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 내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진짜 이유
리처드 브로디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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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모임이나 조직에 들어갈 때 첫 인사를 하면서 자주 쓰고, 또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 '열심', '최선'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열심히는 해보겠지만 맡은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선을 다 하겠지만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제 기준에서는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으니 책망하지 말아라, 뭐 이런 말.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는 어떨까?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하라는 대로, 직장에서는 상사가 하라는 대로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산다면, 그것처럼 힘 빠지고 머리 아픈 인생도 또 없을 것 같다. 나는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하라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막상 내가 원해서 한 것은 하나도 없고, 무엇 하나 잘 한 것도 없다면, 과연 그런 삶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의 저자 리처드 브로디도 그런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 재학중 세계 굴지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에 입사했고, MS-Word의 최초 버전을 개발하여 창조적 천재로까지 불렸다.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열심히, 직장에서는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집에서는 아들로 열심히 살았던 리처드. 그러나 그의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갈증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도 그것은 언제나 남을 위해서일뿐, 정작 스스로를 위해서는 그럭저럭, 대충대충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그 후 몇 년 동안 자기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뒤 현재는 다른 이들에게도 자기가 구한 삶의 답을 전파하기 위해 자기계발 강사로 활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럭저럭, 대충대충 사는 건 이제 그만


이 책에는 그럭저럭 살아왔던 삶을 청산하고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조언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 조언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나를 받아들이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 미루는 습관 버리기, 완벽주의로부터 탈출하기, 스스로 선택하기, 오래된 습관에서 벗어나기 등 어떻게 보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서 식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덕목들을 생활 속에서 100%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만 해도 늘 현재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좌절하고, 매일 해야할 일을 다 하지 못해 다음날 일정표에 다시 적는 일을 반복하며 또 좌절한다.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남에게, 또는 시간에 맡기는 때도 있고, 아직도 못 고친 해묵은 버릇이나 습관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나도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보고 만족할 것이며, 아주 사소한 일도 내일로 미루는데 정말 중요한 일, 큰일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그럭저럭, 대충대충 사는 건 이제 정말 그만두고, 나도, 그야말로 끝~내~주~는 삶을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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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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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쯤인가, 백지연의 <프랙티컬 매스>를 읽었다. 백지연이라는 이름만 믿고 읽은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참 좋았다. 여러 명사들의 성공 스토리가, 백지연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매끄러운 글솜씨로 버무러져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 책에서, 내 기억에도 참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이 바로 김용이다. 당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으로 선출되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로 화제가 되었다. 김용이라는 이름도, 그리고 <프랙티컬 매스>라는 책도 내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을 즈음,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들었다. 그것도 뉴스에서. 무려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었다는 낭보와 함께.

 

+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는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된 것에 때맞추어, 백지연이 다시 한번 그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을 정리한 책이다. 전작 <프랙티컬 매스>에서 김용 총재님의 부분만 따로 떼어 한층 더 깊게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프랙티컬 매스>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프.매>를 읽으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부분은 새롭게 알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은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책을 읽으면서 김용 총재님의 성공 비결과 인생관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통섭' 내지는 '융합'이다. 치과 의사 출신의 아버지와 퇴계 이황의 철학을 공부한 학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용 총재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정치학이나 철학 같은 문과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용적인 공부를 중시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먼저 의학 학위를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학 학위를 받고 의사가 된 것에 만족하여 자기 몫만 챙기며 살았을 것이다. 오로지 의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가 아닌가.

 

그러나 김용 총재의 인생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의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문화인류학 학위에 도전했고, 돈이 되지 않는 제3세계 구호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느낀 어려움이나 한계를 바탕으로 좀 더 큰 조직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세계은행 총재라는 요직에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문과는 문과, 이과는 이과, 오로지 한 전공 내에서 전문성만 높이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학문이나 전공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유연하게 넘나들면 김용 총재같은 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

 

두번째는 '무엇이 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번호인지, 지난호인지) 월간 <PAPER>의 김양수 님 웹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초등학생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다들 '의사가 되고 싶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는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다. 몇 십 년 전, 이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꿈을 얘기했을 어른들은 과연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김용 총재의 삶이 감동적이고,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 세계은행 총재가 되겠다는 꿈 이전에, 먼저 김용 총재는 의료를 비롯한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으로서' 의사가 되었고, 문화인류학을 배웠고,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다트머스 총장이 되고, 세계은행 총재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학위를 따고, 높은 자리에 올라도 결코 멈추지 않고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삶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남들처럼 '무엇이 될' 것이라는 꿈이 아닌, '무엇을 할' 것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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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7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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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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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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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가 거기서 거기지', '별 다른 얘기 있겠어?' 이렇게 자기계발서를 욕하면서도 계속 읽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계속 읽고 있는 것 같다. 서점에 가서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들춰는 본다. 대강 보다가, 소설이나 다른 책 같으면 그냥 넘길 만한 대목인데도, 자기계발서는 워낙 기대한 것이 없다보니 어떤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면 '이거이거 끝까지 괜찮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고, 급기야는 '끝까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자기계발서만 벌써 몇 십권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에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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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제목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뭐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빌렸다. 그런데 아무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읽어버렸다. 기대보다 괜찮았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세상에는 플러스형 인간과 마이너스형 인간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한다면 플러스형이고, '되고 싶은 것'을 추구한다면 마이너스형 인간이다. '하고 싶은 것'이 '되고 싶은 것'보다 먼저이며,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78)

 

나는 한참 힘들던 시기에, 차라리 더 힘든 길을 선택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혼자 떠났고, 그곳에서 한층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그 후에야 깨달았다. 외로움 속으로 정말 깊숙이 들어가면, 그곳에는 '남들은 다'라고 할만한 '남들'마저 없다는 것을. (p.124)

 

일단 외로움의 정의부터. 우리가 외로움 하면 주로 떠올리는 영단어는 단연 '론리니스(loneliness)'다.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연락할 사람조차 없는 허전하고 허무한 마음이 바로 이 론리니스다. 하지만 론리니스를 넘어서는 외로움의 단계가 따로 있다. 바로 절대고독의 경지인 '솔리튜드(solitude)'다. 솔리튜드라고 하면 나는 왠지 이육사의 '광야'가 떠오른다. 역사와 공간마저 초월하여 존재의 경계에 선 순간에 느끼는 감정. 뭐 나는 아직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지만, 남들이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존재와 맞부딪치는 것을 절대고독, 솔리튜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면 어려운 얘기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이 어려운 얘기를 가벼운 소실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썼다. 설리, 정은, 도균, 오 대리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직장문제, 연애, 가족, 친구 문제 등 일상적인 고민들이 이어져서 마치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회인이라서 그런지 직장문제에 대한 얘기가 가장 앞부분에 나온다. 성적에 맞춰,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그 대학 간판에 맞춰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들. 운좋게 그 선택이 자기 적성에 딱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적성과 맞지 않아 괴로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적성이 무엇인지조차 평생 모르고 살다 간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결국 외로움과 맞설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선생님이, 친척들이... 이렇게 남들이 하라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용기가 없고, 그랬다가 그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소외될 것이 두려워서가 아닐까. 하지만 진짜 외로움은, 연인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친구가 내 말을 못 알아 듣고, 수많은 인파 속에 있는데도  그 안에 존재조차 알아주는 이가 한 명도 없을 때 온다는 걸,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홀로 방안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큰 대학, 큰 조직이 무슨 소용일까. 외로움을 피할 때 더 큰 외로움이 밀려들 뿐인데...

 

우리가 사랑하면서도 외로움에 쩔쩔매는 것은, 상대에게는 엄격하며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의 잘못은 어떤 것이든 용서받을 만하며, 만일 용서받지 못한다면 사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상대의 허물은 용서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용서가 안 되니까 괴롭고, 배신감을 주체하지 못해 외롭다. ...  분노의 8할은 과거의 일 때문에 일어난다. 나머지 2할 역시 지금의 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무엇인가가 과거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p.100)

 

엄마는 딸의 출발점이다. 여자로서의 모든 인생이 엄마로부터 출발한다. 엄마가 죽어도 그 영향은 그대로 남아 딸을 평생에 걸쳐 지배한다는 말도 있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세계관 때문이다. ...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기 엄마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낯선 엄마'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자기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고 믿지만, 그게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pp.334-5) 

 

이야기는 직업과 일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심리학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정말이지 모든 문제는 가족으로 통한다.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 연애 문제, 친구 문제도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결핍이나 의존, 애착 같은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설리라는 인물이 대표적인 예로 그려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어머니, 그리고 끝내 그런 어머니 곁을 떠난 아버지. 이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 같은 여자가 되고 사랑하는 남자를 아버지 같은 남자로 만들고 미워하고 괴롭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아버지보다도 더 중요하다. 사실 예전에는 가족이나 결혼보다도 여자는 여자대로 자신의 삶을 살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요즘은 사회적 성공만큼이나 아이가 정서적인 안정을 형성해주고 부모와의 유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근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딴에는 잘해준다고 한 일을 아이가 고스란히 받아줄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대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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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이 말했다. "모든 문화와 문명의 형태는 외로운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대상을 위해 만들어낸 인공 대체물 같은 것이다. 직장이나 취미, 가족, 종교, 심지어는 사랑까지도. 인간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발명해냈다." 매클루언의 말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문화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간 것은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p.278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솔리튜드 훈련'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솔리튜드 훈련은 혼자를 의식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외로움을 희망과 가능성의 시간으로 바꾸는 연습을 말한다. 이 훈련은, 설리의 말을 빌리면 '노후를 위한, 그것도 수령자가 가입자 본인인, 세상에서 유일한 대박 보험'이다. 산다는 건 결국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길, 남이 있어야, 매체가 있고 물질이 있어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외로움과 친해지고, 외로워질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채울 수 있을지 준비를 해두면 앞으로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이미 책이나 음악 같은, 혼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취미가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책도 남들이랑 같이 읽으면 더 재밌고, 음악도 남들로부터 지식이나 새로운 관점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언젠가 혼자일 때, 심지어는 책이라는 물질이 내 손에 없고 음악을 들을 길이 없어져도, 나는 책 생각, 음악 생각을 하며 혼자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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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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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경제학 책에 따르면,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는 바로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 경제심리학, 소비자심리학 같은 학문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워낙 유명해져서 새롭지도 않은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전의 몇 십 년에 걸쳐 경제학계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논쟁들이 대개 경제학과 수학, 통계학 등을 결합하는 경제학의 실증에 관한 내용, 또는 시장에서의 정부, 또는 제도의 역할 등을 다루는 규범적인 내용이었던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퍽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남으로써 '합리적 경제인' 이라는, 아담 스미스 시절부터 내려온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부터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이다. 1979년에 쓴 논문으로 행동경제학을 창시했고,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함으로써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워낙 '대세'인 분이다보니 여러 책을 통해 이 분의 이름과 이론에 대해서는 자주 접했지만 정작 저작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이제까지의 그의 연구를 총정리한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그의 글을 바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총 5부에 걸쳐 이제까지 그가 연구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내용은 많지만, 핵심은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반론'이다. 그 유명한 '뮐러리어의 도형'에서처럼(양쪽 끝에 화살표시가 붙은, 서로 길이가 다른 것 같으나 실제로는 같은 두 개의 평행선) 인간은 길이가 같은 선을 다르다고 인식하기도 하고, 인과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자아 고갈'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자아 고갈 현상은 포도당을 섭취하면 잠깐 동안이지만 약화되는데, 이로 인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밥을 먹기 전과 후의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식사 전후의 가석방 승인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p.67)

 

비합리성의 또다른 예로 '후광효과'를 들 수 있다. 후광효과는 첫인상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인터뷰나 면접을 할 때 서류 평가점수와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점수가 좋을 수록 인상도 좋고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평가사항을 정해놓고, 자신의 직관이나 인상은 무시하고 오로지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것이 평가의 정확성을 높인다고 했다. 이제까지 인터뷰, 면접이라는 것이 면접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그런 면접일수록 타당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회사나 조직에 손실이 될테니 기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피면접자인 경우가 많은 사람으로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연구는 바로 '경험 측정'이었다. 어떤 연구인지 짧게 설명해보자면, 60년을 평생 행복하게 산 사람과 65년 중 60년은 행복하게 살고 마지막 5년은 전보다 덜 행복하게 산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험 결과 많은 사람들이 전자라고 답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두 사람 다 60년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점에서 똑같다. 비록 마지막 5년을 전보다 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도, 그 기간 때문에 전체 인생을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가. 책만 해도, 앞의 200장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50장이 재미없었다면 우리는 보통 그 책을 '재미없다'고 말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앞의 200장을 읽은 즐거운 경험은 사라진다. 사랑이, 추억이, 인생이, 결국 마지막은 모두 비극으로 끝난다고 해서 그 시간 전체를 비극으로 기억한다면 너무 아깝고 아쉽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최근 학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경제학 뒤집기'인 것 같다.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도 그렇고, 최근에 나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 역시 도덕 철학의 입장에서 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경제학 이론 중에 허구적인 전제도 많고,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도 많기 때문이겠지만, 또 그만큼 경제학이 현대 사회와 다른 학문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인 것도 같다.

 

경제학을 배우고 있고,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고, 앞으로 후속 저작이나 다른 책들을 통해 더욱 깊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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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부자들 - 평범했던 그들의 특별한 경매투자 비밀 흐름출판 부자들 시리즈
고준석 지음 / 흐름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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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전보다 침체되었다고는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 부동산이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경매는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하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경매는커녕 부동산 투자 경험도 없고, 부모님도 투자는 수익성보다도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셔서 경매에는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흐름출판에서 나온 <경매부자들>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고,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배웠다.


먼저 이 책을 쓰신 분은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인 고준석 님. 전작인 베스트셀러 <강남부자들>을 통해 이 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은행에 종사하면서 따로 대학원에서 부동산 관련 법학 학위까지 받으실 만큼 부동산 투자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강남부자들>이라는 책 자체도 고준석 님이 실제로 자문한 사례들을 토대로 부동산 관련 지식들이 알기 쉽게 설명된 책이라서 부동산 투자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물론, 관심이 많은 부모님까지도 열심히 읽으실 정도였고, 속편이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먼저 이 책은 경매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부터 언급한다. 경매 하면 보통 위험하다, 법률 용어가 어렵다, 절차가 복잡하다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고.) 하지만 위험성이 높기로는 주식이나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이고, 어떤 투자든 초보자들한테는 어렵게 느껴지기는 매한가지다. 오히려 경매는 부동산 투자처럼 오랫동안 진득하게 공부하고 매물을 관찰할 수 있는 끈기와 집념,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잘 포착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볼 수 있는 투자처라고 한다.


본문에는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고, '평생월급'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수익처를 마련하고, 노후대책까지 준비한, 이른바 '경매부자'가 된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경매 하면 법학이나 부동산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오랫동안 공부한 전문가들이나 할 수 있는 전문적인 투자인 줄 알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경매부자들은 전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열심히 돈을 번 가장,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신혼부부, 퇴직 후 경매의 매력에 빠져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중년 남성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바로 초심을 잃지 않고, 경제성의 원칙을 따지며, 반드시 현장을 탐사하고, 한 방을 노리는 대신 집념과 지구력을 가지고 임한다는 점 등이었다. 또한 기본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이상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등에 마련된 경매 강좌를 들으며 기초적인 지식을 쌓았고, 어렵고 낯선 법률용어에 벌벌 떠는 대신 일단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면 행동으로 옮기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도 같았다.

비단 경매에만 적용되는 투자원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점이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 책에 경매 사례들만 소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례마다 각각에 해당되는 경매 용어나 중요한 사항이 TIP으로 정리 되어 있고, 권리분석과 경매대출 비법, 실전경매 가이드 등 전문가로서 해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조언들도 나와 있어서 실제 경매 투자를 하고 있거나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경매 투자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앞으로 경매 투자에 대해서 언론이나 실제 투자를 통해 접하게 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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