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일포 2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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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권이다. 1권에 이어서 뤄샤오통이 스님에게 하는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있다. 그런데 1권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어디서 믿을 만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알기가 힘들다.

 

분명 뤄샤오통이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는 듯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뤄샤오통을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는 화자, 그를 통해 당시 어른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화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소설을 이해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이 소설에서 주로 나오는 것은 돈과 성이다. 금력과 성에 대한 집착. 이는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뤄샤오통이 고기에 집착하는 것도 역시 이 두가지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육욕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고기를 먹는 뤄샤오통의 모습에서, 다른 하나는 수많은 여자들을 거느리는 란씨를 통해서 보게 된다.

 

그렇지만 뤄샤오통은 고기를 끊는다. 그리고 그는 스님이 되려고 한다. 이는 그가 육욕에서, 권력에서, 돈에서 거리를 두려는 것이다.

 

이런 뤄샤오통의 모습은 현대화된 중국이 물질만능주의로 흘러갔으며, 그것이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도 해석이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작가가 사회의 모습을 소설 속에 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소설 속에서 창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환상과 사실의 넘나듦이 너무 심해서 제목인 사십일포를 사십일개의 이야기, 사십일개의 과장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린 시절 지녔던 환상을 이야기를 통해서 펼쳐내고 있다는 생각. 아이들은 사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섞어서 이야기를 한다.

 

사실 거짓을 말하려는 의도가 없이도 아이들은 사실에 허구를 섞어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허구와 사실은 하나로 엮여서 그 자체로 진실이 된다.

 

이 소설 속 화자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20대에 접어들고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화자가 성숙했다고 여기기가 힘들다.

 

그래서 화자인 뤄샤오통은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일들을 환상과 사실을 섞어서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진실 속에는 현대화를 추구하던 중국의 모습, 중국 인민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런 물질만능, 육욕을 추구하는 생활을 할 수는 없다. 작가인 모옌은 이런 뤄샤오통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 중국인이 추구해야 할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고기, 성, 돈, 권력을 추구하는 그런 것들에 41발의 대포를 쏘아대는 뤄샤오통, 그가 쏜 대포는 이런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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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일포 1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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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특이하다. 사십일포라니... 대포를 41발 쏜다는 얘기인데...이 때 대포는 바로 이야기이다.

 

20대로 추정되는 사내 뤄샤오통, 그가 노스님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 이것이 바로 사십일포의 내용이다.

 

그가 10살 즈음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육체는 컸지만 정신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중국의 생활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뤄샤오통은 고기라면 환장하는 아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 먹을 것에 집착한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가 되었지만, 만인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특정한 집단만이 잘사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는 비판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그들이 얼마나 평등하지 않고 또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지를 뤄샤오통이 사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문제적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삶은 달걀도 가짜로 만들어낸다는 중국인들답게 그 마을 사람들은 짐승에게 물을 먹여 파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한다.

 

그것도 마을의 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란씨의 주도하에... 란씨는 돈을 통해 권력을 얻으려 한다. 그에게 도덕과 비도덕은 의미가 없다. 그에겐 오로지 과거 자신의 조상이 지녔던 영광, 권력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문제는 공산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뤄샤오통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배경이 1990년대쯤 되니, 이때는 이미 자본주의가 중국에 많이 들어와 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념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된 것이고,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란씨와 뤄샤오통의 어머니 량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돈, 돈, 돈... 사람의 자리를 바꿔줄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존재. 그것을 추구하는 인물들. 이 인물들 모습과 달리 아버지 뤄씨는 애정을 좇는다. 그러나 그 애정은 성공할 수 없고...

 

1권에서는 아버지가 함께 도망갔던 여인의 죽음으로 딸만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힘을 쓰지 못하고 란씨에게 굴복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돈의 위력이 사랑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

 

이 장면을 어른이 된 내가 아이 때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 먹을 것을 추구하는데 그것이 육식이다.

 

고기의 폭력성이 아이의 말을 통해 잘 드러나는데, 이런 고기의 폭력성, 권력 추구의 폭력성을 어른이 된 내가 노스님 앞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장면을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다.

 

다 무너져 가는 절, 한없이 늙어버린 스님, 그 스님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스님이 되고자 하는 나, 뤄샤오통.

 

그가 이야기를 할 때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일들은 과거의 일만큼 여전히 폭력적이다. 육식의 폭력성, 당시 사회의 폭력성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폭력 앞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스님의 존재는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된다. 절이 점점 무너져 가는 것처럼. 다만 2권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는데...

 

26발의 이야기가 1권에서 펼쳐졌다. 권력을 추구하는 란씨에게 굴복해 그의 집으로 새해 인사를 간 장면까지.

 

여기까지는 중국인들이 처절하게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전만능주의. 이것을 어른이 된 뤄샤오통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들려줌으로써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읽게 한다.

 

금전만능주의를 좋게 볼 수 없는 그런 형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당시 중국에 팽배한 물질주의, 금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음은 2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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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 인권이 해답이다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표창원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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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해답이다'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다. 인권연대에서 기획한 책으로, 여러 사람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표창원, 오인영, 선우현, 이희수, 고병헌이다. 인권 하면 인권과 관련이 있는 단체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범죄를 다루거나, 역사를 가르치거나, 철학을 가르치거나, 이슬람에 대한 전문가, 그리고 교육전문가들인 이 사람들이 이 책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만큼 인권은 어느 한 분야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인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이 책 145쪽에 보면 선우현이 철학에 대해서 강연을 하면서 철학의 첫번째 명제로 철학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한다.

 

즉, 철학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함이라는 것이다. 철학함이라는 것은 우리 삶 속에서 철학을 실현한다는 의미다.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인권도 이와 마찬가지다. 인권은 지식으로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인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그리고 인권은 지식이 아니라 삶 자체여야 한다.

 

삶 자체인 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표창원은 '폭력'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폭력은 인권을 이야기할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정당한 폭력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질문과 통하기도 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이것은 소수에게는 폭력일텐데, 다수에게는 정당한 폭력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삶에 더 가져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바로 다수와 소수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인영은 토도로프와 앨버트 허시먼의 논의를 빌려와 이야기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토도로프에게서, 지배자들의 논리를 허시먼에게서 빌려온다.

 

민주주의의 원리로는 주권재민, 개인의 자유, 진보 세 가지가 있는 반면에 지배자들은 무용명제, 역효과 명제, 위험 명제를 들어 민주주의를 방해. 저지한다고 한다.

 

이것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 위해서는 바로 철학이 필요한데, 이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또 표면에 머물지 않고 깊이 있는 본질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를 선우현의 논의에서 배울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도구를 가지고 이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가 아는 이슬람은 폭력적이고 악이기만 할까.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종교일까? 그 점에 대해 이희수가 이야기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병헌은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평화를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결국 평화를 가르친다는 것은 자신이 평화를 위해 산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서 바로 가르침은 지식을 전달만 하는, 명사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바로 동사여야 함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권이다.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이 바로 우리 삶임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이 바로 인권임을, 인권은 이렇게 우리 삶 모든 분야에서 나타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가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그런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법은 바로 인권을 지식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삶으로, 실천으로 받아들일 때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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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다. 시들이.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중에서 짧은 시를 고르기가 힘들다. 어떤 시는 서너 쪽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짧음의 미학. 그것이 시의 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길다. 길어서 마음 속에 담아놓기가 힘들다.

 

  일제시대 단편서사시라는 시의 종류를 개척했던 임화의 시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줄거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요즘 시인들의 시에서는 길어도 사건이나 줄거리를 발견하기 힘들다.

 

  여러 생각들이 중첩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들을 다시 이성의 힘으로 해체해서 연결해야만 이해가 된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읽는 시. 그런 시들이 많다. 이근화의 이 시집에 실린 시들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먼저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반짝 켜지고 빛을 밝혀야만, 그 빛이, 온기가 마음으로 간다.

 

그래서 어렵다. 머리가 먼저 작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도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를 비평가들은 긴장이라고 하는데... 그 긴장을 함께 즐기는 독자를 마련한 시인은 행복한 시인이겠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시에 나타나는 그런 긴장을 즐기지 못한다. 시의 표면에 나타나 있는 표현과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의미들이 지닌 긴장.. 이 긴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머리가 혹사당해야 한다.

 

그런 혹사를 기꺼이 감내할 마음이 내게는 없다. 그런 혹사가 즐거움이 되는 사람들, 현대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리라.

 

이근화의 이번 시집에서 이 시를 골랐다.

 

  당신의 발걸음

 

나폴레옹은 왜 과자점의 이름으로 남았을까

그가 흘린 피의 대가

그가 남긴 고독의 흔적

새벽에 빵을 문 채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의 키 작은 괴로움이 밀려온다

나는 새벽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새벽 쌀의 뿌연 물이

한번은 개수구로

또 한번은 냄비에 담겨

새벽의 허기를 달랜다

현관문을 나선 발걸음이 추위에 어떻게 맞설지

투 스텝 쓰리 스텝

새벽의 빈 골목에서 춤을 춘다면

고요히 피어오른 밥냄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출발하지 못했다

숟가락을 물고 있다

꿈 바깥으로 넘어오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너무하다

나폴레옹이 되어가는지

나이팅게일이 되어가는지

에디슨이 되어가는지

인형의 다리를 꼭 쥐고

흥건한 침이 밥물처럼 고소하게 흘러넘친다

새벽 이웃의 허기를 자극할 밥냄새를 피운다

이웃의 꿈도 투 스텝 쓰리 스텝을 밟을까

발바닥이 시리다

나폴레옹의 작은 발이 그가 밟은 핏자국이

여기까지 스멀스멀 건너온다

 

이근화, 차가운 잠, 문학과지성사, 2012년. 초판 2쇄. 140-141쪽.

 

나폴레옹.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사람. 그러나 그 전에 그는 혁명정신을 유럽에 전파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나폴레옹은 어떤 작용을 할까? 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세상이 좀더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까.

 

루쉰의 '나폴레옹과 제너'라는 글이 생각이 나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나섰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렇다면 나폴레옹은 전쟁을 통해 사람들의 피를 밟고 전진했다면 이제 이름으로 등장한 제과점에서 만든 빵은 사람들을 살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 '나폴레옹의 작은 발이 그가 밟은 핏자국이 / 여기까지 스멀스멀 건너온다'는 표현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아가야 하는 그런 길... 피가 터지도록 힘든 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이고, 역시 삶은 투쟁이다. 힘들다. 그럼에도 삶은 희망이다. 밥, 빵을 통해 우리는 그래도 살아가기 때문이다.

 

'투 스텝 쓰리 스텝 / 새벽의 빈 골목에서 춤을 춘다면 / 고요히 피어오른 밥냄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의미가 있게...

 

이때 당신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우리 이웃들의 발걸음은 나폴레옹의 발걸음과 달라야 한다.

 

나폴레옹과 제과점, 그리고 이를 통한 우리 삶의 고달픔, 이를 시로 표현하기 위해 일어나는 긴장, 그 긴장 속에서 다시 발견하는 삶...  오독이다. 오독이어도 어쩔 수 없다.

 

나폴레옹이 알프스 산맥을 넘었듯이 우리 역시 우리의 산을 넘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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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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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발칙하고 에로틱한 그리스 로마 신화편 말과 글이 풍성해지는 어원 이야기 1
권표 지음 / 돋을새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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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영어에서 사용하는 많은 말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 -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말들, 멘토라는 말이라든지, 나르시즘이라든지, 이지스라는 말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왔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언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말에서 사자성어를 알고 싶으면 중국 고전을 읽으면 된다.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를 읽으면 수많은 사자성어들의 기원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한문에서 사자성어의 기원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그 이후 시대의 일들에서 비롯되었다면 서양의 경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이 외국 학자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면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라 더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 온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읽은 사람도 별로 없지만 -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소홀한지, 제대로 끝까지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지만 하나로 정리된 것도 없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가 읽었지만, 그리고 이윤기 편역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읽었지만, 내용이 다 똑같지는 않다. 이 책은 이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참조해서 언어 이야기를 해준다 - 이 책에 나와 있는 말들을 대부분 모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만큼 자주 쓰는 말들인데... 예를 들면, 한때 트럭 이름이었던 타이탄, 영화로 꽤나 알려진 타이타닉호가 '티탄'족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 운동화로 유명한 나이키, 음료 이름인 바카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월계관, 마이다스의 손, 피그말리온 효과, 아킬레스 건 등등 이런 말들을 우리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이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이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신화만이 아니라 신화에서 발생한 언어까지. 그래서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한다. 신화도 알고 언어도 알고.

 

즉, 상식이 풍부한 교양인이 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레 지식을 넓혀갈 수 있도록.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그래서 앞에서 예를 들었던 말들의 유래에 보태, 잘 모르던 말이나 잘 쓰지 않는 말들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엘렉트라 컴플렉스는 많이 들어봤지만 '파이드라 컴플렉스'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품는 연정이라고, 자식들이 부모에게 품는 마음과 반대 방향에 있는 심리적 왜곡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 이 책에서 그 유래를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언어들의 유래를, 그 유래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날 수 있으니, 이 책은 재미도 있고, 상식도 넓힐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영어 어휘를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하게 파생되는 언어들의 기본형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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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14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외로 일상속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깔려있는 것들이 많아서 매번 읽어도 또 까먹게 되는게 이 신화이야기 같아요.
그리고 작가마다 저마다의 신화 해설이 조금씩 달라서 그 방대함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리뷰 읽다보니 이 책이 다시 탐나서 읽어봐야겠어요^^

kinye91 2017-12-14 18:01   좋아요 1 | URL
시대나 나라에 따라서 또 작가에 따라서 조금씩 변형해서 전하고 있으니, 저도 읽을 때마다 새롭기도 해요. 그리고 서양문화의 저변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깔려 있어서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자꾸 읽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동양신화, 우리 신화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