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일정이 확정되었다. 불의의 일로 대선이 앞당겨져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인수 기간도 없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인수인계없는 정치. 단절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단절이 새로운 우리나라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인수라는 것은 잘한 것을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뜻인데... 도대체 무엇을 잘했는지 알 수 없으니, 차라리 이런 절차 없이 바닥에서 시작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기간 동안, 엄청난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들의 정책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면 나올수록 우리들이 판단할 것이 많으니 더 좋다.

 

문제는 정책들이 아니다. 정책 경쟁보다는 쓸모없는 말들이 더 난무할 것이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 근거 없는 추측들이 누구의 입에서인지 모르게 나오고, 아님 말고 식의 폭록전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말들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짚어내주어야 할 언론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말들만 내보낼 것이고, 우리들은 어느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려 할 것이다.

 

그래서 각자 믿을 만한 언론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만의 통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려 할 것이고,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말들만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는데, 자기들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일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현실이니, 뒤로 돌아다니는 온갖 말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진실은 감추어서는 안 된다. 흑색선전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투명한 정보공개에서 나온다.

 

자기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공개해야 할 것은 공개하는, 그래서 누구나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진실을 감추는 말 속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너무도 힘든 길을 가야 한다.

 

꼭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생활, 투명한 생활을 하면 이런 더러운 말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혹 나타나더라도 금세 사라지고 만다. 더이상 속이거나 왜곡할 것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데... 이병일의 시집 "옆구리의 발견"을 읽다가 이런 시를 발견했다. 제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정신분열증의 탈을 쓴 귀신이죠. 아가리만 날카로운 귀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니기를 좋아하죠. 팔도 다리도 없는데, 잘도 뛰어다니죠. 장벽처럼 격조 높은 성북동 여편네들의 엉덩이나 입꼬리에 자주 붙어 다녔죠.

 

  나는 어둠 속에 있기를 더 좋아했으나 햇빛도 두려워하지 않죠. 떼지어 다니거나 혼자 다녀도 움츠리는 법 없이 캄캄한 지구 위를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리죠. 나는 복사기의 빛처럼 서로에게 이방인으로 읽히죠.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 꼬리를 셀 수도 없이 흘리고 다녔죠.

 

  나는 형형색색의 찌라시, 창밖을 서성거리며 호시탐탐 적을 노렸죠. 총알 파편으로 퍼지는 권태가 되기도 했죠. 간밤 내내 나는 외롭지 않았죠. 바리움을 과다 복용한 우울氏를 저승으로 보냈으니까요.

 

  지금도 호사가들의 입방아들은 나를 툭툭 털어내지 못했쬬. 나는 복고풍 유행으로 번져가는 리트머스,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영험한 귀신, 그러나 나는 신출귀몰의 사생아, 호들갑 떠는 애증의 치부, 수없이 얼굴을 바꾸며 쏟아지고 지워지는 맛있는 입술이 되었죠. 이제 침 뱉듯 나를 음부에 숨은 꽃잎마냥 까발려볼까요?

 

이병일, 옆구리의 발견, 창비, 2012년. 108-109쪽.

 

우리들이 경계해야 할 것, 그것이 바로 제목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것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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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바로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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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7-03-21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전략이다?!...

yureka01 2017-03-21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에 기초한 진실!!^^이것이죠..
 
일리야 레핀 -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영혼
일리야 레핀,I. A. 브로드스키 지음, 이현숙 옮김 / 써네스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일리야 레핀'

 

우리나라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화가다. 밀레나 고흐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그림을 여러 책에서 보긴 했다.

 

특히 정지원의 "내 영혼의 그림 여행"에서 레핀의 그림에 대한 부분을 읽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그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전환기의 러시아 현실과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시기가 겹쳐지면서 내 마음 속에 또 머리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그림들은 오래 기억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렇지 이것이 레핀의 그림이었지 하고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특히 여러 번 보았던 그림은 '볼가 강의 뱃사람들'이라는 그림과 '이반 뇌제-자신의 아들을 죽이다'라는 그림, 그리고 '톨스토이를 그린 그림들'이다.

 

상대적으로 러시아가 미술계에서는 그리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그림들은 여러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러시아 그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은 아카데미에 반하여 러시아 민중들의 생생한 삶을 그림으로 푠현해 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그래서 그는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시하는 '이동파'와 함께 하기도 한다.

 

러시아인들의 정신과 삶이 그의 그림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 '터키 술탄에게 편지를 쓰는 자포로쥐에 카자크들'이다.

 

절대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활력, 자신감이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데, 이것이 바로 러시아 민중의 모습이라고 레핀은 생각했나 보다.

 

이런 그의 그림은 전제군주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경탄을 불러 일으키고, 그의 작품으로 러시아인들의 정신이 더 고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레핀은 무엇에 매이지 않고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디디며 그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고자 했던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꼼꼼하게 준비를 했다는 사실, 어떤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 영감을 순간적으로 스케치하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자료조사를 하고, 인물들의 모습을 스케치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고쳐나갔다고 한다.

 

어떤 그림은 그래서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레핀의 그림을 많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1부이다. 그동안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레핀의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그 다음 부분은 레핀의 대표작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을 그리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어서, 그의 그림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 부분은 레핀이 쓴 편지가 나온다. 모두 열 편의 편지인데, 이 편지에서 당시 레핀이 생각했던 그림에 대한 관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레핀이라는 화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화가가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또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현실과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잃지 않은 점, 그것이 훌륭한 작품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레핀의 그림은 많은 검색 사이트에 '일리야 레핀'이라고 치면 나오니, 한 번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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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이십 년 전에 나온 시집이다. 그해에 나온 시들 가운데 비평가들이 선정한 시들을 수록한 책. 시를 선정하고 비평가들의 짤막한 평이 함께 실려 있는 책이다.

 

  아마도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시기에 맞게 그 해에 나온 시집을 사본 기억은 없다.

 

  시가 시기에 맞춰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히려 시는 묵혀두고 읽으면 더 맛이 나기도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이면 경제적인 면, 헌책방을 돌다보면 시집을 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싼 값에 구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

 

  헌책방에서 주로 구입하는 이유가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서점에 직접 가서 시집을 구하기는 참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점에 시집을 파는 책장이 점점 작아지고, 시집들도 점점 적어지고 있는 형편이니 애써 서점에 가서 시집을 찾아보아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내 손에 들어올 시집을 기다릴밖에.

 

이 시집 역시 이렇게 해서 내 손에 들어온 시집이다.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래도 시들은 사람이 지닌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하고 있기에, 세월의 흐름과 관계 없이 내 맘 속으로 파고드는 시들이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시영의 시 '아슬한 거처'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거처'라고 하면 집 아닌가. 이 집이 아슬하다는 얘기는 삶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삶의 불안정성, 이것은 곧 불안이다.

 

불안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편히 쉴 수 없게 한다. 자신의 삶에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길 수 있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집'은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에 유달리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겠다. 아직도 계속되는 아파트들의 행진이 멈추지 않는 이유도 역시 안정적인 집에 머물고 싶은 욕구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집은 안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집을 좀 확장해 보자. 집의 확장형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는 과연 안정적인가?

 

지금 우리는 '사드'로 인해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안정적인 수입을 잃은 사람들이 숱하게 나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지속되는 '남북간의 긴장관계'는 우리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대외관계 말고도 직장을 잃은 사람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진학을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 등등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걱정공화국, 불안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이 시집에 실린 이시영의 시 '아슬한 거처'를 읽으며 이 시에 나온 '가지'가 바로 우리들의 '집'이며 우리들의 '나라' 아닐까 하는 생각.

 

'바람'은 우리를 불안에 빠뜨리는 그런 요소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여기'서 살아가야 하므로 이 작은 가지들을 단단히 부여잡고, 가지들을 이으며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슬한 거처

 - 이시영

 

저 보잘것없는 가지 위로 참새 몇 마리가 내려앉자

나무가 휘청하면서 세계의 중심을 새로 잡는다

아람드리 바람이 불어왔다가 불어간다 가지가 흔들린다

참새들의 작은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 위로 곧 어두운 저녁이 내린다

 

'97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 현대문학. 1998년 초판 3쇄.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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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짧다. 그리고 인생은 반복되지 않는다. 인생은 그야말로 단 한 번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윤회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없지만, 윤회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다른 인생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인생은 단 한 번의 경험이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한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여러 관계들에 매여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해야지 하지만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태반이며,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죽어라 하는데, 막상 하고 싶은 일을 할 여유가 생기자 이제는 몸이 버티지 못한다든지,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적다.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부러워하면서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더이상 거기서 한 발 나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둥,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둥, 그러다가 굶어죽겠다는 둥 기타 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차일피일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룬다.

 

뒤로 미루다 미루다 포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도 못하고 무언가에 끌려다니다 끝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방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조금 높여 부른다치면 방외지사(方外之士)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체제 내에 있다고 하기보다는 체제 밖에, 즉 보통 사람들이 지닌 삶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남들 눈에는 특이하게 보인다.

 

특이한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참맛을 알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중고서점에서 구입하는 바람에 1권만 있다. 그러나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는 이 1권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권에는 7명의 사람이 나오는데...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시골집을 가꾸며 사는 박태후, 대책 없이 지리산으로 가 오토바이 하나와 함께 사는 시인 이원규, 평생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고봉 기대승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기씨 집성촌에서도 가장 큰 집을 관리해주면서 사는 강기욱, 기천문 2대 문주가 되어 계룡산에서 생활하는 박사규, 차 맛을 감별하는 품명가 손성구, 역술계에서 살아남고도 유명해진 박청화, 의사이면서도 도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이동호

 

모두들 우리가 원하는 직업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물론 의사인 이동호는 빼고) 또 이들에게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돈으로도 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꺼려하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의 일에 온몸을 바친다는 것. 남들은 직업이 없으면 그냥 논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강기욱의 경우만 해도 고택을 관리하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간다.

 

그러니 이들이 팔자 좋게 논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이들은 자기가 있는 장소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뜰 때 '아, 그거 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지금은 방외인 또는 방외지사라고 부르지만 이들처럼 사는 삶이 방내의 삶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삶이 보편적인 우리들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냥 부러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그것이 참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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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3-1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 공감~~입니다..저도 언젠가라는 것만 되풀이중이라서요..미칠 노릇입니다.^^..

kinye91 2017-03-18 10:02   좋아요 1 | URL
하, 저에게도 그렇지만 유레카 님께도 ‘언젠가‘가 ‘지금‘이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우민(愚民)ngs01 2017-03-18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 현재, 미래중에서 현재가 제일 중요한데 이상하게 과거에 얽메이고 미래에 불안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노래가서 중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게 있네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kinye91 2017-03-18 13: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과거는 지나가 버린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인데, 지금 내 앞에 없는 것들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미래도 역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국어선생님, 잠든 사투리를 깨우다 작은숲 작은학교
박일환 지음 / 작은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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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와 있는 사투리와 표준어에 관한 일화 한 토막.

 

'대구 사람이 모처럼 서울에 와서 고깃집에 갔다가, "아주머니, 여기 재래기 좀 더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주방 아주머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같이 간 서울 친구마저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구 친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재래기라니? 그런 고기 종류도 있었나? 아마도 그렇게들 생각했을 법하다.'  (134쪽)

 

자, 생각해 보자. '재래기'라는 말을 대구 사람이 썼다고 했으니 사투리라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고깃집에 가서 더 달라고 헸으니 음식점에 있는 음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대구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자, 이제 그 말의 뜻을 알아보자. 이 책에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대구 사람이 말한 재래기는 주로 경북 지방에서 겉절이 대신 쓰는 말이다.' (134쪽)

 

예전에 자주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 교육이 통일되고, 방송이나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사투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하다못해 사투리 중에서 가장 이국적인 언어인 제주도 말도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고유한 제주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2011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재되었다.' (47쪽)

 

예전에 제주도 출신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서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표준어를 쓰던 사람들이 제주도 출신 사람들끼리는 제주도 토박이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이제는 제주도에 여행을 가도 제주도 사람들이 표준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두도 말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감정, 문화, 풍습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언어는 생활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에 불과하다면 전세계 언어를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주장이 벌써 관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언어를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에는 그 지역의, 그 사회의 문화, 역사, 관습, 생활, 감정 등이 모두 담겨 있기에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삶이 하나로 표준화되는 것이다. 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인류의 삶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각 나라의 언어와 비슷하게 방언이라고 불리는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사투리는 한 나라에서 의사소통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 않고 각 지역의 다양성을 살리는 언어인 것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오히려 더 풍부하게 하고 언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사투리이다. 물론 가끔은 위에 든 예처럼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지역 출신이 쓰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려고만 하면 외국어처럼 어렵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말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쓰임을 알고 말의 다양성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가 있다.

 

다양한 언어들이 모여 우리말을 이루고 그것들이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누구도 다 똑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그런 다름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투리들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다양한 삶에 대해서, 문화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사투리의 뜻만이 아니라, 왜 그런 뜻을 지니게 되었는지, 또 그와 관련된 풍습이나 일화, 유래 등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7개 부분 100개의 사투리로 나눈 이 책을 읽으면 다양한 우리나라의 언어 생활 및 역사, 풍습, 문화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사투리는 없어져야 할, 표준어로 통일되어야 할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살려야 할 언어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길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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