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STONE 1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Boichi / 集英社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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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톤 1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이 세상(정확하게는 일본)에 만화가 많다 해도 보는 걸 더 늘리지 않으려 했는데, <메이저 세컨드> 첫째권을 보고 한해하고 아홉달이 지나고 새로운 만화를 보게 되었다. 다시 생각하니 새로운 만화 본 게 <메이저 세컨드>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카드캡터 사쿠라>였다. 이건 지난해 5월부터 봤다. 그러니 새로운 만화 보고 열달이 흘렀다. 지난해(2019)에 <귀멸의 칼날> 만화영화 조금 보고 그걸 말하면서 책 보는 건 참겠다 했는데. 그건 시간이 지나도 만화책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 함께 시작한 만화영화가 이번에 본 <닥터 스톤>이다. 이건 만화영화 다 끝난 다음에 몰아서 봤다. 처음부터 아주 재미있었다. 그러다 이렇게 책까지 보게 되었다. 내가 책을 보기로 한 건 그림 그린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는 점도 크다.

 

 만화가에는 혼자 만화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이야기와 그림을 둘이 나누어서 하는 사람도 있다(여러 사람이 할 때도 있구나). 처음에는 그림을 그린 보이치(Boichi)가 한국 사람이라는 건 몰랐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알았다. 한국 이름은 박무직이고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다 2000년 중반에 일본으로 가서 거기에서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혼자 다했을 때도 있는데, 이건 이나가키 리이치로와 함께 했다. 이나가키 리이치로 몰랐는데 예전에 본 만화영화 이야기 쓴 사람이었다. 모르지만 아주 모르지 않기도 하구나. 예전에 본 <아이실드21>은 미식축구 하는 거였다. 그건 만화책 볼 생각도 안 하고 만화 그린 사람이 누군지도 찾아보지 않았다. 몇해 뒤에 알게 되다니, 좀 신기하다. 얼마 안 되지만 내가 보는 만화책은 다 한국말로도 나오는데, 아쉽게도 이건 나오지 않았다. 과학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아주 재미있는데. 나중에 나올지도.

 

 

 그날 세상 모든 사람은 돌이 되었다.  (5쪽)

 (그날 온 세상 사람은 모두 돌이 되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빛이 비치더니 세상 사람은 다 돌이 되었다. 처음부터 인류가 사라지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사람과 어떤 새(만화영화에서는 제비라 했는데)만 돌이 되고 다른 동물은 괜찮았다. 시간은 흐르고 흐르고 흘러서 삼천칠백년이 흘렀다. 몇십해도 몇백해도 아닌 삼천칠백해다. 가장 먼저 돌에서 깨어난 건 센쿠고, 여기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건 타이주다. 센쿠와 타이주는 친구다. 아주 모르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었겠다. 아니 이야기니 그렇게 되겠다. 돌이 될 때 둘은 가까이에 있기도 했다. 둘 다 고등학생이다(이었다고 해야 할까). 센쿠는 거의 과학자로 머리 쓰는 일을 맡고 타이주는 체력이 좋아서 힘쓰는 일을 맡는다. 센쿠가 타이주보다 여섯달 먼저 깨어나고 나무 위에 집 같은 것을 짓고 먹을거리나 창 같은 것을 준비해두었다. 혼자서도 그렇게 하다니 대단하다. 이제 친구인 타이주가 깨어났으니 센쿠가 조금 편해지겠다 했지만,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과 어떤 새는 모두 돌이 되고 문명은 사라졌다. 그런 곳을 스톤 월드라 했는데, 다시 석기 시대로 돌아갔다는 건가 보다. 센쿠는 과학으로 돌이 된 인류를 모두 구할 생각을 가졌다. 센쿠와 타이주가 깨어난 건 왜일까 하다가 동굴을 찾아낸다. 이건 타이주가 깨어나기 전 일이다. 그 동굴에는 박쥐가 많았다. 박쥐 똥이 모인 데서 질산이 만들어졌다. 센쿠는 그동안 실험을 꽤 했지만 잘 안 됐다. 타이주와 이야기하다 술이 있으면 공업용 부식용액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침 타이주는 포도를 찾아내서 그걸로 술을 만들고 증류해서 질산과 섞었다. 그걸 돌이 된 새한테 끼얹었다. 그랬더니 겉에 있던 돌이 깨지고 새는 움직였다. 돌이 된 사람은 죽지 않았다. 센쿠와 타이주가 깨어났다는 말을 보고 알았겠지만. 짧게 말했지만 새가 돌에서 깨어나게 하는 걸(액체) 만들어 내기까지 거의 한해나 걸렸다.

 

 빛이 비치고 돌이 됐다 해도 센쿠는 깨어 있었다. 타이주도 마찬가지였다. 타이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유즈리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한 날 돌이 됐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 말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센쿠는 움직이지 못해도 정신을 잃지 않으려 했다. 삼천칠백년이 지나는 동안 초를 셌다. 언제가 깨어난다면 봄에 깨어나려고. 엄청나지 않나. 난 두 가지 생각 같이 하기 어려운데. 앞에서 센쿠를 과학자라 했는데 과학 모두를 다 잘 알았다. 과학도 여러 가지로 나뉘지 않는가. 언젠가 화학하는 사람이 물리가 어렵다고 한 말 들은 적 있는데. 센쿠는 처음 깨울 사람을 타이주한테 고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센쿠는 타이주가 유즈리하를 말할 걸 알면서도 물어본 것 같다. 하지만 유즈리하가 아닌 영장류에서 가장 힘 센 고등학생 시시오 츠카사를 먼저 깨웠다. 본래 일본에는 없는 사자가 나타나서. 츠카사는 맨주먹으로 수컷 사자를 쓰러뜨렸다. 츠카사 성인 시시오(獅子王)는 사자왕이라는 뜻이다.

 

 위험은 넘겼지만, 센쿠는 사자보다 위험한 걸 깨운 건 아닌가 한다. 츠카사는 가난했던가 보다. 예전 세상과 다른 지금은 돈을 바라는 나이 든 사람보다 순수한 젊은이만 살아야 한다 생각했다. 센쿠는 그런 건 따지지 않고 인류를 다 똑같이 보았다. 츠카사 생각은 위험하다. 히틀러가 생각나는구나. 츠카사한테 도움을 받았지만 센쿠는 츠카사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바로 알아챈다. 어떻게든 동굴이나 질산을 츠카사가 모르게 해야 한다 생각했는데, 타이주가 그걸 가지고 와서는 드디어 유즈리하를 깨울 수 있겠다 한다. 센쿠가 질산이 모자라다면서 타이주한테 동굴에 갔다 오라 하는데, 츠카사가 자신이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센쿠는 츠카사가 그렇게 나오리라는 걸 알았다. 츠카사가 없는 틈에 유즈리하를 깨운다. 그런데 곧 츠카사가 돌아왔다. 정말 빨리도 갔다 왔다.

 

 타이주는 츠카사가 돌을 깨뜨린다는 말을 듣고 돌을 깨는 대신 자신을 때리라고 한다. 츠카사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맞기만 하겠다니. 본래 타이주는 사람을 때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아이도 괜찮구나. 타이주는 츠카사한테 한대 맞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쓰러졌다. 사자를 한방에 쓰러뜨렸으니 주먹이 얼마나 셀까. 센쿠는 또 타이주를 며칠 쉬게 해야 한다고 거짓말한다. 츠카사는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하고 사냥하러 간다. 그 틈에 센쿠는 타이주를 깨우고 셋은 츠카사와 맞서 싸울 총에 들어가는 화약 재료를 찾아서 하코네로 떠난다. 츠카사는 힘이 세기도 하고 머리도 좋은 듯하다. 센쿠와 타이주 그리고 유즈리하가 하코네로 갔다는 걸 알아내고 화약을 만들려 한다는 것도 알았다.

 

 모든 사람이 돌이 되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건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센쿠가 무언가 표시가 있으면 지금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알 텐데 한 뒤, 셋은 커다란 불상을 본다. 그 불상은 카마쿠라에 있는 것으로 청동이어서 썩지 않았다. 철골이나 콘크리트는 시간이 흐르면 썩는구나(삼천칠백년이니). 드디어 셋은 하코네에 도착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센쿠는 비누를 만들면서 그걸 의사 대신이라 했는데, 나중에는 돌이 깨지면서 다친 곳이 낫는 걸 알게 된다.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타이주는 그 돌을 의사라 한다. 만화영화 처음 봤을 때는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얼굴에 금이 있나 보다 했는데, 그건 돌이 깨지면서 갈라진 부분이 붙은 거였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모든 게 사라진 세상에서 다시 문명을 만들려 하는 것도. 그런 모습 보는 건 재미있다. 센쿠와 타이주 그리고 유즈리하는 츠카사를 물리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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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앉았던 의자는

이제 그곳에 없어요

아무도 앉지 않아서

 

비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누군가 떠난 빈 자리는

마음을 슬프게 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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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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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는 언제 생긴 걸까요. 통신판매 같은 게 생긴 뒤가 아닐지. 우편물 소포 같은 건 우체국에서 거의 배달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 택배회사가 조금씩 생겼겠지요. 물건을 보내는 사람이 많이 늘어서. 인터넷이 생기고는 더 많이 늘었겠습니다. 배달해야 할 물건뿐 아니라 택배회사도. 이게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닌 것도 같아요. 인터넷으로 물건 산 지 얼마나 됐는지. 처음에는 그렇게 사도 잘 올까 했겠지만, 잘 온다는 걸 알게 되고는 이것저것 샀겠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거 들고 오지 않아도 됐겠지요. 저는 무거운 건 사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보니 무거운 건 인터넷으로 안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받는 사람은 편해도 그걸 옮기고 집까지 갖다주는 사람은 무척 힘들겠습니다.

 

 사람이 살고 인터넷이 있는 한 택배는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편지 쓰는 사람은 줄었는데. 물건을 보내고 받는 사람은 줄지 않았네요. 인터넷에서 사는 게 싸기는 하죠. 왜 인터넷에서 사면 쌀까요. 인터넷은 중간이 없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바로 이어져설까요. 농가와 그걸 사는 사람이 그렇잖아요. 이제는 농산물도 싱싱하고 좋은 걸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무실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겠어요. 지금은 4차산업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 택배는 사람이 짐을 싣고 내리고 배달해서 언제든 일할 곳이 있겠습니다. 그런 것도 기계가 할 날이 올지. 전 나누는 건 기계가 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아니더군요. 송장에 있는 바코드를 피디에이 스캐너로 찍고 택배기사가 자신이 배달할 걸 레일에서 내렸어요.

 

 한사람이 받는 택배는 하나일지라도 아주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물건 하나를 사면 그 짐은 아주 많겠지요. 택배 일은 있다 해도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배달뿐 아니라 택배를 화물차에 싣고 내리는 일도. 이 책에서 이바다는 만화가가 되려고 서울로 올라오고 아르바이트를 찾아요. 아침에는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만화를 그리려고 했어요. 그때 찾은 일이 택배를 화물차에서 내리고 레일에 올리는 일이에요. 그런 걸 까대기라고 했어요. 화물차 하나에 실린 택배는 천개 이상이에요. 명절이나 연말에는 더 많겠지요. 김장철도 있군요. 한동안은 절임배추였는데 그게 끝나니 김치였어요. 농산물도 많았습니다. 채소는 그렇지 무겁지 않아도 쌀은 무겁겠지요. 그런 거 아주 안 보낼 수는 없겠지만 택배 보낼 때 고맙게 생각해야겠습니다. 무거운 걸 대신 배달해주니. 택배회사는 경쟁해서 택배 요금을 낮추기도 하죠. 그걸로 힘든 건 짐을 옮기는 화물차 기사 화물차에 짐을 싣고 내리는 사람 택배를 집으로 갖다주는 택배 기사예요. 택배 하나에 받는 돈은 아주 적어요.

 

 책을 사면 저는 거의 집에서 받는데 한번은 편의점에서 받기로 하고 찾으러 갔어요. 편의점에 한동안 택배요금을 싸게 해준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더군요. 편의점에서 택배 보낼 수도 있잖아요. 그거 보니 택배 일하는 사람은 돈 얼마 못 받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택배 기사는 거의 쉴 수 없어요. 일을 못하면 다음날 더 늘고 다른 걸 이용하면 돈을 택배 기사가 내야 해요. 저는 택배가 언제 오든 전화 안 하는데 택배 기사한테 전화해서 빨리 갖다 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요. 그런 말 듣고 서두르면 사고 날 수도 있을 텐데. 조금 늦더라도 올 때까지 참았으면 합니다. 택배가 오는 날은 그것 때문에 다른 걸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편한 시대예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사는 건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겠지요. 돈을 냈으니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분들한테 마음으로나마 고맙게 여기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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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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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시집 《극에 달하다》를 보았다. 그 시집에 담긴 시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가 어려웠다는 건 기억한다. 언제부턴가 시인 김소연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마음 사전》 《시옷의 세계》 《한글자 사전》 같은 책 제목과 함께. 그때 난 내가 예전에 본 시집 《극에 달하다》를 쓴 김소연과 같은 사람일까 했다가, 멋대로 이름만 같은 사람인가 보다 했다. 김소연을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조금 우습다. 찾아보면 바로 알 텐데 난 왜 찾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다 믿었을까. 그것도 좀 오랫동안. 《극에 달하다》는 《마음 사전》이나 《시옷의 세계》와 좀 달라 보여서였다. 시를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몇해 전에는 김소연이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것도 들었다. 그때 받은 인상은 어딘가에 잘 다니는 사람이었다. 나하고는 아주 다르다. 라디오 방송에 나오면 그날 준비해 온 시를 읽고 어딘가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김소연 이름은 예전에 알았지만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에서 말했듯 시집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산문과 시는 조금 다르기도 하겠지. 이 책 제목 봤을 때 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책 제목을 그렇게 지을 리 없을 텐데. 어쨌든 제목을 봤을 때 난 세상에서 나만 빠진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런 느낌은 자주 갖는구나. 이 책 제목은 나를 뺀 세상 모두를 좋은 마음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그게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니. 난 잘 모르겠다. 세상 모든 걸 좋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 같고 거기에서 나를 좋게 보는 것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난 참 긍정스럽지 못하구나. 이 책 보면서도 그런 거 많이 느꼈다. 김소연은 친구도 많은 것 같고(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 나보다는 많다), 좋은 어린 시절 기억도 있다. 모든 사람이 같지 않고 다 다르게 살 텐데. 다른 것만 많이 본 듯하다. 다르면 다른가 보다 하면 될 텐데. 지금은 그런다.

 

 여기에서 괜찮게 생각한 이야기가 있다. 그건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그림책 주기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만날 일은 없겠지만. 부담스러운 책보다 그림책 주는 거 괜찮을 것 같다. 김소연은 남한테 무언가를 주어서 기쁘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했다. 그건 어릴 때 일일까. 김소연은 남한테 이것저것 잘 주었다. 그건 기뻐서가 아닐까. 난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게 더 좋았다. 그러면서 난 받는 거 어색하게 여겼다. 주고받기 다 좋게 여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난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받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편지를 썼다. 편지는 가벼우니까. 하지만 이것도 가벼운 게 아닌가 보다.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사람을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많은 사람은 무거운 사이보다 가벼운 사이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겠지,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깊이 사귀면 뭐 할 건데 싶기도 하다. 딱히 할 건 없다. 그저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 많은 사람은 그런 관계를 식구와 만들지도.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하고 겨울로 끝난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말하는구나. 한해 시작을 조금 늦추려는 마음 같구나. 이 책 차례는 겨울 이야기에서 다시 겨울 이야기로 끝난다. 내가 어떤 한철이 좋다고 말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딱히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 이건 철만 그런 건 아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기는 하겠지. 그래도 여전히 난 어딘가에 가는 건 싫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 있는 것도 무척 싫다. 그것보다 알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과 있는 게 무척 싫구나. 아는 사람도 얼마 없지만. 난 그저 익숙한 곳을 걷고 다니고 싶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소연은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도 했다. 김소연은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말을 잘 하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그곳 사람이 김소연을 반긴 거겠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그렇게 만난 사람 기억은 오래 가겠다. 여기에는 사람 이야기가 많은 듯도 하다. 어머니 아버지 친구 후배 선생님 오가다 만난 사람 바닷가에서 본 사람.

 

 글 잘 쓰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써야겠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다니. 읽고 쓰기는 꾸준히 하려는 거다. 그런 게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는 게 거기에서 거기여서 아쉽다. 자꾸 쓰고 생각하면 조금 달라질까. 남한테 별로 도움은 안 되겠지만 내 마음은 나아질 거다. 세상도 잘 보려 하겠지. 김소연처럼 나를 빼고 모든 것을 좋게 보기는 어렵겠지만.

 

 

 

희선

 

 

 

 

☆―

 

 그 선생님 앞에서 나는 농담을 잘하는 아이였다. 무슨 말을 하든 깔깔 웃어주었고 재미있다고 말해주셔서 나는 재미있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선생님 눈치를 살핀 적도 없고 불편해해본 적도 없었다. 선생님은 언제고 나를 아주 멋진 사람으로 여겨주었다. 나한테만 그러지 않고 모든 아이한테 그랬다. 그 선생님은 아직도 먼 발치 엄마처럼 등뒤에서 함께 사신다. 그 선생님 때문에 내가 남한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잃었고 서로 멀어졌다. 그런데도 남한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낙관 하나가 아직도 내게 보존돼 있다.  (240쪽~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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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25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사전
오해는 실수로 알게된 상대의 진실
그게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있어요 :-)

희선 2020-03-25 23:27   좋아요 0 | URL
오해를 멋지게 말했군요 정말 그런 일 있겠습니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자주 혼자 생각하고 마는군요 나중에 다른 걸 알게 되면 어쩐지 미안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03-26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저자의 책이 두 번째예요. 마음사전을 샀고 최근 이 책을 샀죠.
다 읽지는 못했어요. 완독이 앞으로의 과제...

희선 2020-03-27 23:37   좋아요 0 | URL
저는 두번째라 해도 첫번째는 거의 생각나지 않아요 자기만이 생각하는 말 뜻이 있다는 건 좋은 듯해요 그건 꼭 자기만 생각하는 건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걸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겠지요


희선
 

 

 

 

슬픔은 늘 우울하고

기쁨은 늘 웃었어요

 

슬픔은 기쁨한테 물었어요

“넌 어떻게 늘 웃어, 뭐가 그렇게 즐거워?”

기쁨은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어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웃음이 나와”

 

슬픔은 기쁨 마음을 알 수 없었고

기쁨은 슬픔 마음을 알 수 없었어요

 

슬픔과 기쁨은 아주 달랐어요

그래도

슬픔은 기쁨을 보면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기쁨은 슬픔을 보면 들뜬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어요

 

슬픔과 기쁨은

자신한테 없는 걸

서로한테서 느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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