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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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란 자신의 이상을 삶을 통해 실천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 특히 어떤 사람이라도 희생시킬 각오가 된 사람이었다. -97쪽

아이히만의 성격 결함은 그에게 그 어느 것도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104쪽

관청용어가 그의 언어가 된 것은 상투어가 아니고서는 단 한 구절도 말할 능력이 정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05쪽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 진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106쪽

모든 진실은 만일 유대인이 정말로 조직이 되어 있지 않았고 또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혼란과 수많은 불행들이 있었겠지만 희생자들 전체가 400만, 500만, 600만에 달할 리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197쪽

이러한 특권적 범주들을 수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보면 아주 재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예외'이기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일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 규칙을 함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205쪽

덴마크에서 진정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귀결, 즉 시민과 독립의 전제조건 및 책임에 대한 타고난 이해였던 것이 이탈리아에서는 오랜 문명화된 민족의 거의 자동적인 일반적 인류애의 산물이었다.-260쪽

놀랍게도, 그리고 동시에 때때로 실망스럽게도 서구의 교육받은 유대인 '귀족'들 대다수는 일종의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자율성은 원했지만 정치적 자율성을 원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265쪽

인간적인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으며, 망각이 가능하기에는 이 세계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항상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어떤 것도 '실질적으로 불필요'하지 않다. ... 공포의 조건 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라가지만 어떤 사람은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324쪽

오직 무국적 상태로서만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대인은 몰살당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국적을 상실해야만 한 것이다.-334쪽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349쪽

악을 범한 자가 법정에 서야 하는 이유는 그의 행위가 공동체 전체를 어지럽혔고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지, 민사재판의 경우에서처럼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에게 해를 끼쳤기 때문은 아니다.-360쪽

대량학살이라는 범죄의 핵심은 전적으로 다른 질서가 붕괴되고 또 전적으로 다른 공동체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374쪽

일단 한 번 등장하여 인류의 역사에 기록된 모든 행위는 그러한 발생이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류에게 남는 것은 인간적 사건들의 본질 속에 놓여 있다. 어떠한 처벌도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는 충분한 억지력을 가진 적이 없었다.-375쪽

이 지구를 유대인 및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아이히만)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아이히만)이 교수형에 처해져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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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가능의 시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 기획, 엮음 / 교육공동체벗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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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무척 도발적이다. 현직 교사들이 주축이고, 또 현직 교사들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책을 펴내는 곳에서 낸 책치고는 참, 학교와 먼 제목을 달았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라니... 그렇담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일에도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하나 안 하나 상관없는 일이 있는데, 이 말대로라면, 교육은 할 필요가 없는 일에 들어감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이미 교육불가능이라고 규정을 했는데, 아니다, 가능하다고 말하고 이 일에 종사하는 모습 자체가 동키호테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기 때문이다.

 

시대와의 불화, 그러면 시대를 고치면 되든지, 아니면 자신이 떨어져 나가든지 해야 하는데, 시대와의 불화를 인식하지 못하다면, 풍차를 향해 창을 들고 돌진하는 동키호테처럼, 남들이 보기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어이없는 짓,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제목이 이렇듯 도발적인 이유는, 이 현실을 인정하자, 현실을 직시하자, 그래야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공교육부터 시작해서, 전문계 교육, 대학 교육까지 그간 우리 교육을 지탱하고 있는 큰 틀들이 왜 불가능한지, 얼마나 불가능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에필로그에서 안준철, 이계잠, 윤지형의 글로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고 있는데...

 

두 문장을 생각했다.

 

하나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글에 있었던 제목, 절망보다 사악한 것은 없다는 말, 그리고 또 하나나는 맹자에 나오는 말인 오십보 백보

 

절망보다 사악한 것은 없다는 말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사실, 이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 있는 안준철의 글에 나오는 '절망의 심화'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니체가 했다는 말인,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지는 법이다는 말로 대체하며 될 테다. 이런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이계삼이고, 이계삼은 이런 관점에서 교육불가능의 시대라고 했단 생각이 든다.

 

절망을 맛본 사람, 아니 절망까지 자신의 사유를 극한으로 밀고 간 사람, 이 사람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이 절망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전혀 새로운 방법을 내세운다. 이처럼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절망의 심화를 계속 밀고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절망의 심화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실천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오십 보 백 보라는 말, 저 멀리서 보면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말로 대체가능한데, 이는 멀리서 보았을 때, 또는 자신이 우위에 있어서 한참을 내려다보며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과연 오십 보와 백 보가 같을까?

 

아니다. 엄청나게 다르다. 맹자처럼, 준성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왕이 그 왕일테지만, 통치를 받고 있는 백성 입장에서 보면 오십 보와 백 보는, 전제적이고 백성을 괴롭히는 왕과 그래도 백성의 처지를 조금은 고려해주는 왕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절대로 오십 보 백 보가 될 수 없다.

 

'오십 보 백 보'라는 틀에 갇혀 버리면 지금, 여기,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며, 교사들의 노력은 쓸모없는 일에 자신의 정력을 소비해버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다는 자괴감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맺는 작은 만남들이 하나하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 이런 논리가 에필로그의 안준철의 글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사실, 삶에 어떤 의미를 찾아야지만, 희망을 발견해야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프랭클의 말처럼, 학교에서 작은 실천을 하는 교사들, 그들이 있기에 아직도 학교는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거대 담론인, 교육불가능을 인식하되, 이를 큰틀에서도 접근해야지만, 작은 실천들도 필요하다는, 교육불가능과 교육가능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이 책의 다른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큰 틀을 잊지 말되, 그 틀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신이 처해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러나 그 자리에만 매몰되지 말고, 큰 틀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실천하려는 자세를 지니는 모습, 그것이 바로 교육불가능의 시대를 돌파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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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위기 - 정치에서의 거짓말.시민불복종.폭력론 한길그레이트북스 117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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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다. 우리는 공화국에 산다. 그런가? 그렇다고 대답을 해야 한다. 공화국에서는 국민들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인 참여를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 표면상으로, 우리나라는 헌법이라는 권력 유지 체제를 지니고 있어서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화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어 있고, 탈법에 범법까지 자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임받은 권력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폭력 상황으로 나아갔냐면 그것은 아닌데, 연일 폭력이라고는 학교폭력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치권력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 학교폭력을 다루면서 정치권력의 붕괴를 희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의 눈길이 가기도 한다.

 

이 때 아렌트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자신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가 반대하지 않을 때는 일단 자기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아렌트가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말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말할 때 시민불복종이 된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권력을 쥐고 있는 집단은 우리가 동의한다고 여기고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 그러니 그건 내 양심에 맞지 않아 하고 속으로만 불평해서는 안되고, 이를 행위로 나타내야 한다. 이처럼 시민불복종은 결코 양심의 운동이 아니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행사하는 행위에서 나오는 권력이라고 한다.

 

그렇다. 양심이 아니라 행위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아니면 벌어졌던 수많은 행위들은 -촛불부터 희망버스, 희망비행기, 하다못해 삼보일배까지- 나 자신의 양심 선언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민불복종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한가지가 빠져 있단 생각이 든다.

 

그 무엇은, 이 생각들이 우리들의 양심에 의해서 행위한다가 아니라, 우리의 이런 행위들이 하나의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집단의 의견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행위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모든 행위들은 단발성으로 끝나고, 결코 사회를 변혁시키지 못하게 된다. 아렌트의 시민불복종이란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면 그렇게 된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서는 이러한 변혁을 추동할 집단이 없다는 점과, 그리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젊은세대의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 책 마지막 부분에 실린 아렌트의 말

 

"대학은 젊은이들이 수년 동안 모든 사회적 집단과 사회적 의무에서 국외자의 입장에 서게, 즉 진실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민불복종이 사회변혁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을 자유롭게 해주지 못하고, 학생을 자본의 틀에 얽매이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가장 자유로울 세대가 가장 자유롭지 못하다는 역설이 성립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권력의 누수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체 권력은 형성되고 있지 않다. 준비된 집단이 없다는 말과도 같은데,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이 사회는 어느 정권이든, 권력이 새는 상태로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으리라.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꿈꾼다면, 그것은 개인에게서가 아니라 집단에게서이다. 이를 명심한다면, 이 책의 1부에서처럼 정치권 자신도 자신들이 속고 있는 상황일테니, 우리가 현실을 바로 보는 태도를 지니고, 우리라는 집단의 의견을 형성해서 이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가? 이미 우리는 너무도 좋은 수단들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책, 특히 시민불복종 부분, 참조할 사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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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위기 - 정치에서의 거짓말.시민불복종.폭력론 한길그레이트북스 117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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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 진리에 대한 고의적 부정(거짓말 하는 능력)과 사실을 변화시키는 소질(행위하는 능력)은 서로 결부되어 있다. 이 둘은 동일한 근원에 의존한다. 그것은 상상력이다. -36쪽

진리는 비록 공적으로 명백히 드러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모든 거짓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다.-66쪽

불복종 시민은 집단의 일원으로서만 기능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94쪽

불복종 시민들...공통 관심보다는 공통 의견을 함께 하는 조직적 소수자들이며, 또 다수에게 지지받는 정부 정책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결정을 따른다. 그들의 일치된 행동은 서로 간의 동의에서 생겨나며, 이러한 동의는 그들이 애초에 어떻게 합의하게 되었든 간에 그들의 의견에 대해 신뢰와 확신을 준다.-95쪽

양심의 규칙...전적으로 부정적 방식을 취한다. 그것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지 않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말한다. 그것들은 행위를 취하기 위한 어떤 원리들을 밝혀주지 않으며, 어떠한 행위도 벗어나면 안되는 한계만 설정한다.-103쪽

양심의 규칙은 자아에 대한 관심에 달려 있다. 그것은 당신이 평생 지니고 살 수 없는 어떤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한다.
... 정치적, 법적 난점은 이중적이다. 첫째, 그것은 일반화될 수 없다. ... 두 번째 난점은 만약 양심이 세속적인 용어로 정리된다면, 양심은 인간이 선과 악을 구별하는 선천적인 능력을 소유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관심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무는 바로 이러한 관심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 '선한 인간'과 '좋은 시민'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105-105쪽

저잣거리에서 양심의 운명은 철학자가 추구하는 진리의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의견이 되어 타인의 의견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의견의 강도는 양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의 수에 의존한다. -109쪽

시민불복종이 일어나는 것은 상당수의 시민들이 변화를 이루어낼 정상적 통로가 더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불만이 더 이상 청취되지 않거나 처리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또는 그와 반대로 정부가 그 적법성과 합헌성이 심각히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거나 정책에 착수하고 추진한다는 확신이 들 때이다. -116쪽

시민불복종은 현상에 대한 필요하고 바람직한 보존이나 회복을 지향할 수 있다. 이러한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불복종이 범죄적 불복종과 동등시될 수 없다.-117쪽

이의는 합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또한 자유 정부의 표지이다. 자신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가 반대하지 않을 때는 일단 자기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132쪽

약속이란 인간적으로 가능한 정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독특한 미래 규제방식이다.-137쪽

혁명사를 살펴본다면, 그 길을 이끈 사람은 억눌린 자들이나 낮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은 억눌리거나 낮은 지위로 떨어지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된 것을 견디지 못한 자들입니다.-273쪽

혁명가들은 언제 권력이 거리에 있는지, 그리고 언제 그것을 집어들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들입니다.-275쪽

대학은 젊은이들이 수년 동안 모든 사회적 집단과 사회적 의무에서 국외자의 입장에 서게, 즉 진실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줍니다.-278쪽

자유는 항상 거부의 자유를 함축합니다.-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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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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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책이기도 하고, 인간의 삶을 조건지우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책이기도 하다.

 

유명한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노동, 작업,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세가지 조건이라고 한다. 여기에 사유니 관조니 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활동적 삶이라고 하는 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는 노동, 작업, 행위가 주요 요소로 나오고 있다.

 

노동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운명에서, 필연성에서 도래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자유를 느낄 틈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을 한다. 여기에 자유가 개입할 여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노동은 순환적이다. 이는 자신의 후손들을 생산하는 데서, 즉 다산성으로 나타난다. 노동의 필연성이 다산성을 유발하고, 이 다산성이 인간의 조건을 형성한다.

 

그러나 죽음의 존재들은 불멸을 꿈꾸기도 한다. 아니 꿈꾼다. 의식이 있는 존재가 자신의 유한성을 깨달았을 때, 그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생각이 없는 존재, 즉 사물에 불과하다. 그러한 불멸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작업이다. 자신이 생산물을, 즉 노동에서처럼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고 마는, 그래서 사라져서 순환성을 일으키는 노동 생산물이 아니라, 순환성을 깨는 불멸성을 지니는 대상을 창조하는 노력이 바로 작업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꿈꾸며 자신의 현존을 후대에게도 알리고 싶은 욕구가 바로 작업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과 작업은 결국 생산물에 관계하고, 이는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공론 영역, 즉, 공적인 영역이다. 이 공적 영역을 정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고, 정치 영역을 구성하는 인간의 조건이 바로 행위이다. 이 행위는 자신의 존재 전체를 던지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 용기는 바로 자유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이 행위는 바로 나와 같은 남을 전제로 해야만 하기 때문에, 행위에 대한 용서와, 남을 의식한 약속 이행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

 

나와 남이 관계를 맺어가는 공간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용서와 믿음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이를 행하는 공간이 바로 정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인 삶을 유지하는 공간이 아닌, 실존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략 정리를 하면 노동과 작업은 개인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이를 사적 영역이라고 하자. 행위는 공적 영역, 요즘 말로 하면 사회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태어남이라는 기적을 지닌 인간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요소로 노동과 작업을 지니고 있다면, 같은 기적을 지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인간적 삶을 유지하는 요소에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행위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노동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사태가 지금의 현실이고, 우리는 이러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유의 힘을 필요로 한다. 노동이 행위를 전복시키고, 노동행위만이 전면에 나서게 된 이유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지만, 이에 몰입하다보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자유를 상실하고, 필연성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바로 이 현실을 직시할 정신의 힘, 아렌트가 나중에 전개하고자 했던 사유, 의지,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활동적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노동, 작업 ,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책이고, 어떻게 이해해야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책이다. 많은 부분이 그리스 철학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근대 철학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핵심을 잘 잡아내기 힘들다. 철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는 말이다.

 

다만, 그냥 내 맘대로 이해하고, 이를 내 삶에 적용시켜야지 하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고 나간 책인데...

 

과연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지금, 우리 시대에 어떤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인간적인 삶을 향유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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