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추할만한 작품인것 같다. 대만족중~!!

나는 1880년 가을 어느 화요일, 샌프란시스코의 외할아버지 댁에서 태어났다. - P11

나는 내 출생에 얽힌 세세한 내용들을 먼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몰랐더라면 험난한 망각 속에서 영원히 해맸을 테니 더 나빴을 것이다. - P12

"내전으로 나라가 피를 흘리는데 칼리굴라의 침대나 산다고 하더군. 물론 그는 그 일은 일체 부정했지.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부정을 그대로 수긍하지는 않는단다. 설사 현장에서 들키더라도 말이야." - P15

그 후 놉 힐의 새 저택으로 이사한 것을 구실로 파울리나는 끝내 자기 방에서 제일 반대쪽 끝에다 남편의 방을 정해 주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갔다. 자기 몸에 대한 불쾌감이 남편에 대한 욕망을 능가하고 만 것이다. 턱살에 가려 목선은 사라지고 가슴과 배는 주교님처럼 되어버렸다. 다리는 채 몇 분도 몸을 지탱해 주지 못했고 혼자서는 옷을 입지도 구두를 신지도 못했다. 그러나 거의 언제나 실크 옷에 눈부신 보석들을 달고 있어서 구경거리를 연출했다. 살이 겹치는 곳의 땀 냄새가 제일 골칫거리여서 악취가 나느냐고 자주 귓속말로 내게 묻곤 했다. - P23

"죽는다는 거……… 그러니까……… 그건 빨리 끝나고 품위가 지켜지는 일일까? 죽음이 다가온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피를 토하게 됩니다, 선장님." 타오치엔은 슬프게 말했다. - P30

"여기가 소머스 부인의 찻집이란다. 이 근방에서 하나뿐인 찻집이지. 커피는 어디서든 마실 수 있지만 차는 여기서 마셔야해. 미국인들은 독립 전쟁 때부터 이 밍밍한 음료를 정말싫어 했어. 보스턴에서 반란군이 홍차 나무를 불태우는 바람에 전쟁이 시작됐거든." "그렇지만 벌써 백 년도 더 된 일이잖아요." "그래, 세베로, 그러니 애국심이라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냐" - P33

"몰락한 사람들보다 더 비참한 가난이란 없어 가지지 않은 것도 가진 척 해야 하거든." - P41

"원래 편지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니?"
세베로는 귓불이 발개져서 부정하려 들었지만 고모는 거짓말을 꾸며 낼 틈도 주지 않았다.
"나도 그랬거든, 얘야. 어쨌든 할아버지가 뭐라고 쓰셨는지 알아야 답장을 할 게 아니냐."
"저를 군사 학교에 보내거나 어디서든 전쟁이 나면 보내라고요." - P47

"고모님께 진 빚 평생 잊지 않겠어요." 세베로가 감동해서 말했다.ㅇ"그래야지. 잊지 않도록 하렴. 인생은 길고 긴 것, 언제 내가 네 도움을 청할지 누가 알겠니." - P48

"죽는다는 거, 황홀하지 않니? 살인은 굉장한 모험이고 자살은 실용적인 해결책이란 말씀이야. 나는 이 두 가지 생각과 게임을 벌이는 거야.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있어, 안 그래?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말이지. 세베로, 나는 그냥 늙어서 죽을 생각은 없어. 옷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주의 깊게 내 생을 끝내고 싶어. 그래서 연습 삼아 범죄 사건들을 공부하는 거야." - P65

자신을 그렇게 철저히 무시한다는 사실에 놀라서 그의 주의를 끌어 보려고 넘어지는 척했다. 여러 개의 손이 잽싸게 달려와 그녀를 잡아 주었지만 창문 옆에 서 있던 그 댄디의 손은 예외였다. 그 남자는 그녀가 가구의 일부라도 되는 듯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러자 린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 사람이 몇 년 동안 연애 소설들에서 예고되었던 바로 그 남자이고 자기 운명의 연인이라고 정해 버렸다. 병풍 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젖꼭지가 돌처럼 딱딱하게굳었다. - P90

1단계는 혼자서 ‘가르소니에르‘에 찾아오게 해 패거리 앞에 소개한다, 2단계는 자기들 앞에서 누드모델이 되도록 설득한다. 그리고 3단계는 그녀와 함께 잔다. 마티아스는 그걸 한 달 안에 모두 끝내겠다고 했다. - P91

내기를 폭로하기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세베로 자신이 린에게 빠져 있는 것과 똑같은 그 아찔한 감정으로 그녀가 마티아스에게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 P95

타오 치엔이 딸에 대한 연민을 가족의 명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면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의무는
린을 보호하는 것이고 그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날 찻집에서 엘리사는 세베로 델 바예에게 다정한 어조로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 P106

"나를 사랑해 달라는 게 아니야, 린,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애정으로도 충분해." 세베로는 언제나처럼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 "아기에겐 아빠가 필요해. 내게 두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 시간이 지나면 당신의 애정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될 것을 약속할게." " - P116

세베로는 대지 깊은 곳에서 긴 비명이 솟구쳐 발부터 입까지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이었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울음이 안으로부터 물밀듯 밀려와 온몸을 휘감고 머릿속에서 소리 없는 폭발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소리 없이 린을 부르면서 하염없이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함께할 수 있기를 몇 년 동안이나 꿈꿔 왔는데 이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돌연 그녀를 앗아간 운명이 믿기지 않았다. - P126

세베로는 뱃머리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린을 잃은 상실감을 결코 달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 없이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미래가 자신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전쟁에서 죽는 것이었다. 금방그리고 신속하게 죽는 것, 원하는 것은 그뿐이었다. - P143

"죽이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아요. 살아남는 게 더 힘들답니다. 방심하면 죽음이 당신을 배신하고 데려갈 거예요." - P164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언제나 진실이 가장 쉽게 이해되는 법이니까요." - P181

어쩌다 타오 할아버지와 엘리사 할머니가 생각나 울던 일은 없어졌지만 설명하기 힘든 악몽들이 규칙적으로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내 기억 속에는 새까만 공백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뭐라 규정할 수는 없지만 늘상 존재하는 위험스러운 것이었고,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미지의 것이었다. 어두운 곳이나 군중 속에 있을 때면 더 심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걸 견딜 수 없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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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12 2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피아 -영혼의 집-운명의 딸
요렇게 읽으면 아옌데 최고작들 정복 끄읏 ^^

새파랑 2023-01-12 23:14   좋아요 2 | URL
요새 눈이 좀 아파서 책을 쪼끔만 읽고 있습니다 ㅋ 장비는 다 갖췄고 이제 읽기만 하면 됩니다~!!

han22598 2023-01-14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여전히 열심히 읽고 쓰고 계시네요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3-01-14 20:43   좋아요 0 | URL
요새 좀 휴식중입니다 ㅜㅜ 어느새 포루투갈 가셨군요? 인터네셔널 하십니다~!! han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얄라알라 2023-01-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읽고 싶어지는 겨울!! 새파랑님 서재에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새파랑 2023-01-15 16:35   좋아요 0 | URL
제가 기대를 충족(?)시켜 드려야 하는데 요새 소설을 잘 못읽고 있습니다 ㅎㅎ 좀 분발해 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1-15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추 받습니다

새파랑 2023-01-15 16:3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이책 완전 대하소설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 느낌이 납니다 ㅋ 저 이제 절반 읽어서 오늘은 다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아직 책을 못꺼냈네요 😅

미미 2023-01-15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대문사진 바뀌셨네요!! 색감이 예뻐요! 아옌데 소설 저도 읽고 싶은데,
새파랑님 리뷰 기다립니다^^*

새파랑 2023-01-15 17:39   좋아요 3 | URL
프로필 사진을 하얀색으로 하다보니 제가 답글을 단건지 안단건지 구분이 잘 안되서 바꿨습니다 ^^

제가 요새 빠져있는 넬의 crash 표지 입니다~!!

scott 2023-01-15 17:48   좋아요 4 | URL
미미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새파랑님 지난번 프로필색은 투명인이셨음😄

새파랑 2023-01-15 17:51   좋아요 3 | URL
앗 ㅋ 맞습니다 ㅋ 북플에서 제 아이디가 안보이더라구요 ㅋㅋ

셀카로 프로필을 바꿔보려 했는데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그냥 또 색깔로 바꿨습니다 ㅋ

모나리자 2023-01-15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종종 플친님들의 리뷰로 만났던 책이군요. 인용 문장들이 강렬합니다.
아직 이사벨 아얜데를 만나지 못한 1인입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작가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ㅎ

새파랑 2023-01-15 19:04   좋아요 2 | URL
전 못만나본 작가가 모나리자님보다 더 많을겁니다 ㅋ 이 책 좋다는데 이유가 있더라구요 ㅋ 생긱보다 두꺼워서 읽는데 오래걸리네요~!!

라로 2023-01-1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파랑으로!! 닉네임과 잘 맞는 프로필 사진,, 더구나 크러쉬!!!^^
 

열린 책들 버젼으로 재독. 역시 도선생님은 사랑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 P9

자주 그러한 것에 모순되는 엄청나게 많은 요소들이 내 자신 속에 들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곤 했다. 이런 모순적인 요소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내내 그것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몸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내가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경련을 일으킬 정도까지 나를 몰고 갔으며, 마침내 나는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얼마나 나는 지겨웠던가! - P11

이 쥐는 복수를 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하찮은 방법으로 어쩐지 이따금 생각난 듯이 벽난로 뒤에서 은밀하게 복수하려고 한다. 자신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자신의 복수가 성공하리라는 것도 믿지 않으면서, 그리고 복수하려는 시도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복수당하는 사람들보다 1백 배는 더 고통스러우며 정작 복수의 대상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죽어 갈 때 쥐는 그동안 이자처럼축적된 것들과 함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이다. - P21

도대체 어디에서 모든 현인들은 인간에게는 어떤 정상적이고 선한 욕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얻었단 말인가? 도대체 왜 그들은 인간에게 항상 이성적으로 유익한 욕구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인간에게는 오직 자율적인 욕구만이 이러한 욕구의 대가가 무엇이든 혹은 어디에 달하든지 간에 필요하다. 뭐, 욕구라는 것을 제기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P43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희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명백히 이 모든 것들에서 말장난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2=4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2×2=4는 내 의견으로는 뻔뻔스러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렇다. 2×2=4는 멋쟁이처럼 보인다. 당신 길을 가로막고 으스대며 침을 뱉는다. 나는 2×2=4 라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 한다면, 2×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 P55

그러나 나는 인간이 진정한 고통을 즉, 파괴와 혼돈을 결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의식의 유일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처음에 내가 공언하였지만 나는 인간이 그것을 사랑하고 있으며 어떤 만족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P56

아마도 당신은, 사실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다. 당신 안에는 진실도 있다. 그러나 순수함은 없다. 가장 하찮은 허영에 차서 당신은 당신의 진실을 자랑하려 하고 있지만 수치스런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말하기를 정말 원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말을 숨기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 말을 할 용기는 없고 소심함과 무례함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의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망설임이다. 왜냐하면 비록 당신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더라도, 당신의 마음은 악행에 의해 더러워졌고, 순수한 마음 없이 완전하고 건전한 의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얼마나 불쾌한 존재이며, 주제넘고 가식에 차 있는가! 거짓말들, 거짓말들, 거짓말들! - P61

오늘 눈이 내리고 있다………. 거의 젖은, 황색의 흐린 눈이. 어제도 눈은 내렸고, 또한 며칠 전에도 내렸다.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사건을 회상했던 것은 진눈깨비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진눈깨비 때문이라고 해두자. - P65

그러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끔찍스러웠던 것은 내 얼굴이 정말 바보처럼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얼굴이 지적으로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만일 내 얼굴이 대단히 지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비굴한 표정까지도 감수했을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 P71

당연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모든 동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경멸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갑자기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일도 있었다. 웬일인지 이런 변화들은 그때마다 갑자기 찾아오곤 했다. 이렇듯 나는 그들을 경멸하기도 했고,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P72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독서로 보냈다.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부의 감각들로 잠재우기를 원했다. 외부의 감각들 중에서 내게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물론 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나를 흥분시켰고, 기쁘게 했으며, 괴롭혔다. 그러나 때때로 그것은 나를 대단히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행동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지저분한, 지하의, 그리고 혐오스러운 행동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어서 악행이 되지도 못했다. 나의 불쌍하고 초라한 정열들은 내게 항상 내재하는 병적인 초조함 때문에 날카롭고 뜨겁게 타올랐다. 내 충동들은 신경질적이었고 눈물과 경련들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독서 이외에 피난처가 없었다. - P77

나는 무심결에 길을 막고 당구대 옆에 서 있었는데, 그는 내 옆으로 지나가기를 원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조용히, 경고나 설명도 없이, 나를 내가 서 있었던 곳에서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다. 반면 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차라리 맞았더라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통로에서 나를 옮겨 놓은 것과, 그토록 눈에 띄게 나를 무시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 P79

우리는 서로 강하게 부딪쳤다. 어깨 대 어깨로! 나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완전히 동등한 자격으로 지나쳤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치레에 불과했다. 나는 그걸 확신한다. 바로 오늘까지도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물론 더 아픈 쪽은 나였다. 그가 더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목적을 달성했으며, 내 긍지를 지켰다는 것이다. 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서 그와 동등한 사회적 위치에 나 자신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나는 완전히 모든 것에 복수한 기분에 싸여 집으로 돌아왔다. 황홀했다. - P88

나는 그것을 평범한 가난이라고 부를거야 - P115

네네네가 모욕했다고 나나나아? 나는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 존경하는 선생,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모욕할 수 없다는 것을. - P125

아버지에게는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들 중 가장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마련이지. 그건 항상 그래. 이것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생기지. - P146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게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야. 어제 나는...... 그녀에게 영웅으로..….… 보였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흠! 이건 소름끼치는 일이야, 얼마나 초라하게 되어 버렸나. 내 아파트는 진짜 불결해. 그리고 어제 그런 옷을 입고 저녁 식사에 갈 용기를 냈다니! 그런데다 저 소파에 씌운 천안에 있는 것이 비어져 나온 걸 좀 봐! 게다가 내 실내복은 항상 짧지! 그건 걸레같은 옷이야……. 그녀는 이것을 모두 다 볼 거야, 그리고 아론도 보게 되겠지. 저 짐승은 그녀를 모욕할 것이 확실해. 그놈은 내게 단지 무례하게 굴기 위해 그녀를 모욕할 거다. - P167

나는 모든 것을 과장하고 있어, 이 점이 내가 실수한 바로 그 점이야. - P169

나는 원치 않는다. 원치 않는다. 나는 단순히 그에게 급료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므로. - P174

결국 인간은 그의 영혼을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드러내는 거야. 발작을 일으킬 때에만! 그래서 너는 뭘 더 원하는거야? 이 모든 것을 말했는데도 내 앞에 버티고 서서 가지 않고 왜 나를 괴롭히는 거냐?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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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7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자이오사무가 도끼옹 광팬이였을것 같습니다
첫 문장 부터 인간실격의 냄새가 😆

새파랑 2023-01-07 21:46   좋아요 0 | URL
도끼옹, 다자이오사무 다 좋습니다 ㅋ 저도 병든인간이라는 😅

페크pek0501 2023-01-10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끼는 애독서였어요. 읽는 동안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었지요.
그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인공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제가 어떤 동질감을 느꼈나 봅니다.
다시 이 책을 찾아 몇 장이라도 재독하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3-01-10 18:34   좋아요 1 | URL
페크님 재독하시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겁니다~!! 저도 도선생님의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더라구요 ^^

파이버 2023-01-10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력에 실려있는 문구 모두 알베르 카뮈이네요~ 달력을 만든 곳에서 작가별로 일부러 모아둔 것일까요..?
새파랑님 새해에도 즐겁게 다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3-01-11 06:5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23년 일력은 월별 작가가 정해져 있습니다~!!

요새 컨디션이 안좋아서 잠시 휴식중인데 다독해야겠습니다~!!
 

명작인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


우노카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아무런 칭호도 받지 못했었고 많은 빚만을 남겼다. 아들인 오콩코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뜻밖의 일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였다. 분명 오콩코는 큰일을 할 재목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홉마을을 아우르는 씨름 왕의 영예를 얻었다. 부자였고, 곳간 둘이 앞으로 가득했으며, 이제 막 세 번째 부인도 얻었다. 게다가 칭호도 둘을 갖게 되었고 다른 부족과 싸운 두번의 전쟁에서 믿을 수 없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오콩코는 아직 젊지만 이미 당대의 가장 훌륭한 사람 가운데 들었다. - P17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에 지배받게 되었다. 그 하나가 친절함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게으름이었다. - P23

"낙담하지 마라. 너는 낙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야. 네 심성은 남자답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걸 안다. 그 심성 덕분에 조그만 실패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잘 견뎌 낼 거야. 남자는 ‘홀로‘ 실패할 때 더 어렵고 쓰라린 거지." - P36

"저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부르네. 아이의 죽음에 자네 손을 대지 말게."
오콩코는 깜짝 놀랐고,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네,우무오피가 그 아이를 죽이기로 결정했네. 숲과 동굴의 신이 그렇게 말씀하셨네. 관례대로 아이를 우무오피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죽일 것이네. 하지만 나는 자네가 이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길 바라네. 그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불러 왔네." - P71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자가 다가와 도끼를 치켜들자, 오콩코가 눈을 돌렸다.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가 떨어져 땅 위에 부서졌다. 오콩코가 이케메푸나에게 달려 나가자 "아빠, 사람들이 날 죽여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콩코가 자신의 도끼를 빼 소년을 내리쳤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 P76

에퀘피의 두 번째 아이가 죽은 다음, 오콩코는 아파 신의 무당이기도 한 주술사에게 가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아이가 오그반제라고 일러줬다. 오그반제란 죽으면 어머니의 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사악한 아이였다. - P95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왔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 P155

오늘 아침 이곳에 있는 우리는 조상님들에게 충실하지만, 우리 형제들이 우리를 버리고 이방인과 한패가 되어 조상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우리가 이방인과 싸운다면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을 치게 될 것이고 아마도 우리 부족의 피를 흘리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께서는 이런 일을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고, 형제를 죽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에게는 백인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조들께서 하시지 않았을 일을 해야만 합니다. - P239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대지의 여신을 거역하는 것으로, 이를 저지른 남자는 동족이 묻어줄 수 없습니다. 그의 시신은 불길한 것이어서 오직 이 방인들만이 만질 수 있지요. 당신네들은 이방인이고, 그래서 우리가 당신네들에게 시신을 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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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5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저 달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도 새파랑님 따라 필사하고 있습니다. 이거 의외로 쏠쏠한 재미입니다. 일부러 뒤적거려보지 않아요. 그래서 내일은 무슨 문장이 나올까 기대하는 맛이 좋네요. ^^

새파랑 2023-01-06 05:49   좋아요 2 | URL
나름 일력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ㅋ 안밀리려고 하는데 벌써 밀렸습니다 😅

독서괭 2023-01-06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올해도 필사 이어가시는군요!! 성실과 의지의 새파랑님!

새파랑 2023-01-06 11:50   좋아요 1 | URL
좀 밀렸는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Vanessa 2023-01-10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23년 첫 책으로 고른 책.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왜 새끼 캥거루는 어미의 배에 있는 주머니로 들어가죠?"
"함께 달아나기 위해서야. 새끼는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으니까."
"보호받고 있는 거군요?"
"응, 새끼들은 모두 보호받고 있지"라고 나는 말한다.
"얼마 동안이나 보호받아요?"
나는 동물도감에서 캥거루에 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조사해 보고 나왔어야 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 P14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 P21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 P23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 P26

"흡혈귀라는 개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토를 쓰거나 마차에 올라타거나, 성에서 산다고 하는 그런 건 싫거든요. 저는 세금도 제대로 내고 있고, 인감 등록도 돼 있어요. 디스코텍 같은 데 가기도 하고, 파친코도 합니다. 이상합니까?" - P49

가끔 지하철 전차 안에서 그녀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때 맥주를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내게 보내온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서 이어져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틀림없이 어딘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 그 매듭이 있을 것이다. - P95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 P95

그 당시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모두 쓸쓸했던 것이 틀림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써 보내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틀림없이 서로가 서로의 소통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 P103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몰락한 왕국‘ 이라고 한 것은, 그날 석간신문에서 우연히 아프리카의 어느 몰락한 왕국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왕국이 퇴색해가는 은…" 하고 그 기사는 말하고 있었다.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서글프다." - P133

옆자리에 앉는 상대만이 가끔씩 바뀐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은 열여덟 살의 여자아이였다. 나는 창가에, 그녀는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자리를 바꿔줄까?" 하고 내가 묻는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한다.친절한 게 아니란다,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보다는 훨씬 더 따분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이란다. 전신주 숫자를 세기에도 지쳤다.
서른두 살의데이 트리퍼.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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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떠올랐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소년 먼저 그의 이름은 유수프였다. 그는 열두 살 때 갑자기 집을 떠났다. 그는 그때를 하루하루가 전날과 똑같은 가뭄철이었다고 기억했다. 예상치 않은 꽃들이 피었다가 죽었다. 이상한 벌레들이 돌 밑에서 종종걸음으로 나와 뜨거운 햇빛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었다. 태양은 멀리 있는 나무들이 대기 속에서 떨게 만들었고 집들이 부르르하며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구름이 피어올랐고 낮시에는 날카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계절의 막바지에는 그런 순간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 P9

아지즈 아저씨는 객실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며 오후를 보냈다. 유수프에게는 분통 터지게 시간이 자꾸 뒤로 미뤄지는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도 식사 후에 매일 그러듯, 자기 방으로 물러갔다. 왜 사람들이 마치 순종해야 하는 법이라도 되는 듯 오후만 되면 낮잠을 자려고 하는지, 유수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휴식이라고 불렀다. 이따금 어머니마저 그들의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여몄다. 그도 한두 번 시도해보았지만, 너무 지루한 나머지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두번째 시도에서는, 깨어서 침대에 누워 있지만 형벌처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P23

"아지즈 아저씨와 같이 가는 거야."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고는 그를 향해 작고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수프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 싶을 때 짓던 미소였다. 유수프는 기다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버지가 웃으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유수프는 몸을 피하면서도 함께 웃었다. "기차를 타고 가게 될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저멀리 해안까지 말이다. 너, 기차 좋아하잖니? 바다까지 가는 길이 재미있을 거다." 유수프는 아버지가 좀더 말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왜 그는 이 여행이 좋아지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가 그의 허벅지를 살짝 치더니 가서 어머니가 짐 꾸리는 것을 좀 보라고 말했다. - P29

"그러면 형은 집에 가려면 얼마나 오래 일을 해야 해요? 나는 얼마나 오래 여기 있어야 하죠?" "네 아버지가 더이상 빛이 없어지거나 죽을 때까지." 칼릴이 쾌활하게 말했다. "뭐가 문제야? 여기 있는 게 싫으냐? 그는 좋은 분이야, 사이드 말이다. 너를 때리거나 그 비슷한 걸 하지도 않잖아. 네가 존경심을 보이면 그가 너를 돌봐주고 네가 잘못되게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네가 밤에 울고 그렇게 무서운 꿈을 계속 꾼다면…… 너는 아랍어를 배워야 해. 그러면 그가 너를 더 좋아할 거다." - P40

손님들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거나 도시에 왔다 돌아가는 시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가난과 물가에 대해 불평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 자신들의 거짓말이나 잔인함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P46

칼릴은 거기서 말을 멈추고 더이상 계속하지 않았다. 유수프는 칼릴이 말하는 동안 그의 조롱이 비참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고, 그의 기분을 풀어줄 말을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 집안에 미친 늙은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에도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것은 어머니가 그에게 해주던 이야기들과 정확히 같을 것이었다. 그러한 이야기들 속의 광기란 잘못된 사랑이나 유산을 훔치기 위한 주문 완수되지 못한 복수 때문에 존재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저주가 풀릴 때까지 광기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P57

유수프에게 그것은 몇 년에 걸쳐 사로잡혀 살면서 얻게 된 평정심을 깨뜨리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지즈 아저씨의 가게에서 불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볼모로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즉 아버지가 진 빚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가 아지즈 아저씨에게 저당잡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수년에 걸쳐 너무 많은 돈을 빌렸고, 그것이 호텔을 팔아서 갚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혹은 그의 아버지가 운이 없었거나, 자기 것이 아닌 돈을 어리석게 써버렸는지도 몰랐다. 칼릴은 그에게 그것이 사이드가 일하는 방식 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결과 그에게는 뭐든 필요해질 때, 그 필요한 일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이드에게 돈이 급해지면, 몇 명의 채권자를 희생시켜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 P70

하기야 저애는 담배를 피우기에는 너무 아름답네. 어부들이 말했다. 담배는 저애를 망칠 뿐이지. 담배는 악마의 일이고 죄악이니까. 하지만 그게 없으면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살겠어? - P73

"모든 것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는 거죠. 저애가 머지않아 그걸 깨달았으면 싶네요." - P93

장사꾼 중 하나는 어느 유럽인이 쓰러져 죽었는데 다른 사람이 오더니 숨을 불어넣는 것을 보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뱀들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뱀들한테도 독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인의 몸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손상되지 않고 부패가 시작되지만 않으면 다른 유럽인이 그를 살려낼 수 있대요. 그래서 죽은 유럽인을 보면 손도 대지 말고 뭘 가져갈 생각도 하지 말아야 된대요. 다시 살아나서 죄를 뒤집어 씌울 테니까요. - P101

"가족을 위해 더 좋은 삶을 살겠다는 게 죄가 되니?" 하미드가 물었다. 후세인에 대한 경멸감이 묻은 목소리였다. "가족을 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게 죄가 되니? 그게 무슨 잘못이니? 너한테 묻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내 가족을 위한 작은 집을 짓고 내 자식들에게 좋은 남편과 아내를 찾아주고, 교양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원에 갈 수 있는 것뿐이야. 내가 원하는 게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저녁에 친구들과 이웃들과 같이 앉아서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차도 한잔하고 싶고……… 그게 전부야! 내가 누구를 죽이고 싶다고 했니? 누구를 노예로 만들고 싶다고 했니? 아니면 무고한 사람을 약탈하겠다고 했니? 나는 스스로를 위해 뭔가를 하는 작은 가게 주인일 뿐이야. 스스로를 위해 아주 작은 것을 할 뿐이라고 - P129

"가능할 때 그런 미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게." 그가 말했다. "우리 안의 이런 감정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니까 말이야. 곧 세상이 우리를 유혹해 죄악과 불결함으로 이끄니까 말일세. - P138

그의 말에 따르면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서는 해가 한밤중까지 떠 있다고 했다. 추워지면 모든 물이 얼어붙는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를 끌고 그 위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과 호수가 두껍게 언다고 했다. 바람은 항상 불고 때때로 얼음과 돌이 섞인 돌풍이 분다고 했다. 밤에는 악령들과 정령들이 바람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여자들이나 아이들이 고통스러울 때 그러듯이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그들을 도우려고 밖에 나가는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겨울이 깊어지면 바다도 얼고, 야생 개들과 늑대들이 도시의 거리에서 날뛰면서 살아 있는 것은 사람이든 말이든 모조리 잡아먹는다고 했다. 그의 아저씨가 말하기를, 러시아인은 문명화되지 않아 독일인과 다르다고 했다. 언젠가 그들이 어느 지역을 여행하다가 어느 작은 도시에 들어갔더니 그곳의 모든 사람이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잔뜩 취해 있었다고 했다. - P142

"우리 물건 없이는 그럴 수 없다고 전해라." 상인이 말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숨이라면 가져가라고 해라.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해라. 그러나 우리를 살려주겠다면 우리 물건도 달라고 해라. 장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가겠느냐? 물건 없이는 가지 않겠다고 전해라." - P211

그는 부모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언젠가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몰랐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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