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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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한 마음을 글로 써서 남긴다. 그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 그림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행복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행복이 전파된다. 잔잔한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행복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번져 나간다. 책을 읽는 순간 순간이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도 되고, 수많은 그림을 글쓴이와 함께 보면서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그렇게 그림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림 여행이다. 마음 여행이었다.

 

전문적으로 그림에 대한 해설을 해주는 책이 아니다. 따라서 책의 순서에 어떤 일관성이 있을 수 없다.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그림을 보고 느낀 마음이리라.

 

로댕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작가 안규철로 끝나는 책은 시대를 관통하고 동양과 서양을 누비면서 그림들을 또 조각들을 보여준다.

 

'내 마음속의 그림'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행위예술도 또 조각들도 나온다. 마음을 울리는 예술이라면 모두 다루고 있는 것이다.

 

글솜씨가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미술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그 솔직함이 전해졌다고 해야 하나 읽기가 참 편한 책이다.

 

그러면서도 어떤 가치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림을 보는 법이 따로 없듯이 그림을 느끼는 법 역시 따로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보기 좋은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그림을 읽으면 된다.

 

그 다양한 느낌, 읽기 방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더 좋겠지만 공유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그림을 보는 순간, 읽는 순간 행복을 느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니, 이 책에서 글쓴이의 느낌과 똑같은 느낌을 받을 필요는 없다. 글쓴이는 이 그림을 이런 식으로 읽고 느꼈구나 하면 된다.

 

아주 다양한 그림들이 나와서 눈호강을 한 책읽기이기도 하고, 가끔은 작품을 보는 여유와 행복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한 책읽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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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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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악몽에서 시작되었다.'로 이 책은 시작한다.

 

악몽? 무엇이? 그것은 바로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지라고 하지만, 이미지는 고정되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더 많이 지니고 있다고 하면 작가의 악몽은 바로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를 이야기에 걸맞게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데서 비롯한다.

 

그것도 목공으로... 목공작업으로 만든 작품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야 하고, 단순히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작가의 이야기가 움직이는 목공으로 나타나게 했다. 그 다음에는 재료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상상력이 작동하는 부분이고 창의성이 발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눈으로 보여주기.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이것은 바로 악몽이다. 그러나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악몽이다. 그런 악몽이 현실에 나타나면 더 이상 악몽이 아니다. 악몽은 꿈에만 존재해야 악몽이 된다.

 

현실에 나타나면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어려움이다.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어떻게든. 그런 분투의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되게 된다. 여기에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과 노력이 들어가고.

 

그래서 작가는 움직이는 목공을 만들어냈다. 이야기가 있는 이미지, 작품들인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마다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나고, 그 사물을 본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다시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력과 창의성은 누구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찾지 않을 뿐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세계에만 빠져 있다면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다. 그것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상력이고 창의성이다.

 

자신을 볼 수 있는 것, 자신에게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것... 한 발 떨어져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은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즉, 기존에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고, 창의성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작품들이 나오는데, 순간 이런 작품들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벌레로, 꽃으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레 연결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자연과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자연적 지식이나 경험적 지식, 그리고 학문적 지식에 어떤 위계를 부여하려는 생각을 거부하는 데까지 나아가는데, 이것을 거부하는 순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어떤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목수로서 자신이 만드는 일을 중심으로, 만나게 되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기 때문에 때로는 어려운 철학적, 인문학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그리 어렵다는 생각없이 읽어갈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인 '상상목공소'를 생각하여 기상천외한 목공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야기를 목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목공으로 만나게 되는 자연, 학문까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책이기 때문이다.

 

가끔 작가가 만든 작품이 사진으로 나와 보는 재미는 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는 목공작품들이 책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직접 작품을 보는 것보단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자연과 인간,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최고라는 틀을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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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선생 노릇3


아무도 없는 곳에서

베일에 가려진 사람에게서

고해성사를 듣는다.

철저히 비밀로 하여 주시고

고해자로 하여금

마음 편케 하소서.

누군가 그 내용을 알려 하면

말하지 않게 하고

영원히 고해로 하여

죄 사함을 받게 하소서.


비밀이 

비밀인 것은

부끄러움인 것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보단

덮어둬야 하는 신부가 되어야 하느니.

나를 

나로 하여금

서게 해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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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64
김재혁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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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알게 된 것이 언제였던가. 아니 안 적은 있었던가. 그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릴케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시인이다.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릴케를 잘 모르면서도 한컴 타자연습에 있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이 릴케가 나오니, 이름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학창시절에, 중학교 때쯤이던가, 책받침을 써야 하던 그 때, 연예인들의 사진이 책받침에 등장하기 전에 책받침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소재들이 시였고, 그 중에 릴케의 시도 있었다.

 

그렇게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함께 책받침을 통해 릴케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시인으로. 그를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없이. 왜 그가 이렇게 유명한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아마도 내게 다가온 시는 '가을날'이었을 것이다.

 

가을날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지시고,

평원에는 바람을 풀어줍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하도록 명해 주시옵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녘의 낮을 주시어,

무르익는 것을 재촉하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소서―

 

이제 집에 없는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살 것이며,

깨어 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이 구를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방황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김주연 옮김, 검은 고양이, 민음사. 1994 개정증보판 1쇄. 22쪽.)

 

아마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언어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가을을 맞이하여 겸허하게 기도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기도조의 시로써 나에게 다가왔는데, 무언가 애련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런 시들이었는데, 그런 릴케를 우리나라 시인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시창작에 참조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릴케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핀 책이 되는데, 일제시대에는 박용철과 윤동주, 해방이 되고 난 뒤에는 김춘수, 김현승, 전봉건, 김수영, 박희진, 허만하, 이성복, 김기택 등이 릴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릴케의 시에서도 영향을 받고, 그의 시가 지닌 소재라든지, 표현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시인들, 그리고 시를 살펴 알려주고 있으며, 릴케의 산문에서 시적 지향점을 찾았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릴케의 산문으로 유명한 것이 두 편인데, 그 중 하나는 "말테의 수기"이고 또 하나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모두 릴케가 시를 대하는 태도를 알게 해주는 산문들인데, 그런 글을 읽고 자신의 시창작에 영감을 얻은 우리나라 시인들이 한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릴케의 영향이 이렇게 지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시인들이 릴케의 시를 그냥 따라한 것이 아니라 시인의 성향과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그의 시를 창조적, 능동적으로 받아들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방적인 영향이 아니라 변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나라 시가 더욱 풍요로워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비교문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영향관계를 살펴 창조적 변용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밝히고 우리나라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그런 연구.

 

새삼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를 다시 읽으면서 릴케의 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시긴이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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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여인의 뱃살을 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여인의 뱃살. 아이를 뱃속에 두었을 때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늘어난 뱃살, 갈라지고 터진 뱃살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더 이상 줄지 않아 이제는 똥배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뱃살.

 

뱃속에 있을 때만 아이를 돌보았겠는가. 아이가 자라 제 앞가름을 할 때까지 늘어났던 배가 다시 줄어들어, 자욱이 남을 정도로 아이를 위해 살았던 어머니.

 

배에 있는 자욱들은, 그 금들은 바로 아이를 살렸던 삶의 흔적들.

 

그러나 나이들면 축 늘어진 뱃살을 안고 살아가는, 아랫목에 누울라치면 뱃살이 축 처져 방바닥에 닿고 마는 그런 뱃살.

 

그 뱃살에는 생명이 있다. 생명을 키운 젖줄이 있다. 뱃살을 따라 이리저리로 갈라진 금들, 그 금들은 바로 강이다.

 

강은 생명이다. 뭇 생명들을 거느리는 생명줄. 그것이 바로 강이다. 이런 강들을 제 몸에 지니고 사는 사람, 바로 어머니다.

 

누가 어머니의 늘어진 뱃살을, 갈라터진 뱃살을 비웃을 수 있겠는가. 그 어느 누가, 감히.

 

 

양수를 여섯 번이나 담았던

당신의 아랫배는

생명의 곳간, 옆으로 누우면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며

방바닥에 너부러진다

긴장을 놓아버린 아름다운 아랫배

누가 숨소리 싱싱한 저 방앗간을

똥배라 비웃을 수 있는가

허벅지와 아랫배의 터진 살은

마른 들녘을 적셔 나가는 은빛 강

깊고 아늑한 중심으로 도도히 흘러드는

눈부신 강줄기에 딸려들고파

나 문득 취수장의 물처럼 소용돌이친다

뒤룩뒤룩한 내 뱃살을

인품인 양 어루만지는 생명의 무진장이여

방바닥도 당신의 아랫배에 볼 비비며

쩔쩔 끓는다

 

이정록, 제비꽃 여인숙, 민음사, 2007 1판 6쇄. 63쪽

 

이정록의 시는 따뜻하다. 그의 시 "의자"를 보라. 얼마나 따뜻한가. 그리고 그의 시에서는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시집 제목으로 "어머니 학교"도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삶을 그린 시가 있다. 바로 '강'이란 시다. 어머니의 뱃살, 그 뱃살이 터진 자욱들, 그것을 강으로 표현했다.

 

강은 바로 삶의 터전이다. 어머니는 바로 우리 삶의 바탕이다. 그런 어머니를 그린 시. 따스하고 좋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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