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카티트
카렐 차페크 지음, 김규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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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구에 현혹되었다. '핵전쟁과 원자로 문제를 예견한 최초의 SF'라는 말에. 차페크 하면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작품에 쓴 사람 아닌가. 우리가 로봇이라는 말을 쓰게 한 사람이고, 로봇에 의한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한 사람이기도 하니, 이 소설도 그런가 하는 생각.


[절대제조공장](압솔루트노공장이라고도 번역이 되었다)을 읽어봐도 기계문명의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도룡뇽과의 전쟁]도 그렇고. 하여 이 소설도 기대를 했다. 차페크라면 핵무기와 비슷한 위력을 지닌 무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하는 호기심.


그런데 읽다보니 압도적인 무기는 나오지만 그것을 둘러싼 과정이 더 자세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데, 주인공인 프로코프가 만나는 여인이 4명이다. 프로코프가 먼 길을 떠나게 하는 소포를 맡긴 여인, 소포를 들고 찾아간 집에서 만난 여인, 다시 그 집에서 나와 만난 공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소녀. 


이런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여기에 압도적인 무기인 '크라카티트'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무기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 그것의 폭발력.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피해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무기를 가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펼쳐지고 있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시무시한 무기를 확보하려는 사람들. 그런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하는 사람들.


그러나 프로코프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길 원하지 않는다. 그 무기의 해악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무기가 무엇이었는지, 또 만드는 법을 잊어버리는 결말에서는 그런 무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는 차페크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 지구를 위한다는,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기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무기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보라. 이 무기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터진다. 사람들이 통제할 수가 없다. 


통제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무기. 이 무기를 확보하려는 사람들. 한때 전세계는 서로 핵개발을 하려 했다. 핵억지력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다 몇몇 강대국들이 자신들끼리 협정을 맺어 이제 다른 나라들이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자신들은 수많은 핵무기를 지니고 있으면서. 이런 전력 비대칭. 이것이 몇몇 강대국들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있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 사용을 하지 않지만, 그에 준하는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다른 나라를 공습하는 현재 인류의 모습 아닌가.


그 무기로 누가 죽어나가는가? 이 소설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영문도 모르고 죽는 사람들이 나온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결코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야욕에 찬 사람들로 인해 이러한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온 폭발력 강한 무기만이 아니라 이제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무기들이 실제 전쟁에서 쓰이고 있으니, 차페크가 쓴 이 소설을 보면 이것은 인류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될 수도 있다. 차페크는 이 점을 우려했을 것이고... 그가 원자폭탄의 개발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지만, 그가 소설에서 쓴 크라카티트는 원자폭탄만큼의 위력이 있는 폭탄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폭탄은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주 오래 전에 소설을 통해서 이러한 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그동안 우리 인류는 얼마나 평화를 위해 나아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것은 공멸로 가는 길이다. 이러한 무기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인류의 공존을 위해 또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쪽으로 과학기술의 방향을 잡도록 해야 한다.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그간 읽어온 차페크의 소설과 다른 느낌을 주고, 전개가 조금 느리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런 사랑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인간들도 있음을 생각해야 하고, 사랑이 - 이성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이는 프로코프가 자신을 감시하는 인물인 홀츠를 생각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프로코프는 '홀츠는 다섯 명의 아이들과 장애인 누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의 인생은 ... 나나 당신의 인생보다 열배나 더 중요해요.'(412쪽)라는 말에서 잘 나타나 있다 - 인류를 파멸로 이끌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차페크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무기를 둘러싼 이 소설의 내용을 현재의 우리가 참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무기를 확보한 사람들의 정의 여부를 떠나 무기 자체가 지닌 위험성을 우리가 인지하고, 그러한 무기들이 개발되지 않도록, 또 점차적으로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핵폭탄의 피해를 이미 경험한 인류 아니던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참조할 만한 점이 있다.


덧글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오탈자들이, 또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그 점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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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미셸 회고록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 한 명의 프랑스 여성
루이즈 미셸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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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삶과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투쟁했던 시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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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5 0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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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야구 -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시리즈 79
김영글 지음 / 위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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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천만 관중을 끌어들이는 운동 경기. 우리나라에서 야구만큼 많은 관중을 모으는 운동 경기가 있을까? 축구도, 농구도, 배구도 인기가 있는 운동이지만 절대적인 관중수에서는 야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물론 야구가 경기 수가 가장 많기도 하지만, 경기장에 수용할 수 있는 관중도 야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역동적인 응원도 할 수 있고, 공수가 바뀌는 시점에 경기를 놓칠 걱정 없이 잠깐 쉴 수도 있고, 또 간식거리부터 맥주까지 먹고 마시면서 경기를 즐길 수가 있다. 또 경기 시간은 어떤가. 다른 어떤 운동 경기보다 길다. 테니스에서 메이저 대회를 보면 5시간 이상 걸리는 경기도 있지만, 야구는 3시간이 기본이다.


이동 시간을 보충하고도 남는 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낼 수가 있다. 그러니 야구를 좋아할 동기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퍼펙트 게임]도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팽팽했던 투수전. 끝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는 두 투수의 대결. 그런 긴장감을 주는 야구 경기. 


조금 일찍 야구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일어났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홈런을 기억할 것이고, 이보다 더 일찍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고교야구대회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선린상고, 경북고, 군산상고, 부산고, 광주진흥고 등등, 야구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학교들. 많은 야구 팬들을 경기장에 또는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들였던 경기들.


이 책의 저자는 공을 두려워하던 사람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자신이 야구를 어떻게 즐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 야구 규칙에 대해서 완전히 알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알기만 해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저자가 표현하듯이 야구란 운동은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 아니던가. 집에 많이 돌아올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결국 집에 돌아온 사람의 수가 많은 팀이 이기는 경기.


하, 또 저자는 신화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 집에서 집으로, 이는 오딧세우스의 모험과 연결이 되고,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주자의 모습에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오르페우스를, 파울이 계속되면 결말이 날 때까지 쳐야 하는 시시포스를, 타자를 현혹시켜야 하는 투수에게서는 세이렌을 연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니 와, 야구와 신화를 이렇게 비교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럼 더 나아가서 경기를 하는 두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그리스와 트로이로 각자 나눠 응원하던 신들과 비슷하다고 해도 되겠지 하는 생각도 하고. 


이렇게 새삼 야구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도 하게 되고, 내가 봤던 경기나 또 내가 아는 선수들 이름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아무튼, 야구' 이야기는 내 흥미를 자극하니까.


  이 책을 읽고 야구에 흥미가 생겼다면 김은식이 쓴 [야구의 추억]을 읽으면 좋을 텐데, 이런 검색해 보니 절판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프로야구 초창기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나오는데, 그들에 관한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데... 혹 도서관에 있다면 읽어보시길.


  아무튼, 야구니까, 저자가 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내향적인 사람이 경기장에 가서도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 또 왜 야구에는 여자가 잘 나오지 않을까 하다가 - 치어리더나 시구를 하는 사람 빼고 -, 여자 야구대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직접 찾아가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고...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아니지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야구를 하고 있다고.


또 야구장에만 있는 일로 경기 시작 전에 애국가를 틀어주는 국민의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나도 의문이었다. 프로경기를 하는데 웬 애국가? 국가 간 대항 경기도 아닌데...


이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 아니, 프로야구 경기 전에 애국가를 틀지 않았다고 애국심이 없어지나? 그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애국가를 트는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 국민의 피를 딛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그 세력들이 자신들의 불의를 감추려는 의도로 3S정책을(스크린, 스포츠, 섹스) 실시했던 것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 이제는 그러한 국민의례는 폐지해야 한다.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 전에 했던 애국가 틀기나 대한뉴스라는 정부 홍보 영상도 다 폐지되었는데, 이 무슨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사인지... 천만 관중이 들어서는 야구장에서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야구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렸는데,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책을 많이 떠올렸다. 스포츠를 다룬 만화책에 야구 만화도 참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었네... 이상무 만화가의 주인공인 독고 탁도 있었고... 귀여운 얼굴의 독고 탁이 마구마구 마구를 던지는 장면도 기억이 나는데...


야구에 관한 이야기와 관련되어 저자는 [머니 볼] 이야기도 한다. 미국 야구의 틀을 바꾸어버린 이야기. 통계와 확률. 야구는 과학인가? 미신인가? 하면서 수학과 과학을 이용해 야구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그러한 합리성을 넘어 야구에는 징크스와 같은 미신도 작용을 한다고...


또한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나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야구를 좋아하게 한다는 것. 예전에 누군가 그랬는데... 투수가 선동열인지 최동원인지 또 타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이 하도 빨라 그냥 눈 감고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그것이 홈런이 되었다는 그런 우연. 이 우연이 경기를 바꿔버리는 일도 있는 경기. 야구.


[아무튼, 야구]는 야구에 대해서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쉽게, 또 다가가기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야구라는 운동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야구 경기가 개막된다. 한 번쯤 야구 경기를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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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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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다. 시의 소재가 주로 달, 물, 산, 돌 등이니 잔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인의 두 번째 시선집이라고 하는데, 시인이 '근래에는 달과 별, 꽃, 무지개, 돌, 들에 마음이 빠져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자연으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이별과 만남, 삶과 죽음의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시인의 말'에서)라고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자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없겠지. 자연처럼 순환이 인간이 지닌 운명임을 받아들인다면 이 세상을 영원히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겠지.


세상에 죽지 않은 인간들이 계속 지구에서 살아간다면 도대체 지구가 몇 개나 필요할까? 몇 개가 뭐야, 우주 곳곳에 있는 행성으로 이주해도, 그 행성들도 곧 포화상태가 되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고 이주하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결국 자연은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인간도 역시 그러한 숙명을 받아들여야만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유한성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유한성을 거부하고 무한을 추구하는 인간들. 과학기술을 앞세워 영생을 추구하는 현재. 과연 우리는 자연에서 얼마나 멀어지려 하고 있는지.


자연에서 가장 멀어지는 것이 전쟁 아닌가. 무기, 온갖 무기. 이 무기들이 사람만 죽일까. 아니 지구에 있는 수많은 것들을 함께 죽인다. 그리고 쉽게 빨리 사라지지도 않는다. 전쟁이 남긴 상흔은 꽤 오래 간다. 상흔만이 아니라, 무기들이 남긴 오염들, 피해들 역시 복구하기 쉽지 않다.


하여 가장 반(反)자연적인 것이라고 하면 무기다. 최첨단 무기. 그러한 무기들이 지상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날아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파괴하는 전쟁. 이 전쟁은 그 자체로 반(反)자연적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일으킨 사람, 자연을 거스르는 사람.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 인간이 거주할 지구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세계가 과연 그러한가.


말이면 다 말인 줄 알고 뱉어내는 힘센 나라 대통령이란 작자. 제 나라 영토에 폭탄이 떨어질 일이 거의 없다고 남의 나라를 폭격하는 사람. 주변 국가들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사람. 그의 말은 폭탄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을 죽이는 그러한 폭탄들. 그 폭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 그런 사람이 강대국의 대통령이다. 이름을 말하기도 싫다.


시집을 읽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시집에서 어째서 그런 반자연적인 인간을 떠올리게 되었을까? 바로 이 시와 정반대의 자리에 서 있는 자가 그 자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자가 이런 생각을 한 순간이라도 해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시를 보자. 제목도 '무지개'다.


    무지개


섬광이 터지고

사람과 사람 말 사이에

무지개 섭니다


저 무지개 걸어가려는 나의 무게는 너무 무거운 걸까요

내가 아무리 무게를 줄이려 하여도 한 마리 나비처럼은

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말 위에 그어진 무지개 위에 누군가 손짓하여 걸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면

오오 무슨 마술을 부려서라도 내 마음을 나비 한 장의 무게로 변신시킬 수는 있으리라


그리하여 그 무지개 위에서

내가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설혹 원수를 만난다 할지라도

외나무다리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위에선


함께 부등켜 포옹할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으리라


김선영, 누구네 이중섭 그림. 인간과문학사. 2013년. 119-120쪽


이럼 얼마나 좋을까.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다리.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다리. 색색깔의 아름다운, 어느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다양함. 그리고 상대를 구속하지 않고 제 때가 되면 사라지는 그런 다리.


이 다리를 걷는 사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를 걸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절대로 말 폭탄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리라. 그리고 이런 사람은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아니 우주라는 존재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리라.


제 때를 알고 갈 수 있는,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일 텐데...


맑고 밝고 따뜻한 이 시집을 읽으면서 그것과 반대되는 이 지구의 현실에, 폭탄의 다리가 아니라 무지개다리가 서로를 이어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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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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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생소한 말이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 연결해 주는 직업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이직을 하기 위해서 여러 조건을 따져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는 직장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 맞아떨어지게 하는 역할, 그러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챙기는 직업.


이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연결해야 한다. 연결이 되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기업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의 능력, 조건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연결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다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면접을 보기도 하는데, 이때 정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일까? 흔히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능력에 별 차이가 없다면? 경력이나 능력이 비슷하다면 무엇을 볼까? 외모? 아니다. 학력이다.


학벌사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학벌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지금도 그러냐고?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학원에서는 대학들의 순위를 무슨 노래 가사처럼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 서열이 의대로 인해서 흐트러졌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의대도 그러한 순위에 따라서 판단을 하니,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모던 하트라고 한글로 쓰여 있는데, 영어로 modern heart가 아닐까 하는데, 현대적 사랑 또는 현대의 열정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목인데, 현대의 사랑이 무엇일까?


제목만 보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현대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직장. 좋은 직장은 무엇일까? 연봉이 높은 직장. 요즘에야 워라벨이라고 해서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연봉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좋은 조건이 바로 연봉과 직결이 되니까. 


이직을 하는 이유도 전부는 아니겠지만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테고,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중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력이다. 학벌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되지라는 말이 얼마나 순진한 말인지를 헤드 헌터인 미연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회사에 딱 맞는 사람임에도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뽑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여기에 미연 자신도 학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고, 자신이 만나는 상대로도 좋은 학벌을 지닌 사람을 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미연의 제부는 어떤가? 여동생인 세연이 결혼한 사람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그럼에도 사법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빈둥대고 있는 인물, 빈둥대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는, 집안일은 자신이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그런 인물. 


미안해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없는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에게 반한 이유는 바로 학벌이다. 이 학벌이 가정생활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학벌에 연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 미연의 가족, 또 미연이 연결해 주는 회사들의 인사 방침을 통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미연이 사랑한다고 느낀 태환이라는 사람에게서도 이런 학벌의 후광이 자리한다. 


소설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학벌을 꼬집는다. 학벌에 가부장적인 모습까지 겹치면 참 대책이 없다. 이 대책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설에 제법 나오는데,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학벌 하나로 인정받은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어떤지를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학벌 좋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단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


결혼과 직장. 이 두 가지에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헤드 헌터인 미연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은 이런 인습에서 벗어났으면 싶은데...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개정판에 실린 작가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인공지능 시대, 세상에 인간 중에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인공지능을 앞설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해야 할 이 시대에 여전히 학벌, 학벌한다면 과연 그것이 바람직할까.


학벌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희망...우리 역시 놓으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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