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에 매인 강아지들

     - 도심 공원 산책 1


한사코 자연을 밀치고 살던 사람들이

힘이 없어지자 다시 자연에 살고 싶어

찾는 곳, 도심의 공원

자연을 꿈꾸나 자연이 아닌 그곳에서

자연을 만난 양 한숨을 돌리며

몸에 정신에 생기를 되찾는다

매연에 찌들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흙도 아닌

기껏 잔디나 콘크리트, 또는 우레탄이

깔린 길을 가면서도

마치 자연 속을 거니는 모습으로.


몸이 망가져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그때서야 자연을 찾지만

어디에나 있는 자연이 어디에서도 찾아지지 않아

짝퉁 자연을 찾아 나선 길

도심 공원 산책로

자연을 밀치고 살아온 삶에

또다시 자연을 밀친 인공자연에서

자연을 찾은 듯

즐거움을 느끼는, 도심 공원을

뱅뱅 돌다 다시

삭막한 콘크리트 속으로 돌아가는


목줄에 매인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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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 우리말 어원 이야기
조항범 지음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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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우리말 어원에 대해서 의미론을 전공한 국어학자가 자신의 연구에 더하여 일반인들도 우리말에 대해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내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의 기원이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대체 그 말의 기원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몰라 그냥 넘어가곤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우리말의 어원을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말의 어원을 알 수 있는 것들은 국어사전에 수록해주었으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전이 너무 방대해 질 수 있으니, 우리말 어원사전에 수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원사전도 집에 구비해 놓고 있는 집이 별로 없고, 어원사전과 이렇게 어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은 다르니, 이 책은 어원사전보다도 더 풍부하게 우리말의 유래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어원사전에 비해 수록된 어휘는 그리 많지 않더라도, (약 100여 개의 우리말을 수록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이기에 이 책의 효용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말 어원을 알면 낱말을 만드는 방법을 자연스레 알게 되니, 새로운 말을 만들어 우리말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지도 모른다. 어원을 알면 알수록 우리말 조어법(형성법)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응용하면 다른 낱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게 되니 말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까치설' 같은 경우, 이것을 동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에서 설날의 전날을 까치 설날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까치'의 어원은 '아치'이고 '아치'는 '작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니, '까치설'은 '까치의 설날'이 아니라 '작은 설날'이라는 의미라는 것... 등등,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의미나 어원에 대해서 바로잡아주고 있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낱말들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어원을 바로 알게 된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말의 어원에는 민간어원설과 한자유래설이 있는데... 이것은 그 낱말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설화를 차용하거나 역사를 차용하거나 한자를 차용했기 때문인데... 사실, 본래 우리말이 지닌 의미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 언어들의 어원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우리말의 역사, 또 만드는 방법 등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책이다.

 

낱말들을 가나다 순으로 수록해 놓아서 궁금한 말이 있으면 찾아보기도 편하게 해주고 있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이때 우리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우리말 어원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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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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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인 중에서는 꽤 알려진 시인일 것이다. 시로 알려지기보다는 텔레비전에 패널로 출연해 얼굴을 비쳤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시인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그의 시를 보기 힘들었다. 그 이유가 다른 곳에 시를 잘 발표하지 않았고 (못했고 - 여기에 대한 대략적인 사연은 김도언이 쓴 [세속 도시의 시인들]이란 책에 나와 있다. 그 책에서 류근 편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듯) 미발표 시들을 모아 시집을 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시인이라고 나오는 그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시를 썼을까 하다가 김도언의 책을 읽었고, 어려서부터 시로 촉망받는 사람이었다는 얘기 읽고, 그렇다면 그의 시를 읽어봐야지 하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고...

 

검색해 보니, 시집이 두 권인데... 그래도 먼저 출간한 시집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골라 읽은 시집.

 

읽으면서 이상하게 요즘 젊은 시인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 하긴 시집에 보면 '86학번, 일몰학과''86학번, 황사학과'라는 시가 있는 걸로 봐선 시집이 2010년에 나왔지만 그는 요즘의 젊은 시인들과는 경험치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표현에서도 다를 수 있다는 얘긴데... 이상하게 기교가 없는 듯한 시들이 모여 있는데, 어떤 기교가 느껴진다. 그냥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는 듯하지만 무언가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그의 시가 지닌 매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난해시 운운하는, 실험주의 시 운운하는 그런 시대에 그의 시는 어쩌면 과거의 시들을 떠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류근의 시집을 읽으며 학창시절에 지겹도록 외웠던 '생명파'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들의 시를 제대로 읽고 감상하지도 못했으면서 시험에 나오니 서정주, 유치환은 생명파 시인, 생명의 본능과 의지를 노래한 시인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시험용 공부를 했던.

 

그러다 조금 나이들어 읽어보면서 왜 생명파라고 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시들... 그런 느낌을 류근의 시집을 읽으며 느꼈다.

 

어쩌면 생명 또는 삶을 날것 그대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격동의 80년대 대학을 다녔으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그의 주변에 머물 뿐이다. 오로지 그의 시에는 자신만 있다. 자신의 감정, 자신의 경험, 자신의 욕망, 자신의 본능, 이런 것들이 시집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심지어는 포르노그래피라고 할 수도 있는 욕망들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게 삶의 욕망을 그는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시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과거의 '생명파'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가 어찌 과거의 것, 현재의 것, 미래의 것이 따로 있으랴. 시는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을 노래한 것 아니겠는가.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래서 류근의 시집, 어렵지 않게 읽힌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데, 편안하지만은 않은 시들이 류근의 시집에 실려 있다.

 

제목이 된 '상처적 체질'도 좋았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 아닌가 해서... 류근이 개인의 욕구에 충실한 시를 썼다고 하지만,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다보면 이렇게 사회 문제와 연결이 안 될 수가 없다.

 

개인의 욕망은 사회적 욕망의 일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따라서 개인의 삶은 사회 속에서 녹아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며... 요즘 세태가 떠올라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그렇지만 큰 울림을 주는 시다. 제목을 읽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바꾸어도 좋을 시라는 생각을 한다. '치타'라는 시다.

 

가을, 시를 읽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회는 자꾸 시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치타

 

전속력으로 달려가 톰슨가젤의 목덜미를 물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치타를 보면

 

먹이를 물고 나무에 오를 힘마저 탕진한 채

하이에나 무리에게 쫓겨 주춤주춤

먹이를 놓고 뒷걸음질 치는 치타를 보면

 

주린 배를 허리에 붙인 채 다시 평원을 바라보는

저 무르고 퀭한 눈 바라보면

 

쉰 살 넘어 문자 메시지로

전속력으로 해고 통보받은 가장을 보면

닳아 없어진 구두 뒷굽을 보면

 

거울을 보면

 

류근,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사, 2015년 초판 11쇄.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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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일생을 볼 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가 바로 늙었을 때가 아닌가 한다.

 

  늙었을 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잘 산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

 

  늙어서도 현실에 아등바등대면서 악다구니를 쓰면서 살면 그것은 제대로 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늙어서도 현실에 버둥대며 살아가게 하고 있다. 이건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는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늙었을 때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조금 진부한 얘기같지만 늙으면 제일선에서 물러나 뒤에서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고, 끼어들 때를 알고 끼어드는 농익은 삶의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잘 늙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 사람들을 사회에서는 원로라고 하고, 그들의 지혜를 기꺼이 빌리려 하는 것, 그들이 비록 노동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또 그렇게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원로가 있을까? 이상하게 나이 먹어가면서 삶의 지혜까지도 먹어가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현실 아닌가.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면, 조금이라도 권력 맛을 보았다면, 돈이 남들보다 우월하게 많다면, 나이들수록 여유로와지고 자기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더욱 편협해지고 제 말만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 늙은이들이 많은 사회, 그것은 고령화 사회니 고령 사회니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회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서정주의 시집을 길가 헌책을 파는 곳에서 발견하고,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사서 보자고 결심하기까지, 그의 시집을 흔쾌히 사지 않았기 때문에 늙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정주 하면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고 다뤘던 시인 아니던가. 생명파라는 유파에서부터 그의 시들의 변천사까지 참 지긋지긋하게 배웠다.

 

그러다 대학 들어가서 그가 쓴 친일시를 읽고 충격, 충격, 물론 그 당시 시인들 중에 친일시를 쓰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시인이 이렇게 과감한 친일시를 쓰다니... 배신감...

 

그가 자신의 친일행위를 통렬하게 반성한 적이 있었던가... 어디서 그랬다고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는 그 이후 우리나라 시단의 어른으로서 원로로서 존재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잘못은 잘못대로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다시 정리를 했으면 오죽이나 좋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시집.

 

제목이 무언가를 기대하게 했다. "늙은 떠돌이의 시" 결국 인간은 지구라는 곳을 떠돌다 떠나가는 존재에 불과할텐데, 이제는 익을대로 익은 시인이 자신의 삶을 시로 나타낸 시집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가졌는데...

 

그런데, 시야 뭐, 서정주 시는 웬만하면 다 읽을 만하니... 시를 탓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그렇게 읽어가는데... 1993년에 나온 시집이고, 시들이 대부분 1990년대 초반에 쓰인 시들인데 ... '구만주제국 체류시(舊滿洲帝國 滯留詩)'라는 5편의 시를 읽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가 친일시를 쓴 것이야 이 당시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굳이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 하는 시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

 

함형수 시인에 대한 일화를 시로 쓴 거야 친구이기도 하고 그를 기념할 수도 있으니 그렇다쳐도, 세월이 엄청 흐른 다음에 이런 시, '일본헌병 고 쌍놈의 새끼' 같은 시를 쓰다니...

 

늙어서 자신을 합리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그냥 다른 사람이 썼으면 킥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시가 마음에 턱 걸려 버렸다.

 

늙음이 결코 삶의 원숙함으로 가지 않았구나,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반추하지 않았구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꽃'이라고 국화꽃을 노래한 시인이 자신의 삶을 보는 거울을 외면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 서정주는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잘잘못, 그리고 잘한 점을 구분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몫인 것을.

 

 서정주의 과거 그리고 당시 개인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시들이 많아서 읽을 만한 시집이기는 하지만, 단지, 그처럼 늙어서 자신을 반성하는 정신까지도 떠돌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면서 읽은 시집.

 

가을이 깊어져 간다. 정신도 깊어져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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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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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공동 저자라고 할 수 있는 김진송이 화가인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우연히, 김진송의 책을 읽었기 때문인데... 그가 쓴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을 참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송과 최병수의 예술론이 이 책에 함께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여기서 말하는 목수가 김진송이 아니고, 최병수 자신이다. 즉, 최병수가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그렇다고 최병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한 것은 김진송이다. 그가 최병수를 찾아가 그동안 숱하게 들었던 최병수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책으로 내려고 정리를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목수는 최병수이기도 하지만, 김진송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사실, 김진송에 대해서는 책 한 권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최병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분명히 최병수가 아니라 김진송에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병수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책을 펼치자마자 깨져버렸다. 내가 그를 모른다고 그의 작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그만큼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단 얘기가 되는데...

 

그동안 자주 보아왔던 이한열 그림... 그것이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새만금의 솟대, 그것도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여기까지.

 

그런데도 이 작품들은 워낙 강하게 다가왔었는데... 그가 나중에는 환경미술 쪽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80년대 민중미술(이렇게 통칭하자. 그냥 그 당시 사회적 문제에 미술로 대응했던 사람들을)을 하던 사람 중에 지금까지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인데... (이 책에도 나오지만 90년대 사회주의권의 종말은 많은 운동권들에게 절망을, 그리고 변절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정치권을 보라...)

 

그는 사회문제를 계속 확대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반대, 사패산 터널 반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 운동, 그리고 세계기후협약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에 가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는 일, 이라크 전쟁 반대 등등...

 

자신의 삶과 미술을 이렇게 일치시킨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삶과 예술을 일치시켜 나가고 있다. 아마도 지금도 진행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왜냐하면 이 책을 읽어보니,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미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 문제가 자신과 관계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그의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2004년 정도까지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 최병수의 말을 통해 듣고, 그걸 김진송이 정리하여 이 책을 통해 최병수라는 사람, 최병수라는 예술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 그는 다시 전면에 나서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어둠이 깔리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등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될테니...

 

참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그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 그가 미술계에서는 거의 방외인으로 맴돌았던 현실... 어쩌다 화가가 되어버린 그의 이력 등, 우리의 흥미를 유발하는 일화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했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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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09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병수는 광대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새만금 해창갯벌에 있는 솟대와 평택 대추리의 여러 작품들의 그 분의 손에서 나왔죠.
새만금과 평택에서 직접 접했던 작품들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kinye91 2016-10-09 07:44   좋아요 0 | URL
최병수 씨는 예술이 작업실 속에만 있지 않고 민중의 삶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