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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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라는 글이 책 표지에 작게 적혀 있다.

 

'집'이라고 했지만 '집'으로 대표되는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지은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집과 건축의 사회적인 측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7쪽)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건축 역시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떠난 건축은 있을 수가 없고, 사회와 사람을 더 잘 알도록 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건축은 단순한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집 안과 집 밖

 

집 안은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을 경우 자연스레 이런 공동주택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로마시대와 산업혁명 시기,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기를 들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파트라는 현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한 다음에 왜 우리 한옥이 사라지게 되었을까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역시 시대적인 변화와 한옥의 쇠퇴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가 밀집하면서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를 구하기도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건설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여기에 일제시대로 넘어가면서 양옥이 우리 사회에 침입했다는 것. 그런데 양옥은 식민지의 유산일 뿐이라는 것을 영국이나 프랑스가 식민지 시대에 어떤 형식으로 집을 지었는지를 설명하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집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에 우리가 살아야 할 집에 대해서, 어째서 이렇게 집을 얻기가 힘들어졌는지, 역사시대에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착민의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거의 유목민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경제라는 얘긴데, 경제에 따라서 이동이 결정되고, 이러한 이동의 양상에 따라서 주거문화가 달라지니, 지금 엄청나게 오른 집값으로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이 때 효과적인 주택정책, 또는 주거정책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단지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최근 임대주택과 아닌 주택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인 집 밖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말고 다른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종교적인 건축물, 왜 절은 동향이고, 성당은 서향이며, 궁궐은 남향인지에 대해서 종교적인 역할이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빛의 처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신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여기에 감시라는 문제를 들어서 건축의 구조를 이야기하고, 또 감시의 대표격 건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물론 이 때 감시는 통제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감옥, 병원, 학교. 이 세 쌍동이는 모두 벤담이 말한 '판옵티콘'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음은 보여주기, 즉 과시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건축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슨무슨 '엑스포'이고, 백화점이며, 모델하우스다. 이것에 대해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미 우리 자신도 이들의 전시에 포로가 되어 있지 않은가.

 

마지막인 역사적으로 남은 건축물들인데... 무엇이 역사 속에서 남아 우리 후손들의 감탄을 자아낼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다.

 

건축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고, 또 현대처럼 세분화된 전문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대에서는 건축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더 많다.

 

자신이 살고 있고, 또 자신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축임에도 나 몰라라 하고, 남에게만 맡겨놓고 있는 상태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

 

적어도 12년의 교육을 거의 모든 사람이 받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고 알게 하는 교육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과목은 세분화되었는데, 정작 나와 관련있는, 내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교육이 되고 있는지...

 

12년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의미도 모르고, 또 자신의 손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무엇하나 제 손으로 만들지도 못하는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되는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참고서적만으로라도 이런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니 말이다.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보라고... 주변에 보이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지금 청소년이 있는 바로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 책이니, 적어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수학, 영어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런 책을 읽을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건축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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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나들이.

 

시집 코너에서 예전에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을 시집들을 살펴본다.

 

때로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때로는 시인이 좋아서, 때로는 한 번 도전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시집을 골라든다.

 

박해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표지를 들추어 보니 연배가 꽤 있다.

 

이 시집 역시 오래 전에 나왔고. 1996년 판이다.

 

시집 뒤의 발문을 보니 정호승이 글을 썼다. 둘이 대학 동창이라고 해야 할 듯. 비록 박해석 시인은 졸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등단한 것은 40이 넘어서라고 한다.

 

그러니 그의 시들은 그 안에서 곰삭을 대로 곰삭아서, 그것들이 언어가 되어 나왔을 터.

 

제목이 "견딜 수 없는 날들"이고, 시인이 바라본 우리 현실이 주요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 결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어렵지 않은 내용들로 시집이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도 있고(투신),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시(별 하나가 내려다 본다)도 있다.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견뎌야 한다. 견뎌야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견딤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함께 해야 견딜 수 있다.

 

사람을 이 세상 어려움으로부터도 견디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견딜 수 있는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

 

시인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견딜 수 있다. 참으로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어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이겨내게 할테니... 시인의 시 한 편.

 

                          기쁜 마음으로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철철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박해석, 견딜 수 없는 날들, 창작과비평사. 1996년. 30쪽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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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을 말하다
천승세 외 34인 지음 / 답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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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는 사람이 더 유명한 시인.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라고들 하는데, 순진무구한 행동과 갖은 기행으로 더 유명해진 사람이다.

 

'귀천'이란 시와 '귀천'이란 찻집으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고.

 

이 책은 그의 13주기에 맞춰 천상병을 알던 사람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사실 그의 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말년에 쓴 시들은 어린 아이의 시라고 할 수 있고, 초기 시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귀천'이나 '새', 그리고 '주막에서'는 유명한 작품이긴 하지만, 시인으로서 그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천상병으로서는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들에게 막걸리 값을 달라고 한 것이라든지, 행려병자가 되어 살아 있음에도 유고시집이 나왔다던지, 술 마시고 벌인 그의 수많은 행동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가 그렇게 기행을 일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행은 기행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지닌 품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이 책에서 글을 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가 작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에서부터 솟아나오는 행동이라는 것, 그래서 그의 행동을 미워할 수 없다는 것.

 

이런 그의 행동들에 대해서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천상병이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그의 시도 몇 편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어쩌면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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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공기처럼


창밖을 보니 하얗다.

투명해야 하는데

웬 흰 색깔?

연무다, 오리무중이다!

이런 날이 부쩍 많아졌다.


눈에 보이는 공기는

건강에 치명적인데,

존재를 꼭 드러내려는

정치인이 있다.

정치를 투명한 공기가 아닌,

희부연 공기로 만드는 정치인.


가장 높은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그가 있는 것만 겨우 알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가까이 여겨 받들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두려워하고, 그 다음가는 지도자는 경멸한다. 그러므로 성실함이 모자라면 아랫사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삼가 조심하여 말의 값을 높이고 공을 이루어 마치되 백성이 모두 말하기를 저절로 그리 되었다고 한다.

(노자, 도덕경 중 17. 장일순 풀이)


공기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는 정치 속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숨을 쉬듯이,

정치를 살아야 한다.


곧 사라질 연무를 보며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

정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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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기억
미셸 라공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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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들은 역사의 휴지통에 들어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알프레드 바르텔르미가 트로츠키의 말을 빌려 쓰는 말이다. 패자들은 역사의 휴지통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말. 이 말은 결국 역사란 승자들의 기억이라는 말이고, 패자들의 기억은 사라져 버린다는 말이다.

 

이 말을 쓴 트로츠키 자신도 역사의 휴지통 속으로 들어갔지만, 정작 그보다도 먼저 역사의 휴지통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아나키스트들이었을 것이다.

 

하여 이 소설은 이러한 아나키스트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세계 역사에서 가장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를 중심으로 다룬. 알프레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아는 인물이 많이 나오는.

 

그러나 결국 역사의 휴지통으로 사라져 버린 또는 버릴 뻔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패자들에 대한 기억을 김성동이 되살려 내고 있다. 그가 쓴 "현대사 아리랑"이라든지, "염불처럼 서러워서"를 보면 패자들을 역사의 휴지통에서 꺼내어 복원시키려 애쓰는 그의 노력이 잘 드러난다.

 

이 소설의 제목이 "패자의 기억"인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승자로만 점철된 역사에서 그 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를 복원시켜 내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것. 또 역사는 승자와 패자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헌책방과 휴지통

 

공통점을 찾자. 이 소설은 이 두 단어에서 시작한다. 시작이 바로 헌책방에서의 만남이고, 헌책방에서의 만남은 트로츠키가 했다는 말인 역사의 휴지통과 연결이 된다.

 

헌책방이 어떤 곳인가? 한 때 누군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책들이 이제는 소용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버려진 곳 아니던가. 여기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먼지만 뒤집어 쓴 채 세월을 보내다 결국 완전히 잊혀지고 폐기처분 되는 곳.

 

그곳이 바로 헌책방 아니던가.

 

그러나 이러한 헌책방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난 책들은 자신의 기록을 기억으로 남기게 된다. 이들은 다시 세상에 나와 활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쓸모를 찾게 된다.

 

역사의 휴지통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휴지통이라는 말이 잘 다가오지 않는다면 컴퓨터의 휴지통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휴지통으로 버린 파일들. 그 파일들이 어느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복원시키는 기능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헌책방으로 부터, 세월이 흘러흘러 결국 헌책방 주인이 된 알프레드를 젊은 내가 만나는 것으로부터, 그리고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의 전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의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쓰는 과정과 그의 삶에 내용이 이 책에 드러나는 것이다.

 

헌책방에서 옛 아나키스트를 만나고, 그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의 사상이 버려진 것이 아니라 복원되어야 함을, 따라서 그의 첫책을 그가 다시 펴내려고 하는 것과 그들의 사상이 다시 세상에 나와야 함을 헌책방과 휴지통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와 역사소설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고 해야 하니, 역사와는 다르다. 그러니 이 소설에 나온 내용이 다 사실이야 하면 안된다. 특정한 인물들이 역사적인 인물이고, 큰틀에서 그 인물들이 겪었던 일들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허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역사소설을 읽다가 역사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소설은 우리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키워주고, 또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것이 역사소설의 매력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읽을 필요가 있다.

 

아나키즘에 대하여

 

이 소설은 한때는 주도적인 사회사상이었으나 마르크시즘과 다른 사상들에 밀려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던 아나키즘에 대해서 알려준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역사의 휴지통에서 아나키즘이 복원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아직은 지식인들의- 이 소설에서 그렇게 경계해 마지 않는 - 사상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아나키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니... 아나키즘에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나키즘이 어떤 사상이고, 어떻게 활동했으며 그들의 주요사상은 무엇이고, 주요 사상가는 무엇인지 이 책은 역사소설의 형식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역사소설이기에 그것도 프랑스 사람을 주요 인물로 삼고 있기에 크로포트킨이나 바쿠닌, 생시몽, 푸리에 등의 사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에 대해서도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알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을 통하여 역사의 휴지통과 헌책방은 연결이 되고, 우리에게는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생각되었던 과거들을 끄집어내 상기시켜 주고, 그 과거가 지금의 우리와 연결되고 있음을, 지금에도 유용함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

 

이 소설 분량이 참으로 방대하다. 무려 700쪽이 넘는다. 그것도 한 권으로 펴냈으니, 우선 분량에 망설여진다.

 

두 권으로 분책을 했더라면 좀더 좋았으려나. 하지만 조금이라도 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특히 사회주의 운동사나 아나키즘 운동사, 또는 에스페란토어 운동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 결코 길지 않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한 노동자 출신의 아나키스트가 서구 사회에서 겪게 되는 격동의 30년 정도가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나키스트들이 어떻게 탄압을 받고 사라져갔는지를 러시아 혁명에서, 또 스페인 내전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서술을 통해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문학의 힘이 바로 우리 삶을 이끄는 힘이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 도대체 정치는 무엇인지, 국가는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읽었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라는 만화가 마음을 울렸는데, 그와도 연결이 되고, 또 "어느 무정부주의작의 죽음'이라는 책과도 연결이 된다.

 

이 두 책은 모두 스페인 내전에서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에 대해서 쓴 글이기에 이 책의 중후반부와 연결이 된다. 특히 '두루티'라는 인물은 공통적으로 등장을 하니 이 책들을 먼저 본 사람은 이 소설이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양차 세계대전에 대한 아나키스트들의 입장, 국가에 대한 아나키스트들의 입장, 정치활동에 대한 입장 등 어쩌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그러나 너무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아나키즘 논쟁과도 연결이 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정치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다시 부상하고 있는 아나키즘 운동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프레드 바르텔르미'

 

이 책의 주인공인 아나키스트. 그가 겪은 현대사의 격랑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는 비록 패자에 속하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휴지통에서 다시 복원되어 우리들 기억에 남는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간혹 이런 소설들을 통해서, 또 다른 기록들을 통해서 역사에 복원되어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가 바로 우리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많은 경우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 역사소설이므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세초 세계 역사의 격동기에, 또 서양역사에서는 백가쟁명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그 사상 난무의 시대를 온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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