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절판


경제학자들은 계수화하지 못하는 하나의 변수 때문에 스웨덴의 예외적 함수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바로 국민의 행복감과 제도에 대한 신뢰다. 세금은 많이 내지만, 다시 복지를 통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고, 형평성 있는 분배가 이루어져 국민 간의 차이가 줄어들어 서로의 위화감도 적다. 스웨덴 국민은 실직과 병으로 소득이 없을 때 본인이 낸 세금으로 국가가 일시적이나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믿기 때문에 삶 자체가 불안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국가와 공무원을 믿는다. 개인, 지역, 계층 간의 차이가 적다 보니 서로 반목하는 것도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도 함께 줄어든다. 국민이 행복해하는 가장 큰 이유다.-28-29쪽

스웨덴이 택한 방법은 고부담, 고복지에 근간을 두고 있다.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나눠주는 방식이다.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있고 혜택을 덜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공평하게 적용되는 아동수당, 무상교육, 의료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는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일시적 재난, 좌절, 실패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재기를 위해 준비하는 동안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신이 낸 세금보다 더 받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다시 이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게 되면 받는 것보다 내는 것이 더 많게 되어 모두가 비슷하게 기여하는 구조다.-35쪽

결국 인생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물컵, 즉 복지제도의 구축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인과 정당, 그리고 제도가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잇따. 부패한 사회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또한 반드시 실패한다.-38쪽

결국 부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래부터 위까지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정, 그리고 폭넓은 사회운동 등을 통한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이 부패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썩은 정치와 행정을 쉽게 개혁할 수 없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만나야 완성된다. 정치, 관료, 그리고 기업문화만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도 함께 변하지 않으면 효과가 별로 없게 된다.-61쪽

해고만 하면 끝인 한국 기업에 비해 스웨덴의 기업들은 사회보장비 부담은 물론, 해고 시 재취업교육, 창업비 지원까지 책임지는 것이 기업의 책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69쪽

대기업과 기업가들에 대한 스웨덴 국민의 높은 신뢰는 결국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하는 기업,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사회적 안전조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인이 있기에 가능하다.-70쪽

의원활동지원법을 보면 의원들은 피고용자 신분으로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당'을 받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회의원이란 직업을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아 활동하는 임시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152쪽

...사소한 규정들도 많다. 정치인들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식사를 하러 가도 본인이 직접 식판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은 제아무리 공부라고 해도 제 무덤을 파는 행위다.-153쪽

깨어 있는 국민이 일하는 정치인을 만든다. 의식 높은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정책 공부를 하고, 의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공부한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 의회에서의 토론도 심도 깊은 정책토론으로 일관한다. 인신공격, 장관 혼내기, 핀잔 주기, 고성과 폭력은 전혀 끼어들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순간 국민의 지탄을 받고 퇴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스웨덴 정치인들은 언제나 국민의 눈과 귀가 무섭다고 이야기한다.-175쪽

현대식으로 지어진 이케아 가구 백화점에는 몇가지 콘셉트가 있었다. 첫째,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입구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스낵코너를 만든다. 그리고 쇼핑이 끝날 무렵 옥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을 만든다. 둘째,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물건을 제래도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든다. 셋째, 가정의 거실, 부엌, 침실, 공부방 등 실제와 똑같이 실내 장식을 하고 가구를 배치한다. 넷째, 가구의 디자인은 심플한 콘셉트를 갖춰라. 다섯째, 가격으로 승부하라. 여섯째, 스웨덴의 이미지를 만들어라.-194쪽

그는(이케아 창립자 캄프라드) 자서전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깅버 가치는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 고객들이 이케아만 오면 즐겁고 재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197쪽

교환학생 자격으로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지 물가 수준에 맞는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해주는 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지원금도 외국에 나가 있는 학생에게는 그 나라 물가에 맞게 금액이상향 정되므로 외국 생활에 필요한 용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학업을 쌓는데 지장이 없도록 현지 대학등록금, 생활비 지원 등을 무상 부문과 장기 저리 융자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스웨덴 학생들은 부모의 수입이나 가족의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외국에 나가 교육을 받을 수 있다.-210쪽

성공한 사람 뒤엔 반드시 이들이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재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215쪽

북유럽 국가들은 국가의 번영과 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서로의 차이를 줄여 국민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복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 높은 관용과 낮은 갈등 수준, 투명성, 타협과 협의의 정신, 연대의식 등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사항들이다.-257-258쪽

스웨덴의 사회복지는 안전장치다. 국민의 행복감을 최대한 높여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와 불행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줌으로써 자신의 삶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장치다.-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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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삼매경. 이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책을 읽어도 더위를 잊기 힘들다. 인간의 정신이 육체를 초월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폭염이라고 하는 이런 날씨에는 몸이 먼저 늘어져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몸에게 나를 온전히 맡겨버리고 내 정신을 잃을 수도 없는 일.

 

예전에 샀던 시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집들을 하나씩 꺼내 읽어 보기로 한다.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도... 시란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읽어야 하고,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책장에 제 자리를 잡고, 내게 다가오지 않았던 시집이 한두 권이 아니었으니, 이 기회에 하나씩 하나씩 다시 내 곁으로 불러내고, 내 맘 속에 담아두려 한다.

 

이번엔 정호승이다. 그가 2004년에 펴낸 "이 짧은 시간 동안"

 

일명 슬픔의 시인. 그는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 슬픔을 통해 기쁨에 이르려고 한다.  하여 그가 시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들은 밝고 높은 대상이 아니라, 어둡고 낮은 대상들이다. 그러나 이런 대상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오히려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의 시에 안치환이 곡을 많이 붙였다. 노래로도 많이 불려지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서강대에서 열린 안치환 콘서트에 정호승 시인이 나와 자신의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 시들은 단지 낮고 힘들고 슬픈 대상을 넘어서고 있다. 무언가 포용하고, 융합이 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시집에서는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이 나오고, 아버지, 어머니 얘기가 나오고, 수미산이든, 십가자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있다. 

 

어느 시를 읽든 마음이 따뜻해진다. 잠시 더위를 잊는다. 그리고 이 무더위에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함께 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기를...

 

이 시집에 있는 '꿈속의 꿈'이라는 시를 보면 우리는 자신이 짊어진 짐을 가장 무겁다고 여기고 남들의 짐은 자신의 짐보다 가볍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자신의 짐은 자신이 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짐만큼 남들의 짐도 무겁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짐을 짊어지지 말고 안고 가라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를 그는 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꿈속의 꿈

나를 못 박을 무거운 십자가 하나 등에 지고 / 여름산을 오른다 / 조금만 발걸음을 멈추어도 누가 채찍을 내리친다 / 목이 마르다 / 무릎을 꺾고 땅에 쿠 십자가를 내려놓는다 / 한 여자가 달려와 발길로 물그릇을 차버린다 / 사방을 둘러보아도 / 내 대신 십자가를 지고 갈 사람은 보이지 않고 / 어디선가 그분의 말씀이 들린다 /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 나는 얼른 그분한테 달려가 무릎을 꿇는다 / 십자가를 좀 바꾸어주세요 / 도저히 무거워서 지고 갈 수가 없어요 / 그가 빙긋이 웃으면서 나를 어느 숲으로 데리고 간다 / 숲에는 누가 버리고 간 것일까 / 크고 작은 수많은 십자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보렴 / 나는 그분의 말씀대로 이것저것 몇날 며칠 고르다가 / 가장 작고 가벼워 보이는 십자가를 하나 골라 / 등에 지고 다시 산을 오른다 /여전히 십자가가 무겁다 /등이 휠 것 같다 / 몇걸음 떼어놓지 못하고 다시 쿵 십자가를 내려놓자 / 그분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 그 십자가가 원래 네가 지녔던 바로 그 십자가다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꿈속의 꿈 전문(114-115쪽)

 

자, 이쯤되면 지금 내가 짊어진 짐을 짐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짜피 나와 함께 할 십자가라면 안고 가야 한다. 기꺼이... 윤동주가 말했던 것처럼. 그러면 이 때 십자가는 그의 시 '벽'에 나와 있는 구절처럼(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짐에서 빵이 될 수 있다.

 

이런 삶. 이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다. 순간, 이 짧은 생의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우리의 짐(벽)을 빵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을 시.

 

물 위를 걸으며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2005 5쇄, 물 위를 걸으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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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무더위. 인간이 만들어낸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더위는 더욱더 니들이 그랬지, 니들이 그랬어 하면서 우리 곁에 머문다. 밖에 나가면 엄청난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온도보다 내 몸이 느끼는 온도가 엄청나게 더 높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내 몸은 열기에 포함되어 있는 찐득찐득함까지도 느끼니 말이다.

 

피서를 떠나야 하는데... 어디로 간들, 사람을 피할 재간은 없고... 피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더위를 먹고 오기 십상인데...

 

집 안에 있자니, 그것도 고역이다. 도무지 방에 있을 수가 없다. 몸이 끈적끈적,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기도 그렇다.

 

예전에는 탁족이라고 해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을 먹든지, 아니면 발을 담그고 시 한 수를 읊기도 했다는데...

 

도심에서 계곡을 찾기도 힘들고, 계곡까지 가기도 그렇다.

 

하여 대안으로 시집을 읽어봐야지... 한 번 일별하고는 책장 속에 고히 쌓아두어썬 시집 중에 마음에 가는 것들을 꼽아서 잃어봐야지... 하는데...

 

물론 시집을 펼쳐든다고 해서 더위를 잊지는 못한다. 그러기에는 이번 더위는 너무 심하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더위를 그래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들, 시집들. 세상에 그런 게 있을까 싶기도 한데...

 

우선 제목을 보고 뽑았다. 고정희의 "지리산의 봄" 고정희 하면 지리산, 그리고 뱀사골...

 

예전 해남에 갔을 때 고정희 생가라는 이정표를 보고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 상 김남주 생가만 들르고 말았는데... 언제 내가 고정희의 시집을 샀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시집에 찍혀 있는 날짜를 보니 1997.6.2라고 되어 있다. 참 오래 전에 산 시집이구나. 이것도 초판은 아닌데... 이 시집은 1987년에 나왔다. 우리나라 격동의 시기에.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에는 198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시원하다기보다는 그 때를 회상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슬퍼지고, 지금이나 그 때나 도대체 나아진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저항의 산이기도 하고, 포용의 산이기도 한, 시인 자신의 마지막을 보낸 산. 그래서 이 시집은 애틋하다. 좋은 시들이,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며 가슴을 울리는 시들이 많은데...

 

이 구절 하나, 예전에 줄 쳐놓은 그 구절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단 한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평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천둥벌거숭이의 노래 10 마지막 부분

 

한 번의 이윽한 진실로 고정희는 일평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아마도 예전의 나는 이 시집을 산 다음에 고정희의 시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 권을 더 샀으니 말이다. "이 시대의 아벨"

고정희는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 내용에서도 기독교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제목도 "이 시대의 아벨"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아벨은 바로 우리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아벨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이 시집에서는 무거운 내용도 있지만, 사랑법 첫째와 같이 참 서정적인 시도 있다. 시대를 힘겹게 살아갔지만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서정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해남 방면으로 여행을 갈 일이 있으면 꼭 고정희의 생가를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더운 날, 고정희 시집 두 권을 읽으면서...

 

더운 날들이 연속되니 무거운 시보다는 고정희의 시 중에서 서정적인 시 한 편

 

고백

- 편지 6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고정희 "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사 1992년 5쇄 110쪽 고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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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처럼 - 보고, 배우고, 삶을 디자인하라
오하시 가나.오하시 유타로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부터 핀란드를 배우자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학력도 복지도 매우 잘되어 있어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계속 주지시키고 있다.

 

이제는 교육 분야나 복지 분야에서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번역이 되어 있기에, 북유럽 저 끝에 있는 나라가 마치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핀란드다. 핀란드라는 말을 들으면 이번에는 또 뭐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인다.

 

아직도 배워야 한다고, 그러나 그 배움은 부러움만 지니는 배움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배울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모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우리도 사용한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말이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리라. 이는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를 준다는, 배우는 사람이 수동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교육이라는 말보다는 배움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려고 하는데...

 

이 교육이라는 말을 중심에 놓고 있을 때는 스승이 없다고 한탄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잘못된 태도라는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다. 스승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자신이 과연 제자가 되려고 노력해 봤냐고 반문해봐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배움의 자세에 대해서 성찰해 보라고,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요즘은 생각을 바꿔가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는 핀란드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세상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스승이 아니던가.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주변을 살피는 순간, 모든 존재가 스승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핀란드의 공식적인 학교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학교제도는 배움이라기보다는 아직도 교육에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학교 교육과 나란히 갈 수 있는 사회를 통한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 자연학교, 도서관, 방송국과 각종 시민단체들을 통해서 배우고자 할 때 주변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의 자리만 지키고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청소년들을, 어른들을 찾아가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하여 도처에서 언제든지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배움은 단지 지식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삶을 바꾸는,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배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배움이 언제든,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를 디자인하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라고 한다. 돈이 없어서, 지역이 낙후되어서, 이주민이어서 배움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이러한 배움의 제도를 디자인하고 있는 나라.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시골에 학생이 별로 없다고 학교를 폐교시키고, 먼 거리를 통학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적고, 자연과 늘 접할 수 있고, 또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학교를 단지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는 학교를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고서 폐쇄시키는 교육정책은 배움의 정책과는 반대이지 않나 싶어서이다.

 

박물관, 미술관, 방송국, 도서관 등등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배움의 장소가 주로 어디에 있나를 살펴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지 않나 하고, 이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이 지역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니... 오히려 배움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경제나 정치적 요소만으로 결정이 되어선 안된다. 여기에 교육보다는 배움을 중심에 놓는다면 경제나 정치적 요인은 우선 배제하고, 한 사람이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갈 수 있게,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도록 사회를 디자인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사람은, 또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디자인하겠다는 사람은 그러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배울 수 있는 공간들, 그러한 장소들을 디자인한 사회에서는 건강한 정신들이,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리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고, 사람과 자연과 건축물들이 어울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배움이 언제든, 어디서든 이루어지고, 그것이 자신의 삶과 연결이 되는 그러한 사회를 디자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핀란드에서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다. 우리가 배움의 자세를 지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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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스테판 비알 지음, 이소영 옮김 / 홍시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디자인, 많이 들은 말이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디자인에 대해서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이미지 효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한다. 즉 상품에 딸린 부속 요소로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디자인이란 개념을 이렇게 협소하게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상품에 딸린 부속 요소로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디자인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게 만드는 안 좋은 역할을 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 책의 부제처럼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필요보다는 무언가를 단순히 소유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역할을 디자인이 한다면 디자인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무엇이 된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디자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한 책이 이 책이다. 디자인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짧막한 글들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를 훑고, 디자인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디자인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있는 책이다.

 

상품과 관련된 협소한 개념으로 디자인을 파악하지 않고, 우리네 삶 전반과 관련된 개념으로 디자인을 파악한다. 즉 우리들이 향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디자인과 관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문화까지도 포함이 된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혁신을 자신의 개념으로 삼아야 하는데... 어떻게 혁신을 이룰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디자이너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디자인적 사고(130쪽)"라고 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사람들의 필요를 관찰하는 단계로, 문화와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영감이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낳는 수단으로서의 실험 단계(만들면서 배우기)라고 한다. 마지막 단계는 실행 단계라고 한다. 이는 디자인 과정이 끝날 때는 소비만이 아닌 참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130-131쪽)

 

이는 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혁신하는 능동적인 요소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때만이 디자인이 자기 구실을 할 수 있고,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디자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도 디자인에 그토록 열중했던 것 아니었던가. 그가 자신의 회사가 만든 제품의 디자인에 열중했다면, 우리는 이런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의 삶을 디자인 하는데 열중해야 한다. 이는 바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맞추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 내부에서 오는 욕구를 외부에 투영하여 외부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디자인의 혁신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겠지.

 

이 책에 나와 있는 디자인에 관한 명제 세 가지를 적어 본다. 이를 우리의 삶과 관련지어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제 1 디자인은 형태를 사용하여 경험을 구상하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명제 2 디자인은 물건의 장이 아니라 효과의 장이다.

명제 3 산업 디자인은 단지 디자인의 한 분야일 뿐이다. (138-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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