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영혼의 거울 다빈치 art 18
프란시스코 데 고야 지음, 이은희 옮김 / 다빈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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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선이 끝나자 고야 그림이 생각났다. 제목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의미는 비슷한.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그런... 우리들 이성이 깨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먹고 살기 힘들 때일수록 이성이 깨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먹고 살기에도 힘들게 만드는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성에 호소하는 차분한 공약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과격한 소리들이 먼저 나오고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 과격한 말들, 감정을 건드리는 말들이 사람들을 움직여 표를 행사하게 하고... 그 다음엔?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든지, 아니면 괴물이 만들어지든지 하겠지... 이성이 작동해서 좀더 이성적인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고야의 이 그림이 생각났다. 카프리초스라는 판화집에 있는, 많이 알려진 그림. 이 책에서는 제목을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고 되어 있다. 어떤 책에서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고 되어 있는. 


그래 우리의 이성은 아직 이렇게 잠들지 않았겠지. 그래서 우리가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이룩한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이성이 잠들면 이렇게 괴물이 깨어날테니..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 이성이 잠들지 않게 해야 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21세기에 이런 야만적인 전쟁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전쟁이나 또는 국경분쟁들과는 다른 의미로 러시아의 침공이 다가왔는데...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결성되었던 국제연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2차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 그 후에 만들어진 국제연합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러시아 푸틴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을지...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들만 죽어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때 그 장소에 있었단 이유로... 그것은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내게 고야의 책을 집어들게 만든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야는 '전쟁의 참화'라는 판화집을 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전쟁으로 인한 온갖 참상들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힘 없는 사람이 힘 있는 자들에게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지... 제목이 '왜?'인, 이 판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쟁은 어떻게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렇게 다시 고야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상황과 우크라이나 상황이 겹친다. 


고야가 그린 그림이 지금 이 세상에도 통용되니 고야의 통찰력에 감탄해야 할까, 아니면 아직도 이런 고야 시대의 야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비판해야 할까.


다양한 고야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또 고야 판화집인 '카르피초스'가 전편 실려 있어서, 판화집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 또한 고야가 쓴 편지도 들어있어서 고야의 내면을 알아볼 수도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여기에 지금 우리 시대를 생각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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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5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야, 전쟁 관련 그림 많이 그렸죠.
1808년 5월3일이란 작품이 제 기억에 오래남아 있어요.
곧 총살 당할 인물의 공포가 그대로 전해져서...!
판화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무겁네요.

kinye91 2022-04-05 09:02   좋아요 1 | URL
네, 그레이스님의 말씀처럼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란 그림도 전쟁의 비참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잊지 못할 그림이기도 하고요. 이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고야의 판화에서 느낄 수 있는데, 정말 이런 전쟁은 없어져야 하겠지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렇다. 신동엽 시인은 그렇게 노래했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 난 뒤, 독재정권을 벗어나는 달. 4월.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4월 혁명... 그 전에 4.3.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참사... 사건 세월호. 그렇게 우리 역사에서 4월은 갈아엎는 달이었다. 독재에서 벗어나는, 국정농단에서 벗어나게 하는, 민주주의를 외치던 달.


4월이다.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다. 봄이다. 계절은 이제 완연한 봄. 정치도 그렇게 봄이었으면, 그런 봄이 오게 했던 민주화운동들. 스러져간 사람들. 


그들 덕에 4월은 갈아엎는 달이었고, 그렇게 갈아엎어서 지금 이 정도나마 민주주의를 누리게 되었다.


잊지 말자. 민주주의는 그냥 오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갈아엎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왔다. 그들의 함성, 열망 잊어서는 안 된다. 


4월 민주화와 관련된 몇몇 책들이 생각난다.


우선 신동엽 시인의 시들은 4월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의 시를 읽으면 자연스레 4월을 만난다. 민주주의를 만난다.


  다음에 4.3. 시와 소설들이 있는데... 시로는 이산하가 쓴 '한라산'이 있다. 한때 '잠들지 않는 남도'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이 시 또한 그렇다.


  4.3에 관해서는 많은 소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현기영이 쓴 '순이 삼촌'. 이 소설로 작가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는데. 지금 보수진영 당선자도 참석하는 기념식인데...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는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4.3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소설로는 한강이 쓴 '작별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나왔고, 이제는 4.3에 대해서 말을 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4.3으로 인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 김시종. 


  그를 디아스포라 작가라고 하는데, 그가 쓴 작품들에서도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을 만날 수 있다.



 

4월 혁명. 4.19라고 불리는 독재정권을 몰아냈던 혁명. 한때는 의거라고 불렸던, 그 일들.

박테순이 쓴 '무너진 극장'을 읽으면서 그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4월 혁명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4월 혁명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4월 혁명으로 우리는 우리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독재정권을 쫓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힘이 몇십 년 뒤 광화문에서 촛불로, 국정농단을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탄핵을 이끌어내고, 소수의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우리나라가 아님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시민들이 더이상 용납하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세월호라는 참사를 겪으면서, 국정농단 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아파서, 아직도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서, 더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그런 4월.


  굵직한 일들만 해도 3개를 들 수 있는 4월. 봄이 한창 물오를 때, 우리 삶에도 그런 봄을 이끌어주는 4월.


  또 4월 3일이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평화의 섬으로 자리잡은 제주. 우리나라 역시 평화롭게, 또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도록 기여하는 나라가 되게...


  많은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도록,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평등과 자유가 함께 하는 그런 우리나라가 될 수 있도록, 다시 4월은 갈아 엎는 달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이 봄을 맞이한다. 자연의 봄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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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세월호 추모시집
고은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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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이산하 장편서사시
이산하 지음 / 노마드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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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를 사는 시인 김시종
호소미 가즈유키 지음, 동선희 옮김 / 어문학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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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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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1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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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광활한 우주를 다루고 있다. 우주라는 공간만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한다. 선사시대 인간들의 모습이 이 소설의 첫부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상상이 작용한다. 역사를 들먹이면서 이건 사실이 아냐라고 하면 안 된다. 소설을 소설로 읽으면 된다. 상상 속에서 재구성해낸 세계. 우리들의 선사시대. 


원숭이인간이 어떻게 다른 동물들을 정복하면서 살아남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다양한 증거들이 나왔고, 어느 정도는 합의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지 인간의 선사시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이 틈에 소설이 들어갈 수 있다. 아니 역사에서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사건들을 소설이 재구성해낼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선사시대에 지구에 온 특이한 바위, 이 바위로 인해 인간은 자신들의 지능을 발전시키고,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간은 지구에서 최상위 존재에 속하게 된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고.


이 다음에 소설은 몇백만 년을 건너뛴다. 이제 바야흐로 우주시대에 돌입했다. 그것도 이 소설이 1960년대에 나왔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미 달에 우주기지가 있다. 그곳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다. 미래 예측이라고 하겠지만,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겨우 달에 머무르는 상상이라면 굳이 오디세이라고 제목을 붙이지도 않았으리라.


더 멀리,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야 한다. 오디세이처럼... 그러나 여기서 제목에 들어있는 오디세이란 인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오디세이는 모험을 하지만,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결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소설에서 달에서 선사시대에 지구에 있었던 것과 같은 물체를 발견한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 이 물체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소설은 곧장 토성을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로 건너뛴다. 지구에서 달로, 달에서 토성으로다. 물론 토성에 가기 전에 목성을 거치게 되지만, 목적지는 토성이다. 왜 하필 토성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우주선에 있던 로봇 HAL이 이상반응을 보이고 다른 우주선 탑승자들이 죽고난 뒤 홀로 살아남은 보먼을 통해 밝혀진다.


소설 초반에 나왔던 물체와 연관이 된다. 토성의 위성에 이와 같은 물체 또는 이런 물체를 만든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이들을 토성으로 보내게 된 것.


우주선 이름은 디스커버리 호다. 발견이다. 탐사다. 이렇게 인류는 먼 우주를 탐사한다. 또다른 지적인 생명체를 찾아서. 아니 달에 있던 물체를 보면 우주에 다른 지성체가 있다면 인류보다 한참 발전한 생명체이리라는 추측을 하고서.


홀로 살아남은 보먼은 토성에 다다르고, 목적했던 위성에 이르러 탐사에 나선다. 그러나 그가 탐사를 나선 사실까지도 모두 알고 있는 외계 존재들. 보먼은 아득한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고 어느 우주에서 다시 태어나 지구로 돌아온다.


다시 태어난 존재로. 그러니 이는 육체를 지닌 인간의 형상을 한 보먼이 아니라 빛과 같은 존재인 보먼으로 돌아왔다고 보면 된다. 지구에 재앙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또다른 지성체에 대한 탐구로 소설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가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끝없는 우주(우주에 끝이 있다는 주장이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만)라는 표현을 많이 하듯이, 빛의 속도로 가도 인간의 수명으로는 가볼 수 없는 곳이 많은 우주를 우리는 탐험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직선으로만 나아가서는 안 된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해도 우주는 인간의 수명에 비해서는 너무 넓다. 그러니 다른 방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를 상상으로 채워놓고 있다.


바로 이동의 통로이자 관문이 되는 것이 처음 지구에 있었고, 달에도 있었던 물체다. 우주 어디로도 통할 수 있는 관문. 과연 그런 관문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21세기. 여전히 우리는 화성에 발을 딛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소설이 1960년대에 쓰여졌다. 이는 우리의 상상력이 현실 과학을 앞서갔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상상이 현실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상상덕분에 우리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 소설은 오래 전부터 인간을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상상 지평을 넓혀준 소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 이후로 세 편이 더 있다고 하는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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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아트 - 예술을 영원히 뒤바꾼 여성들
발렌티나 그란데 지음, 에바 로세티 그림, 아이오와 편집부 옮김 / 아이오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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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다. 누구의 말이냐가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소리를 내더라도 철저하게 묻힌다. 다른 소리들에 의해. 또 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으라. 아무 소리도 내지 마라.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소리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나? 침묵은 금이라고... 웅변은 은이라고. 이는 평소에 자기말을 할 수 있는, 또는 자기 목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침묵은 굴종이고, 웅변은 저항이다. 그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놓아두려고, 그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고 하는 움직임이 많다. 그동안 지녀왔던 자신들의 이익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집단들도 많다.


이는 불평등이다. 사람은 지위, 성별, 국가, 연령, 인종 등등에 의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는,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과 동물을 너무도 쉽게 구분한다. 그만큼 우리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기때문에 사람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당연한 이 말이 당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가 많았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점점 더 평등한 쪽으로 변화해 왔다. 


아직 평등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어떤 형태로든 다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까지 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여성들에게는 '여류'라는 말을 붙였다. 남성들은 그냥 화가나 작가라고 하고, 여성에게는 '여류'화가, '여류'작가라고 했다. 차별인지도 모르고 쓰던 말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예술계에서도 이런 '여류'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되돌려서는 안 되고, 되돌릴 수도 없는데, 자꾸만 되돌리려고 해서 갈등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과들을 뒤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건 아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책은 예술계에서, 특히 미술계에서 성평등을 지향했던 화가들 이야기다. 네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 게릴라 걸스는 한 사람이 아니다. 단체라고 해야 한다- 주디 시카고, 페이스 링골드, 아나 멘디에타, 게릴라 걸스다.


사실, 게릴라 걸스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부끄럽게도 나머지 세 사람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들이 여성이 예술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했음에도 소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된다.


자꾸 찾아봐야 한다. 알아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그 사람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한때에 머물지 않고 계속 우리들의 삶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자꾸 목소리를 내야. 또 그 목소리를 전달해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중하다.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픽 평전이라고 그림을 곁들여서 이들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더 쉽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어떻게 그들이 자기 소리를 냈는지... 


소중한 목소리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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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이슈 잡지를 받으면서 인권에 대해 생각했다. 빅이슈는 인권과 관련이 있는 잡지인가 하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잡지니까,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잡지니까 인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봐도 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의 글이 빅이슈에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빅이슈에 실린 기사들이 너무도 다양해서 어떤 사람들은 그게 무슨 인권과 상관이 있느냐 할 수도 있다. 유명인에 대한 대담 기사부터, 디저트 소개에, 집 소개 등등...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권이다.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지 않나, '빵과 장미'란 유명한 말이 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빵과 장미가 함께 필요하다. 


빅이슈가 추구하는 일도 바로 이것 아닐까 한다. 빵과 장미. 경제적으로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목적을 이루려고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노숙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회 각 분야의 소식들을 전해주어서 사회 각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 


즉 먹고 사는 일만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다른 일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잡지. 그래서 이번 호를 읽으면서도 빅이슈에 실린 기사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또한 인권을 폭넓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표지 모델은 솔직히 본 적이 없다. 본 적이 없어서 빅이슈 표지 모델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가서 내용을 읽어보니, 그래 이것이다. 바로 빵과 장미가 바로 이 모델, 입짧은햇님과의 인터뷰에서 잘 나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삶을 즐겨야 한다. 또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사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빵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회, 또 빵과 더불어 장미를 즐길 수 있는 사회.


이번 호에는 그래서 먹방(?) 개인 방송을 운영하는 입짧은햇님과 탱고에 대한 기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먹방하면 그냥 많이 먹는 방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에, 함께 먹는다는 느낌을 주는 방송이 먹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래서 집에서 고립되어 있는 개인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방송. 이것이야말로 빵과 장미 아니겠는가.


탱고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남는 사람들의 여유 있는 취미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음주가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 아니었던가. 그러니 여유 있는 소수의 취미가 아닌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춤으로 탱고도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또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장미를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하므로.


게다가 탱고는 홀로 추는 춤이 아니라 상대에 맞춰 추는 춤이라고 하니,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빅이슈란 잡지는 자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지닌 노숙인들에게도, 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삶들을 알고 자신의 삶을 좀더 아름답게 꾸려가겠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인권'이 배어 있는 그런 잡지라 할 수 있다.


이번 호를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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