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최신 소설 36편으로 본 2020 북한 인민의 초상
오창은 지음 / 서해문집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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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을 보고 북한 소설에서 어떻게 페미니즘 모습과 반체제 모습이 나타나는지 궁금해서 구입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페미니즘이나 반체제 모습은 아주 조금 나온다. 이 책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 주요 부분은 1990년대 이후 북한 소설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그 전체적인 모습 속에서 페미니즘이나 반체제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소설이 등장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이 책을 아우르는 것은 북한 소설에 나타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가다.


북한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으로는 가장 멀리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마음으로라고 이야기한 것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라고 하고,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만은 예외다. 그래서 마음의 거리를 재보면 북한은 저 멀리에 있다. 여기에 몸의 거리도 역시 가장 멀다. 우리 몸이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되어 있으니 북한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역시 그 한정된 정보 속에서 숨어있는, 또는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많은 북한 소설이 나오는데, 연구자는 운이 좋게도 (세상에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그 나라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운이 좋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모습도 역시 북한은 몸과 마음으로 참 멀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때 '멀다면 안 되겠구나'라고 해서 그 말이 유행했었는데, 사실 멀다. 아주 멀다. 이것이 현실이다) 연변에서 북한 소설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1990년대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읽을 수 있었고, 그렇게 읽은 작품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러니 이 책에는 우리가 전혀 읽지 못했던 북한 소설들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제목과 작가, 그리고 대략적인 내용만 우리는 알 수밖에 없지만.


북한 문학은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 비극이 없는 낙관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과 집단주의 의 추구' 등을 특징으로 한다. (23쪽)


아마도 이 말이 북한 소설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말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작품들도 이런 내용을 주로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만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 쪽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고, 세상은 낙관으로만 일관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비극적인 결말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을 소설이 외면하면 과연 그 작품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북한 소설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독자들이 북한 소설을 읽더라도 반발심을 지니게 되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수령과 당에 대한 찬양은 북한 문학의 장르적 관습이다. (215쪽)


수령과 당에 대한 찬양이 소설 속에 나와야 한다면, 그 소설이 비극으로 갈 수가 없다. 낙관주의, 집단주의 특성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990년대에 겪었던 고난은 그들로 하여금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를 소설 속에서 구현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생각이 든다.


이 점을 감안하고, 소설 속에 숨어 있는,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 속에 숨어 있는 장시간 노동, 굶주림, 여성보다는 남성 중심의 생활 등등을 찾아내고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재구성해내는 모습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반체제적인 작품이 전혀 없을까? 아마 공식적으로 출판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지만,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비밀리에 북한 내에서 유통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체제를 비판한 작품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반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사람이 쓴 '고발'이라는 소설을 통해 체제 속의 소설과 체제 밖의 소설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을 넘어 북한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 감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으로 거리가 먼 북한 소설. 읽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든, 숨어 있는 의미, 즉 행간을 읽기도 힘든 소설들을 연구하는 사람이 최근에 나온 북한 소설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페미니즘이나 반체제 문학에 대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소설을 통해서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북한 소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이 아마도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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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작년과 달리 삶이 보였으면 한다. 물론 삶은 늘 보였겠지만,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해 암담하지 않았던가. 우리들 삶이 전세계를 덮친 감염병으로 가려져 있지 않았던가.


  감염병조차도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음을 우리는 한 해 동안 똑똑히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런 감염병의 시대에 삶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평시에도 삶이 잘 안 보이던 사람들이었음을... 그나마 그들이 볼 수 있던 쪽창도 감염병은 막아버리고 말았음을 온몸으로 겪었던 한 해였다.


  '삶이보이는창 124호'는 겨울호지만 새해 시작을 알리는 호이기도 하다. 그러니 추운 겨울에서 새로운 시작을 보고, 봄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기도 한 셈.


  이 책에 실린 글들 역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희망을 지니기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하니,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대변하는 잡지라고 해도 되지만, 대변이라는 말보다는 그들과 함께 하는, 또는 그들이 만들어 가는 잡지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래야 '삶이 보이는 창'을 우리들 모두가 지니게 될 테니 말이다.


특히 '삶이 보이는 창'에는 '노동'에 관한 글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노동없이 살아갈 수 없음에도 노동을 천시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 아니던가. 그러니 노동을 강조한다기보다는 노동이 제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는 삶창의 글들은 여전히 소중하다.


'노동'에 관한 글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잘 실려 있는데, 이번에 '시인의 눈'에서 다룬 이주노동자들의 시는 우리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을 다루고 있는 방송들을 보게 되면, 그들로 인해서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논조로 방송을 이끌어가면서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노동하러 온 사람들 아닌가.


그 나라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어 하는 일들을 했던 사람들이 파독 광부, 간호사들 아니었던가. 마찬가지로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힘든 일들, 남들이 많이 꺼리는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기본적인 노동을 그들이 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기본적인 인권,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러니 그들이 쓴 시집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지니고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삶이 보이는 창'은 우리에게 삶을 보여준다. 우리들이 가끔은 눈 감아 버리는 삶들이 엄연히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도 자신들의 삶이 있음을, 그들도 삶을 볼 수 있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여러 글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 올해는 모두에게 '삶이 보이는' 그런 한 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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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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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살아오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차별주의자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차별주의자라고 쉽게 단정짓고 판단한다.


그런 판단 자체가 이미 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내가 지닌 차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쉽게 편가르기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우선적으로 호감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비판적이기보다는 악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꾸만 내 의견을 채우는 사실들, 책들, 사람들, 주장들만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억측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내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란 상대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을 내 관점에서 왜곡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차별의 형태들이 나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차별들.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차별이 있음을, 우리가 스스로 빅브라더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자아를 중시하면서도 오히려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보태서 소비에서 일어나는 차별. 어쩌면 우리는 소비하는 모습을 통해서 차별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을 떠나서 유기농, 공정 무역 등등에서도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한 말 '독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250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변치 말아야 할 것은 도덕적인 우월감과 경멸을 조장하는 세력을 잘 살피고 공개해 널리 알리는 일, 그리고 남을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주 자신에게로 돌리는 일이다. 이런 패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한 셈이다. (251쪽)


쉽지 않은 일이다.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은.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은 꼭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장보다 낫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나 또는 패거리 정당 문화로, 자기 정당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는 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태가 사라지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속해 너무도 쉽게 한 편의 의견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신에게 엄격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 성, 이주,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라는 8개 분야로 나누어서 이 분야들에 차별적 시선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틈나는 대로 다시 펼쳐서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 행동방식에서 차별적 시선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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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와 불평등 -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홍세화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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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등해 보인다. 능력주의란 말.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다는 말. 그래 자신이 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능력만큼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엇이 능력일까?


능력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능력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 책 여러 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오로지 나로서만 얻어진 것인가 하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아이큐 검사를 요즘은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큐 검사가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과도 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능력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능력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가족간 릴레이 경주라고 한다. 이미 한참 앞서 달린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과 한참 뒤쳐진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은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들이 발휘하는 능력은 이미 차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능력주의가 평등하다고? 이 책은 능력주의가 또다른 불평등을 낳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능력주의가 어떻게 공고하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능력주의를 내면화하는 것이 바로 학교다. 학교는 시험을 통해서, 서열을 정함으로써 능력주의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한다.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있는 학교를 12년간 다니다보면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반대하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렇게 대학까지 16년을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를 견고하게 지탱해주는 이념이 된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공정을 외치게 된다. 결과의 공정이 아니라 기회의 공정이다. 기회가 균등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능력에 따른 결과를 오로지 개인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만의 능력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환경들의 총합이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발선이 잘못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회가 평등하지 않음을, 능력은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를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배분할 수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필요에 따른 결과의 배분은 기회의 불평등을 보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문제는 이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해결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의 평준화 이야기도 나오고, 학교에서 서열화하는 시험을 폐기하는 방안도 나오고,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최소한의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오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 책은 소중하다. 능력주의가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공유한다면, 그 다음에는 능력주의로 인한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딱 한 가지만 기억하기로 했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능력에 따른 차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진정한 공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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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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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집에는 6편이 실려 있다. 본래 7편인데 우여곡절 끝에 한 편이 삭제되고, 다시 출판되어 6편이 실려 있다. 작가란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이 어떤 소재를 어디에서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그래도 여섯 편만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감동적이다. 마음을 울리는 소설들이 많이 실렸는데, 한편 한편이 독립적이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성성'과 관련된 소설들이 많았는데...


강화길 '음복',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장류진 '연수'가 그런 작품들이다. 


집안에서 오냐 오냐 귀함을 받고 자란 남편. 그 남편을 향한 적의를 절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남편.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시어머니 등등. 강화길 소설에서는 집안에서 누가 권력자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진정 권력을 쥔 자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하고자 하는 말을 그냥 하면 될 뿐. 그 행동과 말의 의미를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 한 집안의 제삿날에 펼쳐지는 강화길의 '음복'은 그점을 아내이자 며느리, 딸인 화자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서늘한 느낌을 받는데, 집안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민첩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직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딘 것이 자랑인 것처럼 말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집안에서 권력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강화길의 소설에서 나아가면 비혼을 주장하는 여성이 나오는 장류진의 '연수'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 집안에서 궂은 일을 다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살아가느니 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사람. 그 사람의 눈에 비친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삶은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는 삶이다. 자신과 자식을 동일시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즐기기보다는 자식의 삶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삶. 그런 삶을 거부하는 딸의 모습.


이런 모습은 '팬티'에 관한 일화로 강화된다. 팬티란 무엇인가. 가장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존재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반대로 다른 사람 대신 치우고 싶지도 않은 그런 존재 아니던가. 그런데 아내로서 남편의 팬티를 빨거나, 아이들의 팬티를 세탁해서 중고로 내놓은 그러한 삶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화자가 나온다.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삶. 드러나지 않는 삶.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삶에 대해서 그것이 특정한 성별에게만 부여된다는 부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장류진 소설이다. 이런 일이 가정에서만 일어날까? 아니다. 사회에서도 일어난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그 점을 보여준다. 능력있는 강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교수나 강사들과는 다른 반응을 받는 사람을 지켜보는 화자를 등장시켜서, 그들이 걸어온 길이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그래서 그런 그들이 보여준 '희미한 빛으로도' 지금껏 많은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그 빛은 '희미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에 관한 소설인데, 쉽게 정리하기가 힘들다. 많은 생각. 여성의 관점, 생명의 관점, 선택권의 관점, 그리고 행복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소설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진행 중이니, 더 많이 고민해 보고 생각해 봐야 겠다.


이런 경향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김초엽 '인지 공간',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다. 두 작품 다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장희원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라고 한글로 쓰면 우리는 대부분은 나와 너가 함께 하는 '우리'를 생각하는데, 괄호를 치고 동물들을 기르는 장소인 '축사(畜舍)'라고 썼다. 우리는 '우리(畜舍)'에 갇히길 거부하는데, 이것은 '우리(畜舍)'를 우리와는 다른 장소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畜舍)'의 환대라니.. 반대로 우리가 환대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환대받고 있다니...


이때 우리는 소위 '정상가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우리(畜舍)'는 그 틀을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는 보통 '정상가족'을 생각하는 우리를 환대하는 소수자의 삶을 사는 '우리(畜舍)'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의미가 있다.


무엇이 '정상'인지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畜舍)'라는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다른 '우리(畜舍)'들을 배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이나 우리나 다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畜舍)'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김초엽 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의 환상적인 공간을 이야기하지만 등장인물이 '이브'라는 점에서 인간의 역사를 생각하게도 한다. 제목 역시 '인지 공간'이다. 모두가 공동 지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개인 지식을 생각하는 '이브' 


그 '이브'는 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로. 또는 다른 생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것은 공동지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왜 우리가 모두 공동지식만을 지녀야 한다는, 인지 공간에서만 살아가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브'를 지켜보는 '제나'를 통해, 또 '이브'의 뒤를 이어 '인지 공간'을 떠나는 제나를 통해 어쩌면 개인이라는 존재가 사회에 자리잡는 과정을 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공동체주의에 매몰되어 자신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개인을 생각하고, 주체로서의 개인을 의식하고 개인으로서 살아가려는 모습이 이 소설에서 '이브와 제나'를 통해 표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간략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수상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은 한편 한편이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읽고 읽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련지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좋을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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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8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재미있게 있었던 기억이 리뷰를 통해 새록해지네요! 즐거운 하루되십시요!ㅎ

kinye91 2021-02-08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들 소설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막시무스 님도 책과 함께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