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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 ㅣ 심용환 역사 상상력 아카이브 3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평점 :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눈을 갖는 것. 현상황을 파악하고 나아갈 길을 찾는 것.
탄핵 이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아직은 아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만 바뀌었다. 기존 국무위원들은 그대로다. 국무총리 인준이 끝나야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추천하고 그들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이 되어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제왕적 대통령이란 소리를 안 들으니)했으니 끝인가?
촛불, 응원봉으로 대변되는 광장의 외침이 선거가 끝나면 끝나는 것인가? 아니, 광장의 외침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빛의 혁명'은 계속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광장의 외침은 민주공화국의 회복이다. 대통령이란 작자가 왕처럼 군림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 그것이 광장의 외침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바꾸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먼저 무엇이 민주공화국을 가로막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걸림돌을 찾아야 없앨 수 있다. 그러한 걸림돌을 찾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광장의 외침은 실현되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 책 제목에서 현 상황을 파악하는 단초를 발견한다.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 그렇다. 민주공화국의 적을 먼저 찾아야 한다. 무엇이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알게 되면 모른 척 할 수 없다. 이미 밝혀진 사실을 감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공화국의 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저자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살펴보자.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이 모두 민주공화국의 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명백하게 민주공화국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비상계엄, 대통령, 군부, 공무원, 검찰, 사법부,
국회, 기독교, 경제, 뉴라이트, 북한과 국제관계, 국민
이 열두 개 항목 중에 비상계엄은 말 그대로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민주와는 거리가 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역대 대통령을 다 살피지 않아도 독재정권이라 불리는 이승만, 박정희와 전두환이니, 민주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다들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상계엄을 '계몽'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세상에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행위를 어떻게 계몽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대다수 국민'이라면 민주공화국은 이루어질 수 없다.
대통령이 다음에 나오는 것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왕적 권력을 가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 자체가 민주공화국과 양립할 수 없는 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대통령 개인이 많은 권력을 쥐고 정치를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공무원은 상명하복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존재일 뿐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공무원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면, '민주공화국'은 될 수가 없다. 관료주의도 문제지만, 관료가 관료 역할도 못하고 대통령이나 권력자의 눈치나 보면서 업무를 처리한다면'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말이 법 조항으로만 존재하게 해서는 그런 공무원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군부와 검찰은 이야기할 것도 없다. 개혁의 대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고, 군부는 지속적으로 힘이 약화되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비상계엄처럼 동원되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 군부는 민주공화국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망설이는 실질적인 태업을 하는 군인들이 있었다는 점, 이는 우리나라 군대가 어느 정도는 민주화 되었다는 말이다.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이 일어날 수 없는 사회가 되도록 지금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검찰과 사법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지닌 이들은 민주공화국에서 개혁의 대상이 된다.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절대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검찰과 사법부, 경찰은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그것도 시민들이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집단이 이들 아닌가. 이들을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민주공화국이라 하기는 힘들다.
이런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 국회는 대의기관 아니던가.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해 법안을 마련하는 기구인데, 적절한 기능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친위 역할을 하는 국회는 민주공화국의 적이 된다. 그런 국회의원들을 소환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소환까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당선되고 난 뒤에 자신들을 선택한 국민들을 나 몰라라 하는 국회의원이 줄어들 수 있다. 또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당리당략에만, 자신의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인이 아니라 국민을 배반한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다만 잘못된 활동을 하는 기독교는 비판받아야 하고, 종교는 정치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함에도 종교를 가장해 정치에 간여하는 종교인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에 경제는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뉴라이트는 비판할 가치도 없다.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그들은 분명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학문을 표방하면서 제 욕심을 채우려는 집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국제관계 역시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민주공화국으로 가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북한을 이용해 독재 권력을 강화했던 역사에서 이제 북한은 그러한 역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미국을 비롯한 국제 관계 역시 민주공화국이 지속되느냐 마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지막이 국민이다. 국민이 민주공화국의 적이라고? 아니다. 저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국민을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의 '들어가며'에서 한 말과 통한다. 민주공화국의 성공 여부는 국민에게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역사가가 국민에게 바치는 상소上疏 와 같은 글이다. 한국 현대사는 중요한 승리 이후 심각한 실수를 반복해 왔다. 첫 번째는 4.19혁명 이후였다. 두 번째는 6월민주화항쟁 이후였다. 세 번째는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등장에서였다.'(4-5쪽)
승리 이후 사회를 바꾸지 못하고 사람만 바꾸었던 역사적 경험. 그래서 지독하게도 계속 반복되는, 윤석열 탄핵 이후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을 검토하고 재반복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저자의 당부. 그래서 상소다. 국민에게 보내는.
상소를 받은 국민이 상소를 받아들여 대책을 세우느냐 아니냐에 따라 민주공화국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그러니 민주공화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이니, 국민을 이 책의 맨 뒤에 놓은 것이리라.
이렇게 저자는 역사를 살피면서 12개 항목을 통해 지금 현실을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거쳐왔다고... 또다시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그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발 나아가야 한다. 저자의 상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상소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대통령, 국무위원, 국회의원, 검찰, 경찰, 판사, 재벌 들이 아니다. 바로 우리 국민들이고, 이러한 상소를 받아들여 그것이 실현될 수 있게 주권을 행사해야 할 존재 역시 국민들이다. 저자는 그 점을 말하고 있다. 명심하자. 지금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