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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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우리가 살기 위해 차리는 밥상이다. 이런 식탁에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어 제목이 되었다.

 

"죽음의 식탁"

 

그 식탁에 앉으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그 식탁은 무엇일까? 바로 농약으로 오염된 작물이 올라오는 식탁...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농약으로 오염된 식탁에 앉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정말로 몰라서 앉게 되거나, 아니면 굶주려 죽을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농약에 오염되어 있음을 알고도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이 죽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정부기관에서 최대허용치를 정해놓고, 그 허용치 범위내에 들어있는 화학요소들은 안전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식품의약안전청'쯤 되는 정부 기관이 이 음식은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먹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가? 또 그 기준에 따르면 과연 안전한가?

 

이 점을 세밀하게 따져서 추적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결론을 말하면 기준은 기업에서 온다와 그 기준을 따라도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이다.

 

그러면 우선 기업은 왜 안전하지 않은 기준을 제시하는가? 그것은 이윤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서 인간의 삶이나 인간의 건강을 목표로 하기를 바라는 것이 우습다.

 

이런 기업에 근거를 제공해주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업에서 막대한 연구자금을 받으며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연구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것보다 더 안 좋은 점은 이 과학자들은 다른 과학자들이 그 기업 제품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면, 반대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든 만들어내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임원들이 정계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정부의 규제기관의 책임자나 수장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작은 제목인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에 대한 답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봉사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이들과 결탁되어 있는 관료들에 의해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결탁이 우리의 식탁을 '죽음의 식탁'으로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일최대허용량이라는 허구다.

 

일일최대허용량은 하루에 그 이하로 섭취했을 경우에는 인체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증거들이 이 책에 많이 나와 있다.

 

사람마다 다른데... 그의 기질이나 건강상태, 신체조건, 또 유지해온 식생활 등등이 모두 다른데, 이들을 일괄로 처리해서 일일최대허용량을 정한다는 것도 우습고, 독성이 과연 어느 정도 양이 차야지만 독으로 작용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고.

 

이 책에서 이를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0+0+0=기형 60%다. 전혀 무해하다고 알려진 화학요소들이 여럿이 결합하면 인체에 해로운 결과가 나올 확률이 60%나 된다는 사실... 이를 확장하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아주 조금씩, 공식기관의 발표대로 일일최대허용치보다 적은 양을 섭취하더라도 인체에는 해로운 확률이 60%이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야말로 죽음의 식탁이 된다. 이런 죽음의 식탁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임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이런 죽음의 식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 농약 사용 금지를 전면화하는 것... 그리고 유기농 제품을 먹어야 하는 것. 각종 화학제품들의 생산을 줄이고, 사용을 하지 않는 것.

 

이렇듯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무서워지는 책이다.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할지, 아니 먹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내가 만지고 호흡하는 것들 중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 몸에 들어와 나를 서서히 죽여가고 있는 것들이 있음을, 그것도 모자라 다음 세대에까지 죽음을 물려주고 있음을 알게 하니 말이다.

 

이렇게 '죽음의 식탁'에 대해 알게 되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고치고, 또 사회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내 건강이므로, 과학자들이 제대로 된 연구를 하고, 자신의 연구결과에 책임을 지는 윤리적 자세를 지니도록 압력을 넣을 수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공적 기관이 규제기관에서는 제대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업이 단지 이윤만이 아닌, 사람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도록 감시의 눈을 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목적이리라. 너무도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대로 가다간 나뿐만이 아니라 내 후손들까지도 고통에 시달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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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도서관 -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북유럽 도서관 여행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엮음 / 우리교육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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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판매된 책의 수익금과 기부금, 그리고 지자체의 예산 도움으로 작은 도서관, 특히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운동을 했었다.

 

이 때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고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으로 추진하였다고 본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굳이 책이라는 한정된 문화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도서관에서는 미술도, 음악도, 기술도, 가정도, 체육도 모두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도서관이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길이다.

 

이런 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앞장 서는 사람들은 사서들이고,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겠다.

 

이 책은 이런 도서관 관련 교사들(사서 표함)이 모여 북유럽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와서 쓴 글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책 중에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는 이제는 미국 중심이 아니라, 유럽 중심의 문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이나 문화가 유럽보다는 미국에 편중되어 있는데, 지금은 유럽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북유럽의 교육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을 쓴 사람들은 교사로서 또 사서로서 북유럽의 도서관과 학교를 둘러보고, 그것을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단지 북유럽 도서관이 훌륭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변용을 해서 우리나라 역시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화가 살아나게 하고, 그 결과 도서관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중심에 있게 하고자 하는 의도로 북유럽 도서관 기행을 한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북유럽 도서관(대체로 네 나라를 둘러 보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을 둘러보고 쓴 이 책에서(물론 이들은 그냥 가서 둘러본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공부를 충분히 하고 갔으며, 가서도 상호 토의를 통해 북유럽 도서관의 의미를 내면화하고 있다)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판매한다는 것. 다 읽은 책이나, 오래 된 책, 너무 인기가 없는 책 등을 싼 가격에 내놓아,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북유럽 도서관 모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그냥 폐기하는 것보다는 벼룩시장을 열어 도서관에서 보관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둘째는 책은 10회 정도 순환이 되면 폐기 처분한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아주 오래 된 책들도 있다. 먼지가 풀풀나는 책들도 있고, 또 어떤 학교 도서관에는 세로로 편집된 책들도 있다.

 

그만큼 책들을 폐기하기도 어려운데, 이는 새로운 책들이 들어와 순환이 빨리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니 북유럽 도서관에서 10회 정도 순환이 되면 폐기해서 종이는 재활용하고, 그 빈 자리에 새로운 책을 구입한다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더 많이 읽히는 책들은 몇십 회 더 순환해도 되지만, 이를 꼭 10회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폐기가 자유로와지고, 그 예산을 도서관 도서 구입에 반영할 수 있다면 새롭고 흥미로운 책들이 도서관에 더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셋째는 대학도서관들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우리나라에서 대학도서관에 일반인들이 들어가려면 얼마나 절차가 복잡한가? 등록해서 출입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그 대학 졸업생이라고 그런데(막대한 돈을 그 대학에 쏟아부었음에도 졸업생들에 대한 대접이 이런데... 참) 일반인들은 대학도서관에 갈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도서관은 특정한 시간 대에만 다닐 수 있는 곳이던지, 특정한 계층만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고 만다.

 

도서관이 삶과 괴리되어 있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학술지들을 찾아보려면 또 하나의 노력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니, 늘상 대학도서관이고 공공도서관이고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유럽 사람들과는 이런 점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하는데, 대학도서관은 상아탑 중에서도 중심에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대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일반인들과 괴리된 대학, 그리고 그 도서관? 오로지 자기 학생들만을 위한 대학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겠는지...

 

북유럽 도서관의 디자인이라든지, 이용실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들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앞의 세 가지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도서관은 책만 있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있는 장소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도서관 담당교사'들이고, 이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도서관이 삶에 더 가차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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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술관을 걷다 - 예술과 자연, 건축이 하나된 라인강 미술관 12곳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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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면 미술관이지, 굳이 자연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 이름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미술관들은 아니지만, 미술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유명한 미술관들이다.

 

그런데도 자연 미술관이라고 한 이유는, 이 미술관들이 단지 미술관련 작품들을 모아두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 미술관들은 라인 강 주변에 있으며, 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술이 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자연과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미술과 건축이 하나가 되어 존재하기에 자연 미술관이라고 이름짓고, 그 미술관을 '보다'라고 하지 않고 '걷다'라고 한 것이다.

 

걸음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해 준다. 내가 직접 움직인다는 의미도 있고, 내 의지로 찾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즉, 이 책에 나오는 미술관들은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다른 말로 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거다.

 

또 이 책에 나오는 미술관들은 과거 유명한 미술품들을 전시하고만 있지는 않다. 이 미술관들은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으며, 과거의 작품들과 현대의 작품들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미술관은 과거의 미술관이 아니라 현재의 미술관인 것이다. 그러니 단지 '보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을 직접 체험하는 '걷다'가 되는 것이다.

 

이런 미술관에 직접 가서 보면 더 좋겠지만, 가끔은 직접 여행을 하는 것보다 책을 통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 더 얻을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잘 알지도 못하고 가는 경우, 그냥 겉모습만 보고 오는 경우도 많고, 또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경우에는 말도 통하지 않아 그냥 눈 대중만으로 말 그대로 '걷다만' 오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처럼 라인강 주변에 산재해 있는 자연 미술관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또 사진으로도 보여주는 책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연 미술관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책을 읽는 것 자체로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앉아서 하는 미술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직접 세계 여행을 하면 좋겠지만, 가끔은 텔레비전의 '세계테마기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행을 즐기듯이 말이다.

 

라인강변에 위치한 자연 미술관들은 독일과 네덜란드에 걸쳐 있다. 이 책은 두 나라에 있는 미술관들 12곳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독일에 있는 쿠어하우스 미술관, 모일란트 궁전 미술관, 빌헬름 렘부르크 미술관, 폴크방 미술관, 촐페어라인, K20 K21,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압타이베르크 미술관

 

그리고 네덜란드에 있는  퓐다시 미술관-네이헌하위스 성, 크뢸러 뮐러 미술관, 아른험 현대미술관, 팔크호프 미술관

 

여기에 더하여 다른 미술관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자연 미술관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여 앉아서 하는 자연 미술관 여행으로 즐거움이 더해진다. 책을 읽는 동안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자연 속에서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만든 것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장소에 가면 얼마나 위안을 받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우리나라도 보는 것을 넘어 걸을 수 있는 이런 자연 미술관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면서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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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란 시인 돌아가시다. 아침에 신문을 보니 부고가 떠 있다.

 

  그의 시 '직녀에게'는 노래로 불려 통일의 염원을 우리에게 알려주곤 했었는데...

 

  교육자이자 시인으로서 우리나라가 암울했던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빛을 보여주고자 했던 분이었는데...

 

  이제 그분들이 시대가 지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나와서 그분들이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어가야 하는데...

 

  청년들이 너무 조용히 지낸다고, 순응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고, 이런 그들에게는 앞이 보이게 이정표를 제공해주거나 빛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지식인이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지식인은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고, 사회의 앞날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에 급급한 실정.

 

이러니 아직 밥그릇을 받지도 못한 청년들이 어떻게 나설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아버지 밥그릇을 빼앗아 자기 밥그릇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하는 이 시대에.

 

요즘은 지식인 대우도 받지 못하지만, 그의 시선집 "무등산"에는 교육에 관한, 교사에 관한 시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교사에 대한 시이기는 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적어도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남보다 더 배웠기에, 남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기에, 남보다 더 부유한 위치에 있기에 더욱 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 다음 세대에게  지녀야 할 태도라고 할 수 있는 시.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우리들은

두 눈이 초롱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보다 높은 곳을 향하여

이상의 고운 날개를 펴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우리들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빼곡하게 들어박힌 6호 활자,

작은 행간을 따라가며

4지선다식의 메마른 지식의 조각,

사합오락의 엄포를 놓으며

일류대 들어가는 기계,

참고서 외우는 기계를 만들 것인가?

고득점으로 일류대 합격하여

검사 판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남보다 출세하고 돈을 벌어

남 위에서 떵떵거리는 출세를 권할 것인가?

부동산 투기를 배워

재산을 몇천 배로 늘이는 방법

뛰어난 경영학과 재정학

남을 속이고 곡학아세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인가?

꽃은 가르치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고

갈매기는 훈련시키지 않아도

푸른 파도 위에서 멋진 곡예를 부린다

차라리 침묵을 가르치자

이 낡은 교과서, 이 어지러운 활자 투성이의

빼곡한 행간마다 어지러진 낙서의 민주주의

이 낡은 페이지를 덮고

차라리 묵념을 가르치자

눈 감고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아란 하늘 아래

자유로이 날고 있는 갈매기

한 송이 들꽃이 노을에 젖어 있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을 생각하자

눈과 귀가 누가 되어

보고 듣는 것이 마비되어 버린

오 아는 것이 병이 된 무거운 어깨여

아직은 두 눈이 초롱한 우리들의 아이들이여.

 

문병란, 무등산, 청사. 1986년. 125-126쪽.

 

문병란 시인이 시 중에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던 시는 두 편. '직녀에게'와 '식민지의 국어시간'

 

이제 그는 하늘나라에서 통일을 염원하면서 제대로 된 우리 국어시간을 가질 수 있으련지...

 

암울했던 시대 우리들에게 앞을 보여주었던 시인. 이제 그는 가고, 그가 염원했던 일들은 우리에게 맡겨졌다.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라고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아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문병란 시인의 부고를 접하고, 그의 시를 다시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시인이 편히 잠들기를, 다른 세상에서는 분단되지 않고, 식민지도 아닌, 진정한 우리의 글을 배우고 가르치고 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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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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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하기

 

1. 기간 : 9월 24일 ~ 10월 5일 / 당첨자 발표 : 10월 6일

 

2. 모집인원: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 이벤트 기간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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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전봉준을 현재성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로 재창조해낸 역작

나라 없는 나라는 동학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마주치는 시대적 상황과 각 인물이 겪는 사랑과 아픔 등을 묵직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되살렸다. 역사에 바탕을 둔 소설이나, 담긴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다시금 뛰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전봉준은 이야기를 이끈다. 그리고 흥선대원군과 김개남, 손화중 등의 장군들은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여기에 주요 농민군들의 서사가 더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소개 

이광재 196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무크지 녹두꽃에 단편 아버지와 딸로 등단. 소설집 아버지와 딸(1992)과 장편소설 내 가슴의 청보리밭(1993), 폭풍이 지나간 자리(1994) 등을 냈고,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2012)를 냈다. 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안락을 꿈꾸지만 당장은 안전해 보여도 제도화된 위태로움으로부터 조만간에는 포위될 게 뻔하다. 단언컨대, 세상은 지금 안전하지 않다. 사람, 산과 강, 저녁거리, 지역, 국가 모두가 위태롭다.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위험을 감수한 자들이 이룩한 공적 가치가 안전을 추구한 사람들의 그것보다 큰 게 아닐까,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서양의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지금보다 위험하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2012년에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에 관한 평전을 낸 일이 있는데 다시 그 무렵의 일을 소설로 쓴 것은 갑오년에 쏜 총알이 지금도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 시절 자주적 근대의 가능성은 부정되고,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하여 타의에 의해 세계의 화염 속에 던져졌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할 국가는 멀쩡한데 엉뚱하게도 이 나라가 반 토막 나는 것으로 사태는 끝나버렸다. 그러니 그 시절은 오늘의 첫 번째 단추가 분명하다.

근대적 문물을 재빠르게 수용했어야 한다는 잣대로 과거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뽑기를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서구적 근대가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지만 그나마 조선이 접한 건 일본에 의해 굴절된 근대의 변종이 아닌가. 따라서 그를 추종하던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친일파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바로 그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이다. 들이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역시 그곳이 첫 단추다.

 

중국은 세계를 향해 전승절이라는 이름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말이야 어떻게 붙이든 일본에서는 침략도 하고 전쟁도 하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게 우리가 당면한 동아시아의 모습이다. 120여 년 전에 해양과 대륙이 힘을 겨뤄 폭압적으로 세력교체를 하는 바람에 조선이 크게 뒤틀렸는데 그 양대 세력이 지금 심상치가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 전에는 하나의 조선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반도가 두 쪽이다. 어째 우리만 난처한 지경에 빠진 것 같다. 어쨌든 이것도 왠지 첫 단추를 연상케 한다.

 

이런 이유로 실타래처럼 꼬인 난국을 그 시절에는 어떻게 이해했으며, 어떤 경로로 헤쳐가려고 했는지 살핌으로써 이 고장 난 근대에 관한 지혜를 얻고 싶었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역사교과서로 삼는 경향까지 있어 이 소설도 그렇게 여길까 몰라 혹세무민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공을 들였다. 역사가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지만 작가는 훌륭한 역사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곱씹었다.

 

그런 마음을 격려하여 상을 주신 것 같아 책임감이 느껴진다. 혼불문학상을 제정한 전주문화방송과 현기영 선생님을 비롯한 심사위원께 어찌 감사를 드리지 않으랴.

현대사를 몸으로 쓰신 어머니의 주름살이 조금 펴지면 좋겠다.

소설을 쓰겠다고 가출하듯 뛰쳐나온 자를 묵묵히 견뎌준 가족이 든든하다.

술 사 먹이며 등 두드려주고 첫 독자 노릇까지 해준 벗들과 웃으며 술잔을 나누게 돼 기쁘다.

청년시절에 잠깐 써본 이래로 늘 소설을 쓰고 싶었다. 발라드와 래퍼의 중얼거림 사이로 들려오는 록의 쿵쾅거림 같은 소설.

 

이 소설은 내 문학의 프롤로그다.


 

본문

그렇다면 그대는 정치를 할 생각인가?

바르게 세상 이치를 펴는 일이라면 여항의 백성보다 적합한 이들이 없나이다. 때가 오면 흙을 갈고 비가 오면 물을 대니 그들이 어찌 순리를 모른다 하며,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낙으로 아는 자들인데 그것을 다만 무지라 하겠습니까. 사대부들이 있다 하나 그들의 일이 노()니 소()니 벽()이니 시()니 풀뿌리 하나 나고 자라는 이치에 맞지 않으므로 노상 의리(義理)를 이야기한들 어찌 그것을 정치라 하오리까? _본문 중, 흥성대원군과 전봉준의 대화

내일은 큰 싸움이 날텐데…… 선생님은 안 무서우세요?

전봉준의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무서우냐?

무섭습니다. 무섭고말고요.

바람에 바닥의 눈이 송진 가루처럼 쓸려 다녔다. 어디선가 눈의 무게를 견지지 못한 소나무가 와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추위를 참지 못해 지르는 군사들의 신음이 꼭뒤에 닿았다.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나?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는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한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

_본문 중, 우금치 전투를 앞둔 전봉준과 을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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