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아트 카페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7
이주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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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참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있지만, 그 분야들이 모두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예술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통하는 것을 본다.

 

시와 미술이 만나고, 시와 음악이 만나고, 소설과 영화가 만나고, 음악과 연극이 만나고, 소설과 시가 만나고, 그리고 이런 예술들은 모두 세상과 만난다.

 

세상과 만나는 예술은 결국 삶을 표현하게 된다. 삶을 만나게 한다. 그런 예술이 아니면 우리 곁에서 지속될 수 없다.

 

이주헌은 미술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그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는 미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상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미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삶의 여유를 즐기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삶을 즐길 이유를 찾고, 또 읽으면서 삶을 즐기게 된다.

 

그래서 책제목에 '아트 카페'라는 말이 들어갔나 보다. 미술 한 편을 만나 삶의 여유를 즐기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또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우리 삶을 만난다.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예술을 통해서, 예술가를 통해서 내 삶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자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그림들이 나오니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또 그림들을 통해 세상과 삶을 성찰할 수도 있어서 좋고, 단지 서양 화가나 서양 그림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화가들, 우리나라 그림도 다루고 있어서 더 좋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 해도, 우리가 사는 곳을 표현한, 우리 삶과 정서가 들어가 있는 작품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특히 이 책의 5부는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여기에 화가나 그림이 들어가 있다. 그 그림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찌 이리 잘 들어맞는지.

 

그렇게 미술이 우리 삶과 동떨어질 수 없음을, 그림을 단지 감상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디딤돌로 삼을 수도 있음을 이 책, 그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꼭 이 책이 아니라도 좋다. 우리 나름대로 작품을 골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천천히 삶을 음미하듯이 그렇게 작품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이 카페에서 내가 오늘 한 번 마주할 그림, 그 그림을 통해 내 삶을 보는 일. 그렇게 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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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이 당연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야 했던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파야 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던가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인정 보상 권고


얼마나 많은 긴장과 공포가 있었던가

남북이 상대방을 겨눈 포문 닫기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기 소지 포기


얼마나 오랜 시간이,

얼마나 많은 좌절이,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던가

일제 징용자에게 배상 판결을 내기까지


당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끔찍하지만

당연이 특별이 되는 사회는 더 끔찍하니

특별이 당연이 되기까지

견뎌야 했던 시간들


이제 그냥 당연은 당연

특별은 특별인 사회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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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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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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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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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이 쓴 책을 두 번째로 읽는다. 사실 순서가 바뀌었다. "어디서 살 것인가"가 뒤에 나온 책인데, 그것을 먼저 읽었으니.

 

사실 건축가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집을 지어본 적도 없고, 건축가를 친구들 말고는 -친구들이라고는 해도 집을 짓는 모습이나 설계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으므로 - 알고 지내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건축에는 조금 관심이 있었는데, 그래서 기껏해야 정기용, 승효상, 김수근 정도나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 그것도 그들의 책을 아주 조금만 읽은 상태.

 

유현준은 "알쓸신잡"이라는 텔레지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알게 된 건축가. 대학교수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가 건축가고,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해서 그의 책을 찾아 읽는 중.

 

여기서 내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 바로 용산미군기지에 관한 개발... 나는 이 책 추천사에 쓰여 있는 최재천의 말처럼 용산미군기지를 그냥 공원으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공원.

 

하지만 유현준의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커다란 공원이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나무들이 울창해져 숲을 이루면 도시의 허파 역할과 쉼터 역할을 하겠지만, 그렇게 큰 공원은 밤이 되면 안전이 문제가 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커다랗게 만들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동네 산책하듯이 거닐 수 있는 공원이 되지 못한다.

 

공원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그냥 숲만이 아니라 공원 가는 길에도 무언가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원에 가서도 그냥 산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이벤트라고 해도 좋고, 우리 행동을 유발하는 무엇이라고 해도 좋다.

 

공원에 가는 길이 편해야 하고, 공원 바깥으로 있는 길의 폭은 좁아야 하며, 공원 주변에는 우리가 쉴 수 있고 또 들를 수 있는 장소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용산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그 큰 덩어리를 하나의 공원으로 만들지 않고 작은 여러 개의 공원으로 만들고, 그 공원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무엇이 들어서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이다.

 

제주도 올레길에 이어 많은 도시에서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길만 만든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읽으면서 찾으면 아하, 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이 어떤가? 라고 유현준은 질문하고 있다. 왜 그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가? 그 점을 알면 무작정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도시는 사람으로 인해 산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인해 사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허물어진다. 그만큼 사람들이 집을, 도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건축을 해야 한다. 그런 건축으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내치는 건축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건축, 그런 건축이 있는 도시가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고, 살아 있는 도시가 된다.

 

'열다섯 가지 인문학 시선'이라고 했지만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위한 건축은 자연을 내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최적화된 건축, 그 건축은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자연을 거슬러서 사는 생활을 행복해 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건축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나라다. 그만큼 자연과 잘 어울린다면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있는 그런 건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충분히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되는 환경이니, 이제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과거와는 달리, 자연도 보고, 빠르게보다는 느리게를 주장하는, 나 홀로가 아니라 함께를 외치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이런 건축이 있는 도시, 그런 도시가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고, 그렇게 만들어야만 도시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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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겨울이 온다.

 

 낙엽비가 그치고 나면 그 자리에 함박눈이 펄펄 오다가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겨울비가 눈을 대신해 내린다.

 

 겨울비는 주연이 될 수 없다. 반가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눈을 대신하거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비... 마음을 더 춥게 만드는 비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하여 겨울비 하면 현진건이 쓴 소설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난다. 그 소설 첫부분의 그토록 어두운 분위기라니... 소설은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로 시작한다.

 

인력거꾼 김첨지에게 운이 좋았던 날이 바로 가장 운이 없는 날이 됨을 알려주는 구절이다. 이렇게 겨울비는 안 좋은 상황을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한다.

 

김종서가 부른 '겨울비'라는 노래가 있다.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2절에 가면 '겨울비 내린 저 길 위에는 회색빛 미소만 내 가슴 속에 스미는 이 슬픔'이라는 구절도 나온다.  

 

비극, 슬픔, 겨울비는 이것을 연상시킨다. 낙엽비도 아니고 함박눈도 아니고 우리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는 생각을 하게 존재가 바로 겨울비다.

 

그런데 강희근 시인이 쓴 '겨울비'를 읽다가 아, 겨울비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있는 존재를 시인의 눈은 다르게 볼 수 있다.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 그 존재를 하나로만 규정하지 않고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차가움, 슬픔, 고난으로 대변될 수 있는 겨울비에게 '해갈'이라는 말을 쓴다. 해갈, 단비가 주는 기쁨 아니던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과 같은 것이 바로 해갈 아니던가.

 

이런 해갈의 역할을 겨울비가 한다니... 시를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찬바람이 씽씽 부는 이 때, 꽁꽁 얼어붙어버린 땅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땅을 더욱 얼리기 위한 비가 아니라 땅에 수분을 주어 곧 다가올 봄을 예비하게 하는 비로.

 

그렇다면 겨울비처럼 어둡고 슬프고 차가운 존재를 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밝고 기쁘고 따스한 존재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겨울비 속성이 변하지는 않는다. 계절학기가 무엇인가?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어쩔 수 없이 이수해야 하는 시간 아니던가.

 

어쩔 수 없이 이수해야 하지만, 이수하고 나면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가 계절학기 아니던가. 겨울비도 마찬가지리라. 이 겨울비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어려움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존재로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겨울비는 즐거움만을 주지는 않지만, 다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바로 우리들에게 '해갈'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

 

시를 보자.

 

         겨울비

 

겨울비는 계절학기와 같다

낭만으로 내리는 것 아니라 해갈을 위해 내린다

 

해갈도 참으면 지나가고 마는

지나가도 상처의 흔적 크게 만들어지지 않는 겨울비는 무덤덤

맛없는 시간 적시며 내린다

 

좋은 학점은 다 딸 수 없는 것

그리하여 계절학기 듣는 이들에게 중용의 비 내린다

 

폭우로 쏟아지지 않고 가랑비로 옷의 풀 죽이지도 않는

비의 무채색

비의 비무장

하염없이 시간을 데리고 시간이 되어

 

해갈의 밭머리 겨울비가 내린다

 

강희근, 바다, 한 시간쯤. 한국문연. 2006년 재판 1쇄. 56쪽.

 

'겨울비'에 대해 이렇게 다른 시각을 보여준 시... 이런 시 덕분에 한쪽으로만 치우치려는 내 시각이 다른 방향을 볼 수 있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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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원
고규홍 지음, 김근희.이담 그림 / 아카이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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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 진다. 천리포 수목원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고, 책을 읽으며 수목원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가 만났던 꽃과 나무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식물들에 대해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냥 식물도감처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식물들과 대화하듯이 알려주다니.

 

나무들을 통해 몸을 치유한다고, 소위 영어를 쓰면 힐링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나무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서도 치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고 어두웠었다. 그냥 인생이 우리 사회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이 지닌 이기심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음이, 저만 알고 살아가는 듯한 그런 모습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회가 과연 전망이 있을까. 아이들을 보면서도, 세상에 왜 교복과 군복만 입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망가지는지, 왜 보기 싫게 되는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획일화 하는 사회 모습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다양성, 다양성, 창의성, 창의성, 융합,통합, 배려, 존중 어쩌고 저쩌고 떠들면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다양성이 가장 죽은 학교라는 곳이 무려 12년을(대학에 간다면 16년을) 획일성 속에서 지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세상에 교복을 입혀 놓고, 교복 입은 시민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면서 교육을 하는, 풀과 나무, 꽃, 여기에 흙조차 밟지 못하는 학교 생활을 하게 하면서 무슨 다양성, 창의성, 융합, 배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은 그래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나무들도 이렇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데, 그럼에도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게 되는데...

 

인간 역시 아직은 갈등하고 있지만 조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가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교복을 입어도 그 속에서 다 다름을 추구하는 학생들, 군복을 입었다고 모두 똑같은 군인이 아니라는 생각. 그렇게 그렇게 다양성이 살아 있음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다. 이 책은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나무들처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바삐 살아가느라 주변에 있는 큰 나무조차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살아가라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함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다면 가로수로 있는 암은행나무를 베어버리자는 소리를 못할 것이다. 은행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그 나무를 은행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베어버리고 모두 수은행나무로 하자는 둥, 다른 나무로 하자는 둥 이런 소리나 하다니...

 

다들 제 존재 이유가 있기에 그러하고 있을 뿐인데... 또 은행은 우리에게 음식 재료로도 쓰이고 있지 않은가... 단지 얼마 동안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그런 주장을 한다면 세상에 나에게 불편한 존재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다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것이 존재해야만 세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가 기를 쓰고 멸종될 위기에 처한 존재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식물들에게도. 그들 역시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이 책에 너무도 잘 나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해야만 인간 역시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천리포 수목원을 생각한다. 천천히 거닐면서 온갖 식물들, 서로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가는 그 식물들을 생각하면서 삶도 그러해야 함을, 다 다름이 결국은 어울림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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