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





여름에 들리는 매미 소리는

더운 느낌을 주지만,

여름이 얼마 남지 않은 밤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시원한 느낌이야


여름이 다 가지 않아

조금 더운 밤이어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서늘한 가을이 온 듯해


부지런한 풀벌레야

풀벌레가 가을을 부르는 걸까

가을은 풀벌레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건지


풀벌레는 노래로 가을을 부르고

가을은 풀벌레 소리를 듣고

길을 잃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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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유령 도마뱀 그림책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인자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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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친절한 유령》에 나오는 노노코가 사는 집은 오래되고 기울었습니다. 집이 기울면 위험해서 못 살 것 같은데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노노코는 오래된 집에 살았군요. 비가 새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기도 했나 봐요. 오래된 집을 할아버지는 ‘골동품’이다 하고 아빠는 ‘위험한 집’, 엄마는 ‘낡은 집’이다 했어요. 마을 사람은 ‘유령이 나오는 집’이다 했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을 유령이 나오는 집이다 하다니.


 마을에는 노노코 또래가 많았지만, 아이들은 노노코와 놀지 않았어요. 노노코를 유령이다 하면서 따돌렸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바빠서 그걸 몰랐지만, 할아버지는 노노코가 혼자 논다는 걸 알았어요. 노노코는 아이들이 자신을 유령이다 하는 걸 안 좋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건 다행이죠. 노노코는 자기 혼자만 유령이어서 좋다고 했어요. 혼자 노는 것보다 아이들과 노는 게 재미있을지. 어릴 때는 또래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는 게 좋기는 하겠네요.


 할아버지는 노노코한테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는 친절한 유령이 되라고 해요.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어느 추운 밤, 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노노코는 집이 오래돼서 난 소리겠지 했는데, 그건 할아버지가 쓰러진 소리였어요. 다음 날 의사가 할아버지 방에서 나오고 아빠와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노노코는 할아버지 방으로 갔어요. 할아버지는 노노코한테 자신은 곧 죽고 하늘 별이 된다고 했습니다. 노노코는 그것도 좋게 여겼습니다. 노노코가 처음 알게 된 죽음이겠네요.


 숨을 후우 길게 쉬고 할아버지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여기저기에 전화를 했어요.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왔어요. 노노코는 할아버지 말처럼 친절한 유령이 되겠다고 하고 장례식 때 할아버지 관에 눈을 넣어뒀어요. 그건 장난이 아니고 할아버지를 마중 온 눈이 밖에 와서 그런 거였어요. 노노코는 자기 나름대로 친절한 유령이 되려고 애썼는데, 노노코가 한 일은 아빠를 조금 화나게 했어요. 아빠는 다 장난으로 여긴 거죠. 집이 기울어서 방석이 움직이는 걸 보고 노노코는 방석에 접착제를 발랐어요. 스님은 바닥에 묻은 접착제를 밟고 발이 붙어서 넘어졌어요. 집 균형을 잡으려고 노노코는 할아버지가 모은 돌을 집 가운데 모아뒀는데, 아빠가 돌에 걸려 넘어졌어요. 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아예 무너졌어요. 사람들은 모두 집에서 나갔습니다.


 장례식장이 아수라장이 됐네요. 집이 무너져서 노노코네 집을 새로 지었어요. 새 집에 살게 되고 노노코한테는 친구가 생겼어요. 노노코는 친구를 사귀게 되어 좋았지만, 조금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없어서기도 하고, 이제 유령이 아니기도 해서겠습니다. 가끔 아이가 엉뚱한 일을 하는 걸 책에서 보기도 하는데, 아이가 하는 게 다 장난은 아니겠습니다. 아이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겠지요. 그걸 알아봐야 할 텐데. 노노코 아빠는 노노코가 한 여러 가지를 장난으로 여겼어요. 할아버지는 달랐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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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 되네

──운동하자





자신이 자기 몸을 움직이면

뭐든 하고 싶을 때 하면 돼


자신이 자기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면

도와주는 사람 시간에 맞춰야 해


도와주는 건 고마워도

자기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을까


도움을 주고받는 건

쉽지 않네


자기 한 몸

자신이 움직이는 게

가장 좋겠다


운동하자

언제까지나

스스로 움직이도록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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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건 잠시만





언제나 평화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어요


평화에 물드는 걸

싫어하는 누군가가

힘든 일을 내려주는 걸까요


아프고 괴로워야

자란다고


정말 그럴까요

별 일 없이 지내면

자라지 못할까요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은 헤어짐을 겪습니다

그게 빠른 사람도 있고

어릴 때부터 여러 번 이어지는 사람도 있군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죠

그땐 자연스럽게 느끼지 못해도


모두가 단단해지고

어른이 되어야 할지


살다 보면 힘든 일 일어나기도 하겠지요

그런 건 잠시만 찾아왔다

떠나기를 바라요

그 일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면 안 되잖아요


모든 건 지나간다 해도

싫은 건 싫어요





*이건 그저 바람일 뿐이구나. 힘든 건 죽 이어지는 느낌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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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12-28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2025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앞으로 자주 뵈어요~

희선 2025-12-29 05:20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 님도 되셨군요 축하합니다 한해가 끝나가는 때네요 며칠만 지나면 새해예요 달라지는 건 없다 해도 기분은 좀 괜찮으면 좋겠습니다 젤소민아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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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바턴이 아파서 오래 병원에 있어야 했을 때 루시 어머니가 병원에 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그 다음이 이번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루시 어머니는 결혼 생활이 안 좋은 사람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이름 기억한 사람은 나이슬리와 미시시피 메리인 것 같다. 다른 이름도 기억해야 했는데. 루시와 어머니가 좋다고 말한 케이크 가게 사람 에벌린 이야기는 없구나. 두 사람이 이야기한 사람 이름 적어두기라도 할걸 그랬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모두 아홉 편 실렸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지만, 사람은 지금만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지난날 겪은 일이 여전히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건 부모한테 학대 받거나 시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루시 아버지도 그런 사람일까. 전쟁에 나갔다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그 죄책감이 평생 간 걸지도. 어머니는 여전히 모르겠구나. 아버지보다 어머니한테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래도 <동생>에서 비키는 루시한테 어머니가 루시를 가장 예뻐했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어머니가 루시한테 사랑한다는 말은 못했지만, 루시가 아플 때 병원에 오고 며칠 함께 지냈다. 루시도 알겠지.


 어릴 때 루시와 오빠와 언니한테 있었던 일은 다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가난해서 마을에서도 차별 받고 아이들한테 놀림 당한 것뿐 아니라 집에서도 힘들었나 보다. 음식을 버리면 주워먹게 하다니. 그건 좀. 그런 일 말고 더 심한 일도 있었을까. 루시는 오랜만에 오빠와 언니를 만나고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지 공황장애가 나타난다. 셋은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루시는 자신만 거기(집)에서 빠져나갔다 여기고 미안한 생각을 가졌나 보다. 이런 이야기 한국에도 있지 않나. 가난한 집 사람이 공부를 잘해서 도시로 떠나고 집에는 찾아오지 않는. 형제들은 잘된 형제를 원망하는 이야기. 형제에서 하나는 잘된 형제한테 돈을 달라고도 하는. 그런 게 생각나다니. 지금도 그런 일 있으려나. 가난한 게 뭐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걸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 좋은 거구나. 이 책을 보면서 가난은 냄새가 나나 했다. 그러자 조금 울적해졌다.


 이 책을 본 많은 사람은 대단하다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나라면 말하지 않을 것들이 쓰여 있어서 그럴지도. 여기에 나온 것과 같은 일은 없지만. 난 단순하게 사니 말이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소설을 많이 봤다고 사람들 삶을 다 아는 건 아니기는 하겠다. 나와 정서가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게 조금 있다. 그런 일이 이번만은 아니구나. 남들이 좋다 해도 뭐가 좋은 걸까 할 때가 더 많다. 난 뭘 모르는 걸까. 미국도 예전엔 동성애를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다. 그 나라는 기독교가 많지 않나. 소설인지 영화에선지 그런 걸 나타내고 꽤 당황하던 사람을 본 것 같다. 그건 언제였을까. 갑자기 그런 게 떠오르다니.


 누구나 살면서 이러저런 일을 겪고 힘들기도 하겠지. 어릴 때는 아주 가난했지만, 자라고는 괜찮아지기도 한다. 늘 그대로인 사람도 있겠다. 루시 육촌인 에이블(<선물>)은 잘살게 됐구나. 에이블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내한테 했더니, 그걸 창피하게 여겼다.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닌데. 다른 나라도 한국과 다르지 않게 가난을 창피하게 여기다니. 좀 어둡게 쓴 것 같은데, 아주 나쁜 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이 안 좋았다고 다가오는 시간까지 안 좋은 건 아니겠지. 나이를 먹고 미시시피 메리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다. 딸이 그 일에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딸도 자신이 홀로 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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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12-24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시 바턴의 소설을 읽으셨네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루시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그랬었는지 좀 슬펐던 기억이 많이 나네요.
<오 윌리엄>은 윌리엄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인데 그것도 좀 슬프지만 좋았어요.
그리고 <바닷가의 루시>를 순서대로 읽으신다면 나이들어가는 노부부의 삶의 이야기가 또 찌릿하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희선 2025-12-28 19:25   좋아요 1 | URL
남은 두권을 보려고 앞에 두권을 봤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네 권을 따로따로 봐도 괜찮기는 하겠지만, 시리즈기도 하니 차례대로 보는 게 좋겠지요 남은 것도 봐야죠 요 며칠은 책을 별로 못 봤네요 주말엔 더 못 보네요 하는 것도 없는데... 한 건 잠 자기...

한해가 끝나가는 때니 하루하루 더 잘 지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군요 책읽는나무 님 오늘 남은 시간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모나리자 2025-12-25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는 자기계발서인가 했어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책 소개를 보니 대단한 호평이군요.
원하지 않은 불행을 겪기도 하고 희망적인 날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제목이 어떤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메리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희선님.^^

희선 2025-12-28 19:31   좋아요 0 | URL
작가나 이 시리즈를 모르면 책 제목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걸 아는 사람은 그런 생각 못했겠네요 네권에서 두번째 것만 소설 같지 않은 제목일지도... 아니 다시 생각하니 꼭 그렇지도 않네요 여기 담긴 소설에는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새로운 주에는 새해가 있군요 모나리자 님, 2025년 남은 날 잘 보내시고 새해 잘 맞이하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