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1위, 커피믹스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생필품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측조차 어려운 난제만은 아니다. 생필품 매장을 대표하는 곳을 대형 할인마트로 보고, 그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을 답으로 보는 데에 무리가 없다면 말이다. 그것은 바로 ‘커피믹스’다. 국내 최대 할인마트는 올 들어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제품군을 커피믹스라고 발표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커피,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 화려한 알루미늄박 필름에 들어 있는 커피믹스의 실루엣이다. 한낱 분말 또는 과립의 혼합물이지만 따끈한 물에 녹는 순간 괴력을 발휘한다. 쌉쌀한 듯 구수하게 감도는 그윽한 단맛. 한번 입에 익은 사람은 순식간에 포로가 된다. 하루 한두 잔은 기본이고 마니아라면 몇 잔씩 습관적으로 마신다.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니 편리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발전해가는 커피 소비문화를 건강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구성 원료들을 도마 위에 올려보자. 먼저 커피는 유해 여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카페인과 같은 각성물질이 ‘창’이라면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물질은 ‘방패’와 같다. 즉,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커피에 대한 선악 구분은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두 번째 물질인 설탕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다. 문제는 세 번째의 프림이다. 커피 크리머의 또 다른 이름인 프림은 문제가 많은 물질이다. 프림을 보면서 우유를 연상한다면 순진한 사람이다. 식물성 유지, 카세인나트륨, 제이인산칼륨, 실리코알루민산나트륨…. 세포에 원형질이 있다면 이 물질들은 프림의 원형질이다. 여기에 향료, 색소 등이 추가된다.

우선 프림의 뼈대와 같은 식물성 유지를 보자. 이것은 인공경화유다. 가공식품 유해성 논란의 첨단물질인 트랜스지방산이 당연히 똬리를 틀고 있다. 그 뒤에 늘어서 있는 낯선 물질들은 무엇일까. 기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틀어 유화제로 이해하면 된다. 우유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용하는 첨가물이다. 물론 화학물질이다. 모 커피믹스의 깊은 풍미를 유독 사랑하는가? 그것은 향료의 작품이다. 커피믹스로 만든 이른바 ‘다방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 결국 정제당을 큰 숟갈 가득 먹은 것이고, 심혈관 질환의 주범인 트랜스지방산을 먹은 것이며, 수많은 화학물질을 먹은 것이다.

커피는 기호음료를 대표한다. 이젠 기호음료 소비문화도 건강이라는 틀 위에 올려놓고 다시 재단해야 한다. 커피믹스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을 뵌 것은 약 30년 전이다. 당시는 인스턴트 커피조차 귀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변해 있다. 바람직한 기호음료 문화란 무엇일까. 가급적 가공을 적게 한 차를 즐기는 것이다. 원두의 ‘블랙 맛’을 배워보자. 다방커피가 현란한 환락가의 맛이라면 블랙커피는 칼칼한 여염집의 맛이다. 우리 몸은 후자의 맛을 더 좋아한다. 자연의 맛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회학자 데버러 럽튼은 “인류의 위험은 자연적인 것에서 인위적인 것으로 변해왔다”고 갈파했다. ‘생필품 1위 커피믹스’라는 현실을 보니 그 말의 뜻이 비로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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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7-1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생각해보면 주위에 먹을것 하나 없다는... 방금 SBS스폐셜에서 싱가포르에서 아동비만잡기라는 주제로 내보내는것 같던데 보니까 청량음료에 있는 당의 함류량이 싱가포르보다 거의(?) 두배라네요. 각설탕이 13개 들어간 것과 같다던가 하던.....-_-; 완전 설탕물이 따로 없더라구요.(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심각해 보이는 수준..;) 여하튼 저 책을 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면(직접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꺼림칙 해지더라구요. 이미 먹어 버린거라 어쩔 수 없지만요.ㅠ;

balmas 2006-07-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580에서는 국내 스타벅스 커피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내용을 방송하더군요.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 1000원에서 1500원 가량 비싸더라고요 ... -_-

가넷 2006-07-1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맞죠? 확실히 다른 나라와 비교 했을때 폭리를 취하기는 하네요.; 그런데 우선 거기 가는게 더 이해가 안되네요..--;

balmas 2006-07-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ro님,

한달 전쯤에 스타벅스에 관한 글을 하나 페이퍼로 올린 적이 있답니다.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94883

경향신문 [매거진 X]에서 특집으로 다룬 건데, 한번 읽어보세요.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잘 나타나 있죠 ... :-)


balmas 2006-07-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잘 하셨어요.
저는 매일 커피믹스나 다름없는 자판기 커피만 마시는데요, 뭘.
집에서도 주로 인스턴트 커피를 애용 ...
원두커피는 너무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비자림 2006-07-1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글이지만 반갑네요. 다음 단계는?
퍼가겠나이다.^^

balmas 2006-07-17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자림님, 그러세요. :-)

페일레스 2006-07-1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자연물 vs 인공물의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환경론자들의 논리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과학적으로 분자구조가 동일하면 동일한 것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설탕이란 것도 그 자체로는 유무해를 따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몸에 과도하게 저장됨으로써 각종 질병이 유발되는 것이니까요. 적당히 먹고 운동하는 게 건강의 근원 아닐까요? 이글루스에서 글을 쓰는 모기불님(http://mogibul.egloos.com) 블로그에 가면 여러가지 얘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balmas 2006-07-1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이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네요. ^-^
맞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 부정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아주 신중하게 듣고 판단해야 할 이야기들이죠. 각종 성형수술이나 미용, 건강 등에 관한 담론도 마찬가지지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국화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미 FTA를 통해 의료시장만 개방되면, 사실 미국과 다를 바 없게 되겠죠.
결국 신문방송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미용과 건강, 의료상식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미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예비 전략인가? -_-

반딧불,, 2006-07-1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아침에 석잔 마시고 앉아있었어요. 이제 안끊어져요ㅠㅠ

balmas 2006-07-1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헉, 커피 많이 드시네요. 아침에만 석 잔 ... 커피 대신 다른 차를 마셔보시죠, 커피는 한 잔만 하시고.
새벽별님/ 오, 좋으시겠어요, 커피를 한 잔도 안 드시고 ... ㅎㅎㅎ 소아적이긴요,
이기적이지 ... 3=3=3=3=3
 
 전출처 : 에로이카 > [프레시안] KIEP의 FTA 자료, '황우석 경제학'으로 밝혀져

월급도 얼마 못 받는 권영길 의원이 자비까지 들여 이런 일을 해야하나 싶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정홍보처에 들어가는 헛돈을 권영길 의원에게 지급하라!!!  

 

 

KIEP의 FTA 자료, '황우석 경제학'으로 밝혀져

[단독] 권영길 의원 재검증…"GDP 감소하고 무역도 적자"
등록일자 : 2006년 07 월 12 일 (수) 09 : 21   
 

  정부가 한미 FTA 대국민 홍보에 '유일하게' 인용해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미 FTA 관련 연구결과 자료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검증결과가 나왔다. 이는 KIEP의 연구 자료들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온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직접 KIEP의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을 벌인 결과다.
  
  12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권 의원의 검증작업 결과는 놀라웠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단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2% 감소하고 대미무역에서도 5조 원가량 적자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GDP가 늘어나고 대미무역도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던 KIEP의 연구 결과와 정반대다.
  
  권영길 의원 "한미 FTA로 GDP 0.32% 감소, 대미무역 적자 5조 원"
  

▲ 권영길 의원이 11일 민주노동당 주최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 FTA 바로 알기 캠페인'에서 "서민 생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졸속적인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프레시안

  권영길 의원 측은 지난 4월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서 KIEP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했다는 '국제무역 분석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버전 6(GTAP Database Version 6)'라는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빠듯한 의정활동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거액을 써야 했던 이유는 KIEP가 약속했던 공개검증을 차일피일 미루는 데 반해 정부는 KEIP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한미 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보기)
  
  권 의원 측은 계량경제에 정통한 서준섭 민노당 정책연구원과 모 대학 계량경제학자의 도움을 얻어 KIEP와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해 KIEP와 동일한 모형을 이 프로그램에서 돌려본 결과 '한미 FTA가 발효되면 단기적으로 GDP가 0.32%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KIEP는 '한미 FTA로 GDP 0.42%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었다.
  
  서준섭 연구원은 "KIEP와 같은 데이터을 사용해 같은 모형을 돌렸는데 GDP 차이가 0.74%포인트나 된다"며 "관세할당치를 다르게 설정한다든가 하는 이유로 양측의 연구 결과에 작은 수치의 차이는 날 수 있어도 GDP 변화가 플러스(양의 값)에서 마이너스(음의 값)로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정부와 KIEP가 '한미 FTA로 대미무역 적자가 나는 것이 아니라 대미무역 흑자폭이 줄어드는 것뿐'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권영길 의원 측의 연구 결과 '대미무역에서 4조9559억 원(시장가격 기준)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무역수지뿐 아니라 대(對)세계 무역수지도 2조8710억 원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 의원 측은 KIEP와 정부가 'GDP 7.75% 증가'라는 한미 FTA의 중장기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장기(동태) 모델, 이른바 자본축적 모델은 단기(정태) 모델에 자본축적과 관련된 방정식을 하나 더 끼워넣은 것"이라며 "단기모델의 결과가 틀렸을 때 자본축적 모델의 결과도 당연히 틀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 ⓒ프레시안

  그뿐만 아니라 권 의원 측의 검증 결과 KIEP는 연구의 전제가 되는 가정에 있어서도 말 바꾸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 보고서들에서 '제조업의 생산성 증대 효과 1%', '곡물 등 주요 농산물 관세 100% 인하' 등을 가정했던 KIEP가 권 의원 측에 제공한 자료들에서는 '제조업의 생산성 증대 효과 1.2%', '곡물 등 주요 농산물 관세 90% 인하' 등으로 슬그머니 수치를 바꾼 것. 바뀐 가정들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가 보다 긍정적으로 나오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권 의원 측은 "KIEP의 연구 결과를 검증하다 보니 이상한 점,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줄기세포 연구가 국민들이 상세히 알기 힘든 전문분야라는 이유로 황우석이 우리 국민들을 혹세무민했던 것처럼 KIEP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학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IEP의 황당한 주장 '지적재산권 때문에 자료공개 못해'
  
  권영길 의원 측이 KIEP에 한미 FTA 관련 보고서들에 사용된 분석모형 및 자료 일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KIEP는 지난 5월 23일 권 의원 측에 공문을 보내 "(요청하신 자료 중 일부는) 우리 연구원 및 연구자가 지적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고유 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은 "변리사에게 문의해 본 결과 국책연구소처럼 공공의 성격을 지닌 기관이 '지적재산권'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또 KIEP는 위 공문에서 "당 연구원은 공개검증을 할 용의가 있다"며 "상호 협의해 시기를 결정하고, KIEP나 국회 내의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검증을 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KIEP가 약속했던 공개검증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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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서로 같이 갑시다” 반강제 ‘임의동행’ 불법

입력: 2006년 07월 06일 18:21:04
 
대법원은 6일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거나 경찰서 등에 간 뒤에 피의자가 자신의 뜻에 따라 임의로 경찰서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임의동행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경찰의 임의동행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응해 조사를 받다 긴급체포된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박씨에 대한 경찰의 동행이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해진 불법 강제연행에 해당하고, 긴급체포 또한 불법이어서 도주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의동행은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었음이 객관적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현재도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의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경찰의 ‘같이 가자’는 요구를 피의자들이 거부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임의동행은 체포영장 없이도 피의자 등의 신병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은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이 질문이 당사자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때에는 부근 경찰서나 지구대로 동행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경찰의 관행적 임의동행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발적 동행이 아니라면 적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므로 충분한 증거수집 등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현행범이나 뚜렷한 혐의가 있다면 영장없이 긴급체포도 가능하지만 이는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면 석방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경찰은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중 훔친 수표를 사용한 박씨 누나로부터 ‘동생이 수표를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경찰관 4명을 보내 10시간 잠복 끝에 새벽에 귀가하던 박씨를 연행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수표 절도 관련혐의를 부인하던 박씨에게 “경찰서에 가서 확인해보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냥 돌아가도 좋다”고만 얘기했을 뿐 “동행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알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임의동행된 이후 임의로 퇴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조사과정에서 박씨의 누나가 거짓진술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박씨의 누나에게만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징역 6월이 선고됐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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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속의 ‘도시’ … 동네 골목길 연상
건축비평_렘 쿨하스의 ‘서울대미술관’

2006년 07월 04일   최재석 한라대 이메일 보내기

리움미술관의 ‘블랙박스’로 새로운 건축철학을 보여줘 화제가 됐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의 건축을 1년 반이 지난 지금 서울대미술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가 1996년 5월 서울대 현장을 방문하고 설계에 착수했으니, 꼭 10년 만에 준공된 셈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양호한(?) 자연림을 보호해야한다는 관악구청의 견해와 입장을 달리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2년 후의 1998년 설계안에서는 조경림도 보호하고 지형적 특성을 살려 작은 언덕과 언덕을 연결하는 브리지 컨셉을 모토로 했고, 4년이 지난 2002년에는 또 다른 수정안이 제안됐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올해 완공된 형태는 그 세 번째 제안이었다.


기본 컨셉은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커뮤니티 관계의 설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건물 전체로 보면 단순한 직육면체의 매스(mass)를 지형의 형세(현 부지는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은 지형임), 인간의 동선, 그리고 내부공간의 확장을 고려한 변형 프로그램으로 원래의 자연환경과 건축이라는 인공물이 부담없이 겹쳐지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도는 외벽의 솔리드(solid)한 부분과 창문의 보이드(void)한 부분의 적절한 프로포션으로 파사드의 흐름을 통해 자연과 인공의 통합을 꾀했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로의 접근에 대한 고려에서 건축물이 가지는 수직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건축물의 매스 일부를 지상에서 띄워, 자연과 건축물이 교차되고 이곳에 인간의 흐름을 아우르는 공유공간이 형성되도록 배려했다.


미술관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외부에서 풍기는 흐름은 내부로도 이어져 있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캔틸레버(cantilever: 발코니와 같이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 하부의 경사로를 따라 안으로 유도되고, 안에서는 계단과 경사로가 적절하게 분배되어 이를 통해 관람객들을 전시관 상부로 끌어올리고 있다.


건축물은 중심 코아에서 각 방향으로 튀어 나온 구조물의 힘을 받도록 집중돼있고, 외관은 H형강의 틀에 불투명한 U-glass를 덧씌워, 틀과 유-글래스의 절묘한 중첩이 옛 여인네의 속치마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부드러운 멋을 지니게 했다. 이런 광경은 3층에서 관람을 끝내고 중정의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이곳은 벽 표면의 요철(凹凸) 스크린에 천창의 빛이 반사되면서 미묘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4개 층이 통으로 오픈된 중정은 코아에 접해 있으며, 이곳으로 모든 기능이 통합돼있다. 중정의 천창으로부터 유입되는 자연채광은 지하실까지 비추고 있는데, 다만, 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고 있는 3층 전시공간은 천창으로 유입되는 빛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미술품을 감상하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통로의 전시공간은 그림을 감상하기에 좁고,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다가도 이동거리가 짧아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


렘 쿨하스는 바로 이러한 것을 노린 것일까. 관람객과 미술품으로 한정된 기존의 전시공간보다는 뭔가 불안정하고 블특정한 다수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러운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또한 일상성의 재미와 특정한 미술품 감상이라는 이중적 코드를 융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층에서 3층으로 이동하면서 2층의 다목적홀을 통과하게 된다. 다목적홀은 캔틸레버의 실내공간으로 이곳에 계단형의 불규칙한 오픈 스테이지를 만들고 경사로를 따라 3층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 이곳에서 두 여학생이 천창의 밝은 빛을 받으며 마주앉아 즐겁게 퍼즐게임을 즐기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이런 모습은 3층의 전시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기존의 획일적 수평공간이 중층공간으로 변형되면서 다양화되는 추세라 하겠다.


또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하나로 오픈된 중정은 감싸는 듯한 계단과 경사로, 그리고 그 내부로 다시 한번 감싸 도는 중층적 접근으로 유기적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렘 쿨하스의 공간적 특징은 ‘건축 속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우리 동네의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내부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으면서 서로 이어져 있어 미로와도 같다. 한참 이동하다보면 이곳을 본 곳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근대적 공간구조와 사뭇 다른 양상이 존재한다.


이러한 렘 쿨하스의 건축적 접근을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클라이언트와의 상호이해에 있다. 자칫 클라이언트와 부딪칠 수 있는 것들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건축가의 의지를 살려가는 여유를 볼 수 있고, 두 번째는 대지가 갖는 특성을 그 지역의 시간과 분위기라는 역사성에 인위적 건축물의 개입으로 인한 단절을 흐름이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접근하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부공간에서 시선과 빛을 의식하면서, 필요에 의한 공간을 흐름으로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의 전개가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렘 쿨하스는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의 건축철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하나의 철학을 갖는다는게 비생산적인 일이죠. 변화하는 사회에서 철학은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그의 건축언어를 통해 과거지향보다는 시대를 인식하고 그 곳의 역사를 함축하는 현실에 더 무게를 두고 도시 건축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정신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최재석 / 한라대·건축공학

필자는 일본 橫浜國立大에서 ‘되오 반 두스부르흐와 ‘더 스테일’ 건축운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근대건축’ 등의 저서가 있다.


렘 쿨하스(Rem Koolhaas, 1944~ )는
하버드대 건축학부 교수인 렘 쿨하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저널리스트인 아버지를 따라 네덜란드 식민지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0대에 협동설계조직인 OMA를 설립하고 ‘정신착란증의 뉴욕’(1978)을 출판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날렸다. 최근에는 프리츠커 건축상 (2000)과 RIBA 금메달(2004)을 수상했다. 주요 건축물로 ‘중국국영방송본사사옥’, ‘미국 로스엔젤레스박물관’, ‘리움미술관’ 등이 있다.


©2006 Kyosu.net
Updated: 2006-07-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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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0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렘 쿨하스의 작품이었구만. 어쩐지 투박스럽게 보인다 했더니 ... ㅋㅋㅋ

(농담입니다 ;;;)

그나저나 이 사람 글 중간중간에 영어 섞어쓰는 것 좀 봐라, 참 가관이다.

"직육면체의 매스(mass)"

"외벽의 솔리드(solid)한 부분과 창문의 보이드(void)한 부분"

"중심 코아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상호이해"

...... -_-a

 

 

 

<대안연대칼럼>

 

'탈정치'와 '정치과잉'

 

진보진영에 정치 프로그램의 공개를 제안한다

 
20여년전 '열혈학생'이던 시절, 집안 제사가 끝나면 으레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필자였다. 전두환, 이순자에 대해 온갖 독설로 시작되는 필자의 정치선동(?)은 "너는 공부는 안 하고 웬 정치에만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는 어른들의 지청구를 듣고서야 마무리되곤 했다.

조합원은 탈정치, 조합간부는 과잉정치

▲ 이해관 전 KT노조 부위원장. 
ⓒ 매일노동뉴스
20년이 지난 오늘날, 그 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요즘 제사를 마치면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집안 어른들이시다. 물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서로 앞다투어 한마디씩 들은 비난과 험담을 옮기시는데. 그 내용이란 차마 글로 옮기기에 너무도 민망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북한에 너무 퍼줘서 남한 경제가 어려워졌다’, ‘좌파정권이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해서 경제가 붕괴되고 있다’ 등등.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노무현 정권의 잘못은 잘못이고 울컥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런 심경을 알고 계신지 집안 어른들이 필자를 챙기신다. “그래도 우리 집안에서는 정치하면 네가 전문가인데, 너는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냐?” 그럴 때 필자의 난감한 답변. "저 정치에 관심 없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여년전, 필자가 전두환 독재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끌어내기 위해 학생운동에 대한 온갖 집안 어른들의 비판을 수용했듯 지금은 어른들이 그렇게 하신다. 20여년전, 집안 어른들이 ‘학생들이 화염병 던지는 행동은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라도 하시면 필자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학생운동도 잘못하는 게 많이 있지만 그래도 나라가 잘 되려면 전두환이를 하루 빨리 끌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대화로 전두환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이끌었다.

그러한 정치적 역할도 이제는 집안 어른들의 몫이 되었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너무나 부패한 집단 아니냐’며 필자가 한마디 하면 집안 어른들이 거꾸로 ‘맞다, 한나라당 문제다, 하지만 나라가 잘 되려면 노무현이가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유도한다. 20년만에 필자는 집안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반전두환 전선의 정치적 견인 주체에서 반노무현 전선의 견인 대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것이 지난 20년 필자가 주변에서 가장 가깝게 느끼는 정치의 변화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달이 넘었다. 도대체 지금의 결과가 정치적으로 노동운동의 패배인가 승리인가! 우리는 그런 정치적 평가조차 못하고 있는 반면, 현실에서 대중의 정치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압승의 결과는 지역주의의 부활도, 박근혜 피습에 따른 어부지리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어설픈 개혁에 실망한 정치의식이 부족한 대중의 잘못된 선택이 가져온 수구정당의 어이없는 승리도 아니다. 수구세력들이 신자유주의 양극화 속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의 민심 이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반노무현정권 정치투쟁을 전개한 데 따른 승리이다.

신자유주의 양극화 속에서 대중은, 특히 빈곤에 시달리는 하층 대중의 생활상의 좌절과 분노는 높아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불만이 기존의 신자유주의 하에서 완화되거나 체제 내로 수렴되지 못함에 따라 계속 정치적 방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대중의 정치화를 초래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정치화된 대중을 결집하며 일관된 정치투쟁을 전개한 것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이었다. 동네 노인정에서 탄핵 지지 서명운동에 이어 행정수도 반대 서명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대중의 정치화는 진전되고 있었지만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러한 대중의 정치화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대중의 생활상의 불만이 정치화로 진전되는 동안 진보진영은 정치를 의회감시운동, 사법감시운동 등의 권력감시와 이른바 실현가능한 정책 대안이라는 이름의 의회주의적 정책경쟁으로, 그리고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노동운동가들의 공직 진출 정도로 퇴보시켜 왔다. 그래서 대중의 정치적 결집은 표 모으기와 당 후원금 확보의 문제로 치환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외형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져 의회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하고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들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가 보장되었지만, 노동운동이 대중을 정치적으로 동원해내는 능력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 대중의 탈정치화를 동반한 노동의 정치세력화로 귀결된 것이다.

당신의 정치 방안을 떳떳하게 호소하라!

한편, 이러한 대중과의 관계에서 탈정치화와 정반대로 활동가 사이에서는 과잉정치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입만 열면 좌파니 우파니 세력을 나누는 데 활동가들은 익숙해져 있다. 당의 별 시시껄렁한 이야기조차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정치 이슈로 비약되기 일쑤다. 이러한 대중적 탈정치화와 활동가 수준의 과잉정치가 빚어낸 운동질서가 바로 정파 갈등과 '쪽수'를 통한 의사결정이다.

대중의 탈정치화로 대중적 정치 토론이 실종되면 될수록 활동가들의 과잉정치화에 따른 정파 간 패권 다툼은 심화되었고, 그 귀결은 사안을 가릴 것 없이 표결에 의한 의사결정, 즉 '쪽수' 대결이었다. 노동운동의 의사결정이 정치토론이 아닌 '쪽수' 대결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대중의 정치화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노동운동이 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정치논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즉 지금의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초래하는 위기에 대한 정치논쟁을 대중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노동운동 내 일각에서 20년 민주화운동의 귀결이 파시즘의 복귀로 나타날 우려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무능함이 파시즘을 부를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 우려를 자아낼 만하며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문제의식을 강조하는 동지들은 은연중 김근태씨를 포함한 개혁진보연합 세력을 결집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고민들을 ‘개량주의’라는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동지들은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이러한 정치프로그램을 대중에게 제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이러한 노선에 반대하는 동지들도 더이상 뒷골목에서 ‘운동 내 특정세력이 김근태랑 손을 잡을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문제제기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의 위기에 대한 운동진영의 정치 프로그램을 제출해야 한다. 87년 투쟁으로 형성된 정치질서가 개헌논의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드는 현실에서 노동운동이 취해야 할 정치전술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출했으면 한다.

신자유주의로 촉발된 위기는 대중의 정치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정세적 긴박감과 무관한 일반화된 정치세력화 경로는 아무런 대중적 호소력이 없다. 그저 열심히 지역에서 발로 뛰자는 주장은 사실상 진보정치를 포기하자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진행될 개헌 논쟁과 정계개편은 단지 부르주아 내부의 권력 다툼에 불과한 게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심화되는 대중의 분노의 정치적 표현이다. 따라서 이 정치 위기에 대한 진보진영의 해답이 대중적으로 제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대중적 정치토의의 부활에 기초한 대중의 정치화 과정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야말로 진보진영의 정치 위기에 대한 무능력의 귀결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금 진보진영에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위기에 대한 정치적 타개책을 대중적으로 논쟁하는 것이다. 이 정치 위기를 노동자 대중의 변혁적 정치세력화의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면, 이 위기를 남 탓을 통해 자기 정파의 정당화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 모두 각자가 준비한 정치위기의 해법을 대중적으로 제출하자.

각자의 준비된 해법이 대중적 논쟁으로 발전 할 때 노동운동 위기의 대안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설지 모를 일이다.
 
이해관  
     
2006-06-30 오후 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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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로 촉발된 위기는 대중의 정치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정세적 긴박감과 무관한 일반화된 정치세력화 경로는 아무런 대중적 호소력이 없다. 그저 열심히 지역에서 발로 뛰자는 주장은 사실상 진보정치를 포기하자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경청할 만한 제안이다.

waits 2006-07-02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청할 만한 제안이지만, 이 글 역시 어떤 방도를 생각하는지는 없는 것 같아 아쉽네요. 다들 자기 인생 바친 사람들이라 그런지, 쪽수투쟁이나 정치토론이나 목숨 걸고 갈라설 것 같은데... 전 같은 사무실에 있는 생협 보면서(강고한 '소비자' 정체성과 연대를 걸친 이기주의는 별롭니다만;;;) 차라리 그들처럼 마을모임 같은 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면서 설득하는 거라도 해야되는 거 아닐까 싶어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balmas 2006-07-02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런 제안을 내놓고, 분위기를 보자는 거겠죠. 뭐 나름대로 어떤 방안 같은
것도 있을 텐데요, 아마도 응수타진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