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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김태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지난 주 화요일 큰맘 먹고 가족들을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다. 평소 외식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이었는데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붙으니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식사비도 많이 나왔는데 부가가치세까지 내야 하다니, 아까웠다. 식사를 하면서 부모님과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두 분 다 국민연금 가입자이신데, 요즘 뉴스에 연일 국민연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걱정이 많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거리 한쪽에서 도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도로 상황이 안 좋아서 공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공사를 자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벌써 일 년 새 몇 번째지?
눈치 챘는가? 부가가치세, 국민연금, 도로 보수 공사... 이 모든 일이 바로 '재정'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재정이란 국가가 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는다.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 일은 국가가 하는 대표적인 재정 활동이다. 요즘 화제인 국민연금 문제 역시 재정에 속하는 일이고, 도로 보수 공사 역시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보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가 재정에 관련되지 않은 일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재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는 일반인도 알기 쉽도록 재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입문서다. 저자 김태일은 현재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사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복수전공했고 행정학을 부전공해서 재정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과에서 재정학 관련 수업을 두 개 정도 들었고, 행정학과에서는 여러 개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재정학에 대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정의 의미와 정부의 역할, 예산, 조세, 정부와 시장, 지방재정, 분배, 복지 등 재정학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두루두루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쓰여 있다. 신문기사를 비롯해 읽을 거리도 많이 실려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재정학 배울 때 정말 어려웠는데, 학부 때 이 책을 만났으면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재정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입문서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교직에 있으면서도 2001년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거쳐 2010년부터는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시민운동가로서 재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책은 재정전문가인 저자의 지식과 연구 결과, 그리고 시민운동가로서의 열정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이 만든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소비자 단체 등을 통해 기업을 견제하듯이, 재정 활동의 수혜자인 국민도 재정에 대해 이해하고 정부 활동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 국민을 위해야 하는 공복(public servant)인 공무원이 '주인을 위해 제대로 일하게' 하고, 국민이 정부의 활동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효용 감소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떠오르고 있는 복지,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재정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정부를 비판하고 시사 문제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 정확한 이해와 지식은 꼭 필요하다. 그저 현 정부는 잘못하고 있다, 공무원이 문제다, 공기업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어떠한 활동을 왜 하는지, 수치와 통계를 해석하고, 법적인 근거와 논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온 국민이 갖춘다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고, 정부의 활동도 효율성과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 행정, 정치 등 시사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