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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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해 전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 일곱은 모두 여성이었다.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품을 쓴 작가도 모두 여성이다. 젊은작가상은 2023년으로 열네번째가 됐다(2024년은 열다섯번째). 내가 소설을 잘 보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거 잘 못한다. 내가 아는 작가도 그리 많지 않구나. 이번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보고 처음 알게 된 작가는 정선임과 함윤이다. 이번에 내가 먼저 읽어 본 소설이 세편 실렸다. 세편은 《소설 보다》에서 봤다. 그걸 보고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하고 이 책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한다.


 소설을 다 보고 심사평 보면서 나도 심사평 쓴 사람처럼 소설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건 그저 바람일 뿐이겠다.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난 그렇게 못 쓸 거다. 소설을 제대로 읽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쓰겠나. 책을 제대로 읽고 쓰는 일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상 소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에 모험이 들어갔지만, 그리 즐거운 모험은 아닌 듯 보인다. 목경은 즐거웠으려나. 모래 고모는 막내로 “환영받지 못한 딸. 처지는 자식.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살고 무상으로 가사와 돌봄과 간병 노동을 제공하고도 끝까지 용돈 말고 자기 재산을 갖지 못한 사람. (15쪽)”이다 했다. 아이가 많은 집 막내로 태어나면 부모와 형제한테 사랑 받을 것 같은데 다 그런 건 아니구나.


 모래 고모가 집을 나가 오빠 집에 갔을 때는 오빠 부부가 돌보지 않게 된 아이 목경과 무경을 돌보았다. 할머니는 여자한테는 아이를 좋아해야 하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나. 모래 고모는 부모 대신 자신이 조카 목경과 무경을 돌보는 일 싫었을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이번에 소설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모래 고모가 목경과 무경을 데리고 사냥 갔을 때 어쩌다가 총을 잃어버렸을까다. 총이 작은 것도 아닌데. 모래 고모는 어딘가 비탈이나 높은 데서 무언가에 놀라서 총을 놓친 거였을까. 모래 고모가 산에서 만난 남자들한테 총을 함께 찾아달라고 했는데, 남자들 조금 무서웠다.


 두번째 김멜라 소설 <제 꿈 꾸세요>에서 ‘나’는 자신이 죽으려 했을 때는 죽지 못하고 초코바를 먹다가 그게 목에 걸려 죽고 만다. ‘나’가 죽고 자기 몸에서 나오자 챔버가 찾아오고 ‘나’는 누구 꿈으로 찾아가야 할까 한다. 꿈에 찾아가서 자신이 죽었다는 걸 말해야 하나. 그건 아니겠지. ‘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자신이 나오는 즐거운 꿈을 꾸기를 바란다. 성혜령 소설 <버섯 농장>에서 진화가 남자를 죽인 걸까. 심사평을 보니 그런 말이 있었다. 부모는 언제까지나 자식을 책임져야 할지. 진화가 기진한테 ‘너 이상해’ 하는 말도 이해 못하겠다. 진화가 잘못해서 빚을 졌는데, 기진이 도와주어야 할까(모두 진화 탓은 아니지만, 사람을 잘못 사귄 탓이지). 진화는 기진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진화는 기진을 친구보다 식구에 가깝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써서 무슨 소설인가 싶겠다.


 첫째는 여자든 남자든 부담스럽겠지. 부모와 동생을 챙겨야 할 테니 말이다. <젊은 근희의 행진>(이서수)에서 문희는 그런 책임감이 더 큰 사람 같다.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문희는 동생 근희가 북튜버지만 노출을 하고 악플 받은 걸 알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한테 관심 받기 좋아하는 사람 있기는 할 거다. 그런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문희는 근희가 보낸 편지를 받고 자신이 근희를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도 시간이 지나고 출생신고를 하거나, 앞에 아이가 죽어서 출생신고를 안 하기도 했겠지. 정선임 소설 <요카타>에는 자신보다 네 살 많은 언니 서연화로 살아온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으로 살면 자신은 어디에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소설 <자개장의 용도>(함윤이)에서는 증조할머니가 우연히 산 자개장 이야기다. 《나니아 연대기》(C. S. 루이스)는 못 봤지만, 거기에서 옷장을 지나면 다른 세계로 가지 않나. ‘자개장의 용도’에서도 자개장이 어디든 데려다 준다. 그거 보고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하나 했더니, 그때는 평범하게 차를 타야 했다.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처음엔 재미있게 보였는데, ‘나’는 멀리 간다. ‘나’는 돌아올지. 이걸 보면서 난 자개장을 지나 다른 나라에 갈 때는 여권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했다. 현호정 소설 <연필 샌드위치>에는 여성 삼대로 이어지는 거식증이 나온다. ‘나’는 꿈에서 연필 샌드위치를 먹어야 거기를 벗어날 수 있다. 벌 같구나. 연필 샌드위치 생각만 해도 맛없을 것 같다. ‘나’는 다시 음식을 먹겠지. 엄마가 있으니 말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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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3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22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니아연대기에서 옷장속에서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래전 동화로 읽었는데, 영화로 나온다고 하니 그 부분이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4-03-23 01:43   좋아요 0 | URL
본 적은 없지만 <나니아 연대기> 벌써 영화 만들지 않았나 했습니다 예전에 만들기는 했더군요 예전에 만들었다고 또 만들지 마라는 법은 없군요 지금 새로 만들면 이것저것 많이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예전이라고 해도 그게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듄>도 오래전에 만든 적 있더군요 그건 잘 안 됐고 합니다 새로 만든 건 많은 사람이 볼 것 같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 어느새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런 때는 없었나요

멈추고 싶은 때

그런 때는 즐거운 때일 것 같아요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흐르는 건 바뀌죠

살아 있는 거군요

바뀌면 되돌아가기 어려워도

좋게 바뀌면 되지요


멈추지 못하는 즐거운 때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앞으로 나아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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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 넌

비를 뿌리고 가벼워지고 싶지

한곳에만 오래 뿌리지 말고

여기 저기 골고루 뿌려

너도 그러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

그렇구나

너도 마음대로 하기 어렵구나

그래도 부탁해


비구름 네가 나타나서 고마울 때도 있지만,

네가 오래 머물러 슬플 때도 있어


비구름 너도 하기 어려운 일

부탁해서 미안해

비구름 네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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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끌고 다녀

무게는 나가지 않는데

자꾸만 늘어져

날 따라다니는 게 싫은 걸까


어느 날엔 그림자가 날 따라오지 않았어

난 그림자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지

그림자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내게 다가왔어

난 아무 말 않고 다시 걸었어


그림자가 가끔 멈춰서기도 하지만

날 아주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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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만 생각하는

바뀌지 않는 마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멋진 사람이 보여도

눈을 돌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


바라기 어려운 마음이어도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네


내 마음도 바뀌는데

미안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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