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발견 - 꼰대 탈출 프로젝트
아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거 참, 나이듦이 꼰대가 되어 감이라는 말로 치환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나이듦이 여유와 지혜로 통하지 않고 꼰대로 통하다니... 이렇게 볼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이 책에서 나열한 꼰대들의 특징이 나에게도 대부분 해당한다는 사실에...

 

저런 꼰대들, 쯧쯧 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런 비아냥은 내게로 곧장 돌아와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갑자기 꼰대들의 천국에 살면서 자신이 꼰대인 줄도 모르고 꼰대짓을 하면서 나는 꼰대는 아니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니 읽으면서 얼굴은 달아오르고, 마음 한 켠에서는 부끄러움이 스멀스멀 솟아오르고 말았으니.

 

꼰대 = {나이, 서열, 학벌, 재산, 무지, 반말, 오만, 모욕, 자만, 지시, 명령, 지위, 조언, 충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효율, 경쟁, 폭력, 권력, 맨스플레인(man+explain=mansplain : 남자들이 무턱대고 여자들에게 아는 척 설명하려 드는 현상) , 순종, 복종, 무례, 몰염치, 직업, 차별 등등} ≠ {존중, 공감, 이해, 염치, 부끄러움, 성찰 등등}

 

예전에는 - 이런 말을 쓰는 것 자체가 꼰대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 수학 시간에 맨 먼저 집합을 배웠다. 집합이 수학에서 그렇게 어려운 개념인지도 모르고 전체집합, 부분집합, 여집합 등등 이런 집합부터 배웠는데...

 

지금은 아니란다. 그럼에도 그때 배웠던 얄팍한 집합 지식을 나열하면 꼰대라는 집합 원소들을 위에서처럼 나열할 수가 있겠다.

 

이게 다가 아니라 더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우선 이 정도만 해도 많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기에 꼰대란 이 요소들을 다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중 어느 하나만 지녀도, 즉 이들의 부분집합만으로도 충분히 꼰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꼰대 되기 참 쉽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내면 꼰대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야 한다. 아렌트의 개념을 빌려와 '무사유 - 생각없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사유는 곧 꼰대로 이어진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꼰대이기 때문이다. 생각없음으로 살아가게 되면 삶의 중심에는 자신만 있게 되고, 그 자신을 꼰대의 요소들이 에워싸게 된다. 그러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존중이 필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말이 꼰대 탈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를 그 자체로 존중할 때 공감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존중과 공감은 그래서 꼰대를 탈출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생각(이것을 한자어로 사유(思惟)라고 하자)이다.

 

우리는 삶에서 생각을 하면서, 성찰을 하면서, 그래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지만 꼰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권이영의 시 '구역구역' 시리즈가 생각났는데...  가령 '구역구역 02' 라는 시를 보면,

 

 

구역구역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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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영, 천천히 걷는 자유, 나남출판. 2003년.  26쪽.

 

이 시에서 응용하면 가운데에다 나를 놓고 주변에는 꼰대의 요소들을 놓으면 우리가 얼마나 꼰대가 되기 쉬운지, 우리 주변은 온통 꼰대가 될 요소들로 가득차 있음을 알 수 있다.

 

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

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

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

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

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

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

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

폭력맨스플레인무사유      복종직업차별효율경쟁권력

효율경쟁권력폭력맨스플레인무사유몰염치복종직업차별

맨스플레인무사유몰염치복종직업차별효율경쟁권력폭력

편지시답정너오만모욕자만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

답정너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

오만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

모욕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

자만편견서열지위재산학벌모욕반말지시답정너오만모욕

 

이렇게 보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치열하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꼰대들의 벽들을 하나하나 부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얼마나 꼰대가 되기 쉬운지, 아니 벌써 얼마만큼 꼰대가 되어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알아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꼰대가 아니야가 아니라, 나도 꼰대야, 이 꼰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꼰대에서 벗어나라고, 꼰대는 특정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꼰대 탈출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땅의 꼰대들이여, 이 책을 읽어보시라. 자신이 얼마나 꼰대인지... 자신의 삶에서 꼰대 집합 요소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집합을 거느리고 있는지 살펴보시라.

 

나 역시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꼰대였으므로... 꼰대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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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5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5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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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5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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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5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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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
김슬옹 지음 / 박이정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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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말이 필요없다. 우리나라에, 아니 전세계에 단 두 권 남아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그나마 한 권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간송 전형필이 거금을 들여 보존한 간송본 훈민정음 해례본을 입체적으로 강독한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참 우습다는 생각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니 정치권이나 언론들은 훈민정음, 즉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글자라면서도 그 창제 과정과 창제 원리가 다 밝혀져 있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까 하는 생각.

 

이상하리만큼 학교 다닐 때 국어시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기껏 읽은 것이라곤 훈민정은 서문이나 좀더 나아가면 정인서 서문 정도.

 

훈민정음에 대해서 잡다하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필수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어시간에 강독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한글의 위대함 운운하지 말고 그냥 훈민정음 해례본 책을 읽히고 그것을 설명하면 자연스레 한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애정도 지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한글 위대성 운운하지 말고 그냥 훈민정음을 읽혀라. 이 책은 이렇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읽기만 해도 좋은 책인데... 적어도 읽지는 않더라도 집에 한 권쯤은 비치해두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훈민정음이 도대체 어떤 글이고,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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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음에 대하여


늙음이 서러운 것은 아니다

단지 늙음으로 인해

잃어진 것들이 서러운 것이다

앞을 보고 달려온 이 때

문득

늙은 자신을 보면

더 이상 뛸 수 없다

뒤에 두고 온 것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음에

남에게 

더 줄 것이 없음에

늙음은 비로소

서러운 것이다

늙음은 늙음으로써 잃어지는 것이

더더욱 슬픈 것이다.


생각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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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 KODEF 안보총서 70
워드 윌슨 지음, 임윤갑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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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나온 책이다. 책 제목도 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던 책. 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이 책 제목을 보고 읽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래서 책읽기는 좋다. 계속해서 다른 책을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지금 북핵으로 인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개발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한 특정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진실...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들었는데... 이 책은 북핵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수정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전세계적으로 핵무기에 관해서 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어쩌면 잘못된 관념에 기반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한다.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진실은 무엇일까? 제목들만 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1 : 핵무기는 적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다

신화2 : 파괴는 전쟁에서 이기게 해준다

신화3 : 위기 핵억제는 효과가 있다

신화4 : 핵무기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한다

신화5 : 핵무기의 대안은 없다

 

일본이 항복한 이유는 원자폭탄의 위력때문이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만 이야기되어 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것이 바로 신화1이라고 한다. 핵무기 이전에도 재래식 무기들 역시 적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으며, 핵무기 자체가 적에게 즉각적인,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도 최고전쟁지도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들이 이 회의를 한 것은 원자폭탄때문이 아니라 소련의 참전때문이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원자폭탄이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일본 군부가 자신들의 패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폭탄을 들먹였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진 때와 소련이 참전을 결정했을 때 일본 최고전쟁지도회의 개최 여부를 역사적 자료로써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화2는 무엇일까? 폭탄 하나로 도시를 날려버리는 파괴, 이런 파괴는 전쟁에서 이기게 해준다는 신화. 핵폭탄이 떨어지기 전에도 일본의 많은 도시들은 이미 대량 파괴되었다는 사실...

 

전쟁에서 도시들이 파괴되었지만 항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 극단적인 예가 바로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와,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폐허가 된 모스크바지만, 그들은 항복하지 않았다는 것.

 

일본 역시 이미 대다수의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무조건 항복을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핵폭탄으로 인한 파괴가 전쟁에서 이기게 해준다는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

 

핵무기는 핵억제력을 지니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화3,4에 대해서 저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다.

 

핵억제력이 있다고 하지만 쿠바 사태 때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갔던 것, 중동 전쟁이 일어난 것 등등을 보면 핵이 있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가 안전하게 산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강대국들이 핵을 지니고 있지만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소련과 미국과의 전쟁,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 등을 보면 핵이 전쟁을 억제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핵이 있었음에도 전쟁이 일어난 우리나라 6.25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보면 핵은 전쟁을 억제하지도 않고 세계 평화의 유지에 전적으로 기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핵은 무기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좀더 강력한 무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핵무기가 적을 항복하게 하거나 적을 굴복시켜 평화를 유지하는데 유일한 도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불필요한 무기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게 신화5가 자연스레 부정당하게 된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무기를 지녀야만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미국이 자신들을 넘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이 다섯 가지 신화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봉쇄정책을 펴는 것 역시 이런 다섯 가지 신화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 신화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익 집단들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섯 가지 신화를 사실로 퍼뜨린다. 사람들에게 핵무기가 아니면 큰일이 날 것처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세상은 그렇게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핵무기에 대한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대안은 있다. 그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나라도 핵무기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은 핵무기 개선이나 핵무기에 관한 다른 연구를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끝부분에 나와 있는 이야기다.

 

이렇게 우리는 핵무기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것들이 진정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사실인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핵무기에 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핵무기를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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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0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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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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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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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87을 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최인훈이 쓴 소설 '광장'이 생각났다.

 

  4.19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 없었을 소설. 그렇게 소설 '광장'은 4.19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읽히는 소설로.

 

  이 영화도 '광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만약 작년의 촛불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었을까?

 

  이 시대에도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존재해,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제작, 배포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시대상황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과연 전(前) 정권에서 - 한자를 쓰는 이유가 있다. 그냥 한글로 전 정권하면 전두환의 전(全)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때 전 정권은 박근혜 정권을 말한다-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박종철의 죽음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우리의 1987은 이렇게 박종철의 죽음으로 시작해 이한열의 죽음을 거쳐 12월 대선으로 막을 내린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었는데, 그런 희생을 바탕으로 열렸던 열매를 전혀 엉뚱한 사람이 따먹게 되는 그런 결말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서인지 영화는 이한열의 장례식에서 멈춘다. 1987년의 절반에서 영화가 멈춘 것이다.

 

이후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대선을 둘러싼 정치권, 운동권들의 이합집산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여기까지 나아가면 1987년 민주화 투쟁에 대한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때 민중들이 쟁취한 헌법은 지금 '87년 체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시대에는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는 엄혹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에 참 험한 세상을 이렇게 살아서 지금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벌어진 일을 직접 겪었거나 소문으로 들었거나, 신문에서 보았거나 함녀서 그 시기를 함께 겪었기에 영화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문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믿자. 또한 시위로 인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거의 없다.

 

(민주화 이후,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도 최루탄은 없어졌지만, 백골단도 없어졌지만, 시위로 인해 죽음에 이른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숫자가 줄긴 했지만... 하지만 1987년처럼 시위를 나갈 때 비장한 각오로 나가지는 않는다. 그만큼 이제는 공권력의 직접적인 폭력에서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치안감으로 분한 인물이 위협하는 말이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는 고문으로, 돈으로 안 되면 '가족'을 볼모로 위협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지켜줘야 할 가족의 목숨을 위협으로 내세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겪는 신체적인 고통이야 견딜 수 있지만,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까지는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들이 영화 '선택'을 떠올리게도 했다. 장기수들의 비전향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비전향 장기수들이 전향을 하지 않을 때 이들이 마지막으로 동원하는 수단이 바로 가족이다. 네가 전향 안 하면 가족들이 제대로 살기 힘들다는.

 

그런데 이 영화 '1987'에서는 아예 가족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는 말이 아니다. 이들을 죽여서 간첩으로 몰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자신의 동료였던 경찰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런 일들을 벌였던 집단이 우리나라 공권력인 경찰, 안기부, 검찰 등등이다.

 

물론 이 위에는 독재자가 버티고 있었고. 꽤나 오랫동안 자행되었던 이런 가족을 두고 하는 위협들...

 

영화는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려 자백을 하게 되는 그런 모습...

 

영화는 그런 장면을 빗겨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인간의 존엄이 그렇게 무너져 내릴 때, 그가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영화 '선택'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 "0.75평,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인데...

 

이렇게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수법을 썼던 그들이 결국은 죗값을 치르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만큼 죗값을 치렀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들 자신이 처절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자신의 죄값을 치르지 못한다.

 

고문기술자라고 하던 사람이 회개했다고 목사가 되었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가. 지금은 목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이런 고문들, 영화에 나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가지라 한다.

 

그런 시대를 건너왔다고. 우리가 지금 웃으며 시위를 하지만, 그때는 아니었다고. 그것이 바로 얼마 전 우리 시대였다고.

 

이한열의 죽음. 그리고 그의 운동화. 소설 'L의 운동화'가 생각났다.

 

너무도 슬픈 모습. 그렇게 세상을 등져야 했던 한 젊은이. 영화에서그의 죽음 장면을 보는 일은 여전히 슬프다. 여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최루탄의 각도를 규정대로 하는 전경들의 뒤통수를 치며 총을 내리게 하는 장면이 얼핏 나온다.

 

직선으로 나는 최루찬은 살인무기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의 각도를 낮추는 것은 국민을 죽이겠다는,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국민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 시대에도 목숨을 걸고 나섰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 수많은 그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바꾸었다.

 

대통령 직선제 쟁취...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그 시대의 모습이 30년이 지난 지금에 겹쳐진다.

 

다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제는 독재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사회가 되었다.

 

영화는 그 점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다시는 독재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우리는 민주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1987년은 2017년에 재현되었다. 그때의 민주화가 미완성의 민주주의라면 지금은 완성된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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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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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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