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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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퍼즐 

평소와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
만일 알려주지 않았다면 . 아리아케 쇼지는 그런 생각을 했다 .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평소와 다른 간수장의 행동으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 수 없다 . 
ㅡ본문 13 쪽 ㅡ

얄궂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눈앞에 닥친 순간에서야 비로소 인간성에 눈을 뜨는 이도 있다 . 오랫동안 구치소 소장으로 일하며 사형수들을 곁에서 지켜본 마쓰야마는 지금까지 그러한 예를 수없이 목격했다 .
종교를 통해 교화되어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형수는 적지 않았다 . 글이나 시 짓는 법을 배워 옥중에서 수작을 남기는 이들도 있고 , 면학에 힘써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올린 이도 있었다 . 아리아케 쇼지의 경우도 그러했다 . 사형수로 지낸 지난 이 년 팔 개월 , 구치소 생활을 하며 그는 난생처음으로 인격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

물론 이러한 사형수의 개심은 대부분 소박하고 유아적인 발전에 지나지 않았다 . 그들이 개심했다고 해서 희생자들이 구제 받는 것도 아니다 . 살아서 속죄하고 싶다는 사형수의 바람은 항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의 뒤늦은 참회였고 , 한시라도 빨리 죗값을 치를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 유족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 이러한 비판은 정당하다 . 그 점은 인정하지만 , 그럼에도 한번 지옥을 헤치고 나온 죄인이 오성 (悟性) 을 얻는다는 것은 죄의 중함을 모르는 선량한 이들의 깨달음에 비해 더욱 숭고한 의의를 가진다 . 수많은 사형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마쓰야마는 그러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ㅡ본문 18 , 9 쪽 ㅡ





읽다보니 생각해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 그런데 그런 마음은 이 책을 먼저 보셨을 보슬비 님도 그러했던지 단 번에 눈에 띄진 않지만 이 책 앞 쪽 ㅡ특히 사형수 퍼즐 부분의 책장이 아주아주 미세하게 울고있다 . 아마도 손에 오래도록 잡고 있어 그랬던 것 아닐까 ㅡ 싶어서 마치 누군가 밑 줄 그은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든다 . 이런 느낌 참 괜찮다. 나 만큼 그 문장 부분들을 오래 오래 곱씹었단 얘길테니...괜히 따듯하게 느껴져서 책을 옮겨 적다말고 ... 끄적 끄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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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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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ㅡ 작가후기를 읽지 않고 책을 덮으며

단편집인 걸 나중에야 몇 개의 리뷰를 통해 알았다 . 그렇더라도 워낙 단편을 좋아하는 나에겐 큰 손해도 뭣도 날게 없는 책이라 첫 단편도 두번째 편도 세번째 편도 무리없이 그저 재미있었다 . 마지막까지 나는 좋았다 . 

소감을 단편 하나하나 꼽아 얘길해도 좋겠지만 말이 길어지니 짧게 줄여보자면 각 편마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질문) 가 (사형수 퍼즐 등) 있었고 하다못해 세상에 까지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수수께끼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 예를 들면 오십엔짜리 스무개와 천엔 지폐 같은 ㅡ수수께끼(토요일의 책) . 정해진 날마다 동전을 지폐로 바꿔가는 한남자에 던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랄지 , 그 까닭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을 통해 공유하려는 글 속 또 다른 소설가의 호기심이 느껴져 단편 그 자체가 총명한 까만 눈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 

더해서 다른 책으로 가는 입구가 되기에 어떤 면에선 작품 안의 녹색문처럼 이 책 역시 하나의 녹색문이 아닌가 ㅡ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책을 애호하다 죽은 장서가 아내의 비밀 편인 ' 녹색문은 위험' 엔 영국SF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환상소설 단편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 속 주인공 윌리스의 기담이 내겐 마치 토끼를 따라 들어가곤 하던 앨리스의 작은 비밀문 같이 느껴졌다 . 어려서부터 마주쳤던 녹색문이 윌리스에겐 있었고
그런 얘길 전해듣는 '나'가 있다. 언제까지고 윌리스 말 속 녹색문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나'는 나이 들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윌리스가 뒤늦게 집착한 녹색문에 대한 것을 환시 나 환상이 아니었을까 ㅡ 생각하지만 윌리스는 녹색문을 찾다 어느 해에 공사장의 갱도에 떨어져 죽었다는 얘길 듣고 , 독자에게 묻는다 . 그 문은 윌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일까 아니면 문에 미친 윌리스가 사고로 그저 죽은 것 뿐일까 ㅡ 를 되물으며 사건 속 진실 인 애서가의 죽음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책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긴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만한게 없었는데 이번 책으로 노리즈킨 린타로의 모험도 그 안에 넣어야 되지 않을까 싶기까지 하니 , 읽은 수확이 크다 .

작가의 후기를 말머리까지 읽다가 덮는다 . 안 읽어도 충분히 좋겠어서...  이 나른한 여운을 즐기고 싶어져서 ... 나중에 후기에 뭐 그런 얘기가 있었어 ? 싶어질 순간이 오길 바라며 ㅡ 노리즈키를 따라 나선 내 모험도 접는다 .  보내주신 보슬비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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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19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만나는 문..이 모티프 문학들 참 많은 거 같아요. 생각은 나는데 제목이 기억 안나는 인상적인 작품이 저도 있거든요. 주로 이 문을 영영 놓치는 게 결말이던데...

˝문˝ 은 누구나 한 번쯤 이야기를 써 보고픈 소재^^... 전 카프카가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그장소] 2017-02-19 01:52   좋아요 1 | URL
음, 카프카도 있었죠. 문을 다룬 영화로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문을 ㅡ뜬금없이 달린 애매한 공간의 문은 모두 상상력의 발현같아서 기특하고 예뻐 보여요 . 아~ 그래도 실생활에선 그런 문은 몹쓸 문인거라는 걸 .. 알면서도 이상하게 눈길이 가니... 이거 처지곤란입니다. ㅎㅎㅎ
 

ㅡ오늘 도착한 책 ( 서평용)

#발로차주고싶은등짝
#와타야리사
#자음과모음
#정유리옮김
#일본베스트셀러
#일본문예상
#일본 아쿠타가와상
#오에겐자부로상
#역대최연소수상작가
#인스톨
#발로차주고싶은등짝아쿠타가와상수상
#불쌍하구나오에겐자부로상수상작가
#자음과모음청소년문학60

자음과 모음의 청소년 문학 56번째 책인< 열흘간의 낯선바람>김선영 작가의 글로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
이후 청소년 문학을 대하는 내 자세랄지가 그저 모호함에서 뚜렷한 인상으로 자릴 바꿨고 이젠 더 이상 청소년 문학을 청소년 문학으로 국한하지 않으며 분명한 선이 있는 문학의 하나로 보고 느끼게 되었다 .

국내작가의 문학이 아닌 일본에서 꽤나 유명세를 탔을것이
분명한 와타야 리사 ㅡ 의 작품 세계로 한 발을 내딛으며
누구의 등짝에 그토록 힘찬 발자국을 새기고 싶다는 건지
ㅡ 그 자국의 주인을 찾으러 책을 시작해본다 .

* 검색한 책이 디자인이 다르네? 작가는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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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18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인가요??

[그장소] 2017-02-18 19:53   좋아요 1 | URL
같은 출판사가 아니네요. 위에 검색된 책은 황매 라는 출판사로 2004년 출간된 책인걸로 나와요. 자음과 모음이 출판권을 새로이 해서 나온듯 하고요. ^^ 개정판이겠죠? 아무래도...
 

첫숨도 가마틀이야기도 독특하달 수있는 이야기소재였습니다. 마치 허물벗지 않는 인간의 벗은 표피를 살짝 건드리는 느낌의 글이랄까요 .. SF는 사실 제 취향은 아니지만 가끔 경이로운 작품을 만나면 아, 끝장을 보고싶어지곤 하는데 작가님은 끝판왕 ㅡ이지 이거야말로 ㅡ하는 인생의 책이 국내작가분들 작품중에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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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세계문학전집을 놓고 딱 한권의 네 책을 골라봐 하는 느낌이지만 , 올해 주목하고 싶은 저만의 작가를 들자면 날짜없음 ˝ 으로 만난 장은진 님으로 해볼래요 . 온다 온다 하면서 끝장을 그렇게 여운짙은 패닉으로 우릴 끌고가는 작가의 서술방식이 맘에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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