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거야





이 빠진 동그라미는

딱 맞는 조각을 찾았을 때

그리 좋지는 않았어


꽉 찬 동그라미는

쉬지 않고 굴러갔잖아


뭐든 딱 맞는 건

그럴까


옷이나 신발은

몸과 발에

맞는게 좋은데

옷이나 신발을

크게 입고 신는 사람도 있군

옷과 신발은

몸과 발에 편해야 해


아,

편한 것

자유로운 걸

찾는 게 좋겠어

자꾸 찾다보면

만나는 날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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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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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어떤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어딘가에 가지 못하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데. 최은미 소설 《마주》에는 2020년 모습이 담겼다. 그때는 다시 일상이 돌아올까 했는데, 지금은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가 됐다. 난 코로나19 전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딘가에 가지 않아서 많이 다르지 않게 지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떠오른다. 2020년 여름에, 그런 일은 그 뒤에 또 일어났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두번 세번 자꾸 일어날까. 두번까지만 일어나면 좋을 텐데. 펜데믹은 또 일어날 수도 있겠다.


 향초와 비누 만드는 공방을 하는 나리는 공방에 다니던 수미가 집에서 무언가를 깨는 소리를 듣고 수미 딸인 서하를 수미와 떨어뜨려 놓는다. 그날 수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자가 되고, 딸 서하를 만나지 못하고 수미는 격리 병동에 가게 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게 두려웠던 때구나. 짧은 시간 동안 같은 곳에 있어도 감염됐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도 많고 의료인이 참 힘들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그때는 모두를 감시한 것 같다. 그런 일이 그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지금도 감시 하는구나), 코로나19 때는 더 심했다. 나리와 수미를 말하려다 다른 말로 빠졌구나. 나리와 수미는 친했을까. 서로 친구다 여겼을지. 나리가 수미와 친하다 여긴 것 같기도 하고, 수미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수미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을 때 아이와 안 좋았다. 수미는 꽤 오래 격리돼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잘 낫지 않기도 했구나. 면역력이 있어야 이겨내기도 했다.


 수미가 확진자가 되고 나리도 검사를 했는데, 나리는 결핵 잠복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나리는 어린 시절 여안에 살 때 만난 만조 아줌마를 떠올린다. 나리가 수하 딸 서하한테 만조 아줌마와 비슷한 일을 한 걸지. 모르겠다.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서하가 나리한테 뭔가 말을 하면 나리는 수미한테 그 말을 한 듯하다. 굳이 그래야 했을까. 서하는 서하고 수미는 수미인데. 내가 좀 이상한 건가. 나리도 딸인 은채가 자라지 않기를 바란 것 같기도 한데. 수미는 서하가 하려는 걸 거의 못하게 한 걸지. 그건 나리가 말했다. 서하한테 들은 거였구나. 엄마는 딸을 자기 분신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자라면 부모를 떠난다. 수미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걸까. 나리 엄마는 어땠던 건지.


 코로나19 시절 이야기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이야기구나. 딴산이라는 곳. 나리는 여안에 살 때 여름방학에 잠시 만조 아줌마와 지냈는데, 그때 일을 좋게 여겼다. 집에서 지내는 것과 다르게 지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수미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리와는 어색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건 아닐 텐데. 수미는 나리가 자신과 서하를 떼어놓았다고 여긴 걸지. 그건 나리가 생각한 건가. 나리는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모든 걸 코로나19 탓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리와 수미는 만조 아줌마를 함께 만난다. 나리가 공황장애로 운전하기 어려워서 수미한테 차를 운전해달라고 한다.


 사과밭, 사과 술. 예전에는 집에서 술을 만들면 안 되었던가 보다. 나리는 실수로 만조 아줌마가 술 담그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한테 한다. 그건 그 사과 술을 마셔서구나. 나리는 내내 그 일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걸 잊고 만조 아줌마한테 연락 안 한 걸 보면. 꼭 그것 때문일까. 딴산 사람은 차별 받았다. 만조 아줌마는 딴산에 살았나 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자 차별은 더했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모자랄 때는 불렀는데.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겠다. 여기 나온 일은 그저 소설이 아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나리와 수미, 수미와 서하 그리고 나리와 만조 아줌마. 서로 마주하려면 둘 다 그런 마음이어야겠다.




희선





☆―


 딴산으로 발조차 들이지 않던 사람들이 딴산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와달라는 요청을 한 건 딴산 사람들이 딴산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단 한번도 없던 일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온 해에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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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12-1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예뻐 사다 둔 책이긴한데 아직 읽진 않은 책이에요.
앞에 조금만 읽었던지라 무슨 얘기인지 잘 몰랐는데 코로나 시절 이야기가 얽혀있나 보군요. 최은미 작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관계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이 책 빨리 읽어봐야겠군요.^^

희선 2025-12-14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앞부분 보면서 인터뷰하는 것 같은 게 나와서 이건 정말인가 하면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그런 거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단편을 장편으로 쓴 건가 봅니다 장편이 되기 전 단편은 못 봤지만...

시간이 참 잘 갑니다 그때는 괜찮아질까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를 잊고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언제나 내 편





아무리 자신이 이상해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누굴까


언제나 자신을 편들어 줄 사람은

많지 않아

단 한사람만 있어도

기적이야


늘 네 편이 되어주는

한사람 있어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 부럽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괜찮기를


괜찮다

괜찮다

난 괜찮다

너 스스로 말해 봐


언제나 네 편은

바로 너 자신이야

나도 그러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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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5-12-1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내편은 나이고 자신이지요.
나를 잘 아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님.^^

희선 2025-12-14 17:20   좋아요 0 | URL
자신이 늘 자기 편이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을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때 다시 생각하면 좋겠네요 자신이 자기 편이다고...

주말이 가고는 추워지겠습니다 오늘도 춥군요 모나리자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5-12-12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서 무언가 하기 어렵고, 또 자신과도 그렇게 가깝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따뜻한 말을 해주는 분들께 감사하게 됩니다. 자신과 가깝고 좋은 사이가 되는 건 좋은 일이예요.
희선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5-12-14 17:22   좋아요 1 | URL
잘 지내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괜찮은 거겠지요 친구가 많지 않아도 괜찮기는 하죠 얼마 안 된다 해도 좋은 사이로 지낸다면, 그렇게 지내기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과 잘 지내야 다른 사람하고도 잘 지낸다고도 하는군요 자신이 자신을 괜찮게 여기면 좋겠지요 저도 잘 못하는 거지만...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 세이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책을 여러 권 만났다. 늦은 나이(마흔한살)에 소설가가 되고 꽤 많은 글을 썼다. 추리소설뿐 아니라 역사 소설도 쓰고 일본 사회 비리 같은 것도 썼다. 글을 많이 썼다는 건 알았는데, 그게 천여편이라는 건 지금 알았던가. 예전에도 그 말 봤을 것 같다. 엄청나게 썼구나. 세이초는 늘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공부하면 글이 더 잘 써질까. 별 생각을 다했다. 책 한권을 쓰려면 그것과 상관있는 건 더 많이 읽어야겠지. 자료 조사도. 그것 또한 읽고 공부하고 자기 말로 나타내야 한다. 난 그런 거 잘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일본 작가보다 마쓰모토 세이초를 나중에 알았다. 미야베 미유키와 많은 일본 작가는 마쓰모초 세이초 소설을 보고 자신도 소설을 써야겠다 했을 것 같다. 이 소설 《점과 선》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쓴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이건 이번에야 알았다. 세이초는 가난해서 어딘가에 가지 못했는데,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했다는 말을 봤다. 세이초 소설에는 기차를 타는 이야기가 좀 있을 거다. 지금 이 소설을 보고 ○○성 비리 문제로 수사 받던 사람이 요정 종업원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면, 저건 누가 죽인 거군 할 듯하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언젠가 기차 시간을 트릭으로 쓴 거 <명탐정 코난>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정말 본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 기차 시간 트릭은 세이초가 쓴 뒤 많은 사람이 썼을 것 같다. 세이초는 어딘가에 가지 못할 때 기차나 여러 가지 탈 것 시간표를 보고 그곳을 상상했단다. 이 소설에 그런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비리로 수사 받던 공무원인 사람과 여성이 함께 죽은 사건을 파헤치는 거다. 두 사람과 상관있는 사람 알리바이를 깨야 했다. 그 사람 알리바이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래전에는 ‘○○성’이라 써야 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그런 곳 그대로 쓰기도 하던데. 지금도 소설과 현실을 똑같이 여기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기는 하겠지만, 예전엔 더했겠다. 똑같지는 않아도 소설이 아주 거짓은 아니기도 하구나.


 여기에서 전보를 치고 기다렸다는 말을 보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연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는 전자편지로. 맥주를 우물물에 넣어뒀다 차갑게 마신다는 말도 나왔다. 이때 더위와 지금 더위는 엄청 많이 차이 나겠다. 책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시대에는 비행기 없었을까 했는데, 비행기 있었다. 세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투기가 있었으니, 1950년대 말에 없는 건 이상하기는 하구나. 전쟁 때 다닌 건 그리 크지 않았겠지만. 시간이 가고 여객기 만들었겠지. 형사는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쪽 끝과 북쪽으로 어떻게 갔을지 실제 기차를 타 보면서 생각했다. 형사는 쉽지 않구나. 세이초 소설에 나오는 형사는 거의 성실해 보인다. 다른 세이초 소설에서 본 형사도 한 사건을 끈질기게 파헤치려 했다.


 증거를 찾고 뒷받침이 되는 증언이 있다 해도 범인을 잡기 어렵기도 하다. 형사는 범인이 쓴 속임수를 알아내고 알리바이를 깨뜨렸는데,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사람은 그래도 다른 한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 이름은 다른 소설에도 나오지 않던가. 그저 이름만 같은 거겠지만. 어쩌면 세이초는 이 소설을 쓰고 그 사람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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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5-12-1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한번도 읽어 본 적 없는 작가이군요.
책 소개를 보니 이 작품이 1957,58년에 연재했던 작품이라고 나오는군요. 그 당시에는
전보를 치는 것이 주된 통신 수단이었겠네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쓴 천재 작가인가 봅니다.

희선 2025-12-14 17:25   좋아요 0 | URL
꽤 예전 소설이죠 예전 소설을 보면 지금과 다른 게 통신 수단이겠습니다 교통 수단도 많이 빨라졌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기차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빠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거의 없어졌군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썼지만, 아주 많은 글을 썼더군요 저도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 많이 못 읽어봤어요


희선
 


우울한 나날





오래 이어진 우울은

쉽게 좋아지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그저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면

우울한 기분이

조금씩 나아질지도 몰라


늘 우울하면 자신이 더 힘들어

우울한 일보다 조금 다른 걸 생각해 봐

한번 일어난 일은

두번도 세번도 일어난다 생각하면

두렵겠지만

그것만 생각하지 마


자기 마음을 돌봐야 하는 건

결국 자신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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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12-10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좀 많이 우울한 상황에 휩싸여 있어요.
이 시가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희선님, 고맙습니다!

희선 2025-12-12 18:20   좋아요 0 | URL
우울한 일이 일어나면 그때 정말 안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지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있고 그대로인 것도 있을 테니... 나아지는 거기를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별로 괜찮은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곧 주말이네요 감은빛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