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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백기도연대 ;풍 ㅡ 교고쿠 나쓰히코 , 이길진 옮김 ,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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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오덕묘 : 장미십자탐정의 한탄
곤도는 마지막 남은 돈이라면서 동전을 내게 건네고 핏발 선 눈으로 당돌하게도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
" 행운의 물건을 사오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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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는 심각한 얼굴로 , 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면 무엇이건 좋다고 했다 . 그리고는 이어서 ,
" 이 돈으로 배를 채울 수는 있네 . 하지만 곧 허기가 지기 마련이지 . 포만감은 고작 반나절밖에 지속되지 않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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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더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납작해진 지갑이 두툼해지지 않는다 . 그렇지만 행운의 물건을 사더라도 지갑은 역시 마찬가지다 . 아니 , 행운의 물건으로는 배가 부르지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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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곤도는 벼랑에 몰리면 싫은 일이라도 하게 되리라는 속셈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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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우선 배부터 불려놓고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건설적인 태도일 것이다 . 어느 것을 사건 돈이 떨어진다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 행운의 물건을 사건 감자를 사건 벼랑에 서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은가 .
ㅡ본문 13 , 14 쪽 ㅡ
" 여기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 할 수 있으니까 . "
" 그런 소리를 하면 전차는 타지 못해 . 콩나물시루 같은 전차에 탄 사람들과도 모두 인연이 있는 셈이 되니까 . 서로 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전차를 타면 소매를 스치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밀착되잖아 . 그리고 왜 내가 가서 물어봐야 한단 말인가 ? 흥미를 느낀 것은 바로 자네인데 . 그림연극의 소재가 되기도 할 것이고 . "
ㅡ본문 31 쪽 ㅡ
탐정 ㅡ에노키즈 레이지로 .
이목이 수려하고 완력은 최강 . 상류층이면서 고학력 , 파격적이고 비상식적인 , 호탕하면서도 거칠 것이 없다 . 세상의 상식이 전혀 통하지도 않고 무서운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 남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사람을 보면 하인으로 생각한다 . 조사도 수사도 추리도 하지 않는 천하무적의 장미십자탐정 .
그에 대한 찬사 ㅡ 악담이 아니다 ㅡ 는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
아무튼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나이는 둘도 없을 것이다 . 단언할 수 있다 . 만약 에노키즈보다 더한 기인이 있다면 꼭 만나고 싶다 . 그가 정말 에노키즈 이상의 기인이라면 나는 물구나무를 선 채 일본을 종단해도 좋을 정도다 .
어떤 의미에서는 놀라운 사람이지만 그 정도의 기인이라면 보통 사람에게는 폐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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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해도 좋은 거짓말과 해서는 안될 거짓말이 있는 것이다 .
나는 전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임시변통으로 하는 거짓말이 가장 질이 나쁜 거짓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
ㅡ본문 38 , 39 쪽 ㅡ
아마도 이 여성은 어떤 상황이라도 그것을 보통이라 생각할 것이다 . 비록 어떤 일이 생겨도 미쓰코는 자기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폄하시키지 않고 반면에 행운의 총아로 부각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 항상 보통인 것이다 . 어느 정도 높낮이가 있는 길을 걷는다 해도 당사자에게 자각이 없다면 경관이 변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그녀에게는 산도 골짜기도 없는 평탄한 인생인 것이다 . 옆에서 오르막길이니 내리막길이니 하고 말해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
그녀의 소박한 면모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
ㅡ본문 52 쪽 ㅡ
" 가령 가즈토라 씨나 나는 세상에서 볼 때는 바보가 아닙니까 . 그러나 엄청난 바보인 에노키즈 탐정이 볼 때는 아직도 바보가 되려면 멀었어요 . 세상에는 완전한 바보이지만 우리 사무소에서는 어림도 없다 ,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핀잔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 세키구치 씨나 기바 씨 같은 한 수 위인 바보 사이에 끼면 우리는 주눅이 들게 되거든요 . "
그렇지 않다 . 마스다도 도라키치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 충분히 바보로 통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런 의미에서 가장 주눅이 드는 것은 바로 나인 것이다 .
ㅡ본문 78 쪽 ㅡ
그녀는 일을 한다기보다도 엄청난 액수의 급료를 미리 받고 열심히 봉사한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
대우는 어떠냐고 마스다가 물었다 .
" 쉬는 날은 없는 것 같더군요 . 그러나 독방을 쓰고 식사도 별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어서 비인도적인 처우는 받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 자유롭게 이용할 돈이나 시간은 없으나 그 밖의 대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
" 그렇게 ...20년을 살았다는 말입니까 ? "
ㅡ본문 81 쪽 ㅡ
" 다타라 군의 경우는 남에게 폐도 끼치지만 자신도 혼이 나기도 하네 . 최소한 반성 같은 것은 하고 있어 . 그러나 에노키즈란 사나이는 남한테 폐만 끼칠 뿐 그 자신은 전혀 곤경에 빠지지 않아 . 그리고 태어난 이후 한번도 반성을 한 일이 없어 ."
" 반성하지 않습니까 ? "
자기를 신인 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젠지는 내뱉듯이 말했다 .
" 제왕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일세 .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 화가 치밀면 폭력을 휘두르며 재미있는 일이라면 몇 번이나 하지 . 어린아이야 . 어린아이 . "
" 솔직한 사람이군요 . "
ㅡ본문 128 쪽 ㅡ
" 그리고 누마가미 군 , 이 모토시마 군은 바보 같은 사건에 말려드는 데는 단골일세 ."
" 그 , 그렇지 않습니다 . 단골이라니 ... 나는 세키구치 씨가 아니에요 . "
" 세키구치 같은 바보와 비교할 것은 없네 . 그는 말려든다기보다도 뛰어드는 편이니까 .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그런 별자리 밑에서 태어나는 인간도 세상에는 있는 모양일세 . "
주젠지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누마가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
" 참 ...따지고 보면 자네도 오십보백보일세 . 말려드는 방법이나 횟수로 보면 자네가 훨씬 위야 . "
ㅡ본문 129 쪽 ㅡ
" 무슨 일인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군요 .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 나를 따돌리지 마세요 . 내가 장본인이니까요 . "
" 그러기에 자네는 늘 말려든단 말일세 , 모토시마 군 ."
주젠지는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
" 장본인은 자네나 세쓰 씨가 아니라 가지노 미쓰코 씨란 말일세 . 자네는 단순한 정보 매개자일 뿐 사건에 관한 주체가 아니야 .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계도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것일세 . 자네는 이미 자기 할 일을 했으니까 관계가 없어 . 돌아가는 것이 좋겠네 . "
" 그런 ... "
여전히 싸늘하다고 누마가미는 말했다 .
" 나도 알고 싶군요 . 중간까지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 "
" 누마가미 군은 그 호기심이 화근일세 , 이야기는 더 들어보면 알게 될 거야 ... 그런데 마스다 군 , 그 밑조사는 ?"
ㅡ본문 132 , 133 쪽 ㅡ
" 그 점이 문제입니다. 다만 법에 의존할 때 누군가가 슬픔을 당한다고 할
경우 그래도 좋은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 물론 그래도 좋을지는 모르나 왠지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경찰을 그만두었습니다만 . "
전직 경찰관이었느냐고 누마가미는 감탄했다 .
" 예 , 전직 형사입니다 . 그런데 탐정소설 같은 데서는 복수는 하지 않지요 . 다만 당신의 어머니는 죽었다 . 범인은 고양이라고 지적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 "
탐정이란 그런 것이라고 주젠지가 말했다 .
" 제재를 가하는 것은 탐정의 역할이 아니야 . 탐정은 경위와 구조를 해명하는 것이 본분일 뿐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일에 대해 , 그 것이 아무리 균형을 잃은 형태라고 해도 균형을 맞추려는 흉내를 내서는 안 되는 걸세 . 균형을 잡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사직 당국에서 할 일이지 . 그러므로 탐정소설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옳아 ."
" 그럴까요 ?"
ㅡ본문 136 , 137 쪽 ㅡ
《 백기도연대 》
분명 이 책도 커버표지가 있었을거다 . 도서관 비치용이 되서 원래의 하드 커버만으로 되있지만 , 아 , 궁금해진다 . 백기도연대 ㅡ 장미십자 탐정단의 표지디자인!
작가는 누가 뭐라해도 넘나 매력적인 교고쿠 나쓰히코 다 . 그리고 그 매력을 한껏 바보스런 천재를 대표해 표현해 줄 뿐인 에노키즈 ! 그를 경계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장처럼 이끌려 부나비처럼 모여드는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기이하다면 또 기이할 정도로 답답한 인물들 .
이번엔 애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마네키네코의 왼발 , 오른발을 두고 사건이 벌어지고 그 유래들이 또 각각의 인물들이 활약한다 .
특히 이번 글에서는 모토시마가 그 얼띰을 자랑한달까 ... 그래서 . 역시 . 아 , 주젠지의 말을 듣다보면 애매하긴 하지만 확실히 , 주제파악 이랄까 ㅡ 그런 걸 하게 된다 . 주제로서 주제 파악이 아닌 , 사람이지만 당사자냐 주변인이냐 그냥 얽힌 먼 인물이냐 하는 인물 관계로서의 주제 파악 말이다 . 주젠지 말처럼 딱딱 구분이 간다면 세상 일이 어려울 게 뭐야 싶어지는 거다 . 그렇지 않은 세상이기에 복잡하고 요지경인 것을 ...잠시 생각했다 .
음 , 에노키즈의 바보 향연은 무척이나 즐겁다 . 악당같이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나름으로 이유가 있어서 움직인다는 걸 생각하면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체 불가 캐릭터 . 우하핫~ 그렇지만 이런 에노키즈 형 천재는 내 주변에서 사양한다구!! 보통 사람을 아~ 아주 크게 휘두르기 때문에 몹시 , 몹시 피곤해 진다는 .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 소설 중에 바보를 상대로 이렇게 재미있게 변죽을 올린건 이 작품이 최고인듯 하다 .
중편 분량이라고 해얄까? 단편보단 길고 장편보단 짧으니 ...
고양이의 보은 ㅡ쯤으로 읽으면 될까 ? 칠덕과 오덕 , 잃은 덕마저 지적하지 말라는 얘기같았다 . 우리가 흔히 쓰는 오덕후 ㅡ는 뭔가 잃은 것 같은 사람 이란 의미도 되겠구나 싶어 탄복을 했다 . 역시 넘 즐겁게 읽힌다 .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은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일게다 . 에노키즈의 천진무구와 같이 , 약속하나만 믿고 하인으로 20년을 일한 조용한 성품의 미쓰코가 나란하게 보여지는 작품 . 앞으로 두 작품이나 남아있다 . 기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