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가타리 11
오니군소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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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쿠모가미'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마음이 깃든 기물을 일컫는 말이다. 츠쿠모가미를 황천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사에노메 집안의 소년 효마는 어릴 때 츠쿠모가미에 의해 형과 누나를 잃고 츠쿠모가미를 증오하며 자랐다. 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효마를 나가츠키 보탄의 저택으로 보낸다. 보탄은 사람의 몸으로 츠쿠모가미를 다스리는 현인신의 능력을 가진 소녀다. 


보탄은 어릴 때부터 츠쿠모가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효마는 보탄과 보탄을 지키는 '혼수품'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츠쿠모가미에 대한 편견을 거둔다. 하지만 효마의 형과 누나를 죽인 지우산이 나타나 이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위협하고, 그 배후에 사에노메 3대 가문 중 하나인 야치마타 가의 수장 코쿠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야치마타 코쿠탄이 사에노메이면서 지우산과 결탁해 자신을 심문하고 혼수품을 멸각하고, 최종적으로는 보탄이 가진 현인신의 힘을 빼앗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안 효마는 분노한다. 그러나 효마보다 더욱 분노한 자가 있었고, 결국 그의 선택에 의해 이 긴 싸움이 끝을 맺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효마와 보탄의 로맨스가 폭발하는 11권이다. 꼭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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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의 자매들 1
정원사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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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고전 명작 속 인물의 성별을 바꾸면 어떤 느낌일까. 정원사 작가의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은 이러한 착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의 원작인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소설로, 아버지 표도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까라마조프 가의 장남 드미트리와 차남 이반, 삼남 알렉세이, 가정부 스메르쟈코프 간에 쌓인 복잡한 애정과 지독한 증오를 그린다. 


'형제들'이 '자매들'로 바뀌었을 뿐 각자의 직업(퇴역 장교, 대필 작가, 성직자, 가정부)이나 성격, 관계성 등은 그대로인데 원작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일단 형식이 소설이 아닌 만화(웹툰)인 덕분이 크다. 아무래도 만화는 소설에 비해 내용이 훨씬 더 간략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 더군다나 인물들의 외형이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그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고 갈등하고 결국 파멸에 이르는 장면들이 이어지니 눈을 떼기 어렵다. (원작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기가 힘들다면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선택, 같은 행동이라 할지라도 남성이 할 때와 여성이 할 때 다르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이를테면 장녀 드미트리는 골초, 주정뱅이, 색정광이라는 설정인데, 여성 독자인 나로서는 골초, 주정뱅이, 색정광인 남자보다 골초, 주정뱅이, 색정광인 여자가 덜 혐오스럽고, 혐오스러움이 덜한 만큼 인물을 객관적, 중립적인 관점으로 보게 된다. (드미트리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카체리나, 그루첸카가 원작에서보다 더 음흉한 인물들로 보이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맞서는 존재가 아들(들)이 아닌 딸(들)이라는 점이 통쾌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딸은 아버지의 뒤를 잇는 가정의 계승자, 후계자가 아니라 언젠가 이 가정을 떠날 예정인 객식구(출가외인) 또는 아내, 어머니의 역할을 보조하여 가사 노동을 하는 잉여 인력(살림밑천)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고, 문학 작품에서 그런 식으로 딸을 묘사하는 경우 역시 많은데,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에선 자매들이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고(심지어 드미트리는 남초 직업인 군인이다), 스메르쟈코프를 제외하면(물론 스메르쟈코프는 다른 자매들과 처지가 좀 다르다) 가사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다. 


아버지 표도르를 살해한 범인이 아들(남성)일 때와 딸(여성)일 때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경우에는 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그 자신의 광기, 재산 또는 권력에 대한 탐욕 등으로 동기를 추측할 수 있지만, 딸이 아버지를 죽인 경우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당이 안 되고, 가부장에 대한 적개심, 성적 학대 등이 추측 가능한 동기에 추가될 수 있다.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은 이런 식으로 원작과 비교, 대조하면서 원작에 대한 해석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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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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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스다 미리에게는 그것이 스물여섯 살 때였다. 대학 졸업 후 오사카에서 직장에 다니던 마스다 미리는 도쿄에서 그림으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했다. 정해진 일자리도, 일자리를 구할 인맥도 전혀 없었다. 가진 거라고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모아둔 약간의 저금과 어떻게든 될 거라는 낙관적인 마음뿐이었다. 

그 마음은 상경 첫 날부터 조금씩 무너졌다. 일단 백수 신세인 혼자 사는 여자에게 집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집을 구한 후에는 여자 혼자 산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현관에 두고, 난생 처음 남자 속옷을 사서 베란다 빨랫줄에 걸었다. 누수가 일어나 이웃들에게 사과를 하러 다니고, 층간 소음 때문에 가슴 앓이를 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몰랐던, 혼자 살이의 만족감에 뒤따르는 고충이었다. 

그러나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라는 책 제목처럼, 저자는 매일 하나씩 낯선 도시에서 마음 붙일 거리를 찾아냈다. 도쿄에서 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부동산 중개인 아줌마, 몇 번 인사를 나눈 것을 계기로 친해진 관리인 아저씨, 직접 구운 핫케이크, 베란다에서 먹은 아침 식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첫 발을 떼던 시절도 돌이켜보면 도쿄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감을 받으려고 이런 시도 저런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상경으로부터 28년 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가 된, 여전히 도쿄에서 혼자 사는 저자의 일상이 담겨 있다. 마침 이 때가 팬데믹 기간이라서, 자타 공인 여행 마니아인 저자로서는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고.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 제일 먼저 무엇을 먹을까 헤아려 보는 모습, OTT 서비스에 처음 가입하면서 '소파에서 뒹굴며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날이 올 줄이야'라며 기뻐하는 모습 등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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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7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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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케이스케가 잘못 건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여신 세 자매와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로맨스 판타지 만화다. 6권에서 베르단디, 우르드, 스쿨드에 이어 네 번째 여신 페이오스가 등장해 케이스케와 한 집에 살게 되었는데, 페이오스는 베르단디가 속한 도우미 센터의 라이벌 도우미 센터 소속으로 베르단디를 경쟁자로 여기며 시도 때도 없이 케이이치를 유혹해 베르단디에게 도발한다. 


7권의 진정한 주인공은 스쿨드다. 베르단디처럼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스쿨드를 위해 베르단디와 케이이치가 특훈을 해주지만 스쿨드의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속이 상한 스쿨드의 눈 앞에 자전거를 멋지게 타는 이웃 소년 센타로가 나타나고, 센타로의 도움 덕분에 스쿨드의 자전거 실력이 일취월장한다. 우르드가 이웃 소년과 어울리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는데, 스쿨드가 이웃 소년과 어울리는 에피소드 역시 재미있다. 역시 로맨스는 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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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다운 애장판 2
사이토 타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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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다운>은 <고르고 13>, <생존 게임> 등의 명작을 그린 사이토 타카오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생존 게임>의 뒤를 잇는 아포칼립스 재난물로, <생존게임>과 장르나 설정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 <생존 게임>이 갑자기 일어난 대지진으로 혼자가 된 중학생 소년이 혈혈단신으로 생존에 도전하는 내용이라면, <브레이크다운>은 소행성 충돌로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에서 기자 출신인 주인공 오토모가 또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대지진 직후 생존자들은 곧 도와줄 사람들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식량과 물자가 동이 나고, 불안을 틈타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고, 도와줄 사람들이 올 거라는 희망이 옅어지면서, 생존자들 간에 불화와 다툼이 늘고 급기야 유혈 사태가 벌어진다. 기자인 오토모는 일단 사람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서 유언비어를 잠재우려고 하지만, 공포와 불안이 극도에 달한 상태이다 보니 사람들은 좀처럼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생존 게임>을 읽으면서 자연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다운>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살아야 한다며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 아마도 상황이 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겠지만 - 대지진 이전에도 똑같이 살지 않았을까. 장르와 주제, 내용 면에서 요즘 개봉 중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생각도 많이 났다. 이런 만화,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분명 허구인데 현실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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