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베어 타운 ㅡ 프레드릭 배크만 , 이은선 옮김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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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네는 빙판은 내다보며 코로 몇 차례 심호흡을 한다 . 상대 팀 선수 몇 명이 몸을 풀러 나온다 . 원래 겁에 질린 사람들이 일찌감치 준비하기 마련이다 .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 수네는 거기서 위안을 느낀다 . 사장실에 모인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바꾸려고 애를 쓰는지 몰라도 이건 여전히 운동경기일 뿐이다 . 한 개의 퍽 , 두 개의 골대 , 열정으로 가득한 심장 . 하키를 종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 하키는 믿음과 같다 . 종교는 나와 타인들간의 문제고 해석과 이론과 견해로 가득하다 . 하지만 믿음은 ...... 나와 신의 문제다 . 심판이 센터 서클로 미끌어지듯 나와서 두 선수 사이에 설 때 , 스틱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까만 원판이 그 사이로 떨어지는 게 보일 때 느껴지는 무엇이다 . 바로 그때 그것은 나와 하키만의 문제가 된다 . 돈에서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반면 , 벚나무에서는 항상 벚나무 냄새가 나지 않는가 .
(본문 178 , 179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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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순간 중에 가장 기쁜 것은 누가 뭐라해도 , 아무리 두께로 손목을 압박해도 한달음에 읽어나가도록 만드는 스토리에 있지 않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더 기쁜 건 읽고 나서 차오르는 감정을 얼른 쏟아붓고 싶어질 때가 그러하고 . 이 소설이 내게 준 것이 그랬다 . 거대한 수목들이 수두룩한 숲에 차곡차곡 떨어져 쌓이는 낙엽이 단단한 흙 위에 포개지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는 장관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 처음엔 바스락 대다가 차츰 눅눅해지고 같은 습도로 서로를 포갠채 끌어안고 썩는 낙엽들 . 숲이 내쉬는 특유의 공기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 작가의 글이 , 책이 한권 한권 늘어갈 때마다 내포한 것이 단순하지만 넉넉한 무엇을 그려내는 풍경을 뿌듯하게 지켜본다 . 마치 말(글)의 진화를 보는 것만 같다 . 그의 표현의 기술들은 날로 눈부셔져서 섬세했다가 묵직했다가 눅진해진다 .
소설의 시작은 의미심장하면서 충격적으로 시작을 한다 . 한 십대 청소년이 쇠락해가는 마을의 한 어둠 속에서 총을 발사하는 장면부터 그려지기에 긴장감을 높이고 , 다음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경쟁의 순간과 그것들을 즐기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지나서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서는 중간중간 코치와 단장과 후원자들과 교육진들의 여러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데서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없는 작가의 감성을 만나게 된다 . 매번 웃게 하고 결국은 눈물이 핑돌게 하던 작가였다는 걸 잊었었나 ? 다시금 깨달았었나 ? 아 , 그저 너무 좋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런 소설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나는 너무도 이해하게 되고 만다 . 온 마을은 한 개인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 된다 .
가정의 의미가 가족의 의미가 확대되었다가 축소되었다가 증폭했다가 감소했다가 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작가는 가족이 갖는 최대 장점을 묘하게 설파한다 . 이게 가족이 갖는 원래의 기능이라는 듯이 . 마치 가족이 로망이라는 듯이 .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아 , 가족이란 이런거지 , 이런 가족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 그 가정은 한 개인의 성장은 물론이고 마을을 이루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더구나 피가 뜨거워지는 스포츠라는 것을 통해 사람이 가진 개개인의 개성까지 모두 보여주는데선 그의 솜씨를 감탄하게 되고 만다 . 좋을 때 좋은 사람은 그저 좋은 사람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그의 모습이라고 누가 그랬더라 .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 시즌2에 보면 김부련 사장과 김동식 전무의 에피소드가 유독 눈길을 끈다 . 문턱주의자로 표현되는 김부련 사장 ,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게 좋은 거라고 큰소리치는 김동식 전무 , 그들의 목적은 사실 한 회사에서 다같이 밥먹고 잘살자는 거나 다름없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으르렁대는 동물의 왕국같은 장면을 연출시킨다 . 윤작가의 그림에는 십자로 그려진 길 끝에 서로 모퉁이에 선 채 각자 같은 의미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으로 그려져 더 인상 깊었던 것을 기억한다 . 이 책에 그려진 수네와 다비드의 코칭 방식이 나는 그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 그 둘은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처음에 느껴지지만 뒤로 갈수록 결국 같은 것을 두고 다른 표현을 했을 뿐이 아니었나 ,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매력있게 느낀 인물은 마야의 엄마 , 변호사 미라와 이름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성공한 회사 대표로 그려진 케빈의 엄마였다 . 한쪽은 피해자인 딸 마야의 부모이고 한쪽은 가해자인 아들 케빈의 엄마인데 그둘의 모습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게 보인다 . 그러면서 케빈의 엄마가 위치한 자리가 익명의 대다수 엄마 자리를 가르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느꼈다 . 자식의 잘못을 엄마는 모르기가 더 어렵다 . 아무리 타인같은 엄마라도 자식이 잘못되는 순간은 귀신같이 느끼기 마련이라는 것을 보고 느낀다 . 그러면서 자식을 상처주지 않으며 잘못을 인정하는 법도 동시에 배우게 된다 . 그게 이 사회의 법률과 행정과는 무관하게 여자들은 좀더 현명하다 느끼는 지점이 되는 , 그와 비슷하다 . 잘못을 알고나면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먼저 인정을 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부분이 그렇다고 느끼게 한다 . 사회에 미치는 힘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진정 바라는 용서와 사죄의 한 자세를 그런데서 보게된다 . 물론 여린 아빠 동호회의 감수성은 재쳐두고 말하는 거지만 말이다 .
미라는 엄마라는 한 존재의 성격을 드러내듯 거침없고 솔직하고 맹렬하게 그려지고 (자칫 억척이 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자리) 케빈의 엄마는 같은 엄마지만 좀더 사회적 성격을 띈 채로 조심성있게 그려진다 . 그러나 저러나 둘 다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다 . 뭐가 옳고 그런지 편들 수없는 엄마라는 존재와 위치를 기막히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 우리 한국 사회에서 엄마라는 위치는 얼마전 드라마에서 그려진 리턴의 변호사 고현정 , 박진희 같은 면모가 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 자식의 불행 앞에 스스로를 형벌로 몰아가는 엄마를 더 깊게 인식하는 이 사회를 보며 쓸쓸했던 한 순간이 떠오른다 . 그게 정답이냐 아니냐는 논외의 이야기이듯 , 내가 위에 인용문을 딴 구절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 된다고 그리 느꼈다 .
역시 윤태호 작가의 글과 그림에서 표현했듯 그래봤자 바둑 , 그러니까 바둑이란 고수의 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 아니었나 한다 . 하키는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 잘 훈련된 스포츠에 불과하다 . 거기에 의미를 종교로 두느냐 믿음의 문제로 두느냐는 우리가 평생을 살며 배우고 깨우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게 했다 . 그리고 다음엔 좀 더 아빠의 입장에서 이 소설을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나는 희망하게 된다 . 그러고보니 남자와 자식은 여전히 미스테리한 삶의 한 부분이구나 하면서 ... 이것은 하키이야기가 아니다 . 그러면서 하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밖에 ... 어서 이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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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ㅡ 74p , 밑에서부터 위로 여섯번째 줄 / ˝ 수염 멋지다 , 사크 . 닐이 갈수록 ...˝ ㅡ> 날이 갈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