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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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가라오케 가자>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주인공 오카 사토미와 나리타 쿄지의 4년 후를 그린 신작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기다림에 비해 사토미와 쿄지의 분량이 너무 적다고 느꼈는데, 리뷰를 쓰려고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 보니 분량의 적음이 오히려 작가의 노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소재 대학교에 진학한 사토미는 24시간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야간 근무조라서 손님이 적고 하는 일도 별로 없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매장에는 조폭처럼 생긴 아저씨 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수상한 만화를 그리고, 교대할 때 잠깐 마주치는 아르바이트 선배는 사토미로선 관심도 없는 화제로 끝없는 수다를 늘어놓아 사토미를 괴롭게 한다.


꽃다운 대학 신입생이건만 '꽃다운' 일은 하나도 안 하는 사토미의 일상의 유일한 낙은 가끔씩 쿄지와 만나서 비싼 밥을 얻어먹는 것이다. 사토미의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을 묘사한 장면에 비해 사토미와 쿄지가 만나는 시간을 묘사한 장면이 턱없이 적은데, 그래서 사토미와 쿄지가 함께 있는 순간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쿄지가 등장할 때 사토미가 느끼는 반가움이 어느 정도일지 분량만으로도 짐작이 된달까.


사토미의 신분이 바뀌고(중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두 사람이 있는 장소가 바뀌면서(오사카에서 도쿄로) 생긴 변화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에는 사토미의 일상에 우연히 끼어든 엑스트라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인물들이 쿄지 또는 사토미와 의외의 인연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만화가 BL이 아니라는 의혹을 가볍게 날려주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임팩트가 아주 셌다. 어서 하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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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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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을 종종 읽는다. 청소년소설인 만큼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내용이 담겨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오히려 청소년소설이라는 분류 때문에 더 많은 성인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더 많다.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 <고백 루프>를 읽으면서 청소년소설에 또 다른 분류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청소년소설에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이 있다. 보통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청소년소설로 분류하는 경우는 많지만 세 번째는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당사자성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나는 청소년소설에 몇 가지 갈래가 있다고 보는데,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로 나눈다. 많은 사람이 세 번째 갈래의 존재를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기부터 소설을 써 온 나조차도 간혹 내가 쓴 세 번째 갈래의 청소년소설을 쑥스러워하니 크게 할 말은 없다. 다만 청소년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 쓰던 청소년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201쪽)


그래서 박서련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쓴 소설 두 편을 공개한다. 한 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단편 <발톱>이고 다른 한 편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가시>이다. 두 작품 모두 대산청소년문학상이라는 유명한 대회에서 각각 동상과 금상을 수상했지만, 그 때로부터 대략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작가 자신이 이제는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맡기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개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용기 덕분에 독자는 이 책에서 두 번의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의 1부와 2부를 읽으며 <체공녀 강주룡>처럼 울림 있는 소설부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처럼 재기발랄한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여온 박서련 작가의 최근 단편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작가가 청소년 시기에 쓴 소설 2편이 실린 3부를 읽으면서는 아마도 성숙 단계에 접어든 '박서련 월드'의 원형 내지는 프로토타입을 마주한 듯해 설렜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안녕, 장수극장>이다.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철원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가 후기를 보니 실제로 작가 자신의 초중고 학창 시절이 두루 조금씩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조만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들에 대한 아련함을 애틋하게 여기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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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공간 5
아오키 우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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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 우메의 만화 <미열공간>은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아마네와 나오야가 서로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난 4권에서 아마네는 나오야에게 "가족 앞에서는 분명하게 '누나'와 동생'으로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그 말을 들은 나오야는 그 말이 꼭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마음껏 꽁냥대자"라는 뜻으로 이해되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제까지 우리 두 사람은 남매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듯했던 아마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이런 나오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오야와 단둘이 있는 집에서 아마네는 친누나처럼 편한 모습을 보인다. 이건 아마네가 나오야를 친동생처럼 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편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나오야를 좋아한다는 뜻일까. 한편 개학 첫 날 같은 반 친구인 이쿠노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수다를 떨던 아마네는 이쿠노로부터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이 다음부터의 전개가 엄청나서 1권부터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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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드래곤의 귀한 딸 4
유키시로 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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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시로 이치의 만화 <뼈 드래곤의 귀한 딸>는 죽기 직전 쓰레기통에 버려진 소녀 이브를 발견한 늙은 용 네무가 영혼 소환술로 환생해 이브를 돌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만화다. 네무는 자신이 없어도 이브가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연줄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일단은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네무 자신의 자식들을 만나러 가서 이브를 소개해 주기로 한다. 3권에서는 네무의 둘째 용 니세모리를 만났고, 4권에서는 니세모리의 의뢰로 사라진 자식 용을 찾으러 떠난다. 


이브와 네무 일행이 도착한 곳은 엘프 마을. 엘프가 은둔자 기질이 높아서 외부인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닐 거라는 이브의 예상과 달리 엘프 마을은 초입부터 사교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인데, 여기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의뢰받은 용을 찾기 위해 엘프 마을 내부로 깊숙이 더 깊숙이 들어가는 이브와 네무 일행. 이 과정에서 마을 초입에서 만난 엘프들과는 또 다른 엘프들을 만나는데 상당히 귀엽다. 엘프 마을에서 엘프와 어울려 사는 다양한 존재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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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가 2
사노 유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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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유토의 <극락가>는 '마가(禍)'와 관련된 기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트러블 슈터' 타오와 알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판타지 액션 배틀 만화다. 2권에는 타오, 알마와 마찬가지로 트러블 슈터인 '네이'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다. 알마에게는 불친절하고 타오에게는 친절한 네이는 일 욕심이 많아서 알마와 타오에게 배정된 사건을 가로채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네이가 둘에게 배정된 사건을 빼앗는데, 알마가 네이와 동행하게 되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2권에는 본편 외에 번외편 <망중유한>과 정식 연재 전 게재되었던 단편 <극락가 3번 거리 사건>이 실려 있다. 작가는 '프로토 타입이라 연재와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썼지만, 기본적인 설정이나 작화 면에서 정식 연재분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역시 명작은 처음부터 명작...!). <극락가>의 정식 연재분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독자라면 작품의 '원형'을 확인하는 마음으로 이 단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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