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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독일에서는 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필요합니다. 독일의 교육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라고 했습니다. 왜한국에서는 이렇게 민주주의가 취약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아도르노의 에세이에서 본 이 말은 저에게 개안의 충격을 주었지요.
이 말이 옳다면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것이니까요. 저는 이 말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왜 취약한지를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까요?
- P113

저는 ‘진보‘란 정치적 좌우 개념을 넘어서 보다 넓은 의미에서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겪은 고통과 억압을 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좌파라는 겁니다. 이에 반해 보수는 대개 고통과 억압보다는 권력과 질서에 민감하지요..
- P137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우리처럼 과도하게 우편향된 정치 지형을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기형성을모른 채, 우리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언론이 거짓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금 보수와진보가 서로 경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득권이 만들어낸 최악의 거짓말입니다. 사실해방 이후 한 번도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손을 잡고 권력을 분점해 온 구도입니다. 저는 이것을수구-보수 과두지배(oligarchy)‘라고 부릅니다.
- P172

이러한 우편향된 지형에서 수구와 보수가 선거법을 매개로과두 지배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 현실입니다. 한국이 수차례의민주 혁명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더 지옥이 되어가는 이유는 이러한 구조적인 결함에 있습니다. 민주화가 되어도,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도 이 나라는 변하지 않는구나, 이 점을 이제는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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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내 안의 파시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문화, 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물의 질서‘, ‘세상의 이치‘,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에리히 프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것은 정상성의 병리성‘이었던 것입니다.
- P95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 P100

결국 문제는 민주화 이후 86세대가 보인 행보입니다. 그들은 정치 게임에 능한 반면, 사회개혁에 무능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86 세대와 독일 68세대의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 P104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지 못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86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입니다. 86 세대가 자신들의 도덕적 결단에 의해서, 또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만큼 진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대결해 본 적이 없습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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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 P5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도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있겠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 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고, 너무도 널리 퍼진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 P33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자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어떻게 민주적으로 모아지는가 하는 것, 즉 조직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조직 내부에서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사회 민주화의 요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 민주화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들의 자치입니다.
- P38

전쟁이 끝난 후 독일에 들어온 연합군은 나치 체제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기업 영역에선 어떻게 나치즘을 청산해야 할까?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치가 기업 전체를 완전히 장악해서 삽시간에 전쟁 기업으로 전환시킬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권력이 너무나 약했기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치즘과 같은 재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나치즘의 역사가노사공동결정제의 탄생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역사는 때론 참으로 역설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 P45

요컨대 베트남전쟁을 보면서 도덕적 충격을 느끼고, 미소 간의핵무기 경쟁을 보면서 부조리한 세계를 체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전체를 부정하고 기성 가치 전체를 회의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 질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은 기실 거대한 억압의 체제이고, 이것을 혁파해야 한다는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해방‘이라는 68혁명의 핵심 구호가 탄생하게 됩니다.
- P57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으로서 독일 교육의 독특한 성격을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비판 교육(Kritische Pidagogik)‘입니다. 정말 특이한 교육이지요. 세계에서 비판 교육을 교육의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 P66

반면 한국에서는 권력을 비판하는 개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조롱합니다. 뚱뚱하다는둥, 못생겼다는 둥, 게으르다는 둥, 무능하다는 둥 외모를 비하하거나 약자를 조롱합니다. 정말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를 전도된 개그 정신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비판하지못하는 개그가 약자를 공격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병리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P68

전 세계가 베트남전쟁에반대할 때 우리만 베트남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셈입니다. 제가 유일한 지상군 파병 국가라고 할 때 사실상‘이라는 말을 붙였는데요. 그것은 지상군을 파병한 나라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이 20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5년 동안 32만 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는데 대만은 달랑 20명을 파병했습니다. 20만 명이 아니라 20명 말입니다. 대만 역시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파병했을 텐데 오죽하면 20명을 보냈을까요. 그러니까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지상군파병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P87

1968년부터 한반도가일종의 게릴라전 상태로 접어들면서, 박정희는 이를 명분으로 남한 사회를 본격적으로 ‘병영사회‘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이를위해 처음으로 한 일이 바로 주민등록법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주민등록법을 만든 목표는 명확합니다. 바로 ‘간첩 색출입니다.......국민교육헌장, 예비군 훈련 시작, 교련 수업 등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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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사회학자이다. 따라서 저자가 예로 드는 사회적 현상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그 사례의 내용들이 오늘의 한국에 갖다놔도 별로 어색함이 없다. 이건 글로벌화의 영향도 있을테지만 더 중요하게는 유럽 사회와 한국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비슷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제기하는 핵심 담론들은 큰 위화감없이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로 읽어도 무방했다.

이 대목에서 세계를 균질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아니 자본의 힘에 또다시 짓눌리는 느낌이다. 자본의 세계화만큼 그에 대한 저항도 세계화 될 수 있을것인가를 생각하면 잠시 암담하다. 그러나 암담하다고 생각과 행동을 멈출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세상의 변화를 믿는 철없는 낭만주의자라는 내 포지션을 지키고 싶으니까..... 물론 이 말은 전혀 과학적이지 못할뿐만 아니라 몽상적이기까지 함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며칠전 휴가여행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도 엄청 질타받았던 바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런 희망이라도 갖지 않으면 삶이 너무 암담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책을 읽고싶은 이 욕망도 어쩌면 이 암담한 세상에 매몰되고싶지 않은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열정페이도 마다하지 말고. 그러면 너는 성공해서 부와 성공을 이룰 것이다.

수많은 책들이, 유명인사들이 부르짖는다. 그 첨병에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같은 유명인사들이 포진해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면서 외면하고 있다. 젛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얼마되지 않으며, 좋아하는 일을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걸. 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의 끝은 남과 다른 신화 창조적 부와 성공이어야 하나?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그 일의 노동조건과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투쟁과 연대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건 왜 말하지 않는가? 사실은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 유리한 것은 수많은 개미들이 죽어라고 경쟁하는 것임을. 그래서 오늘도 신화는 만들어지고 널리 널리 울려퍼진다. 청년들이여. 연대하지 말고 경쟁하라! 그래서 성공하라!

같은 의미에서 이제 실업은 사회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런 이데올로기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개인 실업자들 조차도 다른 실업자와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나와 타인을 구분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OECD 상위 국가들의 중산층 신화를 생각해보게 된다. 실제의 처지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능력이 없어 실업자가 되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생각, 이런 심리적 허구적 중산층의식 역시 나와 타인을 구별짓고 실업자간의 연대를 무시하며 이 차별적 사회의 근간을 굳건히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이주민은 설 자리가 없다.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청년문제 실업자문제에서 그러하듯이... 제주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우리 사회가 보인 극도의 히스테릭한 반응들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최대한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선을 그었다. 그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 나라로 전 세계의 난민이 몰려오고, 그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일 것이며, 결국 우리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악이 될것이란 상상이 그 히스테리의 근저에 있지 않았을까? 최대가 아니라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듯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면 좀 더 이성적이기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난민문제가 어렵다는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극우세력이 하는 주장을 우리는 반 이상의 국민이 주장한다는 것이 너무 서글펐을뿐....

성, 젠더의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도 여성의 입장에서의 접근뿐만이 아니라 남성의 입장에서의 접근이 흥미롭다. 미국의 총기사건은 대부분 남성 그것도 중산층 백인 남성이 절대 다수란다. 자신의 억압된 남성다움을 폭력으로 폭발시키는 양상에 주목하면서 남성성을 강요하는 문화에 대해 고민을 던져준다. 이것은 또한 성범죄, 왕따문제, 시기피해 등에 있어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사회현상과도 당연히 관련되어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사회는 어느 정도 공정하고 나만 잘하면 부당한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정한 세상 가설‘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지배층에 가까울수록 이 가설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성공이 공정하다고 가정해야 자신이 도덕성이 훼손되지 않을테고 성공 역시 정당한 것이 될테니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며 나와 선을 긋고,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무화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미투참가자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보라. 피해 예방에 애쓸것이 아니라 가해 예방에 애쓸 일이다.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시각 중 하나는 이른바 진보적인 사람들의 도덕적 우월성에 대한 것이다. 유기농 식품의 섭취 및 재배, 공정무역상품 구매, 친환경 여행 상품의 구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제품의 구매 등 소비 영역에서의 이 변화들은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가질까? 물론 이런 행동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소비행위에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보자. 비싼 유기농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친환경이고 뭐고 도대체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말이다. 진정 환경을 위한다면 아예 여행을 안가는게 맞다. 이런 말의 의미는 앞에서 말한 소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소비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계급의 문제다.

근대사회에서는 계급의 문제가 자본과 노동의 문제로 비교적 단순하게 나타났다. 누구의 눈에도 극명하게 계급 차별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 시대 계급문제는 노골성과 은폐가 교묘히 결합되어있다. 특히나 유럽이나 우리나라처럼 살만한 나라들에서는 누구나가 중산층이며 상류층으로 역전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부당함은 나의 부당함이 될 수 없다. 거기에 나와 타자의 구별과 차별, 거리두기가 있르며 이 선을 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희망은 멀고도 멀것이다.

최근의 새로운 부동산법을 둘러싸고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온국민이 잠재적 부동산 투기자이고 과반의 국민이 실제적 부동산 투기자인 나라에서 어떤 부동산정책도 결국 보수화되어버리지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부동산을 통한 중산층 상류층으로의 신화달성! 그 속에 내집마련이 환상이 되어버리는 빈곤층이나 이제 출발하는 청년들이 설 곳이 생길 수 있을까?

묵직한 주제에 비해서 책의 내용은 어렵지않다. 제목 때문에 얼마전에 읽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일상적 미시적 차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면 이 책은 조금 더 거시적이고 이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함께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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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위가 낮으면 교육받을 기회가 적어 전문 지식을 쌓기 힘들 것이고, 그럼 당연히 실업할 위험성도 높다. 따라서 이들이야말로 실업자의 곤란한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다. 실업이 개인의 책임만은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들이더 실업자의 부정적인 태도를 탓하며,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실업자들이 자신은 다른 실업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상황 탓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남들은 자기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자신과 남들을 구분한다. 동일시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집단을 꾸릴 여지가 없어질 것이므로 실업자조직을 만들어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도 자동적으로 사라지고 만다.
- P111

공정한 세상 가설 - 세상은 공정하고 정의롭고 안전하기에 나만 제대로 행동하면 공정한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신도 부당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무섭고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부당한일을 당한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그래야 자신은 계속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음과 같이 여기고 믿는다. 세상에는 정의로운 규칙이 있다. 나쁜 일은 불운의 탓이 아니라 그 개인의 잘못된 행동 탓이다. 세상만사가 뿌린 대로 거두는법이다.  - P151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이 가설은 여러 가지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으면 굳이 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사회심리학자 지크 루빈 (Zick Rubin)과 레티티아앤 페플로 (Letitia Anne Peplau)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했다. 57 그 결과에 따르면 세상의 공정함을 믿는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또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사회적 약자의 고단한 상황을 개선해주고 싶은욕망이 적었다. 이들은 자기 불행은 자기 탓이라고 믿음으로써 자신의 세계관을 지키려 애썼다.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는 생각, 자업자득이라는 믿음은 약자에 대한 공감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 P152

이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기대가 돈과 시간을 요하는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식에게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도덕적 정언 명령 역시 시민 가치의 상징적 표식이다. 그렇게 되면 일하느라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엄마들을 향해 도덕적으로 해이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능력은 한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 아니라 도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물론 의식 있는 식습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 계급의 우월함을 표현하고 사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사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P181

녹색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두 가지 목적을 이룬다. 지구를 구하겠다는 개인의 목적과 기업의 매출과 성장, 이 두가지 목적에 기여한다. 공정 제작 스마트폰이나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배낭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재를 더 집중 소비하면서도 양심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제품 제작의 환경 영향만을 고려할 뿐, 진정한 환경 보호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소비를, 제품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일 테고 나아가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만드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시장 친화적이지 않고기업에 유익하지 않으며 소비 지향적 상류층의 자기 과시에도 별도움이 안 된다.
- P184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의 비전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도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무지한 인간들‘을 배제하는 독선적 경계 짓기야말로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신중한 식습관은 교육 및 수입과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방어의 안전지대에서 걸어나오라고 애걸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자신의 안전지대에서걸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들여다보는 쪽이 더 의미가 있을것이다. 정직한 공동체는 윤리적으로도 바람직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공동체는 물질적 차이나 교육 수준의 차이가 도덕적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각을 관용으로 대할 수 있을 때 생겨난다.
- P189

요즘엔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등지는 사람들이점점 늘고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나쁜 인간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다채롭고 열린 민주주의의 기틀은 의견의 자유다. 그 말은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의견도 인권 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항상 관용으로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용이라고 해서 다른 입장에 동조하라는 것이 아니다. 거슬리더라도 ‘남의 생존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 P226

우파 포퓰리스트들과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그렇게 강력하게 기후 변화를 반박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행동방식과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막대한 부과금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진실 공격의 새로운형태와 마주하게 되었다. 진실과 거짓을 정하는 것은 독립된 사실과 의견의 다양성, 이성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진실과 거짓을 가른다.
- P234

분명한 것은, 이해를 하려면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상대의 입장과 논리보다 상대의 정치적 신념이 더 중요하다면, 공감이 자기 집단의 구성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우리는 결코상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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