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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ㅣ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小 滿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본문 24 , 25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중에서
냉이 나물이 없어지고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는 ,
태양의 걸음이 황경 60 도를 지나는 때라고 찾아보니 나온다 .
초록이 중얼거리는 소리 ㅡ 벌써 들리는 듯
아직 4월도 오지 않았는데 아침 새가 요란했던 하루
가는 비 피할 데가 없었던 어린 것들의 부산스럼였는지 !
먼 강가 갯버들이 기지개 한참 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