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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사는 법 - 일, 사랑, 인간관계가 편해지는 심리 기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한때 완벽주의자였다. 시험을 보면 백 점을 받아야 했고, 경쟁을 하면 무조건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항상 백 점을 받고 1등을 할 수만은 없는 법. 무수히 많은 시험에 떨어지고 경쟁에 지고 나서야 뒤늦게 나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해질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적당히(또는 대충대충?) 살고 있다.
이 책을 쓴 고코로야 진노스케도 한때는 '적당히'를 몰랐다.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현장 영업과 영업 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저자는 '시간을 지키자', '납기일을 엄수하자', '매출 목표를 달성하자', '상사가 시킨 일은 반드시 성공시키자', '부하 직원은 확실하게 지도해서 육성하자' 같은 회사의 구호를 솔선수범했고, 부하 직원과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그러니 탈이 날 수밖에. 언제부터인가 업무가 부담스럽고 인간관계가 삐걱거리면서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저자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고 급기야 심리상담사로 전업했다. 현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나답게 적당히 살아도 괜찮다'는 조언을 대중들과 나누며 인기 강연자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젊었을 때 착하고 우등생이었던 사람보다 엉뚱한 짓만 골라 하면서 남에게 폐를 끼친 사람이 훨씬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쁜 사람에게 걸리거나, 사랑에 빠져서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엉망이 되어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도 합니다. 지도나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지 않고 날마다 대충대충 운전하는 사람이 지름길을 잘 아는 택시 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11~12쪽)
'적당히 일한다', '적당히 공부한다', '적당히 산다'고 말하면 왠지 부정적으로 들린다. '적당히' 하는 것은 '대충' 하는 것 같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뭐 어떤가. 저자는 심리상담가로 일하면서 예전의 자신처럼 무심코 노력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노력을 멈추고 일부러 얼렁뚱땅, 대충대충, 적당히, 게으름을 피워야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을 '적당히' 산다는 것은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 '되는 대로 산다'는 것이다. 남이 정한 목표대로 움직이지 않아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기분대로 행동해야,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아봐야 자신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인생을 적당히 살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기분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 삶의 목표 상실, 결정 장애, 우울증 같은 문제는 인생을 적당히 사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당신은 '회사를 관두면 ~해야지', '시간이 좀 더 생기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까? '~되면', '~없으면', '~관두면' 등과 같이 '~하면'이라는 말이야말로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 '~하면'이라는 말의 뒤에 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조건이나 변명, 제한 등은 일단 전부 제쳐 놓고 먼저 행동하면 됩니다. (75~77쪽)
인생을 마음 가는 대로 적당히 살지 못하는 것은 대체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훈육에서 비롯된다.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남아서, 마음 가는 대로 살지 못하게 막고 적당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물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의 의무 또는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나의 가치관을 내가 스스로 만들었는지, 부모가 주입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사소한 생활 습관부터 선호하는 정당이나 경제 감각까지 부모의 것을 의심 없이 따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른들 말씀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일하지 않는 부자도 많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노력이 보상받지 못할 때도 많다.
'몇 살까지 얼마를 벌어야 한다', '몇 살까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안 지키면 큰일 나는 '금언(禁言)'이 아니라 일개 의견에 불과하다.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다녀야 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하고, 때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건, 알고 보면 부모도 아니고 사회도 아니고, '일개 의견'을 확대 해석하는 자기 자신이다.
설레지 않는 사람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는 편이 좋고, 설레지 않는 모임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 편이 좋으며, 설레지 않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사실은 가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가는 편이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모임에는 가지 않아도 됩니다. '가는 편이 좋다'고 하는, 즉 남의 눈을 신경 쓴 선택을 그만두라는 뜻입니다. (101쪽)
저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 나오는 '곤마리의 정리법'이 물건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곤마리의 정리법'은 아주 단순하다. 설레는 물건만 남기고 설레지 않는 물건은 모두 버린다.
'곤마리의 정리법'을 인생에 적용하면, 설레는 사람만 만나고 설레지 않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설레는 일만 하고 설레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러면 처음에는 '차가운 놈, 기분 나쁜 놈'이라고 욕은 먹겠지만, 설레지 않는 사람을 만나느라 설레는 사람과의 만남을 놓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설레지 않는 일을 하는 데 쓸 시간을 설레는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고 '곤마리의 정리법'을 책 읽기에 적용했다. 곤마리의 방식을 따라 설레는 책만 읽고 설레지 않는 책은 읽지 않았다. 그 결과, 전에는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정확히 알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알게 되었다. 체계 따위 없이 '적당히' 읽었을 뿐인데 이런 효과를 거둘 줄이야. 적당히 살고 있는 내 인생은 언제쯤 효과를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