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좋다. 제목처럼 책이 무게가 좀 나가긴 하지만 이야기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모든 거리와 장소, 중요한 사건도 전부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완벽한 현실은 아니라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만사가 자기와 상관없이 지나쳐간다는 느낌. 이런게 어떻게 가능할까? - P10

어느 날엔가 거실에 커다란 지중해 지도가 걸렸다. 레이랜드는 지중해에 면해 있는 모든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불쑥 말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즉흥적이었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자기에 게 중요한 모든 것을 요약하는 생각이었고 또한 자신을 옥스퍼드 에서 내몰아낸 삶의 허기를 표현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삼촌은 옷 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지도와 그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불가 능한 게 아니다. 너라면 믿을 수 있지. 당장 시작해라. 몰타어도 잊 지마!" - P13

이제 그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이고, 마른 담뱃잎 연기 를 현기증이 날때까지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눈을 감았다. 이제까지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레이랜드가 찾아 나선게 아니라 그게 그에게 와서 부딪쳤다. 처음부터 그랬다. 언어없이 사물에 도달 하기를, 사물과 사람과 감정과 꿈에 닿기를 원할 때도 자주 있었지만 언제나 그 사이에 언어가 다시 끼어들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때면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리비아와의 경우에만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 P21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원래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그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스로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말이 타인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하거나 이말때문에 자신이 남에 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기 때문이지. 나중에는 자신의 명료 함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이 말이 타인에게 끼친 영 향 때문에 번민해야 한단다. 다른 한편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할 때면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이해가 깊어지기는 커녕 모든 것이 단편적이었고 서로 들어맞지 않는 조각으로 가득했지. 그래서 리비아에게 내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리비아는 내가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 P33

나는 리비아를 불편하거나 당황하게 할 염려가 전혀 없었 으니 아무 숨김없이 그녀에게 나를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무감각하고 말이 없는 벽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감 정에 신경 쓸 필요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달랐지. 듣는 사람은 리비아여야만 했다. 내 언어는 그녀의 영혼에 가닿고 그곳에서 이해를 얻어내야 했고, 이런 이해가 충분해야 나는 내 내면이 어떤 모습인지 깨달을 수 있을 터였다. - P35

네 언어에서 네 목소리는 어떠하 지? 너 자신에게는 어떤 울림이 있을까? 누구나 똑같은 울림 을 내는 시장에서나 은행 창구, 버스안에서나 전화 통화할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네 경험과 생각, 추억과 인상을 말할 때 네 울림은 어떨까? 네 불안과 실망, 리비아를 향한 슬픔, 런던 이나 트리에스테에 대한 향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그 자신만의 특별한 목소리는 어떻게 울리는지, 어떻게 말하고 상상하는지 묻는 일은 뭔가 위대하고 강력하다. - P46

카라……. 그는 소피아를 이렇 게 부른 적이 없었다. 카라는 오로지 리비아를 위한 단어였다. 그 사실이 소피아의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기껏해야 아주 작고 미세한 망설임이었을 것이다. 발작이 일어난 날 밤 에 소피아는 자기 집에서 그를 돌봤고, 그 후에는 매일 전화를 걸 었으며 저녁에 들르는 날도 많았다.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는 내내 소피아는 꾸준하고 믿음직스러운 동반자였으므로, 이따금 소피아가 이런 의미에서 리비아의 역할을 넘겨받은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 P56

It‘s just something that makes a moment stay and you don‘t forget that time that‘s all. - P64

어떤 단어가 일시적으로 생각나지 않는 경우야 물론 있지. 이렇게 깜 박 잊는 거야 놀랄 일이 아니야. 침착하고 낙관적일 수 있지. 금방 다시 생각날 테고, 일시적인 약점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때 그 순간과 그 후에 이어진 몇 시간은 달랐어. 다리에서 떨어뜨려 강물에 가라앉은 물건처럼 단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내 어휘 가운데 많은 수는 영원히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는 돌이킬 수 없이 사라 졌다는 일시적인 약점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실이라서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는 어둠 속으로 미끄러졌다는 속수무책의 공포가 밀려왔지. - P67

우린 ‘종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어. 단어는 어떤 일에서 경악을 덜어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 그걸 발음하는건 해방이야. 하지만 경악을 더욱 크게 만들기도 하지. 그럴 때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가끔은 이 두 경우를 혼동하기 도 해. - P74

"내 생각에, 말의 아름다움이 이따금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게 했던 것 같다." - P84

살아오는 내내 삶이 드디어 시작되기를 기다려왔다는 기분이 들어. 마치 내가 온전히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런데 뭘 기다렸던 걸까? 시작하는 삶이란, 내가 살아 있으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주저 없이 말할 만한 현재란 뭘까? 알 수 없어. 뭘 기다리는지 몰랐다는 것뿐 아니라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재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어. 특이하고 혼란스러운 무지야. - P104

우리가 누군가를 또는 어떤일을 애타게 기다릴 때, 지금과 그것이 나타날 때까지의 사이에 놓인 시간과 나날은 견뎌내야 할 방해물에 불과해. 시간을 계산하고, 엑스 표시를 하며 지워나가지. 말로만 표현할 때보다 훨씬 안 좋아. 시간만 스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이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모든 경험도 삭제하려고 하지. 그게 중요하지 않으리라는 건 처음부터 확실하니까 말이야. 이걸 가장 잘 표현하 는 건 목표가 아직 멀리 있는, 증오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이나 알코올로 도피할 때야. 그럼에도 겪어야 하는 모든 일은 원치 않아도 겪게 돼.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대화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고 내면의 시선을 돌린채 모든걸귀찮은 안개처 럼 그저 지나가게 두지 갈망하던 일이 찾아오면 경험할 것만 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야. 그때까지는 경험을 내다버릴 수도 없으면서 숨을 참으며 삶을 중단해, 먼 목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경험을 과소평가하는건 정신 나간 짓이 아닐까? - P106

하지만 이건 그래도 행복한 경우야, 불안으로 독살된 잃어 린 시간 뒤에는 기다린 보람이 있는 시간이 오니까. 나는 이제 그런 시간이 없어. 내가 두려워하는 그 시점에 도착하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자리가 나에게는 모든 시간의 종말 이 될 거야. 지금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 종말이 최대한 빨리 오기를 모든 불안을 삼킬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싸워서 불안으로부터 남은 시간을 얻어내고 눈에 보이는 최후의 날들에 적합한 필사적인 현재를 쟁취 해야 할까?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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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2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가시는군요^^

새파랑 2023-04-25 23:22   좋아요 1 | URL
앗 출장 ㅜㅜ이었습니다 열심히 읽으려고 했으나 하나도 못읽었네요 ㅜㅜ

희선 2023-04-27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새파랑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3-04-27 09:23   좋아요 2 | URL
넵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열독하세요~!!

얄라알라 2023-05-01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만으로는 책의 무게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뭔가 좋은 이야기가 많이 담겨서 무거운 책이겠죠?^^

새파랑 2023-05-01 13:5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 때문에 다른 책을 못읽고 있습니다 ㅋ 시간도 없긴했지만 진도가 잘안나가네요 ㅜㅜ

레삭매냐 2023-05-01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묵직해 보이네요.

파스칼 메르시어의 책도 언젠간
읽어 보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3-05-01 14:00   좋아요 3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책이 묵직합니다 ~!!

2023-05-0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2 0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위로와 공감이 되는 책읽기였다.


















나는 생애 전반에 걸쳐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원망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성향을 가진, 내향 인간들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서운했다. 나는 매번 제안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팔을 붙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흔드는 쪽은 백이면 백 나였다. 그런 나도 좀 병적인가. 어느 모임에서나 그런 유의 사람들을 좋아해. 서촌으로 커피 마시러 갈래요? 광화문으로 생선구이 먹으러 갈래요? 하고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사려 깊은 표정으로 아, 네, 좋아요. 언제든 단이씨 편하신 시간에…… 라고 대답해왔다. 거절이 아닌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늘 속이 꼬였다. 너희들은 좋겠다. 우아하게 컨펌할 수 있어서 좋겠어. 누군가가 물어보면 음 하고 고민하고 마침내 네. 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좋겠다. 나도 그런 역할 좀 맡아보고 싶네. - P63

나는 규희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상처받았다. 너는 너만 그렇게 현명하고, 그래서 남이 들어오고 들어오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도 알고 있고, 그걸 나만 모른다고 생각하지. 나만 너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네가 아무리 가까이 와도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더 깊이 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사이란 건 그 선을 조정해가며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걸 텐데 너는 이미 선이 있고 항상 단호하고 나는 선이 있던 적이 없으니까. 늘 한쪽만 맡는 일이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 P64

나는 머쓱하다는 표정을 지어내며 너의 말을 듣는다. 기분은 좋 았지만 한편으론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다. 나도 너처럼 우아하게 가만히 있어도 괜찮고 싶거든. 괜히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는데 혼자 침묵에 불안해져 까불지 않고, 나도 누가 웃겨주면 웃고만 있고 싶다고. - P65

다음으로 많이 꾸는 꿈은 도착하지 못하는 꿈이었다. 누군가와 의 약속에 중요한 만남에 초대받은 파티나 가기로 한 자리에 가 려고 이리저리 애쓰지만 이상하게 수언이 아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고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딴생각 에 빠져 있느라 목적지를 잊어 도착하지 못한다. 그것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늘 초조한 마음이 들게 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가기로 했는데, 가기로 했는데 중얼거리게 되었다. 수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싫었다. 오겠다고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 만 나자고 해놓고 만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데 꿈속에서 는 언제나 수언이 그런 사람이었다. - P82

수언은 늘 솔지의 목소리가 복잡하다고 느꼈다. 고민을 털어놓 고 이런저런 의견이나 감상을 말할 때의 목소리에 레이어가 있다고, 곁이 있었다. 수언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솔지를 풍부해 보이 도록 하는 매력적인 곁이 아니라 쓸데없는 겁이었다. 굳이 분류하 자면 스스로 처세를 잘한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의식하는 (그렇 지만 자신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믿는) 자의식이 도드라지는 사람의 겹이었다. - P95

수언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평론가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그 직업이 갖고 싶었다. 다만 핑계 대지 말자고 생각했다. 수언은 자신이 특 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자신 역시 똑같다고. 잘하면 되겠지만 잘해도 안될수도 있는 거라고. 될 때까지 하겠지만 결국 안 되었을때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비장한 게 우습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야 했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 것까지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생각하지 말자. 미래는 잘 모르니까 안 되어도 누구를 탓하며, 그걸 가지고 핑계를 대거나 알리바이를 궁리하며 꿈 을 포기했네 어쩌네 하고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굴기는 싫었다. - P97

헤어지자는 말을 하며 재인은 그렇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가슴 을 부여잡으며 조금 과하게 울었다. 제발 자기를 짠하게 여겨달라 는 것처럼 보여서 재인은 살짝 인상을 쓸 뻔했다. 한 명이 더 힘을 줘 끌고 가는 관계는 언제까지나 반대편이 일 프로 정도는 함께 힘을 실어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이별을 이야기하기 오래전부터 재인은 싣던 힘을 모조리 뺀 상태였다. 나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남자친구가 긴 훌쩍임 끝에 그렇게 말했을 때 재인은 납작해지는 기분이었다. 상대에게 쏟는 기운을 영 프로로 만들고도 내려갈 곳 이 더 남아서 진공포장 상태처럼 납작해진 기분으로, 가까스레 말 했다.

그게 안 돼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 P123

재인은 종종 이별 의 이유를 잊었다. 그 사람은 다정했고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 었는데 왜 헤어졌지‥.….… 한참 만에 생각해낸 이유는 별게 아니었 다. 마음이 사라져서였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뿐이었다. 그 사 람이 천천히 싫어졌던 이유와 헤어진 이유는 얼마간은 같고 얼마 간은 다를 것이었다. - P137

예은씨, 혹시 많이 힘든가요. 그 말을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사실을 되물어봤자 사실일 뿐이라는 생각에 손가락이 자꾸만 멈췄다.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도 말뿐이고, 넌 잘할 거야 원래 잘 견뎠잖아 하는 말은 욕보다 나쁘고, 퇴직한 이 후 말을 고르는 일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어서 좋았는데 아주 오랜 만에 그런 자신이 싫었다. 예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을 아무리 골라봐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텅 빈 것 같았다. 오늘 많이 바빠요? 일 아직 안 끝났어요? 끝없는 물음표를 찍고 싶었지만 곧 모조리 지워버렸다. 은영은 속에 담긴 말을 고르다가 결국 가장 건져올리기 싫었던 문장에 머무르게 되었다. 바쁜 게 아닐지도 몰라.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도 이제 나랑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 P141

저 준비하던 거 그만뒀어요. 못하겠어요. 사실 진작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만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미래가 좋을 거야 하고 나한테 내가 최면거는 거. - P166

저는 아무도 상처주지 않아도 알아서 상처를 받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그 상처를 무시하거나 덮어놓지 않고 내내 뚫어져라 바라보는 습관도 있고요. 아주 최악이죠.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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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완전 모르지만 왠지 그림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완전 좋다.






저는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어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고요. 그렇게 계속 이어지지요. 우리는 삶을 온 갖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삶에는 늘 우리가 감당하기에 는 너무 큰 무언가가 있어요. 너무 커서 생각하고, 보고, 들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기 에도 너무 커서, 우리는 저마다 이 ‘너무 큰 것‘을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쉽지 않다는 말 정도죠. 어쩌면 지금 세상이 우리에게 이런 ‘나약함‘ 을 인식할 틈조차 거의 주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 P33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너무 많아요. 닫힌 듯이 보이 는 것에도, 심지어는 닫힌 것에도 여전히 너무나 많은 것이 열 려 있어요. 우리 의식과 감정 사이의 이런 간극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얘기된 것과 얘기되지 않은 것 사이의 간극이, 저는 좀 어지러워요. 기도나 광기와 그다지 다 르지 않은 현기증이지요. 우리가 만났으면 하는 곳이 그런 곳 이에요. 오고 계세요? - P33

그래, 이름은 때때로 그것들이 명시하는 것의 ‘의미‘를 배가하거나 증폭시키지. 이런 이름들 말이야. 일출, 정오, 해거름, 황혼, 새벽, 내일.…. - P42

아버지는 늘 당신이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옛 거장들이나 작 가들, 사상가들을 바로 우리 옆에 서 있는 동지처럼 말씀하시 지요. 대부분 이미 오래전에 죽은 분들이지만, 그들의 물리적 인 부재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들 생에서 계속 이어지는 부 분에 비하면 사라진 부분은 대수롭지 않으니까요. 그 이어지는 부분은 그들이 남긴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각자의 지향점 을 향해 보여준 강렬한 추진력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생이 내 재하는 형태들을 예측할 수 없듯이, 한 생과 다른 생들 사이에 서 일어나는 분기의 수도 헤아릴 수 없어요. - P43

네가 정확하게 얘기했듯이, 마네는 자신이 그리려는 꽃들을 세상의 끝에 놓았어. 그 꽃들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꽃들은 처음 또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생의 전부인 듯이 그 순간을 채우지. - P63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그처럼 긴박하게 그려졌기 때문 에 우리는 그것의 무상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어쩌면 이 그림들은 삶과 죽음의 변증법을 묘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P64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지만, 이상하게도 화가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경계 너머 보기, 아니 그보다는 외양을 뚫고 내면 보기, 그것은 계속 추구해 나갈 만한 가치가 있는 바람이 아닐까요? 시간을 그 뼛속까지 드러내겠다는 목 표를 잡는다면, 일생의 헌신 정도는 치러야 할 사소한 대가 같 아요. 그림은 충족시킬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희망이고요. 가망 없는 희망이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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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좋았다. 다시 한번 더 읽어야겠다.




"안 돼요.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찌하란 말이오? 다 제 키에 맞게 관을 만든 거라오. 거기 모두 표시가 되어 있소. 누가 어느 관으로 들 어갈지 말이오.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관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살아 가고 있소. 우리에게 이제 관은 어엿한 재산이란 말이오. 우리는 동굴 에 관을 묻기 전에 그 안에 여러 번 누워보고 길을 잘 들여놓았소. - P100

"그런데 저 사람들에게 왜 관이 필요한 거예요? 죽어야 하는 자는 부르주아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 P102

"죽은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란다." - P112

"계급 전체가 다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 나 혼자라도 이 지상에 살아남아 계급의 과업을 완수하겠네. 어차피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어떻 게 살아야 할지 모르니까. 거기 우리를 보고 있는 놈이 누구지? 어이 낯선 친구, 이리 들어와!" - P120

"보시오. 오 늘은 내가 이렇게 사라지지만, 내일은 당신들이 사라지게 될 거요. 오 직 당신들 우두머리만 사회주의에 도달하게 될 테니 두고 보시오." - P170

보셰프는 열성분자의 몸 가까이 다시 다가갔다. 사실 한때 그의 몸은 마치 온 세계의 진리와 삶의 모든 의미가 그 어느 곳도 아닌 자기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듯이 흉포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몸 으로부터 지금 보셰프에게 전해진 것은 지혜의 고통과 존재의 격렬 한 흐름 속에 빠진 무의식 그리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분자의 순종뿐 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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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독서를 거의 못해서, 4월 부터는 독서를 열심히 하고자 다짐했지만, 한번 흐름이 끊기다보니 책을 집중해서 읽는게 쉽지 않다. 어제도 회식...


그래서 일단 책이라도 사보자는 생각으로 책을 좀 샀다. 오래간만에 오프라인 우주점에 가서 구경하다보니 책에 대한 애정이 살아남을 느꼈다. 오늘부터는 집중해서 읽고 리뷰도 열심히 써야겠다.


아직 4월이 많이 남아있어 더 구매할거 같긴 하지만 오늘까지 7권을 샀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인도로 가는 길 : E.M.포스터

포스터의 작품은 지금까지 세편 정도 읽었었나? 근데 다 좋았었다. <인도로 가는 길>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제목이 그렇게 땡기지 않아서 미뤄뒀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주점에 가보니 이책이 있길래 바로 픽했다. 상태도 너무 좋다. 벽돌책이어서 바로 손이 안갈거 같긴 하지만 언젠가는 읽어야겠다.



2. 핫라인 : 루이스 세풀베다

레삭매냐님이 극찬하시길래 새책으로 바로 구매했다. 세풀베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지금까지 한편도 안읽어봤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다.



3.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미 읽고 리뷰도 썼다. 이 책도 꼭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다.



4. 코틀로반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귀향>을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한 책.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읽지는 않았지만 초반에 나온 문장들이 너무 좋다. 역시 러시아는 러시아다. 민음사 판의 제목은 <구덩이> 던데, 다른 책인 줄 알고 <구덩이>도 함께 구매했다가 급하게 취소했었다는...



5. 어떤 그림 : 존 버거

존 버거 너무 좋다. 좀 어렵긴 하지만 그냥 좋다. 그래서 한권씩 사서 모으는 중이다. 내 가방 안에서 대기중인 책



6. 여자의 빛 : 로맹 가리

로맹 가리도 엄청난 다작 작가다. 내가 꾸준히 계속 구매하는데도(15권 정도?) 아직까지도 다 모으지 못했다. 로맹 가리(혹은 에밀 아자르)의 유명한 책은 다 읽어서 아직 안읽은 책들에 손이 잘 안가긴 하지만, 이 책은 얇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조만간 읽을듯하다.



7. 태엽감는 새 연대기 합본판 : 하루키

태엽감는 새 시리즈만 몇번을 사고, 또 몆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출판사별로 다 읽어본거 같다. 이번에는 소장하기 위한 합본판을 사보았다.



이젠 열심히 읽고 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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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4-07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이석원 사랑과 하루키 사랑은 영원하다!
태엽감는 새 연대기 합본 엄청나네요!

새파랑 2023-04-07 14:06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 한번 좋아하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ㅋ 태엽감는 새 연대기는 합본 득템해서 너무 좋습니다~!@

독서괭 2023-04-07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하루키 합본 예쁘네요~
새파랑님도 책 많이 못 읽으셨군요 ㅠㅠ 나쁜 회사야… 4월엔 많이 읽으시길 빕니다!!

새파랑 2023-04-07 14:07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도 3월에 별로 못읽은거 아니신가요? ㅋ 4월에는 함께 화이팅입니다~!!

물감 2023-04-07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못해도 구매는 꾸준하게! ㅋㅋㅋ

새파랑 2023-04-07 17:08   좋아요 2 | URL
독서력은 감퇴해도 구매력은 안줄어드는거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4-07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이라는 말이 새파랑님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ㅎㅎ 작가님께 엄청난 응원이 될 듯합니다^^
한 작품을 읽고 꾸준히 들어가시는 모습이 멋져요. 4월의 독서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3-04-07 17:09   좋아요 2 | URL
화가님도 4월 화이팅입니다~!! 읽는 분야만 읽다보니 제 독서 범위가 많이 좁긴 합니다 ㅋ

그레이스 2023-04-07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벽돌은 무슨 책인고? 하고 들어와봤어요^^
역시 새파랑님의 최애 작가 하루끼군요^^

새파랑 2023-04-08 09:24   좋아요 2 | URL
그래도 저는 돌고돌아 하루키인거 같아요 ^^ 저 책은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3-04-07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구매하신 책은 거의 읽어 내시니 책 구매하셔도 됩니다.
4월에도 화이팅 입니다^^

새파랑 2023-04-08 09:24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ㅜㅜ 아직 안읽은 책이 산더미에요 ㅋ 페넬로페님도 4월 화이팅입니다 ^^

러블리땡 2023-04-08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벽돌책이 시강이네요ㅎㅎ 책 꾸러미 보니까 급 뽐뿌오네요ㅎㅎ 4월은 날씨도 좋고 벚꽃도 예뻐서 책이 자꾸 손에서 미끄러지는 탓인듯 합니다(이건 제 얘기임) ㅎㅎ 새파랑님 4월 독서를 응원합니당!

새파랑 2023-04-09 12:52   좋아요 1 | URL
저도 4월 독서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좋아서 계속 나가게 됩니다 ㅎㅎ 러블리땡님도 4월 독서 화이팅입니다~!!

서니데이 2023-04-09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엽감는 새의 연대기, 실제로 보면 파란색 책이 조금 크긴 한데, 사진을 보니까 실물보다 더 크게 느껴지네요.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일교차 큰 날씨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3-04-10 15:14   좋아요 1 | URL
태엽감는새가 단권으로 4권짜여서 분량이 좀 되는거 같아요 ^^ 요즘 날씨는 좋은데 그늘로 가며ㆍ 춥긴 하더라구요. 밤에도 춥고 ㅋ 즐거운 한주 시작을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4-10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세풀베다, 넘나 좋습니다.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은
유일하게 읽은 작가의 책이지
싶습니다.

새파랑 2023-04-11 07:26   좋아요 1 | URL
오늘은 세풀베다의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2023-04-1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1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