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하얀,

하늘을 향해

부끄럽지 않은 몸을 주다.

 

공기,

새하얀 공기에

온몸이 잦아들다.

 

이제

강렬한 몸짓으로

땅을 향해 내려오다.

 

처절한 몸짓으로,

처연한 마음을 향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랜 만에 헌책방에 들렀다.

 

 마치 황지우의 시 제목인 '너를 기다리는 동안'처럼,  많은 시집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으로 서가를 훑어가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시집이다.

 

다른 시집보다 크기가 조금 더 커서 그런지 몰라도, 황지우의 시집이 눈에 들어오고,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시집의 제목인 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황지우의 시집이 집에는 두 권밖에 없고, 그의 시가 지닌 독창성을 좋아기기 때문이다.

 

시집을 읽으며 8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모습이 시집 곳곳에 서려 있었는데...

 

80년대에서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80년대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극복했다고 하는 그 80년대가 지금 20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 시대에도 나타나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니...

 

아직도 우리는 '봄-나무'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우리는 '겨울-나무'에 속해 있다. 봄이 오고 있음에도.

 

민주화의 봄을 겪고, 민주화 대투쟁을 겪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들어갔다고 하면서도 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절차가 아니라 내용임을, 형식을 내용이 결정하게 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데...

 

과거에 매달려서는 안되지만, 과거를 잊어서도 안된다. 과거는 기억 속에 담아두고, 현재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과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지나쳐 온 그 발자취들을.

 

참으로 독특하다. 신문의 구절을 그대로 옮겨온 시도 있고, 생각나는 대로 표현한 시도 있고, 우리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담은 시도 있고...

 

이제 황지우의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이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작지만 온몸으로 삶을 밀고 나간 지렁이 이야기, 이것이 과연 지렁이 이야기만이겠는가. 이 지렁이에 대한 시는 바로 우리들에 대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

 

   삶

 

비 온 뒤

도랑 가 고운 니토(泥土) 우에

지렁이 한 마리 지난ㄷ간 자취,

5호 당필(唐筆) 같다

일생일대의 일획,

획이 끝난 자리에

지렁이는 없다

 

나무관세음보살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민음사, 1998년 개정판 5쇄. 1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위치 -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칩 히스 &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화를 싫어하고 있는 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보수, 지금 있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진보라고 하는데, 사실 진보는 어느 순간 다시 보수가 되고, 또 다른 진보가 나타나게 된다.

 

변화는 인간의 삶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부정되기도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음은 곧 멸망이요, 죽음이니, 고인 물이 썩는다는 이치와 같다. 어떻게 변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적어도 인간 자신이 나이를 먹어가지 않는가. 나는 변하지 않았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이미 말하기 전의 자신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 인간은 변화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 자신이 변하기도 하고, 사회가 변하기도 하고, 자연이 변하기도 하고...

 

곧 변화는 삶이다. 그렇다면 변화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미 우리는 변화 속에서 살고 있으니, 변화에 바람직한 또는 올바른 이라는 방향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하기 위한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그 '스위치'를 쉽고 효과적으로 누를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읽기에도 편하고, 자신의 삶에 응용할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선 인간 행동의 변화를 코끼리를 타고 가는 사람에 비유하고 있다. 코끼리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코끼리를 타고 있는 사람, 즉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두루뭉수리한 목적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예외가 없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흑백이라고 하는데, 이것 아니면 저것이어야 한다.

 

중간에 고민할 거리가 있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자제력은 소모성 자원'(27쪽)이고, '제안하는 변화가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자제력을 더욱 소모하게 되기'(29쪽) 때문이다. 하여 명확한 방향제시는 이러한 자제력의 소모를 방지하게 된다.

 

두 번째는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는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해도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는 그래야지 하면서도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럴 때 마음을 흔들면 거의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이성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동기를 부여하는 것, 이것은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요소들을 도입하는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좋을 때가 있듯이 그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도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방향도 정해졌고, 동기도 부여받았는데, 지도가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 때 지도는 바로 환경이다. 환경을 변화를 따르게끔 만들어야 한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환경의 중요성이야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일이 되지 않을 때 환경에 눈을 돌리기 보다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이 더 많다.

 

그게 아니라는 거다.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그 사람이 변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라는 거다. 적어도 환경이 만들어져야 더 쉽게 사람들이 행동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렇게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는 한 걸음부터 시작하라고, 대신 꾸준히 하라고, 그래서 습관이 되게 하라고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행동변화는 성공적인 사례들을 자꾸 경험하게 함으로써 더 잘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중간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가 끝이 아니고, 더 나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라는 인식을 하게 하고, 꾸준히 계속 하게 한다면, 또 혼자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변화는 성공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행동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전문적인 용어로 난해하게 쓰여지지 않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한 번쯤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적절한 예들을 들어 행동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좋다.

 

무언가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막막해 하는 사람, 이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도록 하자. 그러면 이미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혹 교사들, 또는 정치인들,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 이 책은 행동이 변할 수 있는 '스위치'를 누르게 하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며칠 동안 날이 너무도 따뜻했다.

 

땅 속에서, 또는 나무들 속에서 나올 때만 기다리고 있던 새 생명들이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놀라 후다닥 나오고 있는 중.

 

세상이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이 봄.

 

우리 마음은 아직도 흑백이다. 빛이 바래 있다. 이런 마음에 빛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서로가 제 잘났다고 주장만 하고 싸움만 하고, 빛을 찾아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쓰러진 자의 꿈"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어떤 꿈을 주어야 하는지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모든 것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 "쓰러진 자의 꿈"은 이렇게 우리들 세상도 봄을 맞이하는 것 아닐까?

 

기분이 더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이 봄이 그냥 즐거운 봄으로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쓰러진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러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 사람들 역시 곧 쓰러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경림이 시집을 읽다. 제목이 "쓰러진 자의 꿈"이다. 낮은 곳에서 살거나 쓰러진 존재들에 대한 시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시인은 똑바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시집의 끝 '시집 뒤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시는 궁극적으로 자기탐구요 시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많이 하지만, 쓰러지는 자들, 짓밟히는 것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고 흩어지는 것들, 깨어지는 것들을 다독거리는 일, 이 또한 내 시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시를 가지고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생각이다. (105쪽)

 

그래, 이렇게 쓰러진 존재들을 어루만져 주는 시인이 있어, 쓰러진 존재들로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서려고 하는 존재를 굳이 쓰러지게 하는 자들이 있다. 시인은 그를 이 시집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전 정

 

내밀기만 하라 나오는 대로 자르리라고

 

고개를 내밀면 목을 치고

팔을 내밀면 손목을 자르고

발이 나오는 다리를 쳐내리라고

 

커다란 가위를 제꺽거리며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게 이 세상에

정원사 어디 너뿐이겠느냐

 

신경림,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6년 7쇄. 49쪽.

 

이런 존재는 되지 말아야지. 적어도 쓰러진 존재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 봄에 그런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기회는 눈 앞에 있다. 그런데 눈 앞에 있을 뿐이다.

 

무언가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머뭇거리기만 한다. 아니 자신이 결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주길 바랄 뿐이다.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따르기만 했기에 책임이 없다. 다 남 책임일 뿐이다. 내가 책임지지 않으니 내가 결정할 일이 없다.

 

결정은 없다. 주어질 뿐이다.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그게 인생이다.

이게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이상하게 독일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편화한 글을 읽고 있는데, 자꾸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왔다.

 

아니,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지금 시대는 같은 나라,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비슷한 나이 대의 사람들이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시대다.

 

우리나라 사람 20대와 50대보다는 우리나라 20대와 독일 20대가 더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통할 수 있다가 아니라 통한다. 세대간의 유사점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 청년들의 자화상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자화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무언가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주어진 길만 가는 세대. 너무도 많은 것이 주어졌고, 너무도 자주 바꾸기에 길게 보고 결정을 할 수 없는 세대. 이미 고갈될 대로 고갈된 희망으로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지금의 행복만을 추구하게 된 세대.

 

그래서 이들은 기존의 문화와는 다른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더욱더 어른들에게 의존하게 되며,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장기적이거나 거시적인 일보다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세대가 된다.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는 하되, 정치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지만 환경이나 다른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는, 자기 몸에 대해서는 끔찍하게도 아끼는 그런 세대가 된다.

 

또한 너무도 많은 자유와 너무도 많은 기회 속에서, 그럼에도 불확실한 미래에의 전망 때문에 20대가 되어서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대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안정이라는 것,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아주 자유롭게 보이지만, 그것은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며, 미래를 계획할 수 없기에 현재의 행복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런 모습이 기성세대에게는 자유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유는 안정을 희구하는 모습이 반대로 드러난 것일 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안정적이기를 바라기에 쉽게 결정을 못하고, 결정을 미루고, 또 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독일 청년들의 모습, 우리나라 청년들의 지금 모습. 너무도 비슷하다. 이건 아마도 다른 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만큼 21세기를 살아가며 22세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지금 청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문제는 나와 있다. 이 책은 문제만을 보여주고 있다.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함께.

 

이것이 이 책에서 지금 젊은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이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