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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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본질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하다

우편, 신문, 잡지, TV, 인터넷, SNS ... '미디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나 홀로 무인도'와 진배없는 삶이었을 것이다. 일단 사는 게 재미없다. 태생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종에게 미디어는 필수불가결이다.

창비교육에서 출간하는 테마 소설 시리즈 <함께 걷는 소설>, <끌어안는 소설> 을 먼저 읽고, 이번 아홉 번째 책으로 <연결하는 소설>을 만나 미디어 본질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김애란 <침묵의 미래>_언어

구소현 <시트론 호러>_책

오선영 <후원 명세서>_TV

서이제 <위시리스트 ♥>_알고리즘의 굴레

김혜지 <지에 튜브>_영상 콘텐츠 플랫폼

임현석 <무료나눔 대화법>_ 중고거래

김보영 <고요한 시대>_인터넷

전혜진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_ 인공지능

<시트론 호러>

다시 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절대로 살아 있을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닿고는 싶었다.

10년째 유령인 공선이 주인공. 무슨 사연인지 그녀는 굶어죽은 유령이었다. 무언가에 닿지 못하는 우울감은 '책'이 채워줬다. 누군가 넘겨줘야 독서를 할 수 있었던 공선은 까다롭게 독서 메이트를 고른다. 꾸준히 취향에 맞는 글을 자신의 속도에 맞게 대신 읽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 효주가 두 번째 독서 메이트가 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죽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어내지 못했겠다는 절망감 때문에...😱 제발 책님과 함께 나를 화장해 주길.. 저승에 가져갈 책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 이것도 고민.

유령 또한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물론 그릇도 담겨있는 것도 일반적인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책만이 세상의 구멍인

그녀의 윤각을 보고 있었다.

공선은 유령이 된 후 무수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망설여지는 순간이 생기는데 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이 무서워 타인의 집에서 종종 밤을 보내고는 사적 공간 침범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독서 메이트를 선정함에도 집이 아닌 외부에서 주로 읽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나라면..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특혜이면서 저주를 적극 활용하며 즐길 수 있을까. 유령 10년 차 공선과 다름없을 것 같다. 누군가 알지 못하더라도 나는 아니까.

<후원명세서>

"분수를 알아야지, 우리 분수를"

"어떤 욕망도 드러내선 안 돼."

크리스마스 특집에 신장 투석을 받는 어머니와 사는 착하고 성실한 여중생의 모습으로 출연한 윤미는 PD의 지시대로 철저히 '없는 사람'이 되었다. '데미안'을 좋아했지만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책으로 대답했고 작가가 써준 '내 친구 쥬디에게'라는 편지를 낭송한다. 사람들의 후원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한동안 전교생에게 쥬디라고 불리게 된다. 이후 고3이 된 윤미는 철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분수에 맞게 살라는 엄마(엄마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의 말에 사회 복지학과로 추천받아 전액 지원받는 장학생이 된다. 크리스마스 특집 꼬리표는 취업까지도 따라다닌다. 현재 아동복지 재단에서 대리로 근무 중인 윤미가 돕는 아이들 역시 어릴 적 자신과 같은 마음이겠지라는 생각을 깨는 사건이 발생되고 당혹스러워한다. 후원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알바를 하며 욕망을 해결하는 남학생에게서 맑고 환한 빛을 보게 된다.

미디어를 통해 지식 공유와 소통의 장이 넓어졌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내 취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의 부지런함 덕분에 편형적인 사고를, 직접 대면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오류와 오해를 범하는 경우, 무심코 클릭한 영상으로 흘려보낸 귀한 시간들. 반면 미디어 덕분에 공감과 위로를 받기도 하니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을 모두 흡수하기보다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장바구니에 쌓이는 책은.. 관대하게 봐줄 것이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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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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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교수인 저자가 인류의 역사와 테크놀로지 의학자 특유의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한국형 '유발 하라리'라규~!!!(네네~ 추켜세웠습니다.) '총 균 쇠', '사피엔스 ' 도전을 부르는 저서다. 편하게 읽어지는 호모사피엔스를 빚어온 우연과 적응의 연대기를 기록한 책이자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분석서다.




1장 구별: 독특한 생물의 탄생

2장 각성: 깨어난 정신

3장 결속: 성과 양육과 협력

4장 구축: 새로운 생태계

5장 해독: 판도라의 상자

6장 초월: 역설계

7장 위기: 실존의 위협



1장에서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살던 대형 유인원의 한 그룹이 형제 종들과 결별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우리의 기원을 살핀다.

2장에서는 인간의 뇌에 지능과 마음이 담기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는 기적적인 우연과 창발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3장은 종의 번성을 가능하게 한 동력인 성과 양육의 본능의 기원과 ‘이기적 유전자’로 표현되는 이기적인 본성이 어떻게 인류 최대의 강점인 협력이 가능했는지 보여준다.

4장에서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지구를 장악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농업혁명 이래 호모사피엔스가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고,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산업혁명과 화석 문명을 시작으로 대가속과 통제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 메타버스 시대로까지 향해 온 전 과정을 보여준다.

5장과 6장은 인류가 생명의 비밀이 담긴 유전자와 우리 종의 핵심 역량인 뇌, 그중에서 신피질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된 세 가지 특성은 지능, 혁신 본능, 통제 욕구다. 이런 특성은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발현된 것이 아닌 뇌 구조에서 흘러나온 생물학적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뇌 구조 자체가 새로운 정보에 흥분하고 도전에 짜릿함을 느끼며 주의를 통제하지 않으면 못 견디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간의 뇌가 유인원의 3배까지 커질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타고난 열 조절 시스템(냉각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대신 얕고 빠르게 호흡하면서(멍멍이를 상상해 보라) 구강, 코, 혀를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 열을 방출한다. 그래서 치타는 2km 이상 달릴 수 없다.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면 뇌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물과 소금만 충분히 섭취하면 끝없이 달릴 수 있다. 인간은 직사광선을 맞닿는 머리를 제외하고 신체의 털을 대폭 없애고 땀샘을 만드는 쪽으로 진화했다.(요즘 땀구멍 열려서 어디 나다니기 힘듦.. 갱년기인가..😒😵 )

두 발로 달리면서 선행 인류에게 연쇄적인 몸의 구조가 나타난다. 머리가 척추 위에 똑바로 얹히자 후두가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숨을 조작해 발성할 공간이 마련된다. 이족보행과 냉각시스템은 인간이 지닌 가장 큰 무기인 지능과 언어를 진화시킬 토대를 구축한다.





 ▓ 말 잘하는 놈 떡 하나 더 준다.

잘 생긴 남자보다 애매한데 말 잘하는 남자에게 호감이 더 가는 이유는? 화려한 언변은 자신이 좋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이자 우수한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개체임을 이성에게 보여줄 수 있는 표식이었다는 가설이 있다. 고로~언어를 잘 구사하는 자(남자든 여자든)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게 물려줄 많은 기회를 확보했다는 것. (하지만 잘~ 구분해야 한다. 말만 번지르르한 놈인지) 아라비안나이트의 셰어라자드처럼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부럽도다.



 ▓ 재밌고 쉽게 읽히는 인문과학 교양서

4년 동안의 자료 수집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역사를 담은 저서라 완독을 하는 데 시간은 제법 걸린 것이다. 각 장은 마치 한 권의 책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멈춰지지 않는다. 재밌으니까. 요고 다 읽고 총 균 쇠 도전해 볼 끄나~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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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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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어진다는 건,

나에게서 없어지는 게 아니야

당신으로부터 없어지는 거지."

_드라마 <욘더> 중

누군가에게서 잊혀지는 것이 진정한 소멸이 아닐까.

벌써 2년 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욘더', 죽은사람의 '기억'을 수집하여 가상세계 만들어 살아있는 자를 초대했던 신하균과 한지민 주연 티빙 드라마가 방영한지가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에서는 엄마 장지성씨가 3년 전 혈액암으로 별이 된 나연이와 가상세계에서 재회하는 과정을 담아 화제가 되었다. TV 또는 영화로만 존재했던 기술이 실재로 재현되고 있다.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두 사람이 있다.세계 다큐멘터리 영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한스 블록’과 ‘모리츠 리제비크’은 디지톨 불명성을 취하기 위해 나름의 연구와 결실을 부른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불멸의 삶의 대한 고찰을 <두 번째 인류>에 담아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확신하고 있던 삶의 유한성을 빼앗긴다면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간의 자아상에 디지털 클론은 어떤 의미일까?우리는 감히 삶과 죽음의 톱니바퀴 사이에 억지로 기어들어 디지털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기술이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람과 살아갈 유가족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사람을 디지털로 되살릴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유가족?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 인터넷 공간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디지털 불멸자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주변 사람들을 아무도 잃지 않게 된다면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이 모든 의문을 탐구하고 놀라운 답을 내놓는다.

​이 책에서 현실화된 디지털 클론의 현주소와 열린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암이 진행된 아버지와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아들인 제임스가 개발한 아버지의 디지털 클론 '대드봇',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 로만과 한 번만 더 대화를 하고 싶어 친구의 이름으로 앱을 개발해 생전 로만과 같은 책봇을 만들었다. 취약한 신체에서 벗어나 스스로 인공지능이 되려는 사례 등 인간 유한성의 끝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술은 양날의 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필요한 기술이는 판단이 섰다. 저자의 늘어놓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마냥 좋기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분명 필요한 혁신적인 발상은 맞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에 당분간은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기계적인 대답을 늘어놓는 디지털 클론에게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와 말투를 구현한다고 해도 늘 같은 대답을 한다면...기능적인 대화에 실망이 커질 날이 올 테고, 진정한 소통에도 한계가 있을터.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더이상 찾지 않게 될 때 그때는 또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기술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는게 애초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떠난 사람에 대한 예우를 끝까지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살고 싶은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끝이 있으니 현생에 온 마음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영생의 샘물을 마신 자의 삶은 저주로 비쳐진다. 살아 숨쉬는 이 순간이 소중한 오늘이다.



*❤흐름출판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두번째인류 #한스블록 #모리츠리제비크 #흐름출판

#서포터즈 #도서지원 #AI #디지털클론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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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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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이다. 박서련 작가의 #체공녀강주룡 을 읽고 나서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마법소녀은퇴합니다 #마르타의일 #캐스팅(공저) #모던테일(공저)

계산하지 않아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은 작품을 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간 #나나마들렌 이 내 손에 감긴 것도 작가에 대한 팬심이 부른 결과였고.

쪼개지 머리와 가운데 완전한 머리의 표지가 무섭긴 한데 호러는 아닐 거라는 믿음으로 책날개를 들어봤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젤로의 변성기

*한나와 클레어

*세네갈식 부고

*김수진의 경우

*나,나, 마들렌

*마치 당신 같은 신

<김수진의 경우>가 제일 좋았다. 가슴이 뻐근하다가 또르륵 눈물을 흘리고 만.

흔하고 흔한 김수진이 되고 싶었던 김수진. 몸을 되찾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며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수술을 했고, 1년 전 여성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의 엄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해 준다. 그럼에도 수진은 늘 엄마에게 날이 서 있다. 자신은 여자인데 남자로 태어난 게 꼭 엄마의 죄인 것 마냥.

SRS 대상으로 인공 자궁 이식 실험 연구에 지원하고 최종 선정이 되었을 때 수진은 기뻐했다. 그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난자 공여에 대해 의논하다가 엄마가 폐경이라는 걸 알고 화를 내는 그에게 "엄마가 너 원치 않는 몸으로 낳아서 미안하고.. 폐경이 벌써 와서 미안해"라고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은 임신에 성공했고 출산을 했다. 그는 엄마처럼 똑같이 입덧을 하고 똑같은 음식이 당기는 것을 알고는 조금씩 철이 든다. "고생했어, 우리 딸"이라고 하는데 눈물이 또르륵.

중량감이 느껴지는 7 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감염자를 피해 운전을 하는 여자와 자연 내성으로 감염자 사이에서 살아난 남자의 이야기, 30년 차 소년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베테랑 성우가 사랑을 만나 변성기로 접어드는 이야기, 미스터리 쇼퍼인 친구 대신에 호텔에 왔다가 룸 메이드(클레어)에게 오해를 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평가지를 보는 한나. 세네갈식 부고는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의 도서관을 불지르는 것이라는 이야기, 여자였으나 태어나니 남자의 몸피를 가진 수진이가 인공 자궁으로 출산하기까지의 이야기, 동성 연인 마들렌에 대한 두 가지 마음은 머리가 깨져 둘로 분리되는 결국 3인 가장이 된 나 등. 속 시끄러운 사람들의 아우성을 박서련 표의 필체로 쏟아내고 있었다. 말해 뭐해. 박서련님은 진짜 찐이다, 찐!


*하니포터 6기 자격으로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나마들렌 #박서련 #한겨레출판 #소설 #신간소설 #주제의식 #소수자 #SF

#하니포터6기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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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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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작년만 해도, 나는 에세이를 찾아 읽지 않았다. 지극히 일상적이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버무린 글뭉치를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이런 편협한 생각과 편견을 산산조각 낸 작품을 만난다. 바로 백수린님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그 책이다. 에세이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이번에 만난 에세이는 '사물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글묶음이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 이야기들. 물건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과 기억들을 한데 그러모아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첫 꼭지를 지나 두 번째 꼭지 '팔찌'에 대한 글부터 마음이 찌르르 저려왔다. 세상에 마흔여덟에 파킨슨병 진단이라니!! 남편이 젊은 나이에 노년층 중대질환인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한국에 머물던 가족은 남편의 진단을 계기로 남편의 나라인 '영국'으로 오게 된다. 영국은 국가 보건 서비스로 의료가 전면 무상이고 파킨슨병 환자를 지원하는 단체가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팔찌에는 지원센터 연락처와 '저는 파킨슨병 환자입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팔찌는 대부분의 영국인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알아서 배려해 준다고 한다. 도심역 플랫폼 또는 대중교통 안 광고판에도 '다른 사람을 재촉하지 마세요. 우리 중 어떤 이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보건 서비스와 너무 비교된다. 그러니 영국으로 갔겠지만.

앞서가는 남편의 어깨와 등을 봤다. 마음속에서 잔물결 같은 것이 일어났다. 이걸 연민이라고 해야 할지, 슬픔이라고 해야 할지,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뒷모습에는 보는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는가 보다 내 마음이 순해지는 것 같았다. 뒷모습은 사람을 관대하게 만든다. _ '자전거' 중에서

짝이 되어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등을 보이면서 긴 시간 함께 가는 자전거 여행 같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마지막까지 서로를 지켜줄 사람은 단연 배우자일 것이다. 남편이 앞에서 페달을 밟다가 지치면 내가 앞서 페달을 밟고 내 등에 편히 기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우리보다 조금 더 긴 세월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저자의 일상은 그저 남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지도, 더 빨리 또는 조금 더 늦게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일지도.

변호사였던 시누이는 자신의 엄마가 병석에 눕자 최사를 하고 간병에 자처했다. 어머니 장례를 치른 후 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며 십 년의 세월을 보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저자는 딸들이 나를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하길 원치 않으며, 아이들에게 자신을 돌보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질병, 돌봄, 죽음, 노후 불안... 어릴 때 생각도 못 한 일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는 더 많은 노후준비를 해야 할 텐데, 어찌 둘 다 태평성대인지. 재산을 물려줄 사람도 없으니 주택연금으로 연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기억 속에 사물들인 도토리, 편지, 전조등, 자전거, 모자, 등산화, 기차 등에 담긴 이야기들에 마음이 아리기도, 환해지지고 했다. 타향살이 중인 저자에게서 고향에 그리움이 맡아졌다. 타향에서 귀한 김치를 나눔 받으면 도로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는 한국의 정을 과시하며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글이 당신의 기억을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_프롤로그

이름은 나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사물은 저마다의 기억들로 존재한다. 노래도. 음식도. 이 책에서 내 기억을 길어올려본다. 또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물건을 볼 때 떠올려질는지.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사물에대해쓰려했지만 #이향규 #창비교육 #에세이 #일상 #질병 #죽음 #돌봄 #노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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