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두의 악마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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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가 도망치면서 변명하고 있다. 사과할 거면 이런 짓을 하질 말지. 오다가 용감하게도 불꽃의 무용가에게 몸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오오, 이 장면은 본격 미스테리 팬과 하드보일드 팬의 마음가짐 차이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166쪽

운명은 개하고 똑같다. 도망치는 자에게 덤벼든다. 이 지상에 낙원은 없다. 자연이 진공을 싫어하듯 신은 낙원을 증오한다. 행복과 안락에는 불행과 고뇌가 스며들고, 그 운동은 불가역적이다. 그것이 신이 정한 두 번째 엔트로피 법칙이다. 좋다, 좋아. 나를 냉소주의자로 만들고 싶다면 맘대로 해. 나는.......-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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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의 산 2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그렇다. 고백하건대 나는  다카무라 가오루의<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끝까지 읽는 데 실패한 독자다. 그 꼼꼼한 묘사에는 정말 질렸다고밖에, 내 스타일이 아닌 걸 어떡하랴. 이 <마크스의 산> 개정본을 운 좋게도 도서관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의 서두는 미나미알프스의 깊은 산속 노동자의 지루한 일상과 술 마시기, 불면증, 그리고 느닷없는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사건의 담당 형사는,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범인을 송치한다. 그리고 16년 후, 도쿄에서 일어난 살인. 두 사건 사이의 연관관계는 없어 보이나, 그 선을 따라 고다라는 형사는 사건 수사를 개시한다.  

사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고다의 사건 수사 경위에 집중한다. 수사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단 19일간의 기록,이지만 무려 1천페이지에 육박한다. 그러니 '미스터리의 여왕' 다카무라 가오루의 서술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장, 2장...' 이런 식의 구분도 없이 장문의 문장들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숨이 찰 지경. 마치 공기 희박한 고산을 오르는 느낌! 

고다의 반대편에는 범인이 있는데, 그것은 이중적이다. '지금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과거의 범인'이 달리 존재한다. '지금 이 범인'은 어릴 적 미나미알프스에서 부모를 자살로 잃고 혼자 살아남은 청년 미즈사와. 그의 정신세계는 정상이 아닌데, 저 깊은 곳에 '마크스'라는 존재가 있어 어둠과 밝음을 3년 단위로 오락가락한다. 기억력이 하루도 못 가는 그지만 어떤 부분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자신을 도와주는 간호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돈이 있다면 마치코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 유바리메론과 후지산) 미즈사와는 '과거의 그 범인'과 교묘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포일러를 우려하여 여기까지만 쓴다.) 책을 다 덮고 난 후의 감상은, "아 형사라는 직업은 참 피곤한 거구나!"로 요약되려나.

아주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끝까지 읽어내고 싶은 책이어서 완독할 수 있었다. 드라이한 묘사의 형사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니 최소 한번에 100페이지 이상은 읽는 게 좋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끄적거린 구절 : 어젯밤 <마크스의 산2>를 200쪽 정도 읽으면서 독서의 쾌감을 발견.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을 때는 마치 장거리마라톤처럼 "슬슬 달려볼까-달리는 기분이 꽤 괜찮은데-이제 멈추기 힘들어"라는 단계가 있어서 자투리독서로는 워밍업만 하다 끝난다는 사실!  

책의 만듦새는 보통. 번역은 정다유라는 분이 했는데 그다지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어 선택이 평이하지 않고, 오문도 꽤 많다. 이건 참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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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그렇다. 고백하건대 나는  다카무라 가오루의<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끝까지 읽는 데 실패한 독자다. 그 꼼꼼한 묘사에는 정말 질렸다고밖에, 내 스타일이 아닌 걸 어떡하랴. 이 <마크스의 산> 개정본을 운 좋게도 도서관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의 서두는 미나미알프스의 깊은 산속 노동자의 지루한 일상과 술 마시기, 불면증, 그리고 느닷없는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사건의 담당 형사는,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범인을 송치한다. 그리고 16년 후, 도쿄에서 일어난 살인. 두 사건 사이의 연관관계는 없어 보이나, 그 선을 따라 고다라는 형사는 사건 수사를 개시한다.  

사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고다의 사건 수사 경위에 집중한다. 수사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단 19일간의 기록,이지만 무려 1천페이지에 육박한다. 그러니 '미스터리의 여왕' 다카무라 가오루의 서술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장, 2장...' 이런 식의 구분도 없이 장문의 문장들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숨이 찰 지경. 마치 공기 희박한 고산을 오르는 느낌! 

고다의 반대편에는 범인이 있는데, 그것은 이중적이다. '지금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과거의 범인'이 달리 존재한다. '지금 이 범인'은 어릴 적 미나미알프스에서 부모를 자살로 잃고 혼자 살아남은 청년 미즈사와. 그의 정신세계는 정상이 아닌데, 저 깊은 곳에 '마크스'라는 존재가 있어 어둠과 밝음을 3년 단위로 오락가락한다. 기억력이 하루도 못 가는 그지만 어떤 부분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자신을 도와주는 간호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돈이 있다면 마치코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 유바리메론과 후지산) 미즈사와는 '과거의 그 범인'과 교묘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포일러를 우려하여 여기까지만 쓴다.) 책을 다 덮고 난 후의 감상은, "아 형사라는 직업은 참 피곤한 거구나!"로 요약되려나.

아주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끝까지 읽어내고 싶은 책이어서 완독할 수 있었다. 드라이한 묘사의 형사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니 최소 한번에 100페이지 이상은 읽는 게 좋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끄적거린 구절 : 어젯밤 <마크스의 산2>를 200쪽 정도 읽으면서 독서의 쾌감을 발견.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을 때는 마치 장거리마라톤처럼 "슬슬 달려볼까-달리는 기분이 꽤 괜찮은데-이제 멈추기 힘들어"라는 단계가 있어서 자투리독서로는 워밍업만 하다 끝난다는 사실! 

책의 만듦새는 보통. 번역은 정다유라는 분이 했는데 그다지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어 선택이 평이하지 않고, 오문도 꽤 많다. 이건 참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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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는 샀는데...저번 여행때 읽을려고 가져갔다가 열심히 노느라 아직 비니루도 못벗긴 아이랍니다^^
전 스포일러 좋은데 ㅋㅋ; 아무래도 정신차리고 읽어야될 듯 싶습니다~

베쯔 2010-07-09 21:02   좋아요 0 | URL
하하, 스포일러가 좋다니요.. 재미있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놓고 펼쳐보니 못한 책이 예닐곱 권은 되는 듯 ^^;
 
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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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를 배경으로 한 시대 소설. <메롱>, <외딴집> 등 에도를 배경으로 한 여러 편의 작품 가운데서도 이 책은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에도,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아주 괜찮은 3~4시간짜리 엔터테인먼트였다. 사실 <외딴집>은 좀 무겁고 <메롱>은 좀 가벼운 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딱 그 중간이다. 그러니 시대물이 별로인 독자도 이 작품으로 입문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하급무사 헤이시로가 꽃미남인 조카 유미노스케를 대동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인데, 7편의 연작 단편들이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큰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에도 시대 서민들이 주로 살았던 다세대주택 나가야-長屋(なが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전 작품에도 이러한 배경이 등장한 적 있다. 관리인과 세입자 간의 끈끈한 의리라든가 갈등 등을 묘사하기 좋아서일까. 그리고 상인 계급과 오캇피키 같은 하급 무사들이 활보하는 세계. 그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TV 드라마를 보는 듯이 편안하다.  

작가는 몇 가지 질문을 물고 늘어진다. "왜 사키치 같은 초짜를 나가야의 관리인으로 보냈을까?", "나가야의 세입자들이 하나둘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뒤의 배후는 무엇인가?".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오토쿠 같은 마음 따뜻한 걸걸한 여자도 등장하고, 젊은 시절 신세를 망치고 원한으로 사는 오캇피키도 나온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물론 우리의 허허실실 주인공 헤이시로다. 사건을 그대로 암기했다 들려주는 아이 짱구나, 측량에 미친 애어른 같은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존재도 흥미롭다. 

다음은 흥미로운 구절.

 

 

 

"오토쿠는 뎃핀 나가야의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고 나가야의 심장 같은 여자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가야의 머리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심장이지. 뭘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여자가 아니거든." 

"여자들이 다 그렇습죠. 그래서 어여쁜 게 아닙니까."  -P353 

 
   

북스피어 출판사의 책들은 번역이 참 안정되어 있다. 연작의 느낌을 잘 살린 표지와 편집도 마음에 든다. 다만 주석 처리를 책 본문 가운데 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다. 아래나 뒤쪽으로 따로 표시하는 게 더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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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 Medusa Collection 1
토머스 H. 쿡 지음, 김시현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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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가의 존재는, 요네하라 마리의 서평집 <대단한 책>에서 알게 되었다. 거기서 추천한 책은 토머스 H. 쿡의 <밤의 기억들>이었고 나는 <심문>을 먼저 읽었다.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사념적이고 묵직한 맛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딱딱한 호밀빵처럼 씹을수록 깊은 맛이 있었다.  

12시간의 압축적인 시간을 다룬 이 책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사건을 추적하는 두 명의 형사 중 한 명은 어린 딸을 잃어버린 상처가 있는 남자. (이런 설정 형사소설에는 은근히 많다.) 용의자와의 심리싸움이 긴박감 있게 그려지고 있으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칠수록 흥미로와진다.

전체적으로는 아이슬란드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추천할 만한 작품이고, 작가다. 다음은 <밤의 기억들>을 읽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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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2010-07-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단한 책>에서 읽고 수첩에 적어뒀다가 <밤의 기억들>을 읽어보았는데요.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그것도 분위기 있더라고요. 이 책도 한번 봐야겠네요~

베쯔 2010-07-29 10: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은 정말 큰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밤의 기억들 못 읽었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