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역사 콘서트 - 역사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 50
그레그 제너 지음, 서종민 옮김 / 상상스퀘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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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입담과 유머 감각이 가장 큰 매력인데, 역사책으로서도 꽤 내용이 충실하다. 사진이나 그림 하나 없이도 글 자체의 재미와 매력 때문에 읽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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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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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등단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이 공모전에 응모할 테니 완성도를 걱정했는데,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모두 문장과 구성이 깔끔했다. 심사평을 쓴 두 심사위원 모두 문장력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수천 편의 응모작 중 고르고 고른 다섯 편이기에 문장과 구성 같은 기본은 충분히 갖추었다. 작품성이 준수한 단편 드라마들을 소설로 읽는 느낌이라, 비슷한 소재의 작품끼리 묶어 옴니버스 드라마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다섯 단편에 대한 각각의 감상을 간단히 적어봤다.


이승훈-야구 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스포츠라고는 축구 A매치만 보고 야구는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 이 단편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야구를 잘 몰라도 줄거리와 작가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야구를 잘 알았다면 주인공과 FF-001이 그토록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에 더 깊이 공감하고, 마지막 승부 판정에서의 긴박감을 더 잘 느꼈을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인데 깔끔하다. 작가가 의도한 것만큼은 결말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스포츠에 큰 애정이 없어서 잘 공감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어떤 요소로 감정을 이끌어 낼지 예상이 되었고, 그 예상대로 소설이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김단한-울다

  밤바다처럼 고요하고 차분하다.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물결 뒤에 물결이 이어지듯 SF와 SF가 아닌 부분이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순향과 울다의 캐릭터나 각자의 서사, 유대 관계를 담백하게 그려내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그런데 제주도의 해녀를 소재로 한 소설이면서 제주도 방언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 의외다. 순향은 제주가 고향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제주에서 자랐고, 해녀 삼촌들은 제주 토박이일 텐데. 어설프게 방언을 쓰느니 아예 표준어로만 대사를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제주 방언을 살려서 대사를 썼으면 제주 특유의 분위기와 현장감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적으로는 깔끔하게 잘 빚어진 작품이다.


고반하-인간다운 여름

  SF 청춘 로맨스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들이 겪는 현실은 만만치 않아서 씁쓸한 맛이 강하다.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 메시지를 다 갖췄는데 인간다움, 사랑, 우정 세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 세 가지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인간으로서 인간이 아닌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함서경-too much love will kill you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난 후의 한국 사회를 꽤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겪은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디테일이다. '나'와 '앞집 남자'가 서로를 마음에 담게 되는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져 몰입하게 됐다. '나'가 볼 수 없는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시점을 여러 번 바꾸는데, '나'의 감정과 시각에서 빠져나와 상황 자체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필요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시점이 여러 번 바뀌면 글이 산만해지기 쉬운데,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좋아서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피와 살점이 튀기는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고요하고 가슴 먹먹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강솟뿔-여보, 계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 중 유일하게 장르 소설이 아니다. 다섯 편 중 세 편이 로봇과 관련된 소설이라 이 단편에서도 주인공이 로봇 닭이라도 키우나 했는데, 나머지 네 편과 달리 일상의 단편을 뚝 떼어 온 듯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그린 소설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하의 노래 <싸구려 커피>의 눅눅하고 구질구질한 분위기를 소설로 그린다면 딱 이 소설 같을 것이다. 암울한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승화하는 유머 감각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심사위원 정해연 작가는 심사평에서 이 단편이 캐릭터가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했지만 그 평은 남자 캐릭터들에게만 해당한다. 이 단편에서 남자 캐릭터는 계속해서 재기를 꿈꾸지만 실패하는 영화 감독과 같은 이유로 방황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그를 잘 이해하면서도 동족 혐오를 보이는 친구, 현자같이 지혜롭고 인생 경험이 많아 주인공을 도와주는 선배, 기회주의자 스타 배우까지 다양하지만 여자 캐릭터들은 그저 남자 캐릭터들의 암울한 현재와 더 암울해 보이는 미래를 참다 못해 현실을 찾아가는 여자친구들일 뿐이다. 현실의 여자가 아니라 많은 노래와 소설 속의 '나를 버리고 더 조건 좋은 남자한테 가버린 나쁜 여자'를 소설 속에 옮겨놓은 것 같다. 수십 페이지밖에 안 되는 단편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바로 앞에 실린 「too much love will kill you」가 한두 장면만으로도 두 여자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게다가 오래 사귀었고 정이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임신하려고) 콘돔도 없이 관계를 가지려고 먼저 달려드는 여자친구 캐릭터는 비현실적이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미래도 없어도 내가 좋다고, 내 아이를 갖고 싶다고 먼저 내게 달려드는 여자는 판타지다.


반려 닭 '여보 계'와의 우정이 더 전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심사평에도 공감하지만, 이 소설에서 여보 계 자체가 주인공에게 소중했다기보다는 주인공에게 삶의 의지를 이끌어 내는 매개체였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앞에서 말한 납작한 여성 캐릭터가, 생각보다는 약한 여보 계와의 우정보다 더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에 실린 다섯 단편 중 가장 아쉬웠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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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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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계」의 여성 캐릭터들이 납작한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특히 「울다」, 「인간다운 여름」, 「too much love will kill you」은 장르 소설의 재미와 인간다움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모두 갖추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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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8 - 입헌운동과 의화단 사건 본격 한중일 세계사 18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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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향한 한중일 3국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의화단 운동.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내용으로는 이 두 가지 역사의 흐름이 이렇게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것인지 몰랐다. 1890년대 세계 곳곳의 역사를 짧게나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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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놓고 딴소리 - 드라마, 예능, 웹툰으로 갈고닦는 미디어리터러시 생각하는 10대
이승한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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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도서의 장점은 교과서처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기억해야 할 점은 딱딱 짚어준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 211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에 판형도 작아, 마음 먹으면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일러스트가 중간중간에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중요한 단어나 개념은 본문 옆의 작은 글 상자에서 설명해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거기에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경어체로 서술하는데, 친근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문체라 더 쉽게 읽힌다. 이 책에서 언급한 콘텐츠 중 본 것은 영화 <검은 사제들>(2015) 하나밖에 없는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오히려 내가 몰랐던 프로그램이나 이슈들을 알게 돼서 흥미로웠다.


  코로나가 한창 퍼지고 있던 2021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때의 상황과 관련된 내용들도 꽤 많다. 드라마처럼 출연자의 표정 연기가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아닌데,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면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나 보도 전문 채널 YTN, 연합뉴스 TV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방송사가 음성 언어 발표자의 얼굴만 클로즈업해,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야기 등. 출간된 지 3년이 지나고 코로나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코로나 유행 시기에 대한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팬데믹이 터진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도 있고, 장애인의 알 권리는 언제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은 성인 독자들 또한 기억하고 명심하면 좋은 것들이다.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면서 미디어에서 보고 듣는 것으로 세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은 성인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강조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독해 능력)'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필요하다. 2020년 개정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의 외모를 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조롱,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주민의 어눌한 한국어 표현 및 행동을 구경거리로 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이 조항을 지키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종종 보인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예능은 예능일 뿐이니까 따지지 말고 그냥 재밌게 보자.'는 말을 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면 당장 미디어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미디어가 세상을 보여주고 표현하는 방식을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고 개선하게 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을 더 넓힐 수 있다. 그러니 저자가 잘 봐 놓고 하는 한소리를 성인 독자들도 귀 기울여 들으면 좋다. 허투루 보지 않고 잘 봤으니 한소리를 할 수 있는 거다. 우리도 대충 보지 않고 한층 더 나아진 미디어 리터러시로 보고 나면 우리만의 한소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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