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손 안의 미술관 1
김영숙 지음 / 휴먼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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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이름만 들어본 박물관이다. 아니 "다빈치 코드"란 소설을 통하여 접하기도 한 박물관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박물관. 한 때 프랑스가 제국주의이던 시절,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이 이곳에 많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내게 루브르 박물관은 너무나 멀다. 그곳까지 가기엔 너무 힘들다. 시간도 돈도...그리고 그렇게 할 마음의 여유도.

 

이렇게 먼 루브르 박물관. 그렇다고 없는 셈 칠 수도 없는 것이고, 혹시 아나, 언제 가게 될지.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고 주어진 시간도 많다고 한다면 언젠가는 내가 갈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요즘처럼 지구화, 세계화 시대에 굳이 맘만 먹는다면 못 갈 것도 없는데...

 

선뜻 가기에는 너무 멀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고(이건 분명 핑계임에 불과하지만), 돈도 넘치지 않으니 지금은 그냥 언젠가 한 번은 가 볼 곳으로 생각하고 있을밖에.

 

이곳에 문화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38만점(3만8천이 아니다!)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고(이책 100쪽), 또 그냥 걸어도 동선이 무려 60킬로미터가 넘는다고 (100쪽) 하니, 작품 앞에서 감상을 하지 않고 쓱 보고 지나치기만 하여도 반나절은 훌쩍 지나갈 정도(100쪽)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규모를 지니고 있는 루브르에 미술작품들만 해도 약 6000여 점의 회화작품이 있다고 한다. (101쪽) 그림만 해도 6000점이란다. 세상에...

 

얼마 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갔다 왔는데... 간송문화전을 관람하러, 그 곳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을 보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는데... 그것도 평일에 갔음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한 그림을 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만 쓸 수밖에 없었는데...국보급 도자기를 요리조리 요모조모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사람들에 밀려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혜원화첩의 작은 그림들을 정말로 자세히 보아야 했음에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나라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도 그냥 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족히 한 시간은 돈 것 같은데... 6000점이란다. 그 그림을 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아니 그 그림들을 자세히 볼 시간이나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에 회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세 공간이라고 하는데... 하나는 드농관, 또 하나는 리슐리외관, 그 두 관을 이어주는 쉴리관. 이렇게 셋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루브르에 갔다왔다는 사람들은 이 세 관을 제대로 돌아보고 왔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

 

그냥 모나리자만 보고 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왔다고 하는지... 모나리자도 사람들의 흐름에 쓸려 그냥 쓰윽 지나치고 말았으면서 다 보았다고, 잘 보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냥 학창시절,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하여 들은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머리 속에서 들춰내면서 그 그림을 자신의 지식에 맞추어놓고는 제대로 보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도 모르지만 내 미술관 감상 경험에 의하면 사람이 많으면 제대로 미술품을 관람할 수 없다. 미술품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상하좌우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공간 역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술품을 잘 관람할 수 있을까? 결국 아는 수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술품에 대해서 알면 더 자세히,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직접 미술품을 보고 자신이 아는 것 위에 새로운 지식을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루브르의 6000여 점의 회화를 어떻게 하루만에 다 본단 말인가? 또 30만점이 넘는 문화재들을 어떻게 다 본단 말인가?

 

하여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는 회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 지식을 이 책이 채워줄 수 있다. 루브르 회화의 도록이 아니므로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명화라고 생각하는 작품 100편을 선정해서 그 작품의 화가에 대한 설명부터 그림이 지니고 있는 의미, 의의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도 또 관대로 분류를 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으므로, 루브르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지식을 검증할 수 있을테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감상을 덧불일 수도 있으니 루브르 회화를 좀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 책의 도움으로 다른 작품을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니 새로운 작품에 대해서 시간을 많이 투여해 더 자세히 감상을 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루브르 박물관에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서양미술에서 중세시대의 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흐름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서양 중세 미술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는 장점을 자연스레 얻을 수가 있다.

 

게다가 적어도 명화 100편은 감상을 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도 있지만 처음보는 작품도 있으니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문화생활을 누리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이제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문화란 단지 지식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니, 우리가 직접 감상하고 만들어내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문화생활이 아닌(비록 루브르에 소장되어 있는 회화들 중에 많은 것들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거나 구입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정 소수 계층에 해당하는 문화였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된다면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들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볼 수도 있겠고, 또 우리나라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들에서도 더 훌륭한, 더 마음이 끌리는 문화재들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게 되겠지.

 

이 책이 단지 그냥 루브르 회화 안내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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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삶과 인권 이야기
박래군 지음 / 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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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글을 모은 책이다. 자전적인 내용에서부터 우리나라 인권운동에 관련되었던 일, 그리고 앞으로의 희망을 담아내고 있는 책.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박래군이라는 이름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그는 인권센터인 '인권중심 사람'을 세우는데 기여를 했고, 지금은 소장으로 있다고 한다.

 

인권중심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니면서 인권과 만나는 장으로 존재하고, 시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졌으며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어 건물 자체에서도 이미 인권의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의 인생 3막을 준비하고 싶다고 한다. 이제 자신은 인권운동에서도 구세대라고.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장강의 앞물은 도도히 흘러오는 뒷물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은 변화하고, 갈 길을 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자리를 빨리 후배들에게 넘겨주어야 새로운 기운이 생겨날 것이다. 292쪽

 

나는 인권운동 2세대 활동가다. ... 20년 전에는 인권운동 2세대가 선두주자였지만, 지금은 3세대 인권운동가들이 필요한 때다. 더욱 철저하게 인권감수성과 이론으로 무장된, 인권의 가치를 신념으로 갖고 오로지 인권운동으로 밥 먹고 사는 그런 운동가들이 새롭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294쪽

 

그런데...과연 우리의 인권상황이 나아졌는가? 박래군도 이 책에서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인권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 지 오래 되었으며, 자유권도 많이 침해당하고 있고, 사회권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게 후퇴하고 말았다.

 

생활이 아니라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 독재 시절에도 서울 한 복판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드물었는데, 민주화가 되었다는 2000년대에 들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목숨을 잃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하루 42.6명이 자살하고(282쪽) 있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우리는 국민들의 생명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때문에 박래군이 인권활동가로서의 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벌써 30년 넘게 인권운동을 하는 2세대 활동가들이 여전히 활동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미 극복이 되어 3세대 활동가들이 다른 쟁점을 가지고 인권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 때 아직도 우리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박래군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인권운동은 소수의 활동가만이 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가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인권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인권활동가들은 우리들이 인권감수성을 지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인권에 대해서 우리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권감수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그렇게 듣고 인권이 침해될 때 함께 나서야 한다. 다시는 에바다 같은 사태가, 양지마을 같은 사태가, 대추리, 쌍용자동차 같은 일이, 그리고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인권활동 2세대들이 어려운 시대에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인권운동을 하나의 운동으로 정립해 내었듯이, 3세대 활동가들은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운동은 인권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바로 인권운동의 3기라고 할 수 있다.

 

앞부분 박래군이 살아온 길(인생 1막)을 읽으며 엄혹했던 7-80년대가 생각나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고, 인권운동에 투신한  시기(인생 2막)에 겪었던 일을 읽으며 그래 그렇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권을 침해했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의 표지에 있는 박래군의 사진처럼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을 그가 계속 지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인권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늘 사람 곁에 있다. 사람 곁에 있는 사람, 그 곁에 또 사람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인권중심 사람'이다. 그리고 '인권중심 사람'에는 바로 우리들이 있다. 책의 제목처럼 사람곁에 사람곁에 사람... 바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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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창비시선 302
문동만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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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도종환의 시구절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흔들린다.  특히 요즘처럼 생존조차도 불분명한 시대에는 이흔들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

 

흔들림.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그런 흔들림. 이 흔들림 속에서도 우리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떨어지고 만다. 내 인생을 흔드는 저 많은 것들 속에서 나는 그네에 탄 사람처럼 중심을 잡고 , 그 흔들림에 따라 흔들리되 결코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문동만의 시집 "그네"를 집어들고 제일 먼저 읽은 시가 '그네'다. 시집 제목도 '그네'니 제목이 된 시부터 읽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 또는 어떤 마음이 작동을 한 것이다.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문동만, 그네, 창비. 2009년 초판. 104쪽 '그네' 전문

 

흔들리는 그네에서도 우리는 흔들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아니,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중심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함께 할 수 있다. 앞선 사람의 흔들림이 뒷사람의 흔들림과 함께 어울려 그 흔들림이 삶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심으로 돌연히 나서게 하는 흔들림이 된다.

 

그래서 흔들림은 우리의 몸을 앓게 한다. 고통으로 앓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몸짓으로써의 앓음.

 

이 앓음이 없으면 우리의 인생은 곧음이 없이 그냥 굴절로만, 흔들림으로만 점철되고 말 것이다. 하여 그네는 흔들림이 꼭 우리의 삶을 어렵게만 하는 것이 아님을,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함께 함을, 곧음을 찾을 수 있음을, 중심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겪은 그 지독한 가난이, 그 고통이 아버지의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 형의 이야기로 형상화되어 적나라하게 시에 드러나 있어서 아직도 하층민의 삶은 퍽퍽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가난에만 함몰되어 있지는 않는다. 어떤 희망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희망이 시집에는 나타나 있다.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 시들로 인해, 어려운 시대,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청어'란 시를 보면 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강자들에게 대항해야 하는지, 아니 약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청어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면

그놈의 오장육부에 잔가시를 박으며

기꺼이 죽어준다고 한다

아무리 힘센 놈이라도 그 잔가시의

껄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부터는 청어를 잡아먹지 않는다 한다

그리하여 나머지 청어들은

안녕하고 가끔 몇몇의 청어는 자진하여

검은 아가리 속으로 제물처럼

바쳐주곤 한다는 것인데 그런 뭣 같은

얘기가 그런 같기도 하고

엉터리 같기도 하던 꽃비 내리는 봄날인데

오늘 청어 같은 한 사람이

스스로 기름 붓고 구워지셨다

터진 살 사이로 잔가시만 앙상한

물고기 한 마리 하늘길 따라 오르던 날

허방에도 어떤 여린 내장이 있는지

자디잔 핏방울이 떨어졌다

 

문동만, 그네, 창비. 2009년 초판. 85쪽 '청어' 전문

 

이러지 않아야 가장 좋겠지만, 약한 사람이 늘 당하는 일에서 벗어나려면 약한 사람에게도 힘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일. 그런 일.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렇게 강한 자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

 

한 사람이 하나의 청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모든 청어가 되어 누구든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하는 일... 단결만이 살 길이다라는 말. 약한 사람들, 청어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리라.

 

이러저러한 시들이 마음에 와닿고, 아직도 시의적절한 시들인데... 이 시, '미안하다 봄'만큼 올해 봄에 어울리는 시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봄. 미안하다, 청춘이라는 말이 나오게끔 하는 이 봄에...

 

너는 생활의 하수를 미나리꽝으로 받으며

 

푸른 잎들 밀어올리는데

 

회류하지 못하는 황사를 어느새 품어서

 

아침이면 가라앉혀놓고

 

먼 산을 당겨서 가까이 안는데

 

내 마음 마르고 습한 노래들 그치지 않는다

 

미안하다 봄

 

문동만, 그네, 창비, 2009년 초판. 100쪽. '미안하다 봄' 전문

 

하지만 곧 중심을 잡을 것이다. 언제까지 봄에게 미안하다고 하고만 말겠는가. 이 마르고 습한 노래들이 삶을 적시는 단비가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며, 함께 흔들리며,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으며, 우리는 청어와 같이 잔가시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으며... 더 이상 봄에게 미안해 하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게...이 시집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지 않을까... 시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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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

일과시 동인 제7집이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가 찾을 수 있는 건 2005년에 나온 일과시 동인 제8집이 있다. 이것까지만 보면 8집까지 이들이 함께 시집을 내었다는 말이 된다.

 

일과시라는 동인들 이름도 맘에 든다. 인간에게 일은 삶을 이루는 필수 요소이듯이 시 또한 우리네 삶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가 특정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문학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문학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일하는 사람들이 시인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 일과시가 동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다.

 

여기에 저항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좋고. 저항을 잃으면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자유가 있다는 얘기고, 그 자유를 자신이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되니, 저항의 나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을 수밖에.

 

그냥 죽어지낼 수 없는 시대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몸부림 아니겠는가. 저항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속된 말로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또 "군대 갔다 와서 사람 됐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한 사람이 지니고 있었던 저항의식을 군대에서 없애 이제는 고분고분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저항정신을 잃은 순응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군대를 마친 사람이고, 그 다음부터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나서지 마라, 나서 봤자 네 손해다라는 말이 팽배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저항을 잃은 나이는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잃은 나이가 되고, 이는 주체성을 잃은 남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이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생각을 잊고, 잃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자신이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을 모두 유보하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 등등.

 

저항을 하지 못하는 시대... 저항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 그런 시대가 과연 좋은 시대일까? 행복한 시대일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도 일종의 저항일진대, 우리는 지금 말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무엇에 대한 저항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저항이어야 하는지 알아가야 할텐데.

 

2002년이면 이미 10년이 지난 시집이다. 시의 내용은 그보다 더 오래 되었을텐데...이 시집에서 말하는 일들이 왜 오래 전의 일같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일 같은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동안 강산만 변하게 한 건 아닌지... 그 때 어렵게 살던 일하던 사람들,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일도 잃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아직은 저항의 나이"가 아니라 "지금은 저항의 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런지. 우리가 저항을 잃으면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잃은 것일테니...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저항의 나이"에 속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저항의 나이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나이에 저항하지 않을, 저항하지 못할 나이는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생각하고 행동하기.. 이것이 바로 저항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하기... 이것이 저항이다. 우리는 모두 "저항의 나이"에 속해 있다. 저항해야 할 것에 저항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

 

 

                              - 문동만

 

눈꽃

너는 피어라 나는 네 안에 지마

그래도 울지 않으리

이마 위에 아이 눈썹 만한 눈이파리

예수가 죽어 간 나이

시인이 요절한 나이

초월하지도 못했네 순응하지도 않았네

아 아직은 저항의 나이

내가 쓴 길도 내가 지운 길도

덮고야 마는 단호한 눈발이여

앞선 발자국 하나 없이 내 흔적을 남겨서

당신에게 가야 하네

눈꽃 피는데, 당신에게 닾기도 전에

눈꽃만 피는데,

우두둑 솔가지 부러지고

나는 먹먹한 눈물 한 방울로

길을 녹이네

 

문동만 외, 아직은 저항의 나이.  삶이보이는창, 2002년초판. 22

 

(그런데 창비에서 나온 문동만의 시집 "그네"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맨 마지막 행이 수정되어 있다.   '길을 녹이네 -> 뵈지 않는 눈길을 녹이네'로)

 

 일과시 동인들, 이 시집에 시를 수록한 시인들 모두 귀한 분들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저항의 정신을 잃지 말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모습에 대해서, 우리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집에는 문동만, 조태진, 오도엽, 송경동, 손상열, 서정홍, 김해화, 김해자, 김용만, 김기홍 시인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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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신현림 치유시.산문집
신현림 글.사진 / 사과꽃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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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추모 모임에 갔었다. 거기서 들은 노래가 있는데... 마음을 후벼팠다고 해야 하나, 아련히 밀려오는 슬픔을 어떻게든 마음이 감당해내어야 하는 그런 노래. 슬픔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슬픔을 더 높은 감정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노래. 그런 가사.

 

궁금했다. 도대체 저 노래는 언제부터 불렸던가. 이번에야 처음으로 듣게 된 노래고, 처음으로 보게 된 가사인데... 왠지 그 가사가 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분명 시일 거야. 시에 곡을 붙인 걸 거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이거다.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구입한 책.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는데...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그냥 아려오는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서,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슬픔과 함께 해야 하는 우리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한꺼번에 생각하게 한다.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낭송되고 노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 있어서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있게 된 지적인 면도 있었지만...

 

슬픔은 슬픔으로 다가오지만, 이 슬픔이 언제까지 슬픔으로 멈춰서는 안된다. 슬픔은 나아가야 한다. 그 나아감. 그것이 바로 시이든 아니면 다른 글이든, 말이든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펼쳐보면 좋다.

 

죽음이 상실이 아니라 우리가 맞이해야 할 또 하나의 만남임을, 슬픔이 우리가 멀리해야 할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존재임을.

 

이제 전국민이 슬픔에만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이 슬픔이 힘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 아니, 극복해야만 한다. 찬찬히 이 책에 나온 시를 읽어보자. 그냥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마음으로 느껴보자.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를 것이다.

 

상실의 아픔에 대한 치유에 관한 시도 있고, 그에 대한 산문도 있다. 하나하나 짤막하게 펼쳐져 있어 읽기에도 편하다. 그리고 한 편 한 편을 읽고 생각하기에도 좋다. 조용히 자신을 관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천 개의 바람... 그냥 읽어보자. 우선 영어로 된 시. 뜻을 알지 못해도 좋다. 그냥 읽기만 하면 무언가가 마음 속에 차오른다.

 

영어로 된 시는 다음과 같다.

 

a thousand winds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 author unknown (17쪽)

 

한글로 된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어요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습니다.

 

원작자 미상/신현림 번역

 

다양한 버전의 노래가 있고, 가사가 있던데, 내가 추모 집회에서 들은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가사를 음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 영혼 바람 되어

 

그 곳에서 울지 마오 /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 찬란히 빛나는 눈빛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어나면 /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고,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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