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피어나는 눈


눈이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하늘의 뜻을 담아

온 천지를 하얗게 덧칠하는

순백의 자유.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모든 이의 찬탄을 받으며

하강해

땅 속에 깊이깊이 스며드는

새로 태어나는 눈.


지상에서 천상으로

또 다른 뿌리를 내리기 위해

황사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작은 생명들을 담고

이 곳 저 곳으로

새 생명을 전이시킨다.

하얀 눈들이

노란 생명들로

소중한 자유를 펼치는

민들레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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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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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말이 안 되는데, 말이 되는 표현, 그것이 바로 역설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고자 하는 말을 더 잘 표현한 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역설'이 지닌 역설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특히 선(禪)에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은 역설이다.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말이 되어야만 한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이, 삶이 되어야 한다.

 

말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불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행동, 삶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로 해탈했다고 해서 해탈했는가?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다. 집착에 불과하다. 언어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이 언어를 넘어서는 것,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해탈일 수 있다.

 

'무문관' 문이 없는 관문이라는 뜻이다. 관문이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경계다. 경계에 있는 통로다. 그 통로를 통해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가는 문, 그것이 관문일 수 있다.

 

모든 종교에는 이런 관문이 있다. 대부분 초월종교에서는(강신주는 이 책에서 기독교를 초월종교라고 했다. 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 신이 의도한 대로 살아가는 것이 천국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초월종교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간이 지닌 의지로 천국에 이르는 길은 없다. 오로지 믿음으로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 신앙이라고 하는 것이 관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영세든, 세례든 어떤 격식을 통해 관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런 문이 없다. 문이 없어서 '무문(無門)'이다. 특정한 문이 없다는 말을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문은 도처에 있으니까. 모든 것이 다 문이니까. 즉, 특정한 문이 없다는 말이지, 정말로 문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불교에서도 욕망의 세계와 해탈의 세계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두 세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욕망의 세계이고, 해탈의 세계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해탈의 세계로, 강신주의 말로 하면 주인이 되는 삶, 자유로운 삶을 사는 세계로 가는 문이 어디에 있는가 찾을 필요가 없다. 문은 내 곁에 있다. 아니 나에게도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 문이 있다. 다 문이다. 다 문이기 때문에 문이 없다. 그래서 무문(無門)이다.

 

모든 것이 문이라는 말은 내가 문을 찾으려고 하면 문을 찾을 수 있고, 문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주인이 되는 삶을 사느냐, 노예로 사느냐가 바로 문을 찾느냐 찾지 않느냐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냥 남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면(이것이 노예의 삶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애써 문을 찾을 필요가 없다. 내 삶을 내가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욕망대로 살아가면, 그 사람에게는 문이 필요없다. 문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여기와 저기라는 구분을 하지 않는 일차원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도처에서 문을 보는 사람은 여기에 살아도 모든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미 욕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슨 도인인양 하지 않는다

 

도인인양 하는 행동 자체가 문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을 넘어섰다가 다시 그 문으로 돌아온 사람, 사람들에게 문을 알려주려는 사람, 그 사람은 도인인양 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깨우칠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삶을 통해서. 마치 원효가 대중들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살았듯이.

 

이 책은 무문 스님이 쓴 '무문관'을 강신주가 자기 나름대로 배치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무문관'이다. '화두'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불교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서양철학과 불교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불교가 초월종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문을 넘어서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자유로운 주인의 삶을 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한편을 읽으며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문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책을 읽고 그냥 언어에 매이면 거기서 끝이다. 문을 보여주었는데, 문만 보고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읽으면서 생각하고, 자기 삶을 살아가면 될 것을. 부처가 했다는 이 말 하나면 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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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8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트 비하인드
변종필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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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 붙였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트 비하인드'라니... 그런데, 모두 영어다. 외국어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언가 모르던 것이 있을 듯하다. 우리말이 아니라 아쉽기는 하지만 사람들 눈길을 잡는데는 성공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낯선 뒷모습'이라고 작은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 미술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 책은 미술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을 대상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따.

 

어떤 화가가 장애가 있었는데, 이를 그림으로 극복했다는 사실, 그런 장애를 지닌 화가가 서양에선 툴루즈로트레크이고 우리나라에선 손상기라는 것.

 

또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화가가 된 사람, 앙리 루소와 폴 고갱에 관한 이야기 등등 그림에 대한 설명과 화가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니 화가들이 그린 유명한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많은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화가를 두 명씩 짝을 지어 비교-대조하면서 서술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한 사람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또 공통점에 대해서 흥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주로 화가의 삶이 중심이라면 2부에서는 같은 소재나 주제를 대상으로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3부는 미술사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두 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있다.

 

짤막한 글 속에 화가와 그림에 관한 간결한 설명으로 읽기에 편하다. 여기에 설명되고 있는 그림들이 실려 있어서 그림을 계속 보게 된다.

 

결국 그림은 그림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그린 화가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이 중요하다. 어떻게 그림을 보는가, 그림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하는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미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회를 주는 책이고, 미술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미술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특정한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이 아님을, 그래서 우리도 미술을 즐길 수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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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에서 구입한 시집. 시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장 많이 가질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다.

 

  새책을 파는 곳 서점에는 시집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턱없이 작다. 그리고 시집도 적다. 오래된 시집은 아주 잘 팔리는, 유명한 시인이 쓴 시집이 아니면 있지도 않다.

 

  그러니 최근에 나온 시집들은 쉽게 볼 수 있어도 오래된 시집, 예전에 나와 구입해 읽고 싶은 시집은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다.

 

  이럴 땐 헌책방에 가야 한다. 오래된 시집들이 옛집을 나와 다른 집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많은 시집들이 있는데, 그중에 시집을 펼쳐서 다 읽고 사기는 그러니까, 친숙한 시인이거나 알고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을 우선 고른다. 그 다음에는 어쩌다 마음을 끄는, 자연스레 손이 가는 시집을 구하게 된다.

 

김혜순의 첫시집이다.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시인은 자서에서 '내 시집이 나오길 기다란 몇몇 분들이 조금씩만 실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조금씩만 실망하지 않았나 보다. 실망보다는 시집에 대해서 인정을 했나 보다. 재판을 찍지는 않았지만, 헌책방에서 만난 이 시집이 초판 10쇄인 걸 보면 최소한 10번은 다시 찍었다는 얘기니,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다가간 시집이다.

 

초창기에 '창비' 시집들이 강한 사회성을 띠고 있었다면 '문지' 시집들은 강한 예술성을 띠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이 시집도 어떤 의미보다는 언어를 통한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다. 시집의 뒤에 해설을 쓴 오규원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퍽 일관성 있는 방법론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시적 대상을 어떤 관념으로 파악하거나 재해석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을 주관적으로 왜곡시켜 언어로 정착시키는 작업을 통해서 대상을 새롭게 드러냄과 동시에, 그 새롭게 드러난 대상을 있게 하는 언어의 존재 또는 언어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가를 우리 앞에 내보임-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서 우리가 어떤 분명한 메시지를 읽고자 하면 그가 노리고 있는 세계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빚는다.' (오규원, 방법적 드러냄의 세계. 97쪽)

 

오규원 시인이 누구던가. 날이미지시를 주장한 시인 아니던가. 의미보다는 이미지를, 그것도 살아 있는 이미지를 언어로 드러낸 시인.

 

그가 김혜순이 쓴 시에서도 자신이 쓰는 시들과 비슷한 시들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해설을 해놓았다.

 

그러니 읽으면서 시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자. 시를 읽으며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던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즐기도록 하자.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

 

  사람들보다 하늘과 구름이 더 가깝게 보인다.

 

  술을 마신다.

  한 잔 마시고, 두 잔 마시고가 아니라, 스물 일곱 잔 마시고, 스물 여섯 잔 마신다. 유리컵 안에는 종이와 싸우는 사람들이 떠돌고 있고 가끔씩 수초들이 흔들거리는 것도 보인다. 스물 다섯 잔째 술을 마실 때 지상에서 올라온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쳐 머리를 깬다. 낮달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내려갈수록 취기는 올라온다. 마시는 나를 누군가 또 마신다. 네 잔 마시고, 세 잔 마시고, 두 잔 마시고, 한 잔 마신다. 더욱더 취기가 올라온다. 어느덧 사람들이 하늘과 구름보다 가깝게 보인다.

 

  나는 배를 움켜잡고 스물 일곱 장의 대형 유리를 토하기 시작한다.

 

김혜순, 또 다른 별에서, 문학과지성사. 2011년. 초판 10쇄.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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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늘리는 법 -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땅콩문고
박일환 지음 / 유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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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많은 말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제 의미를 지니고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다가가는 말들도 있지만 제가 지닌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또 제멋대로의 의미를 지니며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말들도 있다.

 

이렇게 많은 말들이 있지만 어떨 때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한 몇몇 어휘들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상상력, 표현력의 빈곤이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빈약한 어휘력을 지닌 사람들이 대중 앞에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런 말들만 반복하고 있다.

 

말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표현할 언어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휘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휘 늘리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어휘를 늘릴 수 있나만을 말하기보다는 어휘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도 함께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작은 제목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다. 그러므로 어떤 언어를 쓰는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는 말을 바꾸면 '언어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비슷한 어휘 능력이 있는 사람끼리는 대화가 잘 된다.

 

숨어 있는 뜻도 잘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 능력이 다른 사람끼리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해가 쌓일 수 있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언어 능력, 어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어휘 능력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도 해당이 된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많은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이고, 이런 다양성 인정은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면 의사소통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어가 하나로 되면 오히려 더 의사소통이 안 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어휘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언어의 단일화는 어휘 축소를 낳고 어휘 축소는 우리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폭을 좁게 만든다. 그래서 늘 같은 말들만 반복하게 된다. 같은 말들의 반복,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다. 일방통행이 되는 사회, 이런 사회는 폭이 좁은 한계가 많은 사회이다. 이렇게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가 된다.

 

세계의 한계를 넓히는 방법은 언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사회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어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는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 어휘를 늘리는 법을 통해 언어가 다양할수록 우리 생활도 풍요로워짐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어휘라고 하여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언어의 한계를 넓혀가는 길이다.

 

이 책에서도 이런 어휘 확장, 외래어, 외국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해서도 안되고, 외국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휘를 늘릴 수 있을까? 

 

우리는 어휘를 늘리는 방법으로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사전을 찾아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사전 외우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어휘를 기억하는데 그다지 큰도움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보다도 많은 작품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언어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어휘 실력이 는다. 굳이 사전을 찾지 않더라도 글의 앞뒤를 고려해서 뜻을 파악할 수도 있고, 상황에 맞는 다양한 어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만의 어휘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냥 주어진 언어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또는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아보고,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남들이 인정하고 함께 쓰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어휘를 늘려주는 일이 될 것이기도 하다.

 

작은 책이지만 어휘에 관해서, 왜 어휘가 중요한지, 어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는지, 다양한 분야에서 어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숨쉬는 것에 보통 때는 관심을 갖지 않듯이 이 책은 별 관심 없이 쓰던 언어(어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가 왜 어휘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지, 어휘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휘는 곧 언어이기 때문에 '어휘를 늘리는 법'이라는 말은 우리가 '언어를 잘 쓰는 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작지만 큰 책, 가볍지만 무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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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