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을유사상고전
이세동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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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왕과 신료들은 이 책을 바른 정치를 위한 교과서로 삼았는데, 위정자의 자세에 있어서는 현대인들도 참고할 만하다. 고대인들이 어떻게 나라와 행정, 사법 체계를 세우고 그것을 운영해 갔는지, 정쟁과 반란은 어떻게 처리하고 백성들은 어떻게 다스려 왔는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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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각 - 돼지국밥부터 꼼장어까지, 살아 있는 의리의 맛
고운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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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큰집이 있었던 곳이지만 우리 집에서 워낙 먼 곳이라 거의 가지 못했다. 그래도 아버지와 친가 쪽 친척들이 경상도 사람들이고 친구, 지인, 선후배 중에도 경상도 출신이 많은데 부산은 경상권을 대표하는 도시니 속으로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매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게 되면서, 부산은 내게 좀 더 친숙한 공간이 되었다. 그해부터 여섯 번 부산에 가면서 찐 로컬 맛집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에서 돼지국밥과 밀면을 먹고, 자갈치시장에서 지인들과 꼼장어구이를 먹었다. 그중 돼지국밥은 평소에도 종종 먹는다. 그래서 부산 음식을 다룬 『부산미각』이 출간된다고 했을 때 반가웠다. 『부산미각』과 같은 시리즈의 전작인 『중화미각』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감이 더했다.

우선 전작처럼 다루고 있는 지역색을 살린 표지가 독자를 반긴다. 표지의 옅은 푸른색 바탕색은 바다를 연상시키고, 부산을 상징하는 바다와 등대, 갈매기, 부산국제영화제를 연상시키는 필름과 슬레이트,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그 위에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뒤표지를 메뉴판 모양으로 만들어 거기에 본문에서 소개되는 음식들을 적어놓은 것은 전작 『중화미각』과 같다. 전작처럼 단일한 배경색 위에 단순한 형태의 오브제들을 놓고 뒤표지에는 메뉴판을 실어 시리즈의 통일성을 만들면서도 부산만의 특징이 드러나게 디자인했다.

본문에는 열아홉 가지의 부산 음식과 부록 속 다섯 가지의 조미료가 소개되어 있다. 『중화미각』이 화려하고 다채롭다면 『부산미각』은 좀 더 담백하고 소박하다. 『중화미각』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중국 음식들도 소개되고 그 음식들과 관련된 낯선 역사와 문화도 만날 수 있다. 반면 『부산미각』에는 우리도 몰랐던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곳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역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재일교포의 생존을 위한 분투가 담긴 낙곱새부터 6.25 전쟁 당시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밀면까지, 한국인이라면 직접 겪지 않았어도 익히 알고 있고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이 대부분 부산에서 나고 자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부산에서 살며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책에서는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진하게 풍긴다. 중국이 연구의 대상인 반면 부산은 삶의 터전이니, 『중화미각』이 중국의 역사, 문학, 문화 등 인문학적인 지식이 차지하는 분량이 많은 반면, 『부산미각』은 부산 음식과 부산이라는 땅 자체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는 서정적인 부분이 많다. 비문학이라기보다 한 편의 에세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새벽 골목에서는 아낙네들이 재첩국을 한 동이씩 이고 아침을 아직 안 먹은 동네 사람들에게 팔고 다니고, 낙동강가 갈대숲에서는 사람들이 은백색 웅어를 잡는다. 이런 수십 년 전 부산의 풍경,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동래파전을 다룬 꼭지는 6페이지밖에 안 되고(그것도 사진들이 섞여 있고 마지막 페이지는 두 줄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꼭지들도 10페이지 안팎이니 생각보다 각 음식을 깊이 다루지 않는다. 좀 더 풍성한 지식과 읽을거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음식에 대한 지식도 조금 쌓고 경험하든 경험하지 못했든 부산 음식에 담긴 부산의 역사, 그 속의 희로애락을 살펴볼 수 있으니, 부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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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각 - 돼지국밥부터 꼼장어까지, 살아 있는 의리의 맛
고운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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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각 음식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부산 향토 음식들의 역사와 그에 얽힌 추억을 짚어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미각 시리즈가 앞으로 더 이어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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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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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교양 인문서 시리즈로는 『난생처음 한번』, 일명 '난처한' 시리즈,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있다. 앞의 두 시리즈는 최근 나온 편까지 거의 다 읽었지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관심이 있는 인물 편만 골라 읽었다. 문득 이 시리즈도 전부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안 읽은 편들을 하나씩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1권이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햄릿』과  『맥베스』뿐이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해 좀 더 알면 유익하면 유익하지 무익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으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완전 정복'을 시작했다.


  읽기 전에 우려했던 것은 저자가 고령이고 영문학 전공자도 셰익스피어 연구자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목차만 봐도 굉장히 많은 곳을 여행하는데 체력이 부치지는 않았을까. 정치적 올바름에 있어 덜 민감하지 않을까. 저자 소개를 보면 영문학이나 셰익스피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력들만 보이는데 믿고 있을 수 있을까. 시리즈 안의 각 책들마다 편차는 있고 다소 아쉬운 편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는 시리즈니 일단 믿고 보기로 했다.


  이 세 가지 걱정은 기우였다. 이 책을 위해 셰익스피어 기행을 시작한 2014년에도 저자는 이미 70대였지만 책에서는 여정 때문에 지친 기색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여성 혐오와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여주인공 카테리나의 설교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투철한 옹호이고, '길들이기'라는 관점 자체가 틀려먹었다고 단호히 말한다(이 작품의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줬으면 했지만). 그 밖의 작품들에서 셰익스피어가 소수자들,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그렸는지도 이야기한다. 본인이 셰익스피어 연구자는 아니지만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의 견해와 자신의 견해를 함께 말하면서, 독자들이 각 견해를 비교해 보고 자신 스스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저자 자신도 셰익스피어 작품의 서사 구조와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대사의 탁월한 표현(그리고 원어로는 어떻게 이 표현이 중의적이거나 언어 유희를 하는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낸다. 논리의 비약이 없으면서 현학적이지도 않다. 수십 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기에 한 작품을 아주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의 해설을 모아 셰익스피어 입문서로 읽기 좋다. 해설의 특성상 각 작품의 스포일러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행문으로서도 읽기 좋은 책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각 편에 따라 기행과 인물 탐구의 비중이 달라지고, 기행문과 설명문의 질도 편차가 있다. 이 책은 둘 다 고르게 좋다. 1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찾아 그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과 그가 주로 활동한 런던, 『심벌린』 속 고대 로마 제국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배스를 여행하고, 2부와 3부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이 되거나 셰익스피어를 언급한 외국 작가들과 관련된 곳을 여행한다. 1부에서는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과 런던, 배스 이 세 곳만 여행하지만, 2부와 3부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이 된 유럽 각 나라의 십여 곳을 다소 숨 가쁘게 이동한다. 사실 2부와 3부에서 저자가 여행한 곳은 모두 셰익스피어 본인은 살아생전 발 한 번 들여놓지 못한 곳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게 살려냈다. 2부와 3부에서는 거의 한 꼭지당 한 곳씩 여행할 정도로 일정이 빽빽한데도 저자는 여행자의 서정을 잃지 않는다. 짧은 여행에서도 그 장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 감정을 만끽하면서 자신이 본 풍경을 스케치하듯 묘사한다. 이런 기행문이 생각보다 밀도 있는 설명에 지친 독자에게 휴식이 되어준다.


  왜 영문학 전공자나 셰익스피어 연구자에게 이 책을 맡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씻어낼 정도로 저자는 여행과 인물 탐구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셰익스피어 입문서로 좋은 책을 써냈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고 딱 적당한 크기의 판형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여행 사진들,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감각적인 편집 디자인에서도 이 시리즈가 여러모로 공들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처음 시작하는 시리즈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씻어내 준 시리즈의 산뜻한 시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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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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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첫 권이라 힘을 준 게 느껴진다. 저자가 영문학자도 셰익스피어 전문가도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에 대한 애정도 크고 이해도도 깊다. 셰익스피어 입문서로도 기행문으로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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