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디베이트 - 책 읽기의 혁명, 교육 혁명
최은희.유담 지음 / 글누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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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책이 물고기라면 독서디베이트는 낚시법이다"

 

우리는 흔히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교육에 투자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낚시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물고기를 잡아서 대령하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 선행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운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지식이고 내용일 뿐이다. 그것은 시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시험 전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시험이 끝나자마자 그 모든 것을 잊는다고.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 지식들을 머리 속에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 저장소에서 지식들을 내보내고 만다. 왜냐하면 지식의 저장소는 한계가 정해져 있으니 다른 내용을 다시 받아들여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저장소를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늘 반복이 될 수밖에 없다. 외우고 비우고, 외우고 비우고. 시험보고 점수받고 잊고, 시험보고 점수받고 잊고.

 

삶과는 동떨어진 공부를 하기만 하니, 창의성이니 사고력이니 하는 것들은 고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마저도 잃고 만다. 또 남의 말을 듣는 능력도 잃고.

 

어른들의 모습을 보아도 이것은 극명하게 잘 드러난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자신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는 재대로 된 교육이 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런 사회로만 갈 것인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하여 교육 분야에서 하나씩 변해가고 있다. 예전의 교육으로는 더이상 좋아질 수 없다는 인식을 많이들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이 바뀌고 있는데, 그러한 교육방법 중에 '독서디베이트'를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단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책을 읽고 조사하고 토의하고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 이것이 바로 '독서디베이트'다.

 

독서디베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이 필요한데,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 찬성(1,2,3 -논의, 질문 - 반론 1,2 - 정리)과 반대(1,2,3 -논의, 질문 - 반론 1,2 - 정리)로 나눌 수가 있다. 이렇게 두 집단으로 나누고 이를 이끌어갈 사회자를 정하면 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참관인이자 평가단이 되고, 디베이트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다른 쪽의 학생들 발언을 요약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듣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다. 이것을 학교에서 모든 교육활동에 실시하면 된다. 그런데도 왜 이런 독서디베이트가 제대로 잘 실행이 되지 않을까?

 

단지 교사들이 독서디베아트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형식상 딱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이러한 토론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독서디베이트가 다시 부각이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예전의 교육대로 하면 더이상 전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독서디베이트를 통해서 읽기 능력, 조사능력, 표현능력, 듣기능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기에 어떤 과목에 적용해도 가능한 것이 이 독서디베이트다.

 

다만, 학급당 인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작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사들이 시험에 연연해 점수화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사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다른 행정적인 일을 줄여주어야 한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독서디베이트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는데 장애로 작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장애는 독서디베이트를 실시하면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이나 학부모들, 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단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 공부하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교육방법 중 하나로 "독서디베이트"가 있다.

 

아이들이 독서디베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최소한 3-5번은 읽어서 내용을 파악해야 하고, 다른 연관된 도서를 찾아야 하고, 또 사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민해야 하니 자연스레 공부법을 익히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공부법을 통해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듣기능력 등이 한꺼번에 길러질 수 있고, 이는 아이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품들이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대상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다른 작품으로 바꾸어서 적용한다면 중고등학교, 또 대학을 넘어 성인들에 대한 교육에까지도 유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교육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유대인들의 도서관처럼... 끝없이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토의하는 그런 교육이 우리 학교에서도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루어진다면... 그런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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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

 

이를 우리나라의 특성이라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녹색평론을 보면 이 말이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은근이라는 말보다는 직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나서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끊임없이 하는 잡지가 녹색평론이니 은근과 끈기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생태와 환경,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만큼 집요하게 끈질기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을까 싶기도 한데, 민주주의가 좀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지만 민주주의는 우리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민주주의는 적어도 인간 하나하나를 주체로 세우는 이념이자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인간이 하나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을 객체로 돌려서는 안된다. 내가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타자 역시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주의는 자연히 생태의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여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얼핏 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행복하게 자족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바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역시 '세월호'를 비껴갈 수가 없다.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오래된 배를 무리한 증축을 하고, 수평수를 적게 넣었으며, 화물들을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았고,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등등의 말들은 많으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밝히고 있지 않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으니, 우리는 언제나 '세월호'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와 관련지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돈'이면 우선이 되는 풍조로 바뀌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돈보다 사람이다라는 말을 외쳐야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런 사회 풍조를 막기 위해서는 다당제 사회로 변해야 하고, 또 '인권경제'(송기호의 글)를 확립해야 한다고 한다.

 

다당제... 우리나라는 여러 정당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당제 국가이다. 지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양당이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고 있다. 나머지 정당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나타내기에도 급급한 형펀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선거에서 승자독식주의가 횡행하기 때문인데, 승자독식주의를 막고 실질적인 다당제로 가기 위해서는 정당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 운동에 대해서, 또 다당제 사회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얼마나 효율적이고 유리한가에 대해서는 최태욱의 글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정당법과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리가 없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힘이고, 이런 시민들은 돈이 움직인다는 경제분야에서도 인권이 우선이 되게 하는 '인권경제'에 대해서 자각하고 강제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면 좋겠다.(http://reform2014.net)

 

이번 호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인권 경제'란 말이 아닐까 싶다. 인권이 경제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아니, 인권은 어떤 분야에서든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 인권이 꼭 사람의 권리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권리라고 해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호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돈보다 사람이다.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고 돈은 그 다음이다. 사람과 자연의 지속, 안전이 우선이고 발전은 다음이다. 이렇게 바꿔도 무방하겠다.

 

'인권 경제'라는 말이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을 때, 그래서 인권경제를 강제할 수 있는 힘들이 모아질 때, 이 때는 우리 사회도 양당제 사회가 아니라 다당제를 향해 가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로 변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이렇게 또다시 두 달만에 따끔하게 나를 깨우치는 죽비...녹색평론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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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헌책방에 들렀다. 가끔 가고 싶기는 하나,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자주 가지는 못한다.

 

많은 책들이 첫주인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나와 인연이 닿는 책들은 어떤 것들일지... 그 많은 책들 중에 우연히 또는 이거다 싶게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어떤 책은 작가의 이름만으로, 어떤 책은 제목으로, 또 어떤 책은 평소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래저래 미루다 사지 못했는데, 헌책방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제목이다. 아니 작가도 안다. 이 작가의 같은 제목의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가 시를 쓰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알고보니 시집을 여러 권 내었다.

 

여러 권 낸 시집 중에 이 시집은 제목이 소설과 똑같다. 또 독일의 작가인 브레히트의 시집 제목과도 같고. 물론 내용은 좀 다르지만.

 

격동의 80년대를 거쳐오면서 겪었던 마음이나 행동들, 그리고 한 사람과의 사랑이 이 시집에 담겨 있다.

 

이미 지난 일들. 80년대... 멀다. 먼데 그런데 그 80년대에 벌어졌던 일들이 버젓이 2010년대에 벌어지고 있으니 참...

 

역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고 반복되고 있음을, 비극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예전에는 가난 속에서도 연대가 있고, 우정이 있고 행복이 있었다면, 이제는 가난은 연대와 우정, 행복을 모두 빼앗아 가고 있음을...

 

그래도 80년대는 미래를 보고, 희망을 지니고 살았던 시대라면 지금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재에도 행복을 느끼기 힘든, 미래의 행복은 기대하기 더 힘든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회 안전망의 해체... 대형사고가 나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이 시집은 80년대 작가 개인의 감수성이 잘 녹아들어 있는 시집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그러한 감수성이 살아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슬픔에 대한 애도... 그것은 잊음이 아니고 기억이고,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해야만 할 일이 있다는 인식을 해야겠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브레히트는 그의 시에서 말했지만... 그리고 슬픔에 빠졌지만, 강자든 약자든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았기에 해야할 일이 있다.

 

그 일을 찾지 못하면 정말 '살아남는 자의 슬픔'이란 늪에 빠져 계속 밑으로 밑으로만 잠겨들 뿐이리라.

 

이제 살아남은 우리들...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겠다. 그것이 진정한 애도가 될테니...

 

시들이 이미 지난 시절의 감성을 담고 있어서 굳이 인용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제목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노래하지 말고,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일' 또는 살아남은 자들이 할 일'을 노래해야겠다.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애도는 뒤로 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슬픔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닌, 슬픔을 변화의 힘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러한 '애도'가 필요한 지금이다.

 

덧글

 

이 작가에 대하여 검색해 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이 자신의 시와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한 경우... 또는 변절이 된 경우. 어떤 경우일지 모르지만... 여하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이제 안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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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존중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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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세우기 치료. 여기에 관심이 많다. 가족 세우기 치료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면 책이 몇 권이 나온다.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으나, 가족 세우기 치료에 대해서 두세 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

 

감탄을 하면서도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동양에서 말하는 영혼, 기와 같은 것이 서양의 학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내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고, 여기에 나오는 것처럼, 내 가족의 문제에 있어서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해서 인정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하여 가족 세우기를 처음으로 실시한 사람, 버트 헬링거의 책이 나와 있음을 보고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그는 가족 세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등등에 대해서 가장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 책은 가족 세우기에 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 헬링거와 이야기하면서 또 가족 세우기 치료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더욱 가족 세우기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대와 같이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이제는 대가족을 찾기 힘든 시대에서도 가족 세우기 는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세우기가 꼭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으니, 가족 세우기에서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가족 세우기에서 정말로 중요한 공간은 바로 가족이라는 영혼의 공간이다. 그 영혼의 장에 자신들 가족을 제대로 위치시킨다면 어느 정도 가족 세우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영혼의 장... 보이지 않는 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는.

 

마치 우리가 운명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에서 그는 운명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운명은 물의 흐름과 같아서 우리가 막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단지 바라보고, 그 흐름에 우리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운명의 흐름 속에서 가족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가족 구성원 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당대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후대를 통하여 반드시 나타난다고 하니, 과학적으로 하면 '후생유전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혼의 장에서는 그 흐름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영혼의 장이 존재하고, 그 영혼의 장에서 가족은 구성원들끼리 몇 세대에 걸쳐 강한 관계로 맺어져 있기에 그런 관계의 끈을 부정한다고 해서 끈이 없다고 부정한다고 해서 벗어나지는 못한다고 한다.

 

벗어나지 못함. 운명이라는 끈으로 엮여있는 가족은 그래서 그 관계를, 그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한다. 하여 이 책의 제목이 "존재의 존중"이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아무리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이라도, 특히 근친상간이나 강간과 같이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죄와 존재의 인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해서, 그 죄를 용서해서는 안되지만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준다면 그 곳에서 치유는 시작된다고 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론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자신의 가족치료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가족 세우기는 병을 완치시키는 기술이 아니라고 한다. 가족 세우기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바라봄을 통하여 자신에게 얽혀 있는 관계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며, 가족 세우기를 통하여 자신의 영혼이 더욱 힘있게 변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니 가족 세우기 치료에서 가족 세우기를, 즉 가족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고 제 자리를 잡아주기만 한다면 우선 우리의 영혼은 짐을 벗어던지고, 더 강해진 영혼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가족끼리도  좀더 마음 편한 상태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가족이 이렇게 제대로 가족 세우기를 한다면 사회문제는 자연스레 방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동양에서 말하는 제 직분에 충실한 삶. 제 존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하고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서도 자신이 자리잡아야 할 정당한 위치가 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으로, 보수적으로 들릴 수가 있는데, 사실 진보든, 보수든, 그에 걸맞은 자리는 있고, 그에 합당한 역할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자신의 자리는 곧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떠나 정당한 자기 자리라는 생각, 정당한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굳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면 우리의 영혼 역시 특별한 존재이기에, 그러한 영혼이 어떤 관계맺음을 하고 있는지, 영혼의 장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우리들의 자리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혹 잘못 자리 지워지지는 않았는지, 배제된 사람은 없는지 생각을 하다보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또 가족이 비록 한 공간에서 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말한다. 좋음의 기준에 대해서.

 

좋음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거나 고통을 완화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자제할 때 즉,  다른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더 좋아지는 것을 봅니다. 좋은 행위뿐만 아니라 좋은 행위를 하지 않음도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239쪽.

 

가치 판단을 보류하고 우선 존재에 대한 인정 그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존재에 대해서 무시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연습. 그것이 가족 세우기 치료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세우기가 제대로 된 다음에 사회로 확장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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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 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김고연주 지음 / 이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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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원조교제'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용돈을 벌고, 어른들은 어린이의 성을 사는 그런 관계, 일본에서 유행하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에 들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원조교제란 말은 쏙 들어갔는데, 이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사라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조직화되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십대들의 성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이 제정이 되어 십대들이 성을 보호하려는 법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이 법은 공허한 글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처벌받는 어른들이 별로 없거니와(거의 70%가 넘는 청소년성매매구매자 어른들이 겨우 벌금형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더 심한 경우는 달랑 하루의 교육으로 처벌을 끝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십대들이 성매매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이 책은 석사와 박사 논문을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주제로 쓴 김고연주가 그들과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사실 밖으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소문으로는 잘 알려진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책을 내기는 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모르던 사람에게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할 수도 있고, 또 청소년 성매매가 이렇게 광범위하고 또 이렇게 심각했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성매매로 인해 정작 상처받는 사람은 청소년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도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접 성매매 활동을 했던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이런 청소녀들이 자신들의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성매매에 빠져든다는 단선적인 해석은 거부한다. 청소녀들이 성매매에 빠져드는 원인을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없다고 한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합쳐서 청소녀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거리로 나와서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또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성매매로 빠지게 된다고 한다.

 

하여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을 그들의 자발적인 일탈행위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들이 거리로 나왔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을 여러 조건들이 있다면 굳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즉 불우한 환경만이 이들을 성매매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청소년들이 일할 수 없는 사회환경, 그리고 거리의 청소년들을 이탈자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 등이 이들을 성매매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일탈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일탈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 하고 있다. 그냥 개인의 의지박약이라든지, 가정환경으로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로 이런 문제를 취급해서는 안되면, 또한 모든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가정이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사회가 막아줄 수 있어야 하며, 개인의 의지가 약하다면 관계를 통해서 행동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인간들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무이고,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그것을 소홀히 한 상태에서 개인에게, 가정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는 민주주의국가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에는 그런 점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 역시 자신들의 처지에서 벗어나 남들과 비슷한 생활, 즉 일탈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을 통하여 또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청소녀들의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청소년성매매 구매자인 어른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 정비가 동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십대 포주까지 등장하면서 이들은 이제 용어를 '번개'니 '조건'이니 라는 말을 쓰면서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몸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많이 조직화된 모습도 보인다고 하는데...

 

거리로 나온 아이들... 어떤 아이들은 거리가 학교라고 거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배웠다고 언론에서 띄우기도 하는데... 이 아이들,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아이들 대부분은 언론에서 자랑스레 이야기한 거리를 학교라고 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삶을 거리를 통해서 온몸으로 겪어온 아이들이다.

 

너무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우친 아이들이다. 이들은 잘못된 길을(법적으로) 갔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이 자신의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어른과 사회가 할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이 만약 아무 대책없이 거리로 나왔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우리들이 해야 한다.

 

적어도 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아야 진정 '거리'가 '성매매'로만 빠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터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해서 고민해 보라고 청소녀들의 성매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들이 잘 살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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