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견문 3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라시아 견문 3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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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권이다. 유라시아라고 하면 결코 적지 않은 나라들이 포함되니, 책의 분량 또한 만만치 않다. 분량만이 아니다. 담겨 있는 내용 역시 그렇다.


그런 내용들이 과거에 주장했던 사실로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가 예측했던 내용이 맞았다 틀렸다를 따지기보다는, 그때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그 주장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 사실의 실현 여부만 따져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가 주목한 것은 한 나라가 아니다. 특히 미국은 더욱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이미 저물고 있다는 그의 진단. 이 진단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미국이 하는 일들을 보면.


하지만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미국을 고립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이미 세계는 고립된 한 나라로서 존재하기는 힘들어졌다. 연결이 필요하다. 이 연결이 종교, 민족을 떠나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연결을 절대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무력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화 시대라는 말이 저물고 이제는 국가간의 각자도생의 세계가 된 듯하지만, 각자도생의 세계에서도 연결은 중요하다. 각자도생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나라들과 연합해야 하기 때문인데...


세계 정세를 잘 읽을 필요가 있고, 일방향의 정보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편견에 갇혀 자신의 생각만을 고수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생각이 그런데,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 저자는 이슬람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다른 인식 중에 이란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지금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과거의 사례들로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슬람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터키에 대해서도 저자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시일이 좀 지나긴 했지만, 터키와 러시아의 지도자에 대해서 한 방향으로만 얻을 수 있던 정보를 다른 방향에서 얻을 수 있다.


이런 여러 시각. 그런 시각을 갖추어야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가 있다. 지구 속의 한 국가로, 이제 한 쪽을 보던 시각을 여러 방향으로 돌려야 함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어떤 새로운 시각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도록 하자. 아마, 지금을 살펴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권에 걸친 대장정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도 담겨 있어서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다. 또한 3권의 마지막에 실린 에필로그는 이 대장정을 잘 정리해주고 있으니, 에필로그를 먼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를 읽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되짚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책읽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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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격조했습니다 -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
이동순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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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시인이 받은 편지를 그 사연과 함께 실은 책이다. 잘 알려진 시인뿐만 아니라 평론을 하는 사람, 나중에 미술 분야로 나아간 사람 등등이 있다. 다른 분야로 나간 사람도 시작은 문학이었으니, 또 평론은 문학의 한 분야이니,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 문학에서 이름을 알린 문학인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고 보면 된다.


편지란 무엇인가? 이동순은 이렇게 말한다.


'편지는 읽는 재미, 보는 즐거움, 읽고 난 뒤의 가슴 설레는 여운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127쪽)


그렇다. 편지에는 쓴 사람의 필적이 담겨 있고, 필적을 보면서 쓸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쓸 때의 설렘과 보낼 때의 기대, 그리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받았을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보내자마자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숫자가 편지에는 없다. 상대에게 잘 도달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상대의 답장을 받았을 때만 알 수가 있다. 그러니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빨라진 시대에 이제 우편으로 보내는 손편지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에 흔하게 보였던 우체통을 보기 힘드니까. 우표를 사러 가는 수고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편지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편지를 보관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나만 해도 예전에 받았던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으니까. 젊었을 때 편지를 쓰는 것이 일상이었다. 멀리 떨어진 친구, 군대에 간 친구, 그리고 한참 어린 사람들, 나이든 사람들에게 보내고 받은 편지들. 이런 편지를 그냥 없애기는 뭣해서, 면장철에 보관해 놓았었다. 그런 면장철이 책장 한 곳을 다 차지하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이사를 몇 번 다니고 또 다른 물건들이 많아짐에 따라 점차 내 곁을 떠나가게 되었는데... 가끔 그때 그 편지들을 없애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가끔 꺼내 읽어보면서 추억에 잠기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닌다.


이동순 시인은 편지를 잘 모아두었나 보다.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과거 추억을 되새기고 있으니...그러한 추억을 우리에게도 전달해주고 있으니. 그가 받은 편지들을 쓴 사람들의 마음, 그들과의 교류를 책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고 있다.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언행이 눈에 보이는 듯이 서술하고 있는 것은 이동순 시인의 능력이겠지만, 편지라는 형식이 그런 느낌을 지니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동순 시인의 이 말에 동감하게 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엔 그걸 쓴 사람의 당시 마음가짐이나 필체, 영혼의 상태, 감정의 기복까지 담겨 있다. 그것은 그냥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온몸에 전해져 온다.'(164쪽)


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 좋다. 여기에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과의 인연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나조차도 잘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을 알게 해주었다.


안도현 시인이 고등학생 때 백일장에 나갔었고, 그때 심사위원이 이동순 시인이었다고. 안도현 시인이 시를 평해달라고 보내고 그러한 인연이 나중에도 이어지는데, 이들을 더욱 가깝게 한 시인이 '백석'이라는 것.


이동순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백석 전집을 냈고, 안도현 시인은 [백석 평전]을 썼으니, 백석이라는 연결고리가 이들에게 또 있었다고, 시인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여기에 둘은 사돈이 되었으니... 정말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실, 편지란 개인의 내밀한 속사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니,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이동순 시인의 이 책 역시, 편지를 쓴 사람만이 아니라 편지를 받은 이동순 시인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도 해주고 있다.


여기에 이동순 시인이 등단하고 얼마 안 되어 '명이(明夷)'라는 독서회 활동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명이'라는 독서회는 이 책에 자주 언급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받은 편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데...이 '명이'라는 뜻은 주역의 36번째 괘 '지화명이(地火明夷)'에서 따왔다고 한다.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 즉 캄캄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밝음'(91쪽)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명이'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쟁쟁한 사람들이다. '송기원, 김성동, 최원식, 이시영, 이동순'이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과의 일화가 이 책에 잘 나와 있고...


이 일화 중에 흥미를 돋우는 것이 이들 모임은 김지하와 관련이 있는데, 김지하와 이동순은 밤새워 노래 대결을 했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온다. 


이렇게 여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있고, 그간 알고 있던 시인들의 편지를 통해서 그 시인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던 책읽기.


이런 기회를 준 이동순 시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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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이 합니다 :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철학
이재명 지음 / 오마이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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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비상계엄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책은 그렇게 시작하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그 전부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인생 역정이 간략하게 담겨 있는 책. 주로 그가 한 연설을 실었는데, 연설이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해서 검증받으려 하는 일 아닌가. 자신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한 것이 바로 연설이다.


국회에서, 거리에서 한 연설이 이 책에 실려 있으니,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연설이니까 더욱 의미있게 살펴야 한다. 연설할 당시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할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물론 야당 대표도 어느 정도 이러한 정치철학을 실현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정치철학을 잘 실현할 자리는 없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할 자리에 있다.


그리고 1년이 되어간다. 5년 중 1년, 임기의 20%, 또 대통령으로서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 이때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앞으로 남은 임기도 기대하면서...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할 수가 없지만,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지는 판단할 수 있겠다. 정치인만의 정치가 아니라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국민이 주권자로서 정치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다.


결과를 떠나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면, 그의 정치철학은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을 통해서 이런 정책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국민소환제다. 누구를? 국회의원을... 그도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217쪽) - 2025년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3권분립을 하는 이유가 서로 적절한 견제를 통해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법률을 제정하기도 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기도 한다. 국정감사를 통해서 국민을 대변해서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짬짜미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에서 멀어진다. 말뿐인 삼권분립이 되는 것인데...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가 결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또 국민들의 주권 행사를 위해서도 선출직 의원들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는 필요하다. 


선거날 전까지 그들이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선거일이 끝나도 국민을 섬기도록 하는 방책이 바로 언제든 일을 잘못하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거일이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마지노선이 아니라 임기 내내 또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준비 기간 내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국민소환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야당의 대표로서 국회에서 연설했지만 곧 대선이 있었고,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으니, 이것은 이제 국회, 특히 민주당의 몫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없던 일처럼 묻히고 말 것인가, 지켜봐야겠다.


다음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인데... 


'내란수괴 윤석열과 내란 잔당들이 대한민국에 가장 큰 위협입니다. 내란 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입니다.'(133쪽) - 2024년 12월 27일 내란 사대 대국민 성명


하, 이거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바뀐 지 한 해가 다 되어 가는데, 재판은 지지부진이고, 판결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고...


여전히 윤어게인을 외치는 집단이 있고, 그를 옹호하는 정당이 있으며, 이런 세력들과 손을 끊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이것 역시 국민소환제와 연결이 된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 때, 한번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에 반할지라도 4년 동안의 임기가 보장이 된다. 그러니 누가 국민의 눈치를 보겠는가. 선거철이 임박해서야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하지... 


이러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 아직 한 해도 채 안 되었으니... 여러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전 정부와는 다르게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하고 있으니... 입틀막은 이 정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발본색원의 주체가 국민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연설들이 주로 실려 있다. 그러니 이 연설들에 있던 내용들이 이제 하나하나 실현되기를 바라고...


적어도 이 말에 대한 믿음은 있다.


'정치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지와 방향이다. 능력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의지와 방향이 있다면 부족한 능력은 다른 쪽에서 끌어다 쓰면 된다. 그래서 능력의 유무는 차선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의지와 방향이 더 중요하다.' (159쪽)


이런 의지와 방향을 이번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으로 표명했다. 국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이런 의지와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발탁해서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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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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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다.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인데, 이번에는 미얀마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인도를 거쳐 이란, 이집트 등의 이슬람 국가들로 가는데... 정말 많은 나라들을 견문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지만, 그간 알고 있던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많은 책이다.


저자는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는다. 또한 책에만 매몰되어 있지도 않다. 여기에 서구의 시각을 벗어나 있다. 현지에 가서 현지인들과 만나면서 현지 방송, 현지 언어로 자신의 견문을 넓힌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지만, 읽다 보면 저자가 상당히 많은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는 기본이고, 아랍어까지 공부를 한다. 왜냐? 한쪽 언어로 전달되는 정보만 얻어서는 균형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쪽 언어로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현지의 언어를 공부한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2016년이 주요 시대다. 10년 전이다. 과거의 일이라 저자의 예측이 빗나간 경우도 있다. 당연하다. 당시의 눈으로 판단한 역사의 흐름이 그대로 전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은 방향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지만 순간순간 정체되기도 하고 방향을 살짝 틀기도 한다. 여기에 숱한 우연들이 겹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저자의 예측이 맞았느니 틀렸느니 따질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자세는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저자의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그러한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10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역사라는 긴 강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저자의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선형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는 '인도'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의 분할이 어떤 식으로 일어났는지도 명확히 알게 되었고... 여기에 미국-영국의 식민지 정책이 한몫을 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고나 할까.


자신들이 싼 똥을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치우게 하고 있다는 생각. 이것은 중동도 마찬가지다. 중동을 화약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중동 국가들이 이렇게 된 이유도 바로 유럽의 제국주의에서 기인한다는 것.


이들이 전파한 민족주의가 이슬람이라는 전체의 세계를 나라로 축소시키고, 다시 이들을 영국이나 미국같은 제국에 우호적인 정권을 지지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를 적대하면서 갈등을 일으켰다는 것. 제국주의 분할지배가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이렇게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를 통해서 보게 된다.


이슬람이 수천 년 여러 민족, 여러 종교들을 포용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삶을 살아왔었는데, 이를 '움마'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민족주의가 국가와 결합하면서 국경선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


최근에 다시 이슬람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세계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예측이 있는데...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갈등이 사그라들 것 같았던 중동이 여전히 갈등 중이고, 이제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려 한다는 움직임마저 있으니.. 아직도 중동은 '화약고'인 것이 맞다.


물론 저자는 '중동'이라는 개념도 반대하고 있지만, 이 중동이라는 개념 역시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쓰고 있는 '유라시아'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번 권의 작은 제목이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인데... 여러 나라에 머물면서 그 나라의 문화, 역사를 살피고, 그것을 세계의 관점에서 살피는 일. 그야말로 견문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학자들이 외국에 나갔다 와서 쓴 글들도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그 나라를 통해서 우리의 현재를 보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유라시아의 견문을 통해 현재를 살피면서 과거를 불러와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이 바로 '히잡'에 관한 것이었다. '히잡'을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슬람에서 히잡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나타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여성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히잡 착용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이 히잡을 다양하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히잡'이 남성의 시선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는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점도 그렇고,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을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종교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자, 우월의식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


똘레랑스의 나라에서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그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을까 했는데, 저자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고.


할랄 음식도 마찬가지다. 할랄은 좋다. 건강한 먹을거리니까, 세게 도처에서 할랄 표시를 한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이슬람에서 약간 비판적이라는 것. 왜냐하면 이슬람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데, 할랄 표기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할랄 음식으로 번 돈을 자본 축적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쓸 때 그때서야 비로소 할랄 음식이라 할 수 있다는 말... 


이슬람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이번 권인데... 이런저런 그동안 한쪽으로 치우친 내 생각을 다른 방향에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유라시아 견문'이다. 이제 3권이다. 어떤 견문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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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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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된 책이다. 10년 전에 나온 책. 강산이 한 번은 변했다. 아니, 요즘처럼 격변하는 시대에는 강산이 여러 번 변한 시기이다. 강산만 변하나 하면 아니다. 세계가 변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시에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서 현재를 읽고 미래로 나아가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예측하거나 제시한 내용들이 이미 실행이 되었거나, 또는 실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이 아무리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어도 기본적인 원리는 바꾸지 못한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항들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원리, 원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짧은 시간에 바뀌는 정책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저자 역시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서 그 점을 깨닫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저자가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서 보는 것은 세계를 남과 북으로 나누는 것,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는 것과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대결로 보는 것, 그리고 여러 종교들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중 어느 하나로 치우치지 않는 융합이다.


즉 과거로부터 이어받을 것은 이어받고, 서양이든 동양이든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체제,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세계화 시대가 당연히 그러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도 이러한 주고받음이 일상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 간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그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 확장이라고 해도 좋지만 경계를 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유라시아를 통해서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고의 유연성, 대책의 현실성, 그리고 근본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하나의 국가나 체제의 틀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간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세계화가 지금 시대에 별안간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이미 있었음을, 당나라 때 수도인 장안은 국제도시였음을, 그리고 동남아와 중국, 남아시아, 페르시아 등등이 이미 교류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모습들이 서양의 근대화로 인해 오히려 닫혀버렸다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이런 국제적인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진보가 일직선 상에서 일어나는, 과거를 밀어내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에 불러와 미래에 통합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슬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데, 이는 동남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권에 살고 있고, 이들의 문화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가 대립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저자가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 순간 교류가 끊기고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보다는 배척하려는 모습이 우세하게 되었는데, 과거를 제대로 안다면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것.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서 저자는 과거뿐이 아니라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2015년에 유라시아 견문이 시작되었는데, 오래 전 이야기라고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책이다. 지금도 우리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특정한 나라의 시각에 많이 치우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교정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2권, 3권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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