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 한국 사회를 뒤흔든 희대의 사건을 파헤치다
표창원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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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참 읽기에 거북한 사건들이 많다. 그러나 사건들이 일어나면 해결해야만 한다. 해결하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겨두면 더 큰 비극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사건이 해결되는데 큰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 파로 프로파일러다. 이들은 사건분석가라고 할 수 있는데, 작고 적은 단서를 가지고서도 범죄자를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표창원은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이름도 지니고 있다. 범죄수사학에서는 꽤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사건 추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사건 설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은데...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갔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성폭행으로 후유증으로 인한 범죄부터 시작하여 사기 사건까지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은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는 거다.

 

생물학적으로, 또 유전학적으로 어떤 유형이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따지기보다는 어떤 환경이 범죄를 쉽게 저지를 수 있게 하는가, 어떻게 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죄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의 피해자에게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피해자들이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함을 이 책 곳곳에서 주장하고 있다.

 

범죄자를 어떻게 검거하고 처벌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이런 범죄가 어떻게 하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와 이미 일어난 범죄 피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피해자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 생활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함을 우리가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은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파일러들이 하는 일이다. 이들로 인하여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던 사건들이 나중에라도 해결이 된 경우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사건들 중에 이태원 살인사건 같은 경우는 이 책이 발간되고 난 뒤에 주범으로 지목된 패터슨이 우리나라로 송환되었으며 재판을 받아 징역 20년 형이 최종적으로 선고되었음을 밝힐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도 여교사 살인 사건' 같은 경우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이 사건들도 프로파일러와 경찰들의 노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공동체가 와해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동체가 와해될수록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닐까 한다.

 

신뢰가 있는 사회에서는 범죄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를 믿고 돕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단순히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을 추적하고 설명한 이러한 글들을 참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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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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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가 제목이다. 사람은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을 살아간다. 이곳이 바로 장소다. 단순한 공간을 넘어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의미로 장소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장소에서 사람들은 주체로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장소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다움을 잃은, 그래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존재이다.

 

여기서 환대라는 말이 등장한다.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그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환대다. 이런 환대는 장소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맺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환대가 없으면 서로를 이용해야 하는 존재 또는 종속된 존재, 추방해야 하는 존재로 보게 된다. 환대 없이 진정한 공동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이 환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대를 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에게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주체로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살펴보는데 이 환대를 적용해 보면 된다.

 

'환대란 타자를 도덕적 공동체로 초대하는 행위이다. 환대에 의하여 타자는 비로소 도덕적인 것 안으로 들어오며, 도덕적인 언어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가 아니라 바로 환대이다.' (242쪽)

 

'절대적 환대가 타자의 영토에 유폐되어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즉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환대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204쪽)

 

저자는 이렇게 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환대란 바로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환대가 잘 이루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그것이 바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선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그들을 환대하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선을 긋고 그들이 그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과 우리는 다름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행동하고 있다.

 

단지 외국인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는 환대를 하고 있지 않다. 그들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

 

이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공공성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여러 근거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하나의 공간이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동체인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환대가 필요하다. 환대, 그것은 조건 없는 행위이다. 이런 환대들이 우리 사회에 더 퍼져나가야 한다.

 

왜 환대가 필요한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통합이 되지 않고 있다. 통합으로 가는 여러 논쟁들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논쟁이 상대를 배척하고 몰아내는, 자신들의 장소에서 쫓아내는 그런 논쟁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그런 논쟁이었으면 좋겠다.

 

공동체는 개인의 영역을 모두 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공동체는 개인의 영역을 인정하고 지켜주는, 그런 개인들의 영역들이 서로 공존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드는데 환대가 작용한다.

 

우리 사회 역시 그렇게 가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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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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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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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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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편찬한 사람은 박인환을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으로만 알고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한 시인을 특정한 시로만 기억하는 일, 그것은 시인에게는 행복일 수도 있지만, 시인을 시에 가두는 일이 되기도 하니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슬프지만 참으로 많은 시인들은 시로도, 시인의 이름으로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박인환은 어떤 면에서는 두 시는 교과서에도 실리고, 또 노래로도 불리기도 하니 행복한 시인이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박인환은 이렇게 전후 모더니즘 시인, 허무를 노래한 시인으로, 그래서 그의 시들은 '목마와 숙녀'의 그 애상적인 분위기, '세월이 가면'에서 마음을 파고드는 쓸쓸함 등으로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바로 이 점이 안타까웠으리라. 박인환 시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박인환을 이렇게 특정한 경향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이.

 

이런 국한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박인환에 대한 평가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그의 시 모두를 읽게 하는 것이다. 시를 모두 읽다 보면 박인환이 쓴 시들 가운데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다른 시들이 나올테고, 또 박인환 시가 한 경향만 지니지 않고 여러 경향을 지녔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여 박인환의 모든 시를 다 모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리고 찾을 수 있는 시들을 모두 찾으니 90편이란다. 이를 발표 순으로 엮으면 간단하겠지만 그럼 시인이 지닌 시의 경향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90편을 비슷한 경향의 시들로 엮으면? 읽으면서 시의 경향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시들과 구별된다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시집은 '박인환 전(全)시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들을 총 4부로 나뉘어 엮어 출판했다. 맨 앞에는 박인환에 대한 해설을, 뒤에는 박인환 시에 대한 비평을, 그리고 맨 뒤에는 발표된 시들을 발표순으로 정리했다.

 

그렇게 엮은 시들을 읽어가며 박인환은 자신이 살던 시대를 빗겨가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됐다.

 

김수영을 참여시인이라고 하고, 박인환은 참여시를 쓰기 전에 모더니즘 단계, 도시적인 시를 쓰는 시인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박인환의 시 중에는 적극적으로 현실에 관여하는 시들도 많음을 알게 된다.

 

그런 시들을 읽으며 시인은 결코 현실에서 떨어져 살 수 없음을, 현실을 자기 것으로 체화해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박인환 역시 해방과 전쟁이라는 우리나라 격랑을 피해가지 못햇음을, 그래서 그것을 자신의 시로 가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더니즘 시인, '세월이 가면'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박인환 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그에게도 현실참여적인 시가 꽤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어쩌면 이 시집은 교과서에 갇혀 있던 박인환을 현실 사회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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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정상이 아닌 여자... 안면 근육 마비에 이어 몸이 마비되는 병에 걸린 남자

 

  나무를 사랑하는 여자. 초록의 피.

 

  나무는 서로를 피해 가지를 뻗는데,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주는 쪽으로 행동을 한다고 하는...

 

  순수한 것은 오염되기 더 쉽다는 말.

 

  교수의 마당에서 다른 여자의 하이힐을 신고 마당을 절뚝거리며 걷는 여자 주인공.

 

  기형인 다리로 인해 하이힐을 신어보지 못했지만, 그것을 신고도 마당을 벋어나지 못하는 여자.

 

  발표회날 치마를 입고 오지만 그것이 사회에 적응하려는 마지막 몸부림.

 

결국 자신의 숲 속, 유리 정원으로 들어가 버리는 여자. 그에게는 숲이, 나무가 전부다. 아니 나무로 만들려는 남자도 있다.

 

초록피. 그것을 죽은 남자의 몸에 주입을 하지만,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엽기적인 행각일 뿐.

 

그를 이해하려는 또 한 명 사회에서 소외된 남자. 소설가. 소설가는 현실을 허구 속에서 창조하는 사람. 그에게 작품은 또 하나의 사회.

 

그러나 그 역시 인기작가와의 싸움이 빌미가 되어 문단에서 밀려나고, 무력한 그에게 어느 날 들어온 문구.

 

여자가 살던 집에 쓰여 있던 말. 나무에서 태어났다. 초록의 피라는 말.

 

그는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자를 이해할 것 같았던 남자 역시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유리정원... 여자의 삶은 남에게 보인다. 그리고 여자의 삶이 보호받기에는 유리는 너무 투명하다. 너무도 약하다. 그럼에도 여자의 삶은 계속된다. 여자는 자신의 삶을 지켜나간다.

 

숲의 아름다움. 영상미... 그리고 이상하게 긴박하지 않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전개. 식물성과 동물성의 대비...

 

나무가 되어 버린 여자... 영화의 내용이 자칫하면 상당히 괴기스러워질 수 있는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녹혈구'라니. 인간을 만들어내려던 프랑켄슈타인이나 지킬박사처럼 인간의 신체에 무언가를 주입하여 다른 존재를 만들어내려는 것은 괴기스럽고, 엽기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한 시대를 반영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주인공이 녹혈구를 주입하려는 이유가 인간을 좀더 강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주인공은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이고, 그는 그래서 자기의 자리를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바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가고 결국 죽어갈 수밖에 없는 주인공. 이런 주인공에게 다가가려 하는 소설가. 하지만 소설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소설은 소설로 끝나야 한다. 이 소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파멸할 수밖에 없다.

 

소설가는 소설보다 더한 현실에 다시 뛰쳐나가고, 결국 다시 돌아오지만 너무 늦었다는 말, 그리고 나무가 되어 버렸다는 말로 끝나게 되는 영화.

 

괴기스러운 소재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뀌고, 주인공이 지내는 유리 정원 숲의 아름다움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보아야 더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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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nye91 2017-10-27 09:52   좋아요 1 | URL
과학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자칫 잘못하면 괴기스러운 내용으로 가는데요, 영화의 전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좋았어요. 동물성 체질보다는 식물성 체질이 확실히 평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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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만물의 영장이고, 지금은 신의 위치에까지 오르려 하는 인간(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인데도 세상은 선함과 더불어 악함이 공존하고 있다.

 

적어도 신은 선함 자체 아니던가.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는 존재는 신이 아니다. 또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로만 신의 위치에 도달하였다느니, 만물의 영장이니 하고 있고, 실제 행동은 오히려 악마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악행들을 보라. 지금도 민주주의의 선도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지는 온갖 총기난사 사건, 또 혐오 범죄들을 보라. 인간의 선함을 믿기에는 너무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러나 꼭 이런 악함만으로 인류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선한 의도로도 막대한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처음에 트루먼과 밀로셰비치를 비교한다. 트루먼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투여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 결과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대를 이어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루먼을 악한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쩌면 트루먼보다도 더 적은 영향을 끼친 밀로셰비치는 악한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트루먼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밀로셰비치는 다른 인종을 없애기 위해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이란 실수나 잘못된 행동과 어떻게 대비될까?

 

저자는 처음에 이렇게 말한다.

 

'악한 행동이란 예측되는 결과가 타인의 고통이나 굴욕을 수반하는 행동이며, 실행이 고려되면 안 되는 행동이다.' (96쪽)

 

이렇게만 하면 잘못된 행동이나 악한 행동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 정의에 따르면 트루먼이나 밀로셰비치나 다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이 선택한 행동들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위해와 모욕을 금지하는 의무적 장벽을 회피할 수 있는 전략 또는 학습된 절차를 통해 행동을 결정할 경우, 그 행동은 악하다.' (98쪽)

 

조금 더 구체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정의에서 트루먼과 밀로셰비치는 구분될 수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악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결과를 예측하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우 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악을 행할 때 어떤 장벽을 만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벽 앞에서 돌아선다. 그래서 악한 행동이 우리 인간 모두를 지배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장벽을 넘어선다. 처음에는 우연히 넘어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이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는 '악'에 지배당하게 된다. 이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혼란스럽고 위태로워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악에 대하여 탐구를 하는 이 책이 궁극적 목표로 삼은 것은 악으로부터 우리가 벗어나는 것이다. 악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힘이다.

 

아렌트는 생각없음에서 악이 나왔다고, 악은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짓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저지를 수 있음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말했다. '악의 평범성'이라고.

 

그렇다면 악은 우리에게도 있고, 우리 사회에도 있다. 악이라는 것은 난 악이다라고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던 형태로든 잠복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악은 발현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앞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이게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있는 악이다. 보통 사회에 있는 악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장벽이 무너진다면 보통 사람이 악한이 된다. 보통 사회가 악한 사회가 된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방법, 어떤 때 악의 장벽이 무너지는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상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악의 장벽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게 한다. 사회에서 증오, 혐오 범죄가 넘쳐나는 것은, 한 사회가 전체주의로 가는 것은 악의 장벽이 무너졌을 때 일어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라 한다. 무엇이 악한 행동인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은 진실을 가리는 말이다. 어쩔 수 없었더라도 자신이 한 행동은 악한 행동임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악한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악한 행동을 한 사람과 화해하거나 용서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 그 다음에야 악한 행동을 막을 수가 있게 된다.

 

이 책의 번역자는 이 책과 더불어 우리나라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다. 누구의 실수인가? 잘못된 행동인가? 아니면 악한 행동인가?

 

이 책에 나와 있는 정의와 비교해 보라. 그들은 그때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가? 선장은, 승무원은, 해경은, 재난구호를 책임지고 있는 관료들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대통령은?

 

진실 규명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가 조금 더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는 길, 악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악의 장벽을 어떤 순간 넘을 수 있는지 상상해서, 악의 장벽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 바로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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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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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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