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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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는 <섀도우>로 실망하고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감탄한 작가. 세 번째 읽는 이 작품집이 결정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구입, 결론은 만족. 이 작가가 잘하는 것은 추리적 장치보다는, 심리 묘사에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잘 그려낸다. 유지매미, 방울벌레 등 곤충들이 잘 등장하고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좋아하며 문장이 감각적이다. 별로 안 무서운 내용인데도 오싹하게 무섭다.

여기 실린 여섯 편 가운데, '짐승', '겨울의 술래'를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짧은 단편들임에도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짐승'은 과거 사건을 찾아가는 흐름이 흥미롭고 '겨울의 술래'는 일기를 거꾸로 읽어나가는 구성인데 슬픈 러브스토리로도 읽힌다. 의문 하나. 모든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상대편 이니셜이 S다. 왜 하필 S일까?

책이 너무 얇아(226P) 가격은 좀 높다고 생각된다. 겉표지의 일러스트는 너무 순정만화 같고 벗겼을 때의 속표지의 컬러나 제목 글자체가 세련된 느낌이 떨어진다. 북홀릭이라면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내는데 좀 아쉽다.  

   
 

방울벌레 한 마리가 반질반질 검은 빛이 감도는 말조개 같은 날개를 마주 비비며 울고 있다. 긴 더듬이로 하느작하느작 공기를 더듬다가, 모조품 같은 눈알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  -12p 

 

 

 

   
  43년 전에 S의 늑막을 물어뜯고 짐승이 뛰쳐나왔다. 하지만 그 짐승은 그리 드물지 않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누구의 가슴 속에든지 자리 잡고 있는 녀석이다. -중략- 짐승은 눈을 번쩍 뜨고는 그 먹이를 물어뜯고, 물어뜯고, 물어뜯으면서 전신에 검은 털을 기르다가 결국에는 네발로 일어설 힘을 지니게 된다. -85p  
   

 

 

 

내 몸 안쪽에서 검정 벌레들이 한꺼번에 날개를 펼쳤다. 스노노이즈가 가득한 화면에서 소리를 단숨에 키운 것처럼 솨아아아 하는 벌레들의 날개소리가 두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는 달리고 있었다.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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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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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유명한 작가다. 나는 이 책을 읽었는데 뭐, 마지막의 반전이 그냥 그랬다. 하지만 모두들 칭송하는 작품이고 나는 한 권으로 작가를 판단해 버리는 독자는 아니다. 이번 작품집은 일단 제목이 좋다. 또 출판사는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혹할 내용 - 밀실 3부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표제작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명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비틀어 보여주는 등 추리 장르의 여러 클리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웃음이 슬며시 나온다. 특히 도입부(추리소설 팬인 여자 둘이 탐정에게 꺅꺅대다 탐정의 쓰디쓴 분석에 실망하는 장면)를 재미있게 잘 쓴 작품이다. 

'생존자, 1명'은 섬에서의 살인을 그리고 있어 밀실 트릭으로 보기에는 어렵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종교 사건에 연루된 네 남녀의 생존 게임이 그려져 있다. 아쉬운 점은 네 명의 캐릭터나 관계도가 그다지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여주인공이 물음표를 던지며 슬며시 끝나버리는 엔딩이다. 이건 좀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랄까?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의 주인공은 추리소설 마니아로 관 같은 건물을 지어, 대학 시절 추리동호회 친구들을 초대하여 게임을 벌인다. 우리가 자주 보는 '00관의 살인' 류의 소설을 유쾌한 버전으로 재탄생시켰다. 세 편 중에서 가장 밀실 트릭을 잘 살린 작품이다.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지만, '생존자, 1명' 때문에 별 하나를 뺐다. 또 문학동네의 이 판형은 추리소설로는 왠지 손에 쏙 안 들어오고 크다는 느낌이다. 신경숙이나 김영하의 책에는 어울리겠지만. 만듦새는 그저 보통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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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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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리즈는 네 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책의 크기는 아담하고 300쪽임에도 가벼워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좋다. 고양이 탐정이라, 언뜻 듣기에도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큰 기대 없이 펼친 이 책은 오, 생각보다 참 재미있게 읽혔다.  

1권은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추리작가가 키우는 고양이 쇼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쇼타로나 동거인 어리버리 추리작가의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고, 주변의 개, 고양이들의 성격 묘사가 참 뛰어나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잘 아는 듯, 아주 리얼하면서도 코믹한 묘사가 그만이다. 소재도 다채롭고 플롯도 안정되어 있어 이 시리즈는 모두 마스터를 할 생각.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코지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필독하시라!

 

 

 

"밀실살인." 느닷없이 이렇게 중얼거린 동거인의 눈은 이미 멍한 상태였다. 나는 불길한 예감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살기에 가까운 것을 느끼고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동거인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한 걸음 늦었다.

동거인은 내 목덜미를 덥석 움켜잡고 손톱을 길게 기른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동거인의 사고회로는 이미 살인 아이디어를 짜내려는 갈망으로 가득하다. 당장이라도 죽여야 한다. 누군가를 확실하게 죽여 그 모습을 또렷하게 묘사해야만 한다......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동거인이 이 직업을 고른 순간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동거인은 살아가기 위해 죽여야만 한다. 계속해서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야옹! "으아악!" 동거인이 비명을 질렀다. "너무해, 쿠로 짱. 왜 할퀴고 난리야?"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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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2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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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리스 시리즈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신본격 추리소설의 정석에 가까운 작품이다. 폐쇄된 마을에 하나 둘 주인공들이 모여들고 살인이 일어나고 형사의 개입은 (어떤 이유로) 늦어지고 탐정은 범죄를 밝히기 위한 추리를 해나가고 마지막에 범인과 대면하여 진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작가는 중간에 세 번 독자에게 질문한다. "독자와 탐정이 가진 정보는 같다. 범인은 누구인가?" 나는 추리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이런 질문은 보통 건너뛰어 버리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소설의 배경은 두 개의 마을이고 양쪽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에이토대 추리소설연구회의 일원인 마리아는 폐쇄적인 예술인 공동체 기사라 마을에 머물게 되고, 같은 동호회원 아리스와 친구들은 마리아를 찾으러 그 옆 나쓰모리 마을에 머문다. 그러다가 양쪽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동호회장 에가미 지로만 기사라 마을에 건너가 마리아와 함께 하게 되고, 결국 두 마을은 폭우로 인한 교통두절로 오갈 수 없게 된다. 양쪽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마리아와 아리스가 각각 1인칭 시점으로 교차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실 아주 재미가 있는, 스릴이 넘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한껏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그게 나는 학생 아리스 소설(아래 따로 설명함)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 범죄를 밝혀내는 장면의 놀라움은 꽤 높이 살 만하다. (스포일러 때문에 밝힐 수 없는) 'XX살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이어서 무척 흥미롭다.

시공사의 책은 꾸밈이 적은 대신 성실한 만듦새를 하고 있다. 다른 책들은 기껏해야 역자 해설 정도가 실려 있는 게 보통인데 이 책에는 작가 후기와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의 작가 야마구치 마사야의 해설, 역자 해설이 실려 있어 가치를 더한다. 특히 야마구치 마사야의 해설은 정말 재미있어서 (그의 작품이 거대한 블랙코미디인 것처럼) 코미디 그 자체다.  

   
 

경찰에 전화하기는 난생 처음이다. 첫마디를 뭐라고 할까 망설일 새도 없이 굵은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단 한마디. "경찰입니다." 그렇구나, 경찰은 "경찰입니다." 하고 전화를 받는구나. 나는 이상한 부분에 감탄하며 순간 입을 우물거렸다. -중략- "아리스가와 아리스라고 합니다. 나쓰모리 마을 진료소 전화를 빌려서 걸고 있습니다." "아리스가...... 뭐라고요?" 망했다. 이름이 요상한 사람은 긴급 전화를 하면 안 된다.  -12p 

 
   

P.S.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에이토대 추리소설연구회의 활동을 그린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범죄연구학자 '히무라 히데오 탐정' 시리즈가 그것이다. 전자에는 <외딴섬 퍼즐>, <월광 게임>,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쌍두의 악마1,2>가 속하며, <여왕국의 성>은 아직 국내 번역이 안 되었다. 후자에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46번째 밀실>, <절규성 살인사건> 등이 번역되어 있다. 이와 무관한 작품으로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이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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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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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리스 시리즈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신본격 추리소설의 정석에 가까운 작품이다. 폐쇄된 마을에 하나 둘 주인공들이 모여들고 살인이 일어나고 형사의 개입은 (어떤 이유로) 늦어지고 탐정은 범죄를 밝히기 위한 추리를 해나가고 마지막에 범인과 대면하여 진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작가는 중간에 세 번 독자에게 질문한다. "독자와 탐정이 가진 정보는 같다. 범인은 누구인가?" 나는 추리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이런 질문은 보통 건너뛰어 버리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소설의 배경은 두 개의 마을이고 양쪽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에이토대 추리소설연구회의 일원인 마리아는 폐쇄적인 예술인 공동체 기사라 마을에 머물게 되고, 같은 동호회원 아리스와 친구들은 마리아를 찾으러 그 옆 나쓰모리 마을에 머문다. 그러다가 양쪽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동호회장 에가미 지로만 기사라 마을에 건너가 마리아와 함께 하게 되고, 결국 두 마을은 폭우로 인한 교통두절로 오갈 수 없게 된다. 양쪽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마리아와 아리스가 각각 1인칭 시점으로 교차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실 아주 재미가 있는, 스릴이 넘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한껏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그게 나는 학생 아리스 소설(아래 따로 설명함)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 범죄를 밝혀내는 장면의 놀라움은 꽤 높이 살 만하다. (스포일러 때문에 밝힐 수 없는) 'XX살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이어서 무척 흥미롭다.

시공사의 책은 꾸밈이 적은 대신 성실한 만듦새를 하고 있다. 다른 책들은 기껏해야 역자 해설 정도가 실려 있는 게 보통인데 이 책에는 작가 후기와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의 작가 야마구치 마사야의 해설, 역자 해설이 실려 있어 가치를 더한다. 특히 야마구치 마사야의 해설은 정말 재미있어서 (그의 작품이 거대한 블랙코미디인 것처럼) 코미디 그 자체다.

   
 

모치즈키가 도망치면서 변명하고 있다. 사과할 거면 이런 짓을 하질 말지. 오다가 용감하게도 불꽃의 무용가에게 몸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오오, 이 장면은 본격 미스테리 팬과 하드보일드 팬의 마음가짐 차이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 166p

 
   

 

 

 

운명은 개하고 똑같다. 도망치는 자에게 덤벼든다. 이 지상에 낙원은 없다. 자연이 진공을 싫어하듯 신은 낙원을 증오한다. 행복과 안락에는 불행과 고뇌가 스며들고, 그 운동은 불가역적이다. 그것이 신이 정한 두 번째 엔트로피 법칙이다. 좋다, 좋아. 나를 냉소주의자로 만들고 싶다면 맘대로 해. 나는.......  – 400p

 
   

 P.S.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에이토대 추리소설연구회의 활동을 그린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범죄연구학자 '히무라 히데오 탐정' 시리즈가 그것이다. 전자에는 <외딴섬 퍼즐>, <월광 게임>,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쌍두의 악마1,2>가 속하며, <여왕국의 성>은 아직 국내 번역이 안 되었다. 후자에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46번째 밀실>, <절규성 살인사건> 등이 번역되어 있다. 이와 무관한 작품으로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이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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