 중요한건 ‘모두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다리의 단과 단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능력주의의 이상은 불평등을 치유하려 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한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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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재능으로 대입이 이뤄져야지, 학생 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다른요인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그들 모두 ‘대입은 실력에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암묵적으로) 노력한 사람은 대입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혜택을 누릴 자격을 갖는다고도 보고 있다.
- P33

이는 청소년들에게 지나친 부담이다. 시민적 감수성에도 유해하다.
우리가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사람 또는 자기충족적인 사람으로 볼수록 감사와 겸손을 배우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런 감성이 없다면 공동선에 대한 배려도 힘들어지게 된다.
- P37

기술관료적인 정치 개념은 시장에 대한 믿음과 강하게 연관된다. 그것은 꼭 국가 개입이 일체 배제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의미하지는않는다. 하지만 시장경제야말로 공공선을 달성하는 데 기본적 도구라여기는 것이며, 따라서 더 큰 범위에서 시장을 신뢰하는 것이라 할 수있다. 정치를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기술관료적 정치가 이뤄진다. 그것은 실질적인 도덕적 논쟁에 대한 공적 담론을 실종시켰으며, 논란이 있는 이념 문제를 마치 경제 효율 문제 처럼 전문가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문제인 듯 취급했다.
- P45

기술관료적 통치 방식은 여러 공적 문제를 기술 전문가들에게 맡김으로써 보통 시민들은 손을 써볼 수조차 없도록 만들었다. 이는 민주적 토론의 범위를 좁히며, 공적 담론의 내용을 공허하게 하고, 개인들이 점점 더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 P46

바로 수십 년 동안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관점‘이다. 그들은 새로운경제 환경에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왜 ‘승자가 경멸적으로 깔보고있다‘고 느끼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 P48

 빈부격차에 대한 진지한 대응은 무엇이든 부와 권력의 불평등을 직접 다뤄야만 하며,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들을 돕는 방안으로는 무마될 수 없다. 사다리 자체가 점점 오르지못할 나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P51

민주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려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정치 담론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 공통의 일상을 구성하는사회적 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능력주의를 진지하게 재검토함으로써 가능하다.
- P61

능력주의의 폭정 중 일부는 이러한 충동에서 비롯된다. 오늘날의 세속적 능력주의 질서는 이전의 섭리론 신앙처럼 성공에 도덕의 틀을 씌운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통해 신의 섭리를 불러온게 아니라 해도(그들은 스스로의 노력과 근로에만 감사할 뿐이다), 성공은그들의 탁월한 덕성을 반영한다. 부자는 가난한 자보다 부자일 만해서부자라는 것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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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병이란 결코 상실이나 과잉만이 아니다. 병에 걸린 생명체, 다시 말해서 개인은 항상 반발하고 다시 일어서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주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혹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되찾으려하고 아주 기묘한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반응한다. - P22

그렇더라도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69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의 마음은 미사의 정신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긴장과 정숙이 감도는가운데 그는 완전히 무아지경에 빠져서 종교의식에 자신을 내맡기고있었다. 그런 모습 어디에서도 기억상실증이나 코르사코프 증후군의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생각할 수없을 정도였다. 이제 그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메커니즘의 희생자가아니었다. 기억상실증이나 기억의 불연속 따위가 도대체 그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는 어떤 하나의 행위에 그의 존재를 기울여 그것에 몰두했다. 인간에게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유기적인 통일을, 바늘 하나도 꽂을 틈 없는 연속을 그는 달성하고 있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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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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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지인들 중 지난 2016년 촛불 시위 때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그들이 요즘 술만 먹으면 울분을 토한다.

울분의 주된 이유는 당연히 실망감이다.

그들은 말한다.  촛불시위가 성공하고 박근혜의 탄핵이 결정되었을 때 자신은 정말로 새로운 세상이 올줄 알았다고....

사실 나로서는 이렇게 말하고 울분을 토하는 지인이 더 신기했다.

차마 입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아니 정말? 진짜로? 세상이 완전히 뒤집힐 줄 알았다고요? 설마요?'이런 말을 중얼거렸던듯하다.

 

조국 사태를 처음 보도로 접했을 때 나의 반응은 약간 시큰둥했었다.

저 양아치들이 또 트집을 잡고 있구나라는 감정 약간과 그래 뭐 조국같은 사람조차도 자식 문제에서는 남들과 똑같구나 정도의 감정이었다. 거기다가 '아니 대한민국이 이런거 몰랐어? 조국도 있는 집 출신이고, 대한민국의 있는 집이면 저 정도는 다 예상할 수 있는거잖아'라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분노라기 보다는 약간의 허탈감 정도가 내가 느낀 감정의 다였다.

그런 내가 이 문제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역시 주변의 20대, 30대 초반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그들은 정말 분노했다.

조국의 딸이 가지는 그 기회를 갖기 위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기회 자체의 박탈을 겪어온 세대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20대 30대였다.

그 때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기성세대구나. 지금은 20대 30대와 나는 축적해온 경험이 다르고, 불평등을 민감하게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그런 점에서 내가 너무 안이했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했던 저 단편적인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봤다.

문제는 내게 있는게 맞다.

80년대의 암흑을 지나온 나는 어느 순간 '그래 이만하면 됐지.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천천히 나아질거야'라는 근거없는 낙관으로 내 삶을 편안함의 자리로 옮겨놓았었구나.

그래서 점점 더 심해지는 불평등과 불합리를 내 속에 그냥 묵혀두었었구나.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극단적 개인주의일상의 사막화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그것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시작부터 내 마음의 죽비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맞아 우리 이러다가 정말 다 죽을지도 몰라.

세상은 전혀 좋아진게 아니야.

살기는 더 팍팍해졌고, 절망하는 이들은 더 많아졌고,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있는데도 나는 세상이 다 그런거지라는 말 속에 그것들을 다 묻어버리고 있었구나

 

다시 말하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 일상 민주주의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도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군사주의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있겠지요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것은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고너무도 널리 퍼진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 P33

 

문제는 역시 민주주의다.

오랫동안의 독재와의 싸움을 해왔던 우리는 정치적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합의된 지점이 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기동안 우리가 겪었던 민주주의 투쟁을 생각해보자.

1960년의 4.19혁명은 사실 엄청난 일이었다.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겨우 15년, 공화국 체제가 시작되고 투표라는걸 처음 해본게 1948년이고, 심지어 한국전쟁이라는 끔찍한 내전까지 겪은 나라에서 벌써 정치혁명을 일으키다니 이건 세계사적으로도 엄청난 일임에 틀림없다.

이후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의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2016년의 촛불투쟁까지 우리는 정말 숨가쁘게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길을 달려왔다.

 

이 책의 논지와는 상관없이 논외로 가끔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숱한 반동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올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정말 다르지 않은가말이다. 그냥 나 혼자 생각인데 우리 역사 속 중앙집권화의 역사가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근대 이전의 역사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는 사실상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런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고도의 관료제와 상비군체제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조선왕조 500년의 중앙집권화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고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다른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에 익숙한 민중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강력한 중앙권력은 그리 낯선 존재도 지나치게 무서운 존재도 아닌게 아니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온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말이다. 그 중앙권력을 바꾸는 힘도 우리 역사속에서 같이 키워져 온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의 민주화다.

중앙집권적 체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통제에 익숙하고, 통제속에서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데도 익숙하다. 그것의 억압이 극한에 달했을 때는 그 권력을 깨기도 하지만, 일상속에서는 권력의 연쇄고리안에서 적당히 보존하고 사는데 익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일상의 권력적 위계질서에 아주 익숙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속에는 권력의 위계질서가 내면화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안의 파시즘 인식하지 못합니다이러한 억압의 문화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그것이 사물의 질서세상의 이치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에리히 프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것은 정상성의 병리성이었던 것입니다. - P95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P100

 

갑질문화의 창궐, 미투 운동에 대한 비아냥, 여전히 억압적인 성담론과 문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부재, 자본주의적 경쟁에 대한 회의 없는 긍정, 불평등한 교육의 기회에 대한 문제 제기 없는 교육계의 현실, 기업과 싸울 때 오히려 가면을 쓰고 싸워야 하는 현실, 생 양아치들을 보수우파라고 칭해주는 우편향의 정치문화, 민주당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냐싶은데 그들이 좌파라고 칭해지는 현실,

그 어디에도 한국사회가 진보적이라는 증거가 없는 이 현실을 어찌 할까?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자는 서구에서 기존의 모든 가치와 담론에 문제제기를 했던 68혁명 정신이 한국의 군사독재에 의해 저지당했던 것을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얘기한다.

기존의 가치가 한번 어떤 식으로든 전복되지 않으면 새로운 생각이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이 혼란과 아비규환 같은 상황들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

항상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문제를 알게 되면 이제 해결점을 찾아가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부끄러워졌던 나를 잊지 않는 것.

내 일상을 다시 바로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세상에 대해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들에 대해서 귀 기울이는 것.

오늘 내게 온 죽비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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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0-10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선생님의 ˝함께 맞는 비˝라는 글귀를 좋아하는데, 저 죽비를 저도 맞아야겠네요!ㅠ 좋은 세상을 기원하면서요!ㅎ

바람돌이 2020-10-10 18:59   좋아요 2 | URL
일상의 민주화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워요. 오늘도 이 휴일에 딸래미 학원 데려다주면서 이놈의 경쟁교육에 내가 또 일조하고 있구나.... ㅠㅠ 일상의 민주화란 일단은 내 안의 욕망을 한번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일듯요. 우리 죽비는 같이 맞아요. ^^
 

 통일은 천천히 하더라도, 분단을 야기한 냉전체제해소는 시급히 이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냉전체제가 이 나라를 완전히 볼품없는 나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냉전체제는군사 주권을 미국에 양도함으로써 한국의 국가 주권을 훼손했고,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지형을 조성하여 정치 구도를 기형화했으며, 재벌 독재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 경제 정의를 파괴했고, 권위주의적 성격을 심어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왜곡했습니다.
- P199

귄터 그라스는 바로 이 역사적 사실을 짚은 것이지요. 독일 민족이 다 함께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동생 격인 작은 나라동독이 혼자 떠맡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세는 서독이 동독에게 진 바로 그 역사의 부채를 탕감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그라스의 ‘부채 탕감론은 들끓던 통일세 논쟁을 잠재웠고,
서독인의 불만 정서를 누그러뜨렸습니다. 독일에는 이런 말을할 수 있는 ‘지식인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지요 - P223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남북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북한의 권위주의적 사회주의를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가, 남한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어떻게 인간화할 것인가. 이 두 개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바로 통일 사회가가야 할 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통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공동의 인식입니다.
- P243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상상력이 너무도 빈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바뀌는상황에 무조건 적응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전이 없을 뿐입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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