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폭풍 1 얼음과 불의 노래 3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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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베스트셀러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제3부 <검의 폭풍> 1권과 2권을 읽었다. 드라마로 봐서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설렁설렁 읽으려고 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덕분에 눈 밑에 다크서클이 ㅠ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스타크 가문의 서자 존 스노우와 야인 이그리트의 사랑 이야기는 낭만적이고(이 둘을 연기한 배우들은 얼마 전 실제로 부부가 되었다 ㅎㅎㅎ), '얼굴 없는 자'가 되기 전의 아리아는 영특하고 사랑스럽고, '아직 살아 있는' 스타크 가문의 장남 롭과 어머니 캐틀린은 반갑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악역 중에 가장 싫은 조프리와 램지 볼튼도 '아직 살아 있다'. 이들의 악행에도 끝이 있고, 이들이 어떻게 결말을 맞는지 알고 있는데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싫어 너무 싫어... 세르세이도 아직 미치기 전인데, 이때만 해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녀였던 세르세이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제이미 때문인 걸 알지만 그뿐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오랜만에 원작 소설을 읽으니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보고 싶어졌다. 내년에 방영되는 시즌 8을 끝으로 종영된다는데, 워낙 재미있게 본 드라마라서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크다. 종영 전에 시즌 1부터 다시 볼까. 언젠가 시간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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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올 여성들에게 -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 동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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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동계급 출신 여성이 편견과 차별을 깨고 한 사람의 교수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라는 점에서, 마이라 스트로버의 <뒤에 올 여성들에게>는 호프 자런의 책 <랩 걸>에 비견할 만하다. 


차이가 있다면 조교수 임용을 앞두고 성차별의 현실과 뼈아프게 맞닥뜨린 저자가, 그에 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페미니즘을 학습하고 '페미니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할 만큼 용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호프 자런도 훌륭한 페미니스트이지만, 마이라 스트로버는 그 자신이 페미니스트인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의 현실을 인식하고 극복하게끔 했다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1940년 미국 동부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영리하고 꿈 많은 소녀였다. 저자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노동계급 출신이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저자의 부모는 딸이 하루빨리 취업을 하거나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 저자가 성차별을 경험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 자신이 그것을 '성차별'이라고 인식한 것은 조교수 임용을 앞둔 어느 날이다.


남편이 있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교수 임용이 거절되었을 때, 저자는 더 이상 차별의 현실을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여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페미니즘 서적을 탐독하고, 버클리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여성과 노동'이라는 강좌를 개설했으며, 스탠퍼드대학교 경영 대학원 사상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다. 성별에 따른 직업 분리, 가사 노동의 가치 정량화, 차별의 비용 등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 '페미니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학 분야를 확립했다. 


저자가 경제학자로 이룬 성취는 저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닥뜨려야 했던 차별과 혐오의 경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저자를 끔찍이 예뻐했던 할아버지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여자인 저자를 예배당에서 내쫓았다. 저자에게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부모님은 저자가 집에서 가까운 공립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길 바랐고,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교사가 되길 바랐다. 교사가 아니라 교수가 될 수도 있다며 학업을 독려했던 남편은 집안일을 분담하자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저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말하면서,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고 말하면서, 어째서 수많은 가정에서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직업을 가지며,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직업을 가진 남성과 여성 간에도 차별이 반복되는지 묻는다. 저자와 나는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한참 차이가 나는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 경험을 했을까. 페미니즘을 단지 알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적용하고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한 - 그리고 성공한 - 참 멋진 선배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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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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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그동안 몇 번이나 속임수에 걸려들었을까. 이제까지 눈에 띄는 사기나 속임수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단 한 번도 속임수에 걸려든 적이 없다고 믿었는데, 이 책 <속임수의 심리학>을 읽으며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한 속임수가 얼마나 많을지 헤아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김영헌은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이자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사기와 횡령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전담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속임수가 악용하는 세 가지 심리를 분석하며, 사기꾼의 정체나 속임수를 간파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러 속임수 기법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심리가 있다. 바로 '욕망'과 '신뢰', 그리고 '불안'이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도 욕망과 신뢰, 불안과 관련이 깊다. 대박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 너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라는 말에 혹했다가 쪽박 차는 '묻지 마 투자', 청와대와 국정원을 사칭하는 사람들의 말에 홀랑 넘어간 사람들은 전부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노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는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경찰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타인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는 15.7%에 불과하지만, 동거 친족, 지인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52.6%에 달했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상대에게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12.7%에 불과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87.3%에 달한다. 다단계 역시 친구, 선배, 후배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빠지는 경우가 80%를 차지한다.


저자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쉽게 현혹되지 않으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 된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언뜻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업이 잘 되는 사람이 급하게 돈 빌릴 구석이 나밖에 없을 리 없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나에게 큰돈 벌 기회를 알려줄 가능성 역시 만무하다. 속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속기 전에 의심부터 하고 보라는 저자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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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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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 관심이 생겨서 라틴어 교재를 찾아봤는데 마땅한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라틴어를 정식으로 배우기 전에 라틴어와 친해지고 싶은데, 시중에 있는 라틴어 교재는 대학에서 사용할 법한 문법책이 대다수라서 아쉬웠다. 


마침 내가 원하는 라틴어 책이 나왔다. 대학에서 10년 넘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섭 교수의 책 <라틴어 문장 수업>이다. 이 책은 7개의 큰 주제 아래 80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장의 배경과 의미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라틴어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출간된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과 비교하면 구성은 비슷하지만 라틴어 학습 비중이 훨씬 높다. 나처럼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의 교훈보다도 라틴어 자체에 더욱 흥미가 있는 독자에게는 <라틴어 수업>보다 <라틴어 문장 수업>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저자는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기독교의 언어이다,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등 누구라도 하나쯤은 혹할 만한 이유다. 


이 중에 나는 라틴어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Apprendre une langue, c'est vivre de nouveau)'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는데, 라틴어를 배우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까지 배우면 대체 나는 몇 번의 인생을 다시 살게 되는 걸까. 한국어로 사는 인생도 제대로 못 사는 주제에 다른 언어로 사는 인생에 욕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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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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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무료 이북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인터넷 서평을 살펴보니 의외로 부정적인 평이 많아서 놀랐다. 무료로 읽어서 그런가. 나로서는 이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제시 버튼의 다른 소설을 전부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긍정적인 평이 압도적으로 적을까. 그래서 내가 하나 보탠다. 


때는 1686년. 가난한 집안의 맏딸인 넬라 오트만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에게 시집을 간다. 여자는 그저 좋은 남편 만나서 편안한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라고 믿는 넬라의 어머니는 넬라가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남편을, 그것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남편을 만났다는 사실에 흡족해한다. 넬라 역시 하루빨리 요하네스와 가까워져서 귀여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넬라의 기대와 달리, 요하네스의 여동생과 하인들은 넬라를 차갑게 대한다. 남편인 요하네스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자주 비운다. 이제 고작 열여덟 살인 넬라는 앞으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하네스가 결혼 선물이라며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한다. 집과 집안 식구들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넬라는 놀라는 척했지만 실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아니나 다를까, 넬라의 주변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 듯 미니어처 하우스에도 변화가 생긴다. 넬라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의지할 수 없는 낯선 도시에서 미니어처 하우스만이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믿고, 미니어처 하우스를 만든 미니어처리스트를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넬라가 미니어처리스트라고 짐작하는 여인은 넬라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할 때마다 사라진다. 


이 소설은 언뜻 보면 어린 신부 넬라가 돈 많은 남편을 따라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할리퀸 로맨스 풍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 보면 성차별, 인종 차별, 계급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넬라가 남편 요하네스, 시누이 마린, 흑인 남자 하인 오토, 고아 출신의 여자 하인 코넬리아와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작가는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설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예언이나 미신, 관습이나 통념 같은 것에 매달리는지를 고발한다. 넬라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미니어처리스트의 예언을 듣는 데에만 급급하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식구인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에 대해서도 직접 물어보지 않고 남들이 들려주는 말이나 소문에 의지해 판단한다. 만약 넬라가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와 더 일찍,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소중한 건 왜 항상 잃고 나서 그 가치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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