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읽어야겠다.






하지만 공기는 텅 비었고 나무들은 잎사귀 속에 더위를 감춘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또 인기척 없는 길 위로는 먼지가 소복이 내 려앉아 한껏 지루함을 자아냈다. 자연은 그렇게 너무나도 고요했다. 보셰프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 P7

보셰프는 맥줏집으로 걸어가다가 사람들의 솔직하고 진실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자기 불 행을 잊는 데만 열중할 뿐이었고 그들에게서 자제력 같은 것은 찾아 보기 힘들었으며, 보셰프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 P8

"개도 답답할 테지. 나처럼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고 있으니까" - P10

온세상은 아무런 의문 없이 오로지 존재하는 것 자체에만 몰두해 있었고, 보셰프만이 거기서 떨어져나와 침묵하고 있었다. - P12

"집을 올리는 사람 자신은 스스로 무너져가고 있어. 그럼 누가 그 집에 살지?" - P19

프루솁스키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가 반 드시 살아 있어야 될 만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 지 않았다. 그에게는 희망 대신 인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수많은 밤이 연달아 흐르고, 숲이 지고 피어났다가 다시 지고 난 뒤, 만나고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너머 그 언젠가 그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 러면 그는 침대에누워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미처 울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질 것이다. 그의 누이만이 세상에 남겨지겠지만 그녀는 아 이를 낳을 것이고, 결국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죽어 허물어진 오빠에 대한 슬픔보다 더 커질 것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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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4-07 09:28   좋아요 0 | URL
어제도 회식을 해어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제가 한번 고민해보고 선물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내 취향하고는 약간 안맞지만 이석원이어서 좋았다~!!

문자는 억양을 전달할 수 없어서 위험하고
전화는 표정을 보여 줄 수 없어서 위험하고
만나서 하는 건 그 모든 걸 숨길 수 없어서 위험하다면
어떤 오해나 불필요한 마찰 없이
타인에게
나의 민감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평생을
지고 또 지고 지겹게 져서
이제는
오직
자기 자신과의 승부밖엔
남지 않은
어느 보통 사람의 이야기.

우리의 불행은 늘 이상하리만치 상대적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라면 그건 너무 비극 아닐까.

가끔 어떤 날은
알고는 못 떠났을 먼 길처럼
긴 하루가
있다.

언제나 강렬한 끌림이 있었고 그만큼의 강렬한 고통과 사연과 갈등이 있었다. 싸우고 헤어지고 때로는 서로 를 할퀴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지지고 볶고 울고 편지 쓰고 엎드려 빌고 앓아눕고 원망하고……. 그러다 보 면 지치고 지쳐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 버리 는 느낌이 들 때쯤에야 비로소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 어 저 멀리 작고 희미하게나마 탈출구가 보이곤 했던 것이다. 마치 무너진 터널에 한 몇 달 갇혀 있던 사람 처럼 말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미화된 과거의 그 힘들었던 기억들 뿐………… - P141

사랑이란
둘이 비슷하게 시작할 수는 있어도
동시에 끝낼 수는 없는 법.
그게 이 행위의 문제라면 가장 큰 문제다.

나는 내 머리가 나쁘다는 사실이 가끔은
식은땀이 날 만큼 무섭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본인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점인데
세상은 이런 식의 자각을
‘자기 객관화‘라고 부르더라.

언제나 똑같다. 내가 누굴 자꾸 생각하게 되면 피해 갈 수 없는 두려움은, 지금 느끼는 이 모든 순간의 소멸이 다. 이, 오로지 타인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온도와 안 정감은 아주 일시적일 뿐일 거라는 것. 그래서 그 사실 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처럼 자꾸 되뇌게 된다는 것. - P214

그것이 바로 사랑과 두려움이 동의어인 한 사람의 고 민이자 곧 우리 관계의 시작이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는 건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건 언젠간 종료에 이를 타이머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 문에,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상관없어져 버리고 말았 다고 할까. - P216

예민한 사람의 머릿속은 좀처럼
마음의 평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쓸 거리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갑자기 찾아온 만큼
또 불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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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달을 걸쳐 읽은 책. 트레버의 단편은 정말 감탄이다.


내게 덤으로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는 흑단 상자에 담아 두었던 얼룩진 그림들을 꺼내 본다. 나는 산피에트로의 안개 나무를 그린 습작들을 보면서 내게 재능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안개 나무의 그 특별한 나뭇잎이 지닌 포착하기 어려운 특징을 그림에 담으려고 그토록 열심히 애썼다니, 이제야 그 노력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 P574

어둠 속에서 그들은 삼촌의 돈을 향한 자신들의 욕심이 자신들의 복종을 원하는 삼촌의 욕심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욕심은 삼인조가 되어 버린 세 사람의 관계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 들었다. 두 사람은 그들을 학대하는 것이 삼촌의 삶에 남은 마지막 즐거움인 것처럼, 돈이 그리고 돈이 약속하는 자유가 그들의 삶을 환히 밝히는 별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불 밑에서 서로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 채 삼촌의 빈정 대는 작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잠들기 전에도, 그리고 꿈속에서도. - P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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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읽었지만 이제서야 옮긴다.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너무 좋았던 작품.








니키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제 아버지보다 머리 하나 반 정도는 더 컸다. 노인은 아들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그냥 말없이 서 있었다. 니키타는 아버지의 머리를 끌어당 겨 가슴에 안았다. 노인은 아들의 몸에 기대어 이제 자신에게 휴식 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듯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 P86

류바는 방을 하나만 쓰고 있었다. 니키타는 심장이 멎는 듯 긴장 하며 방안을 둘러봤다. 예전에 이 방에서 그는 류바와 피아노, 화려 한 가구들을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피아노도 화려한 장식의 가구 도 없었다. 대신 소파 두 개와 책상, 침대 하나만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처럼 신기하지도 흥미를 끌지도 않았다. 색 바랜 벽지는 군데 군데 떨어져나갔고 마루도 다 닳아버렸다. 타일로 장식을 한 커다 란 페치카 옆에는 나뭇조각 한 줌으로 주변이나 겨우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철제 난로가 놓여 있었다. - P91

당시 모든 지방에는 종합대학교와과학원이 있었는데, 사 람들이 가능한 한 빨리 고등교육을 받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삶 에 대한 무지도 가난과 배고픔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혔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심각한 일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일인지 알아야 했다. - P92

니키타는 나무가 제대로 타고 있는지 지켜보다 가끔 류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주 어쩌다 한 번씩 류바를 쳐다본 다음 다시 불길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니키타는 류바가 자 신의 시선을 싫증낼까 두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니키타 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 P95

한번은 니키타가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함께 살지 아니면 따로 살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봄까지는 행복을 느낄 여 력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가능한 한 빨리 과학원의 의학 공 부를 마쳐야 하고 그 다음은 그때 가봐야 알게 될 거라고 했다. 니키 타는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고 류바 때문에 지금 그가 느끼는 행 복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사실 이보다 더큰 행복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이 없었다. - P99

"곧 나을 거예요. 사람들이 죽는 건 혼자서 아프기 때문이죠. 누 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하지만 지금 당신 곁에는 내가 있잖아요." - P103

"제 집인 양 뻗고 누웠구먼. 이모 집이 부자니, 먹여주고 입혀주 고 지참금 챙겨 시집도 보내줄 거라 믿는 모양이지! 맨발에다 치마 한 벌, 배고프고 지저분한 불쌍한 고아의 몸이니, 선물인 양 받아들 이라고! 이모와 이모부야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몸, 우리가 죽고 나면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 돼 우리가 뼈빠지게 모은 재산을 날름 해치워버릴 작정이지! 젠장, 어디 귀신이라도 있으면 데려가지 않 고! 내 물건을 털끝 하나 건드리게 놔둘 줄 알고! 밥은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나 보자! 그 양반은 찬바람 맞아가며 추위 속에 하루 종일 일하느라 바쁘고, 난 아침부터 밤까지 자리에 한번 앉지도 못 하고 이러 저리 뛰어다니는데 너란 애는 이렇게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 몸만 달랑 와서,자길좀사랑해주고 키워달라고? 올가! 지금 이 몇신데 아직도 자고 있니!" 타치야나 바실리예브나가 갑자기 큰 소리로 올가를 불렀다. "힘들어 죽기라도 할 것 같냐? 빨리 일어나 지 못해! 너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못 하겠어!" - P137

나중에야 나는 이 슬픔의 의미와 그가 우리들에게 늘 무심한 이 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기관차를 이해하는 데 자신이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가 배울 수 있 다고는 믿지 않았다. 운행 중 참새와 전방의 통과 신호를 한눈에 알 아보고, 선로의 상태와 열차의 중량, 기관차의 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이런 재능을 말이다. 말체프는 물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지만, 우리가 자기보다 더기관차를사랑하고, 자기보다 운전을 더 잘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런 까닭인지 말체프는 우리와 함께 있 으면 늘 우울해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 때문에 쓸쓸해했고, 이를 어 떻게 표현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 P166

"맹인이어도 자유로운 것과 두 눈 은 멀쩡하지만 아무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가운데 어느게 더낫죠?" - P179

"한 사람의 무죄를 그의 불행을 통해서 증명하게 될 줄은 몰랐습 니다." 예심판사가 말했다. "그로서는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 는 겁니다." - P179

"그렇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십시오. 이번 일을 보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도 있는데, 당신은 그것을 외부에서만 찾았던 거죠. 그래도 당신은 잘못을 인정하고, 말체 프 씨에게도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런 당신을 존경합니다." - P180

나는 그를 마치 나의 친아들인 양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다. 우 리의 아름답지만 광포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식간에 우리의 삶 을 파괴할 수도 있는 그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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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28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셔서 한번에 이어서 쓰신건가요. 글씨가 비슷해보이는데요.^^;
그러고보니, 저도 2월 밀린 것들이 많네요.
새파랑님, 내일부터 3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3월 되세요.
편안한 삼일절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3-03-01 08:18   좋아요 1 | URL
요새 좀 바쁘고 눈이 안좋아서 책을 잘 못읽고 있네요 ㅜㅜ 4월부터는 안밀리고 써보겠습니다~!!

서니데이 2023-03-01 08:47   좋아요 1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몰랐어요.
책보다 눈이 먼저예요. 회복전까지는 많이 쉬셔야겠어요. 휴일 잘 보내시고 좋은 한 달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3-0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인이어도 자유로운 것과 두 눈 은 멀쩡하지만 아무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가운데 어느게 더낫죠?˝ - P179
한참 생각해도 못 고르겠습니다.ㅋㅋ어려운 문제입니다.

새파랑 2023-03-08 20:32   좋아요 0 | URL
전 그냥 감옥을 고르겠습니다. 눈이 안보이는건 못할거 같아요 ㅜㅜ 책은 보여주겠죠 ㅋ
 

역시 러시아! 선물받은 책은 더 좋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가을의 풍경은 음울하고 슬퍼 보였다. 이 순 간 마샤와 이바노프를 집으로 실어 갈 기차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잿 빛 공간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밖에 없다. - P9

이바노프는 마샤의 머리카락에서 가을 숲의 낙엽 냄새가 난다고, 영원히 이 냄새를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철길에서 조금 물러 나와 이바노프는 마샤와 자기가 먹을 계란 프라이를 만들기 위해 작은 모닥불을 지폈다. - P11

이바노프는 철도 사령부에 체류 신고를 마치고 마샤와 함께 이 도시에 머물렀다. 사실 그는 4년째 보지 못한 아내와 두 자식이 기 다리고 있는 집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바노프는 가족과의 설렘과 기쁨의 재회를 뒤로 미루고 있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유의 시간을 좀더갖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11

"날 영원히 기억한다고요? 그러실 필요없어요. 어차피 잊게 될 테니까요. 난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 그냥 저를 잊어주세요." - P12

기차가 도착했고, 그들은 작별을 했다. 이바노프는 떠났다. 그리 고 그는 혼자 남은 마샤가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지 못했다. 마샤는 여자친구건 동료건 하루라도 자신과 운명을 함께했던 사람이면 그 누구도 잊지 못했다. - P12

이바노프는 다시 마샤의 냄새를,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던 향취를 떠올렸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숲속나 뭇잎의, 풀이 무성히 자란 외진 오솔길의 냄새가, 집안의 평온함이 아닌 불안한 삶의 냄새가 풍겼다. 목욕탕 종업원의 딸 마사,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P16

한편 이바노프에게 고향집은 여전히 이상하고 낯설었다. 아내는 피로에 지친 얼굴이었지만, 예전의 모습 그대로 어여쁘고 다소곳했 다. 당연히 그래야 하듯 많이 자라긴 했지만, 아이들도 자신에게서 태어난 그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왠지 이바노프는 귀향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가족들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인가. - P21

"난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알료샤. 물론, 옆에 아이들이 있었지 만, 그 애들이 당신을 대신할 순 없었어요. 난 항상 당신만을 기다렸 어요. 이 길고 무시무시한 몇 년의 시간을 아침이면 잠에서 깨는 것 조차 두려웠어요." - P29

우리 집에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없었어요. 우리도 필요한 건 없었죠. 우리도 그 사람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 없어도 살 수 있어요. 그 동안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은 다 른 사람을 도와주면 자기 마음이 좀 나아진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죽은 식구들을 조금은 잊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그 사람을 한번 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 P31

마샤가 날 기다리지는 않겠지. 이바노프는 생각했다. ‘그녀는 내가 결국 자기를 잊게 될 거라고 했지. 우리가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이제 난 그녀에게 영원히 돌아갈거야. - P42

모든 사랑은 무언가에 대한 필요와 외로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런 부족함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워하지도 않는다면 결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 P43

이바노프는 눈을 감았다. 기진맥진해서 넘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은 애처로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 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내부에 갇혀 평생을 힘겹게 뛰고 있던 심장이 그의 전신을 뜨거움과 전율로 휘감으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했다. 갑자기 그가 예전에 알던 모든 것이 좀더 정확히,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의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타인의 삶이 열린 가슴을 통해 다가왔다. - P44

남편은 어린 시절 이후로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고, 자기 얼굴이 가지는 의미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 P50

"잠시 떠난 거지, 죽은 건 아니잖아. 다시 돌아올거야!"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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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22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아름답죠.
전 구판으로 읽었는데 표지는 구판이 더 나은 거 같기도...

새파랑 2023-02-22 18:45   좋아요 1 | URL
표지가 좀(?) 그렇긴 한데 좋습니다. 역시 리시아문학이 짱인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3-02-23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러시아문학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러시아나 동유럽 작가의 글은 조금 낯선 느낌이 들긴 해요.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2-23 22:16   좋아요 1 | URL
전 러시아 문학 완전 마니아입니다 ㅋ 최고입니다 ^^

이제 퇴근하지만 남은 두시간 잘 놀겠습니다~!!

서니데이 2023-02-23 22:27   좋아요 1 | URL
이렇게 늦게 퇴근하세요??
피곤하시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2-2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 좋지요.
윌라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데 이 책은 없네요. ㅋ

2023-02-2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2-27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월 이틀 남았네요 이번주는 이월과 삼월이 있군요 이월 잘 보내고 삼월 잘 맞이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3-02-27 12:15   좋아요 1 | URL
앗 벌써 3월이네요...
슬픕니다. 이렇게 겨울이 끝나가다니 ㅋ 희선님도 3월 잘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