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서 하나 모자란 수 아홉 구

열이 되면 좋을까

하나가 모자란 게 더 좋을 것 같아

언젠가 채우면 되잖아


나이에서 아홉이 지나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아홉살에서 열살이 되는 느낌은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고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는

어쩐지 어른이 되는 느낌이지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는

그냥 나이만 먹은 느낌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될 때는

다 산 것 같지


마흔이 넘어도 삶은 이어져

(마흔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어)


한해가 흐르고

나이 한살 먹는 것도

사람이 생각한 거군

얼마나 살았는지 세어보려 한 걸까


백살을 앞둔 아흔아홉까지

사는 느낌은 어떨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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ブスに花束を。 5(カドカワコミックスA) (コミック)
作樂ロク / KADOKAWA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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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에게 꽃다발을 5(사쿠라 로쿠), 백설공주가 된 우에노, 왕자는 우구이스다니. 두 사람이어서 잘됐다면서도 마음 한쪽은 뭔가 아쉬운 타바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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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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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상관없지만, 이름이 루시여서 다른 루시가 조금 생각났다. 그건 만화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필리아다. 성은 다르다.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는 성령 마도사로 열쇠로 성령을 불러내고 성령한테 도움 받는다. 루시도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됐다. 마도사면서 소설가기도 하구나. 비슷한 거 하나 없지만. 아니 소설 쓰는 건 비슷하다. 루시 바턴과 다르게 루시 하트필리아는 엄마와 사이 좋고 집은 부자였다. 엄마가 일찍 죽는다. 나중에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기도 해서 형편이 안 좋아진다. 그건 루시 하트필리아가 집을 나온 뒤다.


 소설에 나오는 루시 바턴은 어릴 때 가난했다. 가난한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데. 루시는 그걸 꽤 안 좋게 여긴 듯하다. 루시는 대학에 가게 되고 집을 나오고 결혼하고는 집에 가지 않았다. 루시가 아홉주 동안 병원에 있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루시 엄마가 병원에 찾아온다. 루시 남편 윌리엄이 루시 엄마한테 말해서 병원에 온 거겠지. 루시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루시가 병원에 있었던 건 아홉주인데, 닷새만 있다니.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야지. 병원에서 닷새 지내는 건 쉽지 않다.


 엄마와 딸 사이는 어떤 걸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딸이지만, 난 엄마하고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걸 할 뿐이다. 루시가 엄마한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럴 거다. 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지. 루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쓴다. 자기 담당 의사도 사랑한다고 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건 말이 그런 거겠지. 넓은 뜻으로 한 말이겠다. 내가 그런 말을 잘 쓰지 못하는 거겠다.


 병원에서 루시는 엄마한테 자신이 살던 곳 사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가 말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이 다 좋지 않았다. 왜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중간 중간 루시는 어릴 때 일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트럭에 갇혀 있었던 일, 엄마한테 맞은 일, 가난해서 다른 아이한테 놀림 받은 일. 한 선생님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아이들한테 말했다. 루시가 그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구나. 루시는 집이 추워서 학교에서 숙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이 루시를 위로해 주어서 루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릴 때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어릴 때 책 안 읽고, 나중에 책을 읽고는 그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루시는 자기 꿈을 이루었다. 언니 오빠는 어릴 때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지만, 루시는 공부를 잘해서 떠났다. 부모와 언니 오빠는 그런 루시한테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건 아니겠지. 루시 부모가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갑자기 아이를 때리는 일은 없었다면 좋았을걸. 트럭에 가두는 것도. 그게 벌을 준 건지,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서 어린 루시가 걱정돼서 트럭에 둔 건지. 아이여도 제대로 말하면 알아들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걸 학대다 하겠구나. 엄마 아빠는 마음을 나타내는 게 서툴렀던 거 아니었을까. 엄마가 루시가 병원에 있을 때 찾아온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 이야기를 쓴 루시는 어릴 때와는 다르겠지. 루시 바턴으로 앞으로도 글을 쓸 거다.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과 헤어졌지만. 둘은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희선





☆―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이것이 내 말 요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  (34쪽)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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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





아침에 집을 나와

바깥에서 낮을 보내고

저녁엔 집으로 돌아가네


아침에 집을 나오지 않고

잠깐 볼 일을 봐도

집으로 돌아가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다행이야


여기저기 떠돌고

한곳에 있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도

가끔 돌아가는 곳 있을 거야

집이 아니어도


마지막에 돌아갈 곳은

누구나 같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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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지 못하는





무슨 일이든 시간이 해결해줄까

아니 그렇지 않아

시간이 약인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벗어나지 못하고

되풀이해서 떠올리는 것도 있지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는데

잊어라, 하지


어떤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만 힘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평범한 사람이

부처나 예수는 되지 못해

자신을 해치는 사람을 용서하는 건

신이나 할 수 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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