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 평양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대북사업 전문가의 「레알 北큐멘터리」
김이경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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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를 일본이라고 했다면,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를 북한이라고 해야 한다. 그만큼 북한은 우리와 너무도 가깝지만 갈 수는 없는 나라다. 교류도 거의 없고, 접촉을 할 수도 없는,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서 남한에서는 그것때문에,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한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지냈던 것이다.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70년을 우리가 한 민족으로 살아온 5,000년에 비하면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에 서로를 적대하고, 서로를 알지 못하고 지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인데..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얼마나 적대행위를 많이 했는지...

 

이 책은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아마 북한을 멀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북한 찬양 서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 또 수구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쓴 사람은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사람일 것이다.

 

세상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란 책을 쓴 신은미는 북한을 호의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몇 차례 하고, 그것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온 국민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줄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은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라는 남북교류협력단체의 사무총장이었던 김이경이 썼다. 거의 십년을 북한에 왔다갔다 하면서 그들과 만나면서 그들을 알게 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객관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교류사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감정이 담긴, 그것도 평화통일, 남북교류에 대한 열망이 담긴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에게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내용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북한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기에 북한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어쩌면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만큼 북한에 대한 정보는 제한되어 있었고,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북한에 대한 과장된 또는 왜곡된 정보들이었지 않나 싶다.

 

그런 정보들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확보한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렇다고? 북한 사람들이 정말 이렇단 말이야? 하면서... 그만큼 이 책은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넘친다.

 

아마도 십년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많이 지켜봤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맡은 일이 남북교류사업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면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다. 여기에 북한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쓴 책들을 보태면 되니까. 아마 북한은 이 책에 있는 그대로도 다른 책에 있는 그대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러저러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 어느 한쪽으로 북한을 규정하지 말고,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글쓴이는 남쪽 사람의 대다수는 심각한 '북맹'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만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를 '북맹'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바로 남북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이다.

 

서로 자주 만나면 그간에 쌓였던 오해는 풀리게 마련이다. 뭐 서로 교류가 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러니 남북이 화해 국면으로 가는 이때,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남북관계가 바뀌지 않도록 화해, 평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북맹'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 책은 왜 우리가 북한과 교류를 해야 하는지를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직접 함께 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로 북한을 머물게 하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한 민족이고, 오천 년을 함께 해온 우리가 겨우 70년을 분단되어 살았다고 영영 남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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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 한 걸음 더 가까이 평화의 시대 북한, 북한 사람들 다음 세대를 위한 안내서
서의동 지음, 김소희 그림 / 너머학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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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들에게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도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젠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북한을 적대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북간의 대화, 북미간의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종북'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집단이 있으니... 이대로 가면 한반도 평화는 어느 순간 다시 뒤로 물러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 왜곡되지 않은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 점에서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것도, 비판하는 것도 아닌, 언론인이 지녀야 할 자세로 객관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래 반도국가였음을, 대륙으로도 해양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나라였음을 첫장에서 지적하면서, 북한 지역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아마도 50대 이상에게는 친숙한 지명들이겠지만, 다음 세대들에게는 낯선 지명일 수도 있다.

 

이런 북한의 이곳저곳에 대한 설명 다음에 북한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십대들이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북한은 12년을 의무교육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11년이었는데, 소학교를 1년 늘려 12년이 되었다고 한다.  유치원의 높은 반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고등학교) 3년, 이렇게 12년이고, 각 학교급에서는 담임이 한번 정해지면 졸업 때까지 주욱 간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같은 담임 선생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학생들도 거의 졸업 때까지 함께 가고...

 

대학에 대해서, 또 길거리 음식에 대해서, 여가 활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다음에 출신성분과 인권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한 인권문제.. 그러나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다음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경제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북한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6년에 탈북한 사람들 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세 끼를 먹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86.4%, 고기를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먹었다'고 한 사람이 37.1%, '거의 매일 먹었다'는 사람이 17.4% (108쪽)였다고 한다. 나름대로 성과에 따른 결과물을 자신들의 소유로 할 수 있는 제도도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하고.

 

그러니 북한은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고, 이들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 교류하는 나라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여는 남북의 미래라는 장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결국 북한은 우리와 함께 해야할 나라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되어야 할 나라다. 그럼에도 통일, 통일을 외치기보다는 먼저 통이(通異, 서로 다른 체제가 소통하는 상태)부터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류, 그것을 기반으로 한 통일을 꿈꾸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에전에 똘이장군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북한을 무슨 괴물 집단으로 표현한 영화. 돼지, 늑대 등으로 표현된 북한 지도층과 군인들... 그런 인식을 지니고서는 '통이'는 불가능하다. '통이'가 불가능하다면 통일 역시 불가능하다. 그러니 북한에 대해서 편견을 지니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덧글

 

아주 사소한 지적.  북한의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88쪽. '명태식혜나 가자미식혜'라는 말이 나오는데, 생선과 관련된 이 음식의 명칭은 '명태식해, 가자미식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식혜와는 다른 음식인 것.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과연 나라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있을까? 그런 구분이 이미 특정한 나라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 아닐까?

151쪽. 핵이나 미사일로 세계를 위협하는 것은 정상 국가의 행동이 아닙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로 위협하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미국(어쩜 우리나라도)이 아니던가. 이런 나라가 정상국가가 아니라면 국경 봉쇄, 경제 제재 등을 통해 한 나라를 고립시키고 붕괴시키려는 나라는 정상 국가인가 하는 생각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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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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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는 내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라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그의 음악은 마음 속으로 들어왔는데...

 

그러다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음악도 담당했다는 말도 듣고, 영화를 보면서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가 글로 자신의 음악 세계와 생각을 펼친 책을 펴냈다.

 

관심 있는 사람이 낸 책이니 안 읽을 리가... 읽으면서도 한편 한편이 마음에 들었다. 무어라 요약할 수 없지만,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일류의 조건'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

프로란 계속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로서 일류이냐 이류이냐의 차이는 자신의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쪽)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영화음악을 만들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한다. 영감을 받아 한번에 일을 몰아쳐서 해서 끝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점에 불과하다는 것. 한두 번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계속 그렇게는 할 수 없기에, 자신의 일을 규칙적으로 만들어 꾸준히 한다는 것. 선으로 일을 만들어 한다는 것.

 

이것에는 재능만이 아니라 의지도 필요하다. 의지 없이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을 히사이시 조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기교보다는 음악으로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음악은 기교들의 집합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작업이다. 음악을 통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그는 음악에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끌어올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창조성이란 이런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히사이시 조가 일본을 넘어서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영화음악을 한 것과 중국 영화음악도 했다고 하니, 그는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도구를 가지고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한 것이다.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일본의 한계를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 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다른 느낌의 연주가 된다는 것.

 

남을 따라하는 데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일본인이 창조적인 면에서는 매우 뒤쳐진다는 것, 그들에게는 혁신보다는 과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역시 남을 뒤쫓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뒤쫓을 일이 없어지면 우리가 앞서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창조성을 발현하는 일이고, 혁신을 이루는 일이 아닐까. 히사이시 조는 한·중·일 삼국의 음악이 지닌 차이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작곡한 <여행을 떠날 때~>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을 중국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자 실로 편안한 대륙적인 소리가 나왔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너그러운 느낌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일본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조촐한 느낌이 전해졌다. (172쪽)

 

이렇게 같은 음이라도 전통에 따라서 또 습성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전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의 글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그가 작업한 영화를 떠올리면서 읽어도 되고...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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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 긍정의 힘으로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들다
데니스 홍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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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세계에서 알아주는 로봇 과학자라고 하면 된다. 그가 만든 로봇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서 유명해졌고, 또 강연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그가 살아온 과정과 로봇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로봇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학문에 대한 이야기, 기술발전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좋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을 지니고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에 발을 담그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데니스 홍이다.

 

이 책을 로봇에 중점을 두고 읽지 않고 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어떻게 성취해가는가를 중심에 두고 읽었는데, 그런 읽기가 더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자신이 성공한 결과만을 보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만 하는데,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 거쳤던 수많은 실패들에 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데니스 홍만해도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되는데 많은 실패를 거쳤다. 많은 대학에서 거절을 당한 것인데,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 다음 실패는 교수가 되어서 연구비를 타기 위해 냈던 제안서들의 실패다.

 

로봇을 연구하는 교수가 연구소를 운영할 자금이 없다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연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냈는데 계속 거절을 당한다면, 그만한 실망도, 그보다 더한 좌절도 없을 것이다.

 

이때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데니스 홍은 그 많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간다. 그 결과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교수가 되어 연구소를 운영할 때도 그는 자유롭게, 또 대학원생만이 아니라 학부생까지도 받아들여 공동연구를 한다. 대학이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말을 그가 운영하는 연구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좌절은 대학을 옮기면서일 것이다. 그가 대학을 옮기자 전 대학인 버클리 공대에서는 그가 그동안 만들었던 로봇을 주지 않는다. 그는 졸지에 자신의 로봇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다시 시작한다. 그에게는 로봇을 만들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행복. 우선 자신의 행복,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행복이다. 사회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그는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는 연구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271쪽)고 한다. 연구의 목적은 바로 사회가 좀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있다. 그가 거부하는 것은 전쟁과 관련된 연구다. 전쟁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유익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의 로봇들은 그런 목표를 향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를 악용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그런 그가 만든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일화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의 관점이 변해가는 것과,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사회에 제공하려는 그의 노력이 마음을 울린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때는 학생들이 무조건 놀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무거운 책가방,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은 없애야 한다고... 여기에다 코딩 교육 열풍이 불었을 때 그가 우리나라 관계자에게 했다는 말.

 

추리소설을 읽히고 요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는 말... 컴퓨터 교육을, 코딩 교육을 물어본 사람에게 그가 한 이 대답에서 우리는 무엇이 먼저 실시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논리력과 조직력을 키우는 것, 창의력은 그들의 뒷받침으로 생길 수 있는 것, 이들을 도외시한 코딩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으로는 더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봇과학자인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섰는지, 그는 어떤 관점에서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지, 로봇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자신의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로봇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데니스 홍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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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모. 내게는 학창시절에 국어시간에 배운 시로 알려진 사람. 학자이기도 했고, 그래서 한국현대시문학사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잊혀지는 시인이었는데, 우연히 헌책방에서 정한모 시전집을 발견하게 됐다.

 

  책을 보는 순간, 학창시절이 떠올랐고, 그의 시를 배우던 기억이 떠올랐으니... 그를 시인으로 크게 대접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랴, 어린 시절 배운 것이 몸에서 나가지를 않고 있으니.

 

  이래서 어린 시절 교육이 중요한가 보다. 마음에 와닿는 시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세월이 흘러서도 그의 시집을 집어들게 만드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는 두 편이다. '나비의 여행'과 '어머니6'. '나비의 여행'은 배웠지 싶은 기억만 있는데, '어머니 6'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나비의 여행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의 강을 건너

빚뿌리는 기억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나르다가

깜깜한 절벽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 부딪치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하는 화약냄새 소용돌이

전쟁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정한모 시전집1. 포엠토피아. 2001년. 180-181쪽.

 

 어머니·6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 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운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를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정한모 시전집1. 포엠토피아. 2001년. 230-231쪽.

 

따스한 위안을 주는 시다. 지금 읽어도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함이 새어나온다. 그렇게 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시들이 지금까지 살아남는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수많은 시인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세월의 힘에 견뎌내는 시인들, 그들이야 말로 위대한 시인이다. 정한모는 '길 위에서'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세월 속에서 스러져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길 위에서

 

늙은 사람들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지식들을 들고

바쁜 걸음들이 뒤따른다

 

그들이 또 말할 것이다

「늙은 사람들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다」고

 

정한모 시전집1. 포엠토피아. 2001년. 307쪽.

 

그러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우리 인간들이다. 인간들이 남긴 문화다. 정한모 시전집을 읽으며 다시 과거를 현재로 불러왔다. 시인들, 결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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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이름은 생소한데, 시를 읽으니 시는 또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저의 추억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kinye91 2019-06-18 09:49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저또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