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눈물 -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이 전하는 오키나와 '전후'제로년
메도루마 슌 지음, 안행순 옮김 / 논형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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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인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사람으로, 오키나와가 겪은 비극을 소설로 쓰고, 오키나와의 평화를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오키나와가 피해를 당한 것은 맞지만,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기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오키나와 전쟁을 겪었다. 오키나와 전쟁은 일본이 패망하기 전, 미군이 일본 본토에 진공하지 못하도록 오키나와가 전면전을 치른 전쟁이다. 어쩌면 오키나와를 희생양으로 삼아 일본 본토를 무사하게 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내국인이라는 일본 본토인들과 오키나와인들은 차별을 했는데, 전쟁 막바지에도 이러한 차별이 오키나와에 대한 학살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그 비극을 잊지 말자고 한다. 미군에 의해서 죽은 사람도 있지만, 일본군에 의해서 죽은 사람, 전쟁의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 등등, 이렇게 일본 본토를 대신해서 오키나와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난 다음에는 미국에 속하게 된다. 다시 일본에 속하게 되는 1972년까지... 그렇다고 오키나와가 독립국이 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유사성을 지닌다. 제주도 역시 탐라였다가 고려에 복속이 된 이후에는 우리나라 일부로 지내오게 되었으니까.

 

오키나와 역시 일본 본토에 합병이 된 이후에는 독립하지 못한다. 그냥 하나의 현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으로부터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군기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미군기지로 인해 오키나와는 미군의 최첨병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군기지에 대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저자는 미군기지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오키나와 평화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미군 기지가 있음으로 해서 오키나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다. 아니, 피해와 가해를 동시에 겪는 곳이 된다. 아무리 좋은 말로 오키나와를 홍보한다고 해도,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 책 곳곳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피해자가 세계 여러 나라에 파병되는 군인들의 기지가 되어 가해자가 되는 현실, 그것이 오키나와가 처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사람들이 단순히 피해자로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자신들이 저지른 가해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것이 한국 현대사 아니던가. 그러므로 우리 역시 피해자로서만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세계 도처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고, 우리와 비슷한 비극을 겪었던 오키나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그냥 여행하기 좋은 섬으로만 오키나와를 생각하지 말고, 오키나와가 겪은 비극을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하고, 그들이 벌이는 평화운동이 우리가 벌이는 평화운동과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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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8-06-04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해 전 오키나와에 다녀왔는데, 역사적으로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엔 제주에 다녀오면서 평화박물관을 다녀왔는데, 오키나와도 전쟁, 평화를 주제로 한번 다녀오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 때는 이명원이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쓴 <두 섬>이라는 책을 읽을까 하고 있습니다.

kinye91 2018-06-04 09:10   좋아요 1 | URL
오키나와가 풍광이 좋다고 들었는데,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풍광도 풍광이지만 평화라는 주제로 오키나와 여행을 하고 싶어요.

2018-06-04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4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시령길에서 본 큰바람 

버스 타고 오는 미시령길
산들이 내게 바람을 보여주었다
시인 황동규는
‘미시령 큰바람’이라고 노래했는데
거대한 능선들이
출렁출렁 흔들흔들
춤을 추며 큰바람을 보여주었다
미시령 큰바람을 맞아
우리도 큰산이라고
갖가지 나무들이
색색 옷을 입고
다른 하나가 되어
여기저기서 바람을 보여주었다
큰산이 있어야 큰바람을 보고
큰바람이 있어야 큰산을 본다고
 
그러나
큰산은 통이 아니라
낱낱인 하나라고
작은 것들이 모여야
큰것이 된다고
미시령길에서 본 큰바람이
산을 통해
나무를 통해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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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2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헌책방에 가면 뜻하지 않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한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게 되는 책.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서 이 책 저 책을 보다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처음에는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시집'이라고 되어 있어, 이오덕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시를 썼나 보다 했다.

 

  그런데 책을 들쳐보다보니 그게 아니다. 이오덕 선생이 쓴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이오덕 선생이 쓴 시들이 유고시집으로 나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시집은 그 유고시집에서 35편을 골라 엮었다고 한다. 이오덕 선생을 더 알리기 위해, 그가 쓴 시를 알리기 위해 작은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시집을 읽으며 예전 어려웠던 시대, 학교가 배움의 전부였던 그 시대에 배우고자 했음에도 배울 수 없었던 ('출석부'라는 시를 보면 학교를 벗어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길'이란 시를 보면 개발에 열광했던 사람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지금은 학교만이 배움터는 아니다. 배움은 도처에 있다. 너무도 많은 배움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배움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다.

 

교육, 교육, 배움, 배움... 여기에 아이들은 정작 없다. 어린이는 없다. 청소년도 없다. 청년도 없다. 오로지 '학생'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어린이를, 청소년을, 청년을 불러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좀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오덕 선생의 시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수십 년 동안 교사로, 또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갈고 닦아 널리 알리는데 힘쓴 선생으로 한 평생을 살았지만, 이오덕 선생에게는 늘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평생을 살아간 분. 그 삶이 이 시집에 실린 첫번째 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행복하여라.

어린이와 함께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자여.

그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 것이며

평화와 기쁨을 누릴 것이니다.

 

1978년.

 

이오덕,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 고인돌. 2013년.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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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인문학 2 - 미술과 인문학의 크로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책상 위 교양 25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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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다. 그림이 세상과 단절되어 나온 것이 아니니, 그림을 보면서 세상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림에 나와 있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하여 답을 해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문학. 미술이 인문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함께 할 때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로트레크의 그림에서 푸코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성에 대해서 어떤 관념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그림을 통해서 그 변천사를 볼 수 있다는 것, 더불어 성에 대해서 정리를 한 푸코의 '성의 역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미술관 옆 인문학'이라는 책이 지닌 장점이다.

 

2권은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하는 그림들, 인문학들이 소개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성찰의 시간, 사랑과 성, 역사와의 대화로 나누어진 네 부분에서 그림과 그와 관련된 인문학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림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림을 만나는 의미일 것이다.

 

단지 그림을 자기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자기 교양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참으로 다양한 주제, 논란이 되는 주제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들을 하나의 주제로 삼아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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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지 않은 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시. 더불어 마음에 콕콕 박히는 시. 그런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시를 읽었다는 기쁨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집을 가까이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은택 시집을 읽으며 가끔 미소를 짓기도 했다. 시에 나오는 장면들이 슬며시 떠올라 웃음을 띠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집에 있는 시들이 모두 마음에 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특정한 어떤 시를 고르기가 힘들다.

 

시인 자신의 부모님을 노래한 시도 있고,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을 노래한 시도 있고, 또 교사이다 보니 교육에 관한 내용, 학생들을 노래한 시도 있다.

 

뾰족뾰족하지 않고 시가 둥글둥글하다. 그래서 마음을 쿡 찌르지 않고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부소산길

 

이 길 끝에 그대가 있다면

난 매일 이 길을 걸어 그대에게 가리

 

이틀에 하루는

그대가 있어 그대에게 온 것이 아니고

이 길이 있어 그대에게 온 것이라고 말하리

 

이 길 따라 그대에게 오다가

저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다람쥐도 보았다고 말하리

이 길 따라 그대에게 오다가

제 잎 다 남의 거름으로 주는

굴참나무도 보았다고 말하리

 

또 이 길 따라 그대에게 오다가

아주 잘 늙은

굽은 길도 보았다고 말하리

나도 늙어

저 굽은 길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리

내가 늙어 저 굽은 길처럼 누웠을 때

내 머리맡에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리

 

이은택,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삶창. 2018년.12-13쪽.

 

사랑노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시다. 이런 사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놓고 사랑해, 사랑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은은하게 그냥 그렇게 그 사람 주변에서 그 사람 편하게 해주는 그런 사랑, 그 사람이 언제든 자신에게 기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랑.

 

그런 사랑은 직선이 아니다. 곡선이다. 부드럽게 다가가는 사랑.

 

강원도 쪽으로 여행을 가다가 산을 뻥뻥 뚫어놓은 터널들을 보며, 빠르게 휙휙 달리기 위해 직선으로 도로를 만들기 위해 그냥 산에 구멍을 내버린 그 터널들을 씽씽 달리는 차 속에서 보며,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빨리 가서야 어디 마음을 놓을 수나 있나 하는 생각. 그냥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길이 아니라 도로일 뿐이라고... 더이상 길에서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버린 그 터널들, 그 직선 도로들.

 

세상이 빨라지면서 사랑도 그렇게 변해간 것은 아닌지. 그냥 들이댔다가, 다 왔다고 끝냈다가. 구불구불 천천히 쉬엄쉬엄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서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다 날려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이 도로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해야 하는 사랑은 도로의 사랑이 아니라 길의 사랑이 아닐까. 구불구불 천천히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는 사랑.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이 바로 '길의 사랑'이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사랑이고. 그런 마음이 든다. 이렇게 잔잔한 시를 읽으면...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시집이다. 덕분에 마음 따뜻하게 잘 읽었다. 마음 온도가 조금은 올라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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