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독해 매뉴얼 - 스스로 시를 읽어내는 독해력 강화 노하우
김배균 지음 / 작은사람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시는 예로부터 우리와 함께 했다.

 

예전 사람들도 시서화(詩書畵)라고 하여 시와 글(글씨)과 그림을 잘하는 사람을 선비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는 우리와 함께 있었고, 또 마음이 우울할 때나 기쁠 때나 시를 읊조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시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시가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학교 시험에 시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마음으로 음미하고 입으로 음미해야 하는 시를 찢고 자르고 해부하여 정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하면서부터 시는 우리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마음으로 읽으면 되는 시를 답을 찾아내라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시란 어느 하나로 해석이 되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또 읽는 시간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고, 다르게 해석이 될 수밖에 없는데...

 

무엇이 정답이다 하고 찾으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도 헷갈리고 문학적 감수성이 둔한 사람은 더욱 헷갈리는 것이 바로 시에 대한 시험이었다.

 

오죽하면 그 시를 쓴 시인들도 자신의 시가 문제로 나오면 틀리기 일쑤라고 하겠는가.

 

그런데도 시는 배워야 한다. 언어의 사용법을 익히는데 시만큼 좋은 재료도 없고, 시만큼 마음을 울리는 문학 갈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을 울린다는 점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현실적인 시험을 생각하자. 시를 벗어날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하면 시험에서 시를 잘 이해해서 점수를 잘 맞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수험생들은.

 

그러니 일반적으로 문과 성향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시를 쉽게 이해하고 시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반면에 보통 이과 성향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시만 나오면 고개를 젓고는 한다. 도대체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과 성향의 아이들(이건 보통의 경우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요즘은 문과 이과 성향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으려 않다)에게 시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문과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시를 정서와 행위와 시공간으로 나누어 그것을 파악함으로써 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좋은 점은 시에 나온 언어로 시를 파악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시에 나온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게 하지 않고, 시에 나온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그 예를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의 구호는 이렇다.

 

뜯어 모아 엮어라!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라!

 

시를 읽다보면 시에서 말하는 사람과 말해지는 대상, 그리고 기본적인 감정과 행동이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감정과 행동은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하니, 이것들이 바로 시를 이루는 구성요소다.

 

여기에 세세한 표현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정서, 행위, 시공간을 가지고 시를 뜯어 모아 엮어서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언뜻 보면 시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우선은 시의 내용을 이해해야 즐기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시 감상으로 가는 첫걸음이자, 시에서 점수를 잘 받는 첫걸음을 떼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시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던 학생들,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새들보다도 오래 난다

                                                       - 비행기 안에서

 

  언제부턴가 우린 새들보다 오래 날게 되었다.

 

  한번도땅에발을디디지않고하늘을나는새가있을까열시간내내하늘에 떠 있으면서앞으로만앞으로만나아가는새가있을까날기위해버리는새가있을까

 

  하늘에 떠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이 버려야 하는지, 지구 역사의 증인 석유부터 먹고 남긴 그릇들, 음식물들, 배설물까지 날기 위해 지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새들보다 오~, ~, 빨리 가는 사람들이 지구를 멸망으로 더 빨리, 더 가까이 이끌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날지

  않아야

  할

  우리가

  새들보다

  오래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권은 불편하다. 자기 멋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권은 '나'가 아니라 '남'에서 출반한다. 즉 나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인권은 참으로 불편하다. 인권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도 불편하다.

 

반대도 있다. 인권은 '나'를 중심에 놓기도 한다. 즉, '나'와 남이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남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인권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도 불편하다. 남의 권리와 나의 권리를 비교해야 하고,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의식이 부쩍 높아진 요즘이다. 그래서 인권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왔고, 인권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인권 교육도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인권센터도 생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해결되지 않은 인권 문제가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성소수자에 관한 인권에 대해서는 참으로 완고하다.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인권 관련 사업에서도 성소수자 문제로 인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성소수자와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사형제도, 그리고 피의자의 신상공개 등등은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다.

 

여기서 논쟁이 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을 보면 이는 논쟁이 아니라 그냥 감정에 치우친 주장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논리를 앞세우는 논쟁에서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즉, 제대로 된 전제, 근거를 들지 않고 곧장 주장으로 갔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오류라는 것이다.

 

논리적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여러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할 뿐이다.

 

이 책은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의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해서 의뢰한 책이기 때문이다.

 

김두식의 책이 영화를 중심으로 인권을 풀어갔다면, 이 책은 논리를 중심으로 인권을 풀어갔다고 하면 된다.

 

따라서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지만 자연스레 논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즉 인권을 감정 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문명화된 사회라면 감정에 치우친 논쟁이 아닌 논리를 내세운 논쟁을 해야하고, 논리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비폭력적인 방법이기에 우리는 논리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그런 논리를 인권과 연관시켜 책을 풀어가고 있기에 이 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더불어 논리력도 향상시키고.

 

많은 논리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자칫 빠지기 쉬운 논리의 함정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논증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감정에의 호소 논증, 놀리 일탈의 오류, 논점 회피의 오류, 대중에의 호소 논증, 무지에의 호소 오류,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오류),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자연주의의 오류, 정통에의 호소 논증,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한통속으로 몰아가기의 오류 등등

 

이런 논증 방식들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권 문제들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인권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사생활 침해, 사상, 표현의 자유, 학생 인권, 양심적 병역 거부, 여성차별, 동성애, 지역,인종 차별, 학력 차별, 장애인 차별, 피의자 인권, 사형제, 동물권

 

아직도 논쟁 중이기도 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 이 중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갈등 중인 문제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사상의 자유(국가보안법이 떡 버티고 있다), 동성애(성소수자) 문제, 사형제,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논쟁 중이라기 보다는 갈등 중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힘있는 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인권 침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

 

결국 인권은 불편하지 않으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무언가가 불편해야 하는데, 이는 남을 중심에 놓고 보아야 한다. 나와 남을 동등한 시선으로 볼 때 인권 의식이 싹튼다. 특히 강자에 속하는 사람들, 집단들은 자신들이 아니, 약자에 속한 사람들, 집단의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불편함을 인식해야만 인권이 실현될 수 있다. 지금 내가 불편하지 않다고, 내게는 지금이 더 편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단 한 사람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일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면 따져봐가 아니라 내 불편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편함도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것이 바로 인권의 출발점일테니...

 

덧글

 

이 책의 106쪽 '애매어의 오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타고 다니는 '말'과 입으로 하는 '말'은 내용상 서로 관련이 없고 우연히 소리가 같을 뿐이므로 동음이의어이지만, '다리'의 경우는 사람의 다리에서 강에 있는 다리로 확장되었으므로 다의어입니다.'

 

아니다. '말'이 동음이의어인 것은 맞는 말이고, 이 책에 나온 '다리'는 다의어가 아니라 동음이의어이다. '다리'가 다의어가 되려면 사람의 다리와 책상이나 의자의 다리를 예로 들어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사람의 다리와 강의 다리는 동음이의어이고, 사람의 다리와 책상, 의자 다리는 다의어이다. 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 적어도 이 책이 논리를 가르치는 책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용어는 정확하게 써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이 재미 있지 않은가.

 

'일광욕하는 가구'라니. 가구가 어떻게 일광욕을 하지? 가구는 햇빛을 쬐는 순간 수명이 단축되지 않나? 꼭 그렇지는 않나?

 

하지만 햇빛을 직접 받는 가구가 좋을 리는 없다. 그러니 가구가 일광욕을 한다는 얘기는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인간 생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와 인간 생활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대별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시인은 자연에게서는 한 없는 경외심과 편안함을 지니고 자연을 바라본다. (대숲에서, 순장자처럼, 흐르는 물 : 이 시들에서 자연은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 생활에 대해서는 고쳐야 할 것으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이 독성 이 아귀다툼, 바보 고기, 노부부: 이 시들에서는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우리는 어떤가? 우리 인간의 삶이 어차피 자연과 공존해야 하지만 인간의 삶 자체는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무한한 것으로 여겨졌던 자연이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자연을 파괴하지만 그 자연이 회복가능할 정도로만 파괴해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는데...

 

시인의 이 시집에서 제목이 된 시는 두 가지를 모두 바라보고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왜 가구들이 일광욕을 하겠는가? 홍수라든지, 폭우라든지 하여 집 안에 물이 들어와 가구가 젖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젖은 가구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려고 하는 모습. 여기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태풍이든, 홍수든, 폭우든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횡포(이를 횡포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를 받아들이며, 그를 다시 자연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이 '일광욕하는 가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 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

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

삐걱거리며 엎드린다

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

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

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

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룩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섭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

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

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

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최영철, 일광욕하는 가구, 문학과지성사. 2000년. 41쪽.

 

이 가구들을 자연으로 보지 않고, 우리네 삶으로 보아도 좋다. 우리들 알게 모르게 늙어간 우리들도 한 번 햇볕 쬘 날이 있을테고, 이렇게 버티던 삶들도 쨍쨍해질 때가 있을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리커버) - 정치인류학 논고
피에르 클라스트르 지음, 홍성흡 옮김 / 이학사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사실 아나키즘과 관련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산 책이고. 이 책은 정치인류학 논고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듯이,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를 사람들은 흔히 원시사회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가를 형성하지 않았기에, 원시사회라는 말은 진보가 되지 않은, 무언가 부족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디언 사회를 원시사회라고 하는 것과 뒤쳐진 사회라고 하는 것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원시사회를 뒤쳐진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직선적 사고 방식에 빠져 있기 때문이고, 이런 직선적 사고방식은 서구의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역사가 이렇듯이 단계적으로 직선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면 1900년대까지 국가 없는 사회가 어떻게 남아 있겠는가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즉 우리는 편의상 원시사회라고 하지만, 이는 인류가 구성한 최초의 또는 바람직한 사회 형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게 보면 원시사회라는 말은 곧 아나키 사회라는 말과 통하고, 박홍규가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서 아나키 사회를 보고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라는 책을 썼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 훨씬 전에 나온 남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의 아나키 민주주의를 알려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쓴 글이 아니라,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글을 모은 책이긴 하지만, 내용은 매 마지막 장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로 수렴된다.

 

그래서 각 글들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결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아나키적인 생활 아니겠는가. 나는 나대로 살지만 우리로서 살아간다는.

 

인디언 사회에서도 물론 부족이 존재하고, 부족은 부족들끼리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도 추장을 선정한다. 그러나 그 추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추장의 특징을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아니 하나를 더해 네 가지로 정리해 놓고 있다.

 

1) 추장은 "평화의 중재자"이다. 그는 집단의 조정자로서 그것은 때때로 평화로울 때 와 전쟁할 때의 권력의 분화로 나타난다.

 

2) 추장은 자기의 재화에 대해 집착해서는 안 된다. "피통치자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3) 말을 잘하는 자만이 추장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39쪽)

 

4) 사회-정치적 단위의 형태와 인구 규모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회가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나, 또한 이들 사회의 대부분이 그것을 추장의 배타적 특권으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43쪽)

 

이것은 바로 교환이라는 것이다. 추장에게는 자신의 이러한 역할에 따른 교환으로 여자들이 따라오는 것이고, 이 교환에 실패한 추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니 그가 권력을 강화해서 자신의 지배권을 돈독하게 한다는 얘기는 성립할 수가 없다고 한다.

 

여기서 말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말하는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다. 또는 권력의 실천은 말하기의 지배를 확실하게 하는 것, 즉 주인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0쪽)

 

라고 하는데, 인디언 사회에서 말하기는 추장의 의무라고 한다. '추장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193쪽).라고 한다.  추장의 말하기는 '의례화된 행위'(193쪽)에 불과하여 그는 '거의 매일 지도자는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 자기 집단에게 말을 걸어야'(193쪽)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기가 하던 일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 말은 사회를 유지 결속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단지 추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말과 엄청나게 다르다. 우리는 조금 높다 싶은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은 곧 성문화된 법의 위력을 지니고 사회에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인디언 사회에서 이런 말의 권력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러한 인디언 사회는 '고대적 사회, 각인의 사회는 국가 없는 사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이다. 모든 신체에 똑같이 새겨진 각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즉 너희들은 권력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고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다.'(232-233쪽)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사회는 지배자가 없는 사회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장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들은 국가를 만들지 않았는가? 그것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잉여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지 않았는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지도자에게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는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잘 살 수 있었다고 해야 한다.

 

이제야 겨우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한 나라, 선진국이라고 하는 데는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인디언 사회에서는 정말로 많이 일해야 4시간 노동이었다고 하니...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최적화된 노동만을 했을 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노동을 인디언 사회보다 두 배 이상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삶에 허덕대며 노동의 늪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며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이 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인디언 사회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 노동의 늪에서, 권력의 늪에서 벗어나라고 우리가 잡고 나올 막대기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 40년 전에...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그 막대기를 필요없다고, 이 곳이 바로 우리가 살 곳이라고, 이 곳 아니면 우리는 살 수가 없다고, 권력을 스스로 인정하고, 불필요한 노동을 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최근에 아나키즘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이유도 우리가 더이상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는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지 않겠는가.

 

아나키즘은 우리에게 막대기를 다시 던져주고 있다. 잡고 나오라고.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그것은 바로 우리 의지 문제라고.

 

내용들이 전문적인 것도 있지만... 맨 마지막 장을 읽으면 다 잘 정리가 된다. 아니, 마지막 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 권력과 노동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그래도 '교환과 권력:인디언 추장제의 역할', '활과 바구니', '말하기의 의무', '원시사회에서의 고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이렇게 다섯 장은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이 늪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